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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리베-덴마크 최고(最古)의 마을을 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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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최고最古의 마을을 가다

리베(Ribe)엔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유명한 프랑스 파리도 아니고, 이탈리아 로마도 아닌, 이름만 듣고는 도무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이 낯선 마을. 리베에 둥지를 튼 일가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요, 숨겨둔 낭군님이 계신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자꾸만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일까? 리베의 그 무엇이 이토록 나를 잡아끄는지에 대한 가벼운 산책과도 같은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에디터  이민희 기자   글·사진  Traviest 이유미


과연 우리는 덴마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럽 북부 유틀란트(Jutland) 반도와 그 동쪽 해상의 다수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 등으로 유명한 안데르센이 태어난 나라…. 그렇다면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발을 내딛는 순간 중세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는 도시, 전통복장 그대로의 야경꾼이 아직도 밤마다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 바로 지금부터 여행할 덴마크의 최고(最古) 마을,  리베다.

중세로 가는 문이 열린다

리베는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로는 수로를 통해 바덴해(Wadden Sea)와 연결되어 있는 리베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바이킹 시대로 불리던 8세기 무렵부터 상업도시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덴마크 왕국의 서쪽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오던 리베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 리베의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에는 자연스레 스칸디나비아반도를 비롯한 유럽 곳곳으로부터 무역상들과 각종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리베는 수세기에 걸쳐 점점 더 융성한 상업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리베의 북동쪽에 위치한 성 니콜라이 거리 주변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통해 일찍부터 상업 도시로 번성해 온 리베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 성 니콜라이 거리의 마켓 플레이스도 8세기 무렵의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리베를 찾는 이들에게 과거의 향기를 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12세기 말엽에 이르러서는 오늘날까지 리베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리베 성당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도시는 리베 강 남쪽까지 점점 그 세력을 넓혀 간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옛말이 옳음을 리베는 그 역사를 통해 보여 준다. 교역의 중심지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던 리베는 16세기 말에 이르러 전염병의 창궐, 홍수, 강의 범람,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점차 그 중요성을 잃어 가게 된다. 특히 1580년에 있었던 대 화재는 리베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수많은 역사적 건물들을 태우고서야 진압되었다고 하니, 멀리 이국땅에서 온 이방인이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17세기 중반에는 스웨덴과의 전쟁 중에 리버후스 궁전(Riberhus Castle)마저 파괴되고 만다. 현재는 궁전이 있던 슬롯츠방켄에는 희미한 궁전터와 궁전에서 꽃다운 시절을 보냈던,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던 체코 출신의 왕비, 다그마르(Queen Dagmar)의 동상만이 이름 모를 들꽃들로 뒤덮인 이곳을 지키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리베가 오늘날까지도 16세기 말 무렵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데는 이 도시의 쇠퇴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도시가 쇠퇴해 가면서 사람들은 이전만큼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고, 이런 이유로 새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짓기 이전에 이미 갖고 있던 것들을 수리해 나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1580년대 화재에서 살아남은 건물들은 지속적으로 수리되고 관리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16세기 말, 교역의 중심지로서의 리베가 쇠퇴한 덕분에 오늘날 이토록 아름다운 중세도시 리베를 만날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이 또한 역사가 지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 리베가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할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 수로 2 과거의 모습을 지켜 나가는 리베 사람들 3 리베의 한가로운 오후 4 리베에 온 이상 야경꾼과 함께 하는 리베 투어는 꼭 참가해 보는 것이 좋다


리베를 탐험하는 특별한 두 가지 방법
야경꾼과 함께하는 리베 투어 & 고스크 워크 투어
 

리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은 바로 야경꾼(The Night Watchmen)의 모습이다. 과거 야경꾼은 해 질 무렵 램프를 들고 리베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의 역할과 화재와 홍수를 예방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경찰관이 등장하면서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오던 야경꾼의 시대는 1902년 막을 내리게 되었고 1932년, 리베시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야경꾼을 부활시키게 된다. 

오늘날까지 야경꾼은 전통 그대로의 복장으로 꼬불꼬불한 리베의 골목길을 돌면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함께하는 이들에게 리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거나 전통 노래를 불러 준다. 야경꾼과 함께하는 리베 투어, 참가는 무료이나 얻는 것은 이보다 더 값질 순 없다. 리베 투어는 여름 동안 매일 오후 8시와 10시에 진행되며 약 45분 정도 소요된다. 예약이 필요 없으니 마켓 플레이스에서 야경꾼을 만나면 따라가도록 하자.

덴마크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마녀가 바로 이곳 리베에 살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 한없이 포근하고 로맨틱해 보이는 마을에도 중세시대 마녀사냥에 희생당한 수많은 여성들의 과거와 왕의 암살에 관련된 으스스한 이야기가 살아있다. 한여름 밤에 펼쳐지는 아찔하고도 스릴 넘치는 고스트 워크 투어는 리베를 둘러보는 가장 스펙터클한 방법일 수 있으니 이 또한 놓치지 말자. 고스트 워크 투어는 매년 7월과 8월의 수요일 저녁에 열리며 리베 투어와는 달리 티켓 예매가 필수이다(성인 DKK50, 14세 이하 무료).


황새를 반기듯이

리베 시내를 걷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신기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건물들의 굴뚝 위에 나무로 만든 바구니 같은 것이 놓여 있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3월의 리베가 그 해답을 줄 것이다. 

매년 3월 말이면 리베는 먼 비행을 마치고 매년 이곳을 찾는 황새를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어김없이 매년 같은 시기에 이 마을을 찾는 황새들은 리베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나 다름없다. 덴마크에서 황새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이나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미 유틀란트 반도 대부분의 지역을 찾는 황새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황새보호협회까지 결성해 황새를 지키고자 하는 리베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매년 상당수의 황새들이 이곳 리베를 다시 찾는다고 한다. 

황새가 도착한 이후 첫 번째 목요일에는 황새보호협회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개구리 모양의 초콜릿과 용천수를 나눠 주는 이벤트를 펼친다. 이와 더불어 마치 영화제나 시상식을 연상시키는 레드카펫까지 깔고 거창하게 황새의 도착을 선포하고, 황새가 둥지에 앉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에게는 시상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황새에 대한 리베 시민들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리라.

이렇게 황새마저도 진심으로 반기는 사람들이 바로 리베 시민들이다. 하물며 같은 인간인 우리들이 방문한다면, 황새가 날아오는 곳보다 더 먼 한국에서 날아온다면, 그 반기는 정도가 오죽하랴.
덴마크에서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덴마크 최고(最古)의 도시, 리베. 감히 말하건대, 펄펄 뛰는 물고기처럼 살아있는 중세도시인 이곳을 아직 가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덴마크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이벤트가 가득
 

리베는 중세의 건물들만 즐비한 죽어 있는 중세도시가 아니다. 일년 내내 각지로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리베의 매력은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벤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SPRING
리베의 봄을 바이킹 스타일로 만끽하는 법 ‘바이킹 마켓’

매년 5월 첫째 주말이면, 리베는 각지에서 몰려든 바이킹들로 북적댄다. 덴마크에서 가장 큰 바이킹 마켓 행사가 바로 이곳 리베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리베가 가장 융성하던 시대, 그 황금기를 이끈 이들은 바이킹들이었다. 그들은 뛰어난 항해사이자, 해상무역을 하던 상인, 그리고 훌륭한 솜씨를 갖춘 장인 혹은 농부들이었던 것.
바이킹 마켓이 열리는 동안, 리베의 야외 이곳저곳에서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사람들은 몇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바이킹 시대 그대로의 옷을 입고, 전투를 재연한다. 미디어와 돈에 의해 왜곡된 바이킹의 모습이 아닌 진실 그대로의 바이킹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5월의 리베를 찾고 볼 일이다.

SUMMER
리베의 여름은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리베 재즈 페스티벌’ 

중세도시에서 재즈를 듣는 느낌은 어떨까? 리베의 여름은 음악으로 충만한 계절이다. 2009년으로 벌써 15년째를 맞는 리베 재즈 페스티벌. 매년 7월 마지막 주말이면 재즈의 선율이 리베를 수놓는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재즈싱어부터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덴마크의 젊은 재즈싱어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 이 밖에도 오랜 역사를 가진 리베 성당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와 야외 곳곳에서 펼쳐지는 음악과 춤의 향연은 오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니, 작은 중세도시 리베의 7월은 재즈와 함께 저물어 간다.

AUTUMN
로맨틱한 와인의 향기 ‘리베 와인 페스티벌’

본디 세상 모든 로맨틱한 것들은 가을이 무르익을수록 최고의 감흥을 이끌어내는 법. 로맨틱한 중세 도시 리베와 잘 어울리는 와인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매년 9월에 열리는 리베 와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리베를 방문한다면, 도시 전체를 감싸 안은 달콤한 와인의 향기에 취해 버리고 만다. 중세 분위기를 간직한 리베의 골목을 걸으며 신나는 와인파티에 흠뻑 취해 보는 것도 좋을 듯.
가을이 깊어져 10월이 되면, 리베는 다시 한번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컬쳐 나이트(Culture Night)가 바로 그 주인공. 중세 복장을 한 리베 시민들의 모습,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행사들로 리베 전체가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세 마녀사냥 재현부터 리베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 등에서 벌어지는 연주회까지. ‘리베다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10월의 리베를 방문하기를.

WINTER
중세의 크리스마스 ‘리베의 크리스마스’
 

100년이 훌쩍 넘는 긴 세월 동안 덴마크 아이들에게 널리 사랑받아 온 동화 <피터의 크리스마스>. 작가는 완벽한 중세의 아름다움을 갖춘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동화 속의 피터가 넋을 빼앗긴 아름다운 리베의 크리스마스 는 가히 환상적이다. 하지만 마냥 피터를 부러워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리베에서는 피터가 바라보던 그 방식 그대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옛날 그 방식 그대로 크리스마스 장터가 서고, 오랜 세월을 간직한 건물들이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꾸며지는 곳. 상상 속 중세의 크리스마스가 그 모습 그대로 당신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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