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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환자를 위한 의사의 고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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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종합병원 2>. 필자가 본 편은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 아이의 엄마와 또 다른 한 여자 사이에서 고뇌하는 전공의의 이야기. 시기에 맞추어서 뇌사자 장기가 오지 않으면 목숨이 끊기게 되는 절박한 한 여자가 수술비가 없어 간 이식을 할 수 없는 아이 엄마의 장기를 매매받고자 한다. 하지만 담당 전공의가 매매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병원에서는 간 이식 수술을 거부하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 절망하는 환자와 괴로워 하는 전공의. 전공의에게 외과 교수는 “외과 의사는 로봇이 되어야 하지만 환자 괴로움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 로봇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의사는 환자 입장을 이해해야 하지만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냉정함 또한 잃지 않아야만 한다. 환자 이야기를 듣고 환자 입장을 중시하다 보면 객관성을 잃게 되어 중요한 판단을 흐릴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은 아직 미숙한 전공의의 경우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정신과 진료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정신과 진료시 환자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은 구구절절 사연들도 많아 어떤 경우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면 환자 입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환자를 미워하거나 좋아하게 되는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정신과에서는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라고 한다. 경험이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치료에 임할 수가 있지만 경험이 적은 경우 이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미숙한 전공의가 보여준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환자 입장에서 괴로워하는 ‘동정(sympathy)’의 자세이고 이를 충고한 외과 교수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여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감(empathy)’의 자세라 할 수 있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www.wellm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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