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토리현 가이케 온천 ⓒ JNTO
일본 재발견 - 주고쿠 탐방기 ②
만화 속 캐릭터를 그 길에서 만나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면한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은 예로부터 산인(山陰)지방이라 불려 왔다. 이 두 지역에는 농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적어 한적한 시골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전형적인 일본의 섬세한 풍경을 자랑하는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조금 부족하다 싶은 소박함이 오히려 가슴에 와 닿는다. 화장기라곤 전혀 없는 수더분한 시골 아낙처럼 산인지방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글·사진 최병길 기자 취재협조 돗토리현, 시마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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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현
요괴마을
요나고공항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진 사카이미나토시는 <게게게의 기타로>로 유명한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주인공들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요괴마을로 유명하다. 투니버스에서 <요괴인간 타요마>로 소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들이 있다. 역에서부터 800m 정도의 거리를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고 명명해 놓았는데 눈알아저씨, 간사하쥐, 고양이소녀 등 각종 캐릭터의 동상들이 130여 개나 설치되어 있다.
길가의 가로등조차도 눈알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요괴하우스, 기타로 캐릭터숍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요괴 캐릭터들이 마을 전체에 포진하고 있어 TV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지척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리면 기타로 시리즈를 몰라도 요괴세상을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 눈알아저씨‘. 메다마 오야지’라고 하며 눈알에 몸이 붙어 있는 기타로의 아빠 2 기타로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착한 요괴. 왼쪽부터 응애할아버지, 기타로, 간사하쥐, 모래할머니 3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에 걸쳐 지어진 흰 벽 창고가 다마가와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거리‘시라가베 도조군’4 명탐정 코난시리즈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
코난 거리 &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JR유라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는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을 만나는 ‘코난 거리’와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발명품들을 실제로 제작해서 전시해 놓은 것이 흥미롭고, 각국 언어로 출판된 작품들을 수집해서 전시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도 있다. 그 밖에도 유년시절 사용하던 물건과 자료까지 전시되어 있어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열네 살>의 배경지 구라요시도 있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강추 스폿이다.
미사사 온천 & 가이케 온천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온천들. 라듐온천인 미사사 온천은 900년 전부터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 온천가이다. 옛 정취가 가득한 골목을 걷다 보면 메이지시대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골목마다 늘어선 상점들에서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암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천식, 당뇨병, 피부병 등에 효능이 좋아 고즈넉한 온천마을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1900년, 바다에서 솟아나는 원천을 발견한 뒤 시작된 가이케 온천은 온천과 더불어 카약과 크루징, 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중저 칼로리 식단과 온천을 결합해서 탄생시킨 건강 프로그램 ‘슬리밍 스테이(Slimming Stay)’도 운영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1 돗토리 사구는 동서 16km, 남북 2km에 걸쳐 뻗어 있는 광대한 해안 사구로 천연기념물이다. 바람결이 만들어 내는 풍문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예술의 극치를 보여 준다. 패러글라이딩, 샌드보드, 윈드서핑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낙타를 타고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2 미사사 온천은 고농도의 라돈을 함유한 세계유수의 방사능천으로 주변에 치료를 위해 장기 투숙하는사람들을 위한 저렴한 여인숙도 있다. 고풍스런 온천가 골목에는 오래된 상점들이 미니갤러리를 겸하고 있다 3 돗토리 하나카이로의 심볼‘플라워 돔’4 전망회랑은 지붕이 있어 비나 눈이 와도 안심 5 미사사 온천의 가와라 노천탕은 24시간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6 계절의 미각‘마쓰바가니’는 11월에서 3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7,8 하나카이로에서 만난 아름다운 꽃들
돗토리 하나카이로
일본 최대의 플라워 파크로 일본의 4대 명산으로 꼽히는 다이센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계절을 아랑곳하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는 꽃들은 다이센을 배경으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의 메인 플라워인 백합은 개화 시기를 조정하여 일년 내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1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꽃밭 ‘꽃의 언덕’에 피어난 붉은 샐비어와 튤립은 온 땅을 불태울 듯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장관을 이룬다. 직경 50m, 높이 21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온실 ‘플라워 돔’으로 발길을 옮기면 한겨울에도 계절을 잊고 활짝 피어난 각종 난을 비롯한 아열대식물들을 볼 수 있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파크를 돌아볼 수 있는 전망회랑은 1km에 이른다. 전천후로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마네현
다마즈쿠리 온천
다마즈쿠리 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거치며 지금도 시마네현을 대표하는 온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즈모국 풍토기>에 ‘한 번 입욕하면 모습이 단정해지고, 두 번 입욕하면 만병이 낫는다’고 기록되어 있어, 지금도 예뻐지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다마유가와 강 좌우로 현대식 온천여관이 줄지어 서 있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켜본 듯한 오래된 벚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어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온천가 전체가 눈부신 꽃눈으로 뒤덮인다.
이 밖에도, 16세기의 전통적인 은광산 터로 채굴부터 제련, 운반에 이르기까지의 관련 시설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연료용 목재를 벌목하던 울창한 원시림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와미긴잔을 비롯하여 이즈모다이샤 등 많은 역사 유적들이 있다.
1 온천을 한 다음날은 예뻐졌다는 공치사가 만발하는 다마즈쿠리 온천 2 아다치 미술관의 연못정원 3 일본정원 유시엔. 모란관에 가면 언제라도 활짝 핀 모란꽃을 볼 수 있다 4 봄이면 벚꽃과 동백꽃이 만발하는 마쓰에시의 심볼‘마쓰에성’ 5 신지코의 일몰
아다치 미술관
아다치 미술관은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 130여 점을 비롯하여 일본 근대미술의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림 같은 정원으로 더 유명하다.
‘정원도 한 폭의 그림이다’며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정원에 놓을 돌들과 나무들을 직접 구해 정원을 가꾼 설립자 ‘아다치 젠코’의 피눈물 나는 노력에는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 넓디 넓은 아다치 미술관의 일본정원은 803군데에 이르는 내로라 하는 정원들을 제치고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연속해서 일본 제일로 선정되었다. 이 밖에도 전통식사를 하며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유시엔도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특히 ‘모란관’은 일년 내내 모란꽃이 피어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마쓰에 성
마쓰에 성은 에도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천수각이 지금도 남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높이 30m에 이르는 천수각에 오르면 마쓰에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성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해자를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코스도 있다. 겨울에는 유람선에 이불과 코다쓰(난방기구)를 비치하므로 추워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근처에는 둘레가 45km나 되는 신지코 호수가 있다. 담수와 해수가 섞여 있어 다양한 어패류가 잡힌다. 신지코에서 잡은 7종류의 어류로 만드는 카이세키 요리를 특히 ‘신지코 칠진’이라고 하며 아름다운 일몰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동해와 접한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은 11월부터 대게 ‘마쓰바가니’ 잡이가 시작되므로 명물 대게요리는 겨울이 제철이다. 현재 현대드림투어에서 미사사 온천과 겨울 게요리, 다마즈쿠리 온천과 맛 체험 상품을 각각 판매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온천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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