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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영화 <향수> 그리고 묻지마 살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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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 그리고
묻지마 살인

영화 <향수>는 악취 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향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연쇄 살인을 벌이게 되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고시방 방화 살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과 영화 <향수>의 공통점이라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는 데 있다.
<향수>의 주인공은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인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향기에 그렇게도 집착하였던 것은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갈구에서부터 비롯된다.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수록 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남들과 어울릴 수 있는 친사회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늘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빈민층과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된다.

빈민층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고아였던 주인공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정에 몹시 굶주린 상태였다. 사랑받고 싶었던 사내가 알 수 없는 향기에 매료된 첫사랑으로부터 거절당하자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을 벌이게 된다. 이는 고독한 주인공이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내겠다는 욕망을 갖게 된 데서 비롯된다. 이런 욕망은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에 대한 절망감과 그것에서 비롯된 복수심 때문에 시작되는 것으로 살인에 대한 죄책감보다 더 강렬하다. 

고시방 묻지마 살인범도 영화 <향수>의 주인공처럼 빈민층이면서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었다고 한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국내외 사정으로 인해 우리 주변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게 삶을 꾸려 가고 있다. 더구나 서로 힘들다 보니 따뜻한 온정과 관심보다는 차갑고 따가운 반응만이 오가기 쉽다. 거절당한 분노에서 비롯된 행위는 또 다른 분노를 낳는다. 고시방 사건 또한 결국 많은 절망과 희생자의 분노를 양산해내고 말았다. 이런 사건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묘책은 과연 없는 걸까?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www.wellm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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