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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25 World Heritages 마카오의 순정한 고백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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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시안 마카오 호텔 안을 누비는 곤돌라. 오페라 음악이 흘러나오면 사공이 노를 저으며 인공 강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25 World Heritages
마카오의 순정한 고백


제주도의 5분의2 규모를 지닌 ‘마카오(Macau)’. 연간 2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그 작은 도시를 찾는다니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염한 밤의 얼굴을 한 카지노만이 전부는 아닌지도 몰랐다. 화려한 네온사인을 걷은 마카오는 순정한 얼굴로 말한다. “우린 결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라고. 
포르투갈 식민 지배의 잔재가 남긴 25개의 세계문화유산과 먹거리,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5성급 호텔과 극장식 서커스까지. 마카오는 단순한 유흥의 도시에서 벗어나 문화와 영혼까지 겸비한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어느 때보다 열정을 쏟고 있다. 그야말로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마카오의 수줍은 고백.

글·사진  박나리 기자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8-4402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들일수록 사연도, 살아온 곡절도 많은 법이다. 작지만 알찬 도시 마카오의 역사도 꽤나 드라마틱한지라 그 이야기는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무역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던 16세기 대항해 시대. 당시 최고의 강대국 포르투갈은 강력한 연합함대를 배경으로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다. 1513년, 조르지 알바레스(Georges Alvarez)는 우연히 마카오 일대의 해적을 소탕한 대가로 마카오에 대한 독점무역권을 얻게 된다. 이후 중국과 홍콩 등에서 이주해 온 이들은 마카오 원주민과 함께 작고 척박한 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마카오는 작고 가녀린 도시였지만, 아시아와 서양의 문물을 교역하는 항로로서 더없이 매력적인 위치였다. 그 화려한 전성기는 한동안 계속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841년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로 삼은 뒤 마카오의 교역량은 점차 홍콩에 뒤지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쇠약기를 걷기 시작했고 급기야 중국과 포르투갈 간 국교 체결에 따라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12월 마카오를 중국에 반환하게 된다. 홍콩이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개발과 성장을 이루는 탓에 마카오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연환경, 휴양지로서의 명성과 지중해풍의 도시 경관을 얻게 되었다. 현재 마카오는 그 독특한 문화의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특별행정구역’으로 분류돼 독자적인 자치지구를 형성 중이다. 중국 정부로부터 일체의 간섭도 받지 않는 그들은 오늘의 관광대국을 이룬 저력을 바탕으로 ‘마카오인’이라는 지역적 자긍심을 높이 세운다. 스스로 문화를 형성하고 자본을 창출해 온전한 자립의 길을 걷는 그들, 마카오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숙지해야만이 비로소 마카오의 진짜 고백을 사심 없이 들을 수 있다.

우리에게 카지노만 있는 건 아니에요

2 미사를 마친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저마다의 바람을 적는다 3 성 바오로 성당 근처에는 학교가 많아 교복 입은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4 마카오 타워를 끼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사실 마카오 관광산업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카지노 수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인구 50만 중 5만 명 정도가 카지노 업계에 종사할 정도니 그들에게 카지노는 일상이자 비즈니스의 일부인 셈이다. 과거 카지노의 번성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것만이 마카오의 전부는 아니다. 보다 전방위적인 여행 산업으로 뛰어들면서 숨겨진 매력을 알리기 위한 마카오의 목소리는 뜨겁다. 홍콩에서 60km, 페리로 한 시간 거리의 마카오는 더 이상 도박선을 타고 하룻밤의 유흥을 위해 몰래 숨어드는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선착장 앞으로 난 2차선 도로는 매년 11월 ‘마카오 그랑프리’를 위한 날렵한 레이스를 위해 탈바꿈한다. ‘마카오 그랑프리’를 위해 전세계의 부호들이 고급 레이스카와 함께 몰려드는데, 세계적인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도 이 대회의 우승한 경험을 지닐 정도로 유명세를 치른 지 오래. 

이 같은 크고 작은 축제들과 함께 마카오 여행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것은 포르투갈이 남기고 간 건축물들이다. 마카오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만 총 25개에 이른다. 고작 두 개의 섬과 반도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에 이 같은 유산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도보로 이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다는 데 매력은 더욱 크다. 기아 등대를 제외한다면 24개의 문화유산은 도보 2시간 내의 거리에 자리한다. 관광 시간과 시선의 깊이에 따라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가벼운 옷과 편안한 신발을 신고 포르투갈과 마카오의 신비로운 공존을 들여다보자. 

무엇보다 마카오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인 ‘안토니오 성당(Igreja de Saint Antonio)’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유품이 보관되어 있다.   

굳이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마카오의 문화유산들은 충분히 둘러볼 만한 재미가 있다. 마치 로마의 스페인 광장을 연상시키는 ‘성바오로 성당’ 주변에서는 계단에 앉아 맛보는 에그타르트와 점차가 달콤한 낭만을 준다. 아시아 최초의 유럽식 대학이던 이곳은 1835년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고 일부 벽면만 남은 상태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다. 그 뒤편의 ‘몬테요새(Fortaleza de Monte)’는 치열했던 마카오와 네덜란드의 전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밖에도 마카오 시내의 중심이자 여행자들의 집결지와도 같은 ‘세나도 광장(Largo de Senado)’은 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하루 정도면 충분히 식사도 즐기며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1, 2 성 아우구스틴 성당의 아름다운 건물 양식은 굳이 신앙심이 없더라도 여행자에게 큰 볼거리다 3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마카오에서 신앙공부를 했던 탓에 유독 많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4 성 바울 성당의 외관. 화재로 거의 손실되어 이처럼 파사드 부분만 남아있다 5, 6 안토니오 셰프가 만드는 매캐니즈 요리 7 마카오에서는 포르투갈 와인을 저렴하고 손쉽게 맛볼 수 있다


포르투갈 음식의 보고

마카오에 드리운 포르투갈인들의 그림자는 다양한 시도를 거쳐 마카오만의 음식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흔히 ‘매캐니즈 퀴진’이라 불리는 이 독특한 요리는 대양을 누비며 가져온 인도의 향신료와 아프리카의 고추, 말레이시아의 고수와 코코넛, 그리고 중국 본토의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마카오에는 현재 15개의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남아있는데, 저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화려한 포르투갈 와인리스트로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저렴한 물가 덕에 한국보다 절반 가격에 고풍스런 정찬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새우, 가재, 오징어, 홍합 등 인근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포르투갈 음식에 주목하자. 올리브와 마늘, 그리고 매콤한 향신료를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파타 네그라(Pata Nagra)라 불리는 돼지고기는 애피타이저를 넘어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그중 타이파 빌리지 안에 자리잡은 ‘안토니오 레스토랑(Antonio Restaurant)’은 마카오에서 손꼽히는 포르투갈 레스토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10년 넘게 마카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안토니오는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지닌 인기 셰프. 스스로 “제 2의 고향”이라 말할 정도로 마카오는 그에게 사업가로서의 부와 성공, 그리고 셰프로서의 명예까지 안겨준 아주 특별한 도시다.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으면 셰프가 직접 와인을 추천하고 관광객에게는 낯선 메뉴를 설명해 준다. 지중해 작은 마을에 초대된 듯 아담하게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가 인상적. 1층 테이블은 단 5개뿐이라 반드시 예약이 필수다. 3층 옥상 정원은 프라이빗한 모임을 즐기기에 좋다. 

포르투갈 요리도 여타의 서양 요리와 마찬가지로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순으로 즐기면 된다. 코코넛 가루를 곱게 입혀 구운 아프리카 치킨, 해산물과 밥을 매콤하게 버무려낸 시푸드 라이스, 마늘을 듬성듬성 썰어 올리브를 두른 조개요리 등이 인기. 요리사들의 현란한 퍼포먼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포르투갈 소시지나 새콤한 디저트 크레이프를 주문하면 눈앞에서 불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무사의 날카로운 검으로 샴페인의 코르크를 제거하는 무시무시한(?) 퍼포먼스 또한 빼놓지 말자. 보통 포르투갈 와인에 3~4가지 요리를 맛볼 경우 1인당 한화 3~4만원 정도.
영업시간 월~금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오후 11시, 주말/ 정오~오후 11시 문의 +853-6686-4200 www.antoniomacau.com


고급호텔을 누리는 재미

호텔과 카지노 산업은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는다. 마카오 내 20개가 넘는 카지노는 호텔에 입점해 있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베팅을 즐길 수 있다. 이 카지노 산업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 바로 호텔 시설. 에르메스의 목욕용품과 뱅앤올룹슨 음향 시스템 등 퀄리티 면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그랜드 리스보아(Grand Lisboa)’, 마카오 어디에도 없는 명품숍이 포진된 ‘윈 마카오(Wynn Macau)’, 6성급의 서비스를 표방하는 ‘크라운 마카오(Crown Macau)’, 로비에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상을 비치한 ‘MGM 그랜드 마카오(MGM Grand Macau)’, 그리고 화려하고 흥미로운 쇼를 갖춘 ‘스타월드 호텔(Starworld Hotel)’등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이들은 모두 별 다섯 개의 위용을 자랑하며 여행객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최근 동남아 특유의 휴양지 느낌을 강조한 ‘포시즌 호텔(Four Seasons Hotel)’이 오픈하면서 그 선택의 폭은 더욱 다양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카오의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호텔 문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베네시안 마카오(Venetian Macau)’를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시안 호텔보다 약 1.5배 큰 규모로 3,000개 전 객실 스위트룸을 자랑한다. 이곳은 시스티나 예배당처럼 로비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인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건축물을 표방해 24K 금박 종이 3백만 장을 사용, 천장 벽화와 인공 하늘을 일일이 붓으로 그려냈다. 시간에 따라 빛을 달리하는 인공조명 역시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고, 호텔 내 인공 운하에서 곤돌라를 탈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다.

마카오에서 호텔은 숙소로서의 기능을 넘어 여행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관광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정부의 도시 계획에 따라 세인트 레지스, 쉐라톤, 샹그릴라, 리츠 칼튼 등 12개의 5성급 호텔들이 조만간 근사한 모습으로 완공될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코타이 스트립 지역에는 2012년까지 이 같은 총 12개의 호텔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티 오브 드림’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다. 머릿속으로도 쉽게 그려지지 않는 거대 호텔 도시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에 맞춰 지난 8월28일 오픈한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ZAIA)’는 고급 호텔의 부대시설인 극장식 공연을 지향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한자리에서 몇 달이고 운영하는 상설공연과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투어공연으로 구분해 만든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현재 5개의 쇼가 상설공연중이며, 마카오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설공연장이 열린 곳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소녀 자이아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동안 휴머니즘에 눈뜨게 된다는 이야기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인간의 몸을 가학적으로 이용하는 서커스의 애잔함을 걷어내고, 무대 전체를 신비로운 우주 공간으로 활용해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끌어낸다.
문의  +852- 6333-6660  www.cirquedusoleil.com


1 MGM 마카오 로비의 풍경.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일본 중년부부의 모습 2,7 최근 새로 오픈한 포시즌즈 호텔 3, 4 MGM 호텔 로비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과 다양한 미술품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5 태양의 서커스‘자이아’의 또 다른 주인공 삐에로 6 베네시안 마카오 천장을 장식하는 대형 프레스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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