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독립영화 한 편이 화제다. 늙은 소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어떤 이들은 영화를 보며 소와 아버지를 추억했다는데, 직업병인지 나는?'늙은 소'가 평균수명 15년을 훌쩍 넘어 40년을 살아낸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40년을 살아온 ‘늙은 소’에게서는 퇴행성 질환이 엿보인다. 하지만 평균연령을 두 배 넘게 상회한 '고령'을 고려하면 아주 건강한 편인 듯하다. 가끔 설사를 하거나 쓰러지는 것은 오장육부의 기운이 허해져서 생기는 노인병의 특성으로, 소나 사람이나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 내가 생각하는 소의 장수비결은 '음식과 일'에 있다.
사료를 거부하고 소를 먹일 '꼴'을 위해 농약 한번 안 쓰고 농사를 지으면서, 짬만 나면 '꼴'베는 할아버지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30년을 '일 소'로 쉼 없이 일을 해야 했던 것이?소의 장수비결이라 믿고 싶다. 필요한 만큼만 먹고, 여러 개의 위를 가지고 거친 '꼴'을 소화하기 위해 쉽없이 되새김질을 하는 수고로 인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늙은 소'는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편이다. 현실에 빗대 보면 늘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에 둘러싸인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옳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긴 세월 살아오면서 비록 퇴행성 관절염이란 병을 얻기는 했지만, 매일 나다니며 일한 덕에 그리 긴 세월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영양 많은 사료를 먹고,우사에서 편히 생활하는 소들의 평균수명이 짧은 것을 보면 몸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늙은 소'도 할아버지도, 더 큰 장수의 비결은 서로 믿고 의지하며 늘 곁에 있어 주는 존재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직업에서 오는 편견으로 이들의 장수비결을 먹거리와 일에서 찾아 보았다.
*이번 글은 경희봄한의원 문상현원장님의 글을 발췌 게재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