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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유여행 20탄 시드니-BlueMountain, Sydney"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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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03
BlueMountain

오늘은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호주의 축복받은 자연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는 블루마운틴을 마주할 수 있다. 블루마운틴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해발 1,100m의 사암 고원. 모든 명성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확인케 하는 푸른 산이다.

글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취재협조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관광청 02-511-8586

블루마운틴의 눈 내리는 여름 

호주의 11월은 초여름이 분명하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섭씨 30℃에 육박할 정도로 더웠다지만, 예림이네가 머물던 4박6일간은 이상기온에 의해 초가을 날씨가 계속됐다. 얇은 옷가지 때문에 안 그래도 추운 날, 블루마운틴에는 심지어 눈이 내렸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인천에서도 눈을 못 보고 왔는데 블루마운틴의 눈 오는 여름이라니.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어~”라며 마냥 신기하단다. 참으로 낙천적인 여행자들이다. 

유칼립투스 숲 때문에 멀리서 봤을 때 푸른 빛을 발해 이름 붙여진 블루마운틴은 시드니 여행자들의 필수 일일투어 코스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종인 높이 40m의 울레미송(Wollemi Pine)을 비롯해 91종의 다양한 유칼리나무, 희귀식물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블루마운틴은 생태학자들이 한번쯤 연구를 꿈꾸는 곳이지만, 생물 연구 활동마저도 엄격하게 제한할 만큼 철저히 보존되고 있는 청정 산악지대다.

예림이네 가족의 블루마운틴 탐방은 카툼바(Katoomba) 지역의 에코포인트(Echo Point)에서 시작한다. 블루마운틴의 절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세자매봉을 필두로 한 바위산들과 초록빛이 넘실대는 탁 트인 풍광은 마음을 어지럽혔던 잡음들을 말끔히 없애 주는 듯,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예림 엄마는 “호주는 축복받은 자연을 지닌 것 같아요”라며  블루마운틴을 이번 도전자유여행 일정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꼽았다. 

세자매봉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버전의 전설이 전해지는데, 그중 동화책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세 딸과 함께 에코포인트 아래 살고 있던 한 마법사가 악당이 딸들을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법사는 ‘내가 없는 사이에 잠깐 돌이 되어 있거라’ 하며 딸들을 돌로 만들고, 자신은 몸통은 희고 머리는 노란 새 ‘카카투(cockatoo)’가 되어 날아갔다. 그런데 하늘로 올라가는 도중 지팡이를 떨어트린 것. 그래서 여전히 세 자매는 봉우리로 남아 있고 카카투는 지팡이를 찾으려고 블루마운틴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푸른 숲 중심에서 자연과 숨쉬다

호주의 날씨는 참 스펙터클하다. 구름이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하늘이 시시각각 변한다. 쨍했다가도 금세 흐려지기를 거듭하는 하늘 때문에 사진기자 S씨는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했다. 가이드는 “It’s Australia!”라고 설명한다. 이 짧은 한마디에 금방 수긍이 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에코포인트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씨닉월드(Scenic World)는 블루마운틴 심장부에 들어간 듯 자연에 폭 파묻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는 궤도열차(Scenic Railway)를 타고 내려갔다가 산책로를 거쳐 케이블카(Scenic Cableway)를 타고 올라오지만 반대로 움직여도 무방하다. 경사가 약 50° 기울어진 아찔한 궤도열차는 조금 느린 롤러코스터 같은 스피드를 자랑한다. 예림이네도 처음엔 긴장하는가 싶더니 이내 스릴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세계에서 가장 경사진 열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 열차는 본디 1880년대에 협곡 아래 탄광에서 석탄과 광부들을 나르기 위해 설치됐다고 한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숲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도록 데크를 설계했으니, 산책로는 비뚤배뚤할 수밖에. 나무 등 자연에 대한 설명이 쓰인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산책하는 재미를 더하며, 산책로 중간에는 광산 입구와 설명 등이 있어 옛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타고 있는 것보다 구경하는 게 더 재미난 케이블카는 1분 남짓 타는 동안 블루마운틴의 전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www.scenicworld.com.au



천사의 날개를 본 적이있나요?

블루마운틴 탐험의 다음 코스는 제놀란 동굴(Jenolan Caves)이다.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Aborigine)들은 이 동굴을 ‘어둠의 공간’이라는 뜻의 비누메아(Binoomea)라고 불렀다. 에코포인트에서 제놀란 동굴까지는 차로 약 1시간30분. 동굴로 가는 길은 양떼가 노니는 평원부터 삼림까지 변화무쌍하다. 게다가 눈까지 오다 말다 했으니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파노라마가 따로 없다. 제놀란 동굴은 조명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순백색의 종유석을 감상하기에 좋다. 

제놀란 동굴에는 여러 가지 코스가 있지만 일행은 템플 오브 발(Temple of Baal) 루트로 동굴에 입장했다. 동굴 특유의 냄새와 축축한 공기. 우리는 시간이 고스란히 퇴적된 곳으로 흘러들어간다. 석회동굴 표면에 크리스털이 영롱하게 반짝이는가 하면, 멋들어진 종유석이 길쭉하게 아래로 뻗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차례 종유석 동굴을 다녀 봤다던 아빠는 커다란 종유석들의 향연에 감탄하고, 엄마는 크리스털 원석은 처음 봤다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예림이는 처음 접하는 습한 어둠에 빨리 나가고 싶다며 아빠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더니, 금세 동굴의 분위기에 적응했다.

동굴에서는 빛과 음악의 쇼도 감상할 수 있는데, 선곡이 절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물이 떨어지는 곳에 봉긋 솟은 종유석에 조명을 비춰 톡톡톡 물방울이 튀는 모습을 극대화해 볼 수 있도록 장치한 점도 훌륭하다. 천사의 날개와 꼭 닮은 흰 색의 종유석에 조명이 비추니 판타스틱 그 자체다. 얼마 전 이곳에서 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동굴의 분위기가 환상적이기로서니 좀 너무했지 싶다. 앞뒤 꽉 막힌 곳이라 거절하기도 뭣 하지 않겠는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동굴 안에 있는 연못에 다다랐다. 수심 3m인 이 연못의 빛깔은 딱 에메랄드 빛. 자연의 신비에 감동이 증폭되는 순간이다.  www.jenolancaves.org.au

Aboriginal in Australia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언어는 각종 단어 및 호주 지명에 많이 쓰이고 있다. 코알라(koala)는 ‘물을 마시지 않는다’, 캥거루(kangaroo)는‘나도 모른다’는 뜻이다. 누드비치로 유명한 본다이비치의 본다이(Bondi)는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요즘 광고를 통해 회자되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는‘만남의 장소’를 뜻하는 애보리진어에서 유래했다. 1901년 연방정부의 수도를 놓고 시드니와 멜버른이 치열하게 경쟁하자 두 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캔버라가 수도로 지정돼, 완벽한 계획도시로 탄생했다는 일화도 재미난다. 애보리진의 상징 중 하나인 부메랑(Boomerang)은 ‘던지는 막대기’를 의미한다.
한편, 국가명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유럽 대륙 사람들이 부르던 라틴어 ‘미지의 남쪽 땅(Terra Australis Incognita)’에서 유래했다.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대명사들도 여럿이다. 시드니는 1788년 시드니 항만에 식민지를 개척할 당시 영국 관료였던 로드 시드니(Lord Sydney) 경의 이름을 딴 것이며, 달콤한 이름이 인상적인 달링하버는 1826년 시드니 지사였던 랠프 달링(Ralph Darling)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명명된 이름이다. 또한 1770년 호주 대륙을 가장 먼저 발견한 영국의 선장 제임스 쿡(James Cook)에서 유래한 ‘캡틴쿡크루즈’를 시드니에서 이용할 수 있다.

Day   04
Sydney

숙소는 줄곧 시드니 시내였지만, 한정된 시간에 뉴사우스웨일즈주 인기 여행지를 누비느라 시드니는 야경밖에 보지 못한 예림이네. 온전히 시드니 여행에 주어진 하루 동안, 알짜배기로 즐길 수 있는 가족여행 코스를 돌아봤다. 

호주의 야생, 도심에서 만끽!

오늘의 첫 일정은 예림이와 <트래비>가 고대하던 코알라와의 아침식사. 그러나 아침부터 비가 오는 바람에, 아쉽게도 코알라와의 아침식사는 절반의 경험에 그치고 말았다. 달링하버 근방에 위치한 와일드라이프월드(Sydney Wildlife World)에서는 ‘코알라와 아침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무에 앙증맞게 매달린 코알라를 직접 보고,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것. 첫날 렙타일 파크에서 코알라와 실컷 놀았음에도 예림이는 코알라가 또 반갑다. 유칼립투스를 먹고 잠을 쿨쿨 자고 있는 코알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즐거워한다.

1층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예림 가족에게 깜짝 선물이 전달됐다. 코알라를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 앨범에 담아 준 것. ‘코알라와 아침식사’ 패키지는 뷔페식 아침식사, 와일드라이프월드 입장, 코알라와의 6x8인치 사진인화로 구성돼 있으며, 요금은 55호주달러다.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 

와일드라이프월드에는 호주에 서식하는 동물 130여 종을 비롯해, 독특하고 희귀한 호주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유리벽 너머에 있는 캥거루와 왔다갔다 달리기 경쟁을 하는 예림이를 보며 엄마는 “호주에 와서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흐뭇하게 지켜본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주최한 2007년 관광대상에서 와일드라이프월드는 개장 1년 만에 ‘최고의 가족형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와일드라이프월드에서는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으니 웹사이트에서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www.sydneywildlifeworld.com.au

땅의 친구들을 만났으니 이제 바다의 친구들에게도 인사할 시간. 아쿠아리움(Sydney Aquarium)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크라운피시와 형광 산호초 등 아기자기한 바다 친구들이 눈길을 끌지만, 역시 아쿠아리움의 하이라이트는 해저터널이다. 시드니 아쿠아리움의 둥그런 해저터널 위로 거대한 상어와 가오리 등 각종 어류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깊은 바다 속을 거니는 듯 신비롭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놀이터인 와일드라이프월드와 아쿠아리움은 달링하버에 위치해 이동이 편리하며,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아 서운한 호주에서 밤 10시까지 개장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www.sydneyaquarium.com.au

클래식하게 시드니 산책하기

1788년 1월26일 영국 선원들과 영국계 이주민이 호주에 최초로 정착한 지역인 록스(The Rocks)는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록스에서는 매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벼룩시장 형식의 록스마켓이 열린다. 록스마켓의 상징인 노란 천막 아래로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애보리진의 전통 문양이 그려진 부메랑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장식, 책, 액세서리 등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예림 아빠의 취미는 배지 모으기.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전세계의 배지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는 록스마켓의 배지 숍에서 아빠는 진짜 호주 배지를 찾으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결과는 대만족! 캡 모자에 달린 배지가 많아질수록 아빠의 뿌듯함도 늘어만 간다. 

호주는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록스의 가로등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렸다. 예림 아빠와 엄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한 양초가게에 들러 미리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케이크부터 소시지까지 다양한 모양의 양초들과 호두까기 인형 등 독특한 양초 케이스까지 각양각색의 양초가 모여 있는 동화같은 곳이다. www.thecandlefactory.com.au

시드니가 아름다운 항구 도시라는 것은 록스에서 오페라하우스까지 천천히 산책하며 체감할 수 있다. 해외여객터미널은 거대한 크루즈에 한창 손님을 태우느라 복작복작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에게 장난을 거는 꺽다리 삐에로, 벤치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여행자들, 소박한 거리공연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풍경 하나하나가 싱그럽다. 

오페라하우스, 나는  너를  낭만이라  부른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만히 보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이 있다. 기자에게는 파리의 에펠탑이 그러했고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그러하다. 1973년 완공된 오페라하우스는 2007년 지정된 최연소 세계문화유산. 사진 찍는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을 나타내는 이 영리한 어트랙션의 하얀 지붕은 요트의 닻 혹은 조가비를 형상화한 듯 곡선과 기울기가 우아하다. 오페라하우스는 날아가는 나비를 연상시키는 로고도 감각적이기 때문에 기념품 숍을 빼놓지 말 것.

시드니의 명물을 앞뒤에 두고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을쏘냐.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예림이네 가족은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가족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카메라 CF가 말했듯,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는 밖에서 보는 것도 눈부시지만, 안에서 볼 때 화사함이 더한다. 바다를 마주보고 햇빛이 고스란히 투영돼 가만히 서 있노라면 태양의 따스함이 피부에 전해지는 듯하다. 공연 및 백스테이지 투어 등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이날 미국의 유명 노래 경합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호주판인 <오스트레일리안 아이돌>의 파이널 공연이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열렸다. 길게 뻗은 직선이 매력적인 오페라하우스의 계단은 못 밟았지만 젊은이들의 열기로 후끈한 이곳의 분위기 또한 인상적이었으니, 아쉬울 것은 없었다. www.sydneyoperahouse.com

불빛이  소곤대는  달링하버의  밤

엄마와 예림이는 도전자유여행 일정이 끝나고 시드니에 조금 더 체류하지만, 아빠는 오늘밤이 마지막이다. 밤을 삼킨 바다에 그려진 오색빛깔 물그림자가 낭만적인 달링하버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다. “나 돌아가기 싫어~”라며 진심어린 투정을 부리는 아빠. 예림이네 가족은 지난 일정을 곱씹으며 추억을 되새겨 본다. 각자 시드니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아 보지만, 쉽지 않다. 시드니 가족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행복한 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는 장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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