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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백성현-사진에 담긴 그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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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백성현
사진에 담긴 그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다
 

포토그래퍼 by100은 네이버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15만을 기록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의 미니홈피에서 혹은 미니홈피로부터 인터넷 세상 어딘가로 확산된 by100의 사진과 에세이를 접했던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by100의, 아니 연예인 빽가의, 아니 포토그래퍼 백성현의 진심이 담긴 사진과 사진에 대한 그의 가슴 떨리는 열정을. 

글  김영미 기자   사진제공  Studio by100 


#1 사진과 백성현

우리는 종종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보고 그 사람을 재단한다. 댄스 음악에 신나는 랩을 하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예능형 연예인 빽가의 모습만을 아는 이라면, 그가 백성현이라는 본명을 내걸고 출간한 포토에세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가 상당히 낯설었을 것이다. ‘래퍼가 사진도 찍어?’하는 식의 반응을 보일 테지만 실은, ‘사진가가 랩도 했어.’가 옳다.

1981년 태어나 1989년부터 사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백성현은 서울공고 사진과에 입학해 보도반으로 활동하며 교내학생사진대회에서 대상까지 거머쥔 실력 있는 사진학도였다. 그러나 집안 형편 때문에 대입을 앞두고 사진을 포기해야 했다. 코요태의 래퍼 활동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찾은 백성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 묵혀 두었던 자신의 꿈, 카메라를 사는 일이었다. 실력이 녹슬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면서 찍은 첫 사진은 사진을 찍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그의 손이었다. 

#2 사진과 사랑 

지난 2월14일 백성현은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독자와의 만남을 친근한  형식으로, 친한 뮤지션들과 함께 꾸민 무대였다. 준비했던 자리가 꽉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이들이 책과 관련된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사진과 사랑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얼핏 생각해도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심오한 이 질문에 백성현은 “내게 사진과 사랑은 둘 다 너무 큰 존재다. 사진과 사랑의 ‘사’를 죽을 사(死)를 써서, 나에게 없으면 죽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삶의 일부인 사랑인데, (적어도 사진과 관련해서는) 굴곡졌던 그의 짧은 인생사가 담긴 책에 사랑 이야기가 쏙 빠져 있다. 어찌된 일일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사랑을 했었다. 원고에 사랑 이야기도 썼었는데 편집자가 읽어보더니 정말 이런 사랑을 했느냐고, 대단하다고, <사랑과 전쟁>에도 안 나올법한 얘기라고 하더라.” 스스로 사랑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차마 그 아픈 사랑을 풀어놓으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사랑의 경험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는 한 여자의 뒤틀어진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4년 째 집필하고 있다. “궁상을 떨다가 떠올랐다”고 밝힌 그 소설은 스릴러 장르로, 영화 <미저리>보다 심한 삐뚤어지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데드라인 없이 틈틈이 쓰고 있다는 소설은 현재 결말 부분을 앞둔 상황. “평소에 스릴러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이런 걸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그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소설을 마치겠다는 태세다. 초등학교 때 글짓기 상장을 가장 많이 받았던 백성현은 조만간 소설가라는 타이틀도 달게 될지도 모르겠다.

#3 사진과 여행

백성현은 데뷔 후 일과 여행으로 수차례 이국 땅을 밟았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이 아닌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그곳의 모든 하늘과 땅을 찍는다. “예전에는 묻지 않고 인물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그게 잘못되고 예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사람을 찍기 전엔 항상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 승낙한다. 쳐다보지는 않더라도.” 출장지에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마다 망설이는 기자에게 딱 필요한 노하우다.

그에게 가장 기억게 남는 여행지는 해외의 어딘가가 아닌 부산 인근의 이름 모를 바닷가. 힘들거나 답답한 일이 있으면 바다를 찾는 그는 속초, 강릉, 동해 여러 군데를 다녀봤지만 ‘부산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를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나오는’ 그 바다가 특히 좋단다. “근처에 꼼장어 집이 많은데, 혼자서는 도저히 못 들어갈 것 같아서 아직 못 먹었다. 다음에 누군가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면서.

최근 그는 배우 최진영씨와 함께 베트남으로 값진 여행을 다녀왔다. 하노이에서 2시간여 떨어진 빙푹성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이었다. “우리나라의 빈곤층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물이 없어서 땅을 파 빗물을 받아서 먹고, 아무 풀이나 뜯어 식사를 해결하더라.” 그는 그곳을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라 표현했지만, 그곳에는 사람들과 표정을 잃은 아이들이 있었다. 백성현은 네이버에 봉사활동 후기와 함께 아이들의 사진을 올렸다. 그의 사진은 게시글을 조회한 20만명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울림을 주었으리라.


#4 다시, 사진과 백성현

그의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백성현에게서 느꼈던 것은 사진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었다. “내 삶의 모토는 진실이다. 사진도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포토그래퍼로서 비교적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뉴욕으로 8개의 포트폴리오 보냈는데 4개의 회사에서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는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당분간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말끔하게 벗을 수 없지만, 뉴욕 건은 오로지 사진 실력으로만 평가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뿌듯한 일이다. “잘 되면 5년 안에 케이트 모스를 찍든 지젤 번천을 찍든 유명한 누군가를 찍을 것이다. 내가 꼭 찍고 싶은 사람은 배우 겸 감독인 빈센트 겔로. 그의 빈티지한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5년으로 잡은 뉴욕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겠지만, 군복무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다. “현재 공익근무 등급이지만, 시력이 많이 좋지 않아 면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리되든 저리되든 상관없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그에게 사진만 찍을 수 있다면야, 뉴욕행 비행기에 타는 시기 따위는 중요치 않아 보였다.

백성현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photo & camera 2기생’을 모집했다. 사진 공부를 하고 싶지만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무료 사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강료 대신에 사진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만을 받겠다는 그의 글에, 아끼던 카메라 장비들을 남대문 시장에 팔면서 서러운 눈물을 펑펑 쏟았던 고등학교 3학년 백성현이 겹쳐진다. 그가 사진과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나게 된 드라마틱한 과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분명히 백성현과 학생들을 응원할 것이다. 물론 by 100이 건넨 말을 더 오래 더 진지하게 듣고픈 나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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