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차여행-철로 따라 흐르는 여행, 토스카나 · 움브리아①Firenze"
"이탈리아 기차여행-철로 따라 흐르는 여행, 토스카나 · 움브리아①Firenze"
  • 트래비
  • 승인 2009.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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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역

철로 따라 흐르는 여행
토스카나 · 움브리아
Secret Favorite Cities


이탈리아는 곱씹을수록, 되새김질 할 때마다 감칠맛이 나는 동네다. 현지에서는 무덤덤하게 들여다보던 유적 하나, 그림 한 점이 일상생활로 복귀한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르며 짙은 그리움을 발산케 하니 말이다. 바에서 가볍게 마시던 에스프레소 한잔, ‘발에 채일 만큼 흔한’ 예술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그대를 위해, 기차를 타고 느릿느릿 돌아본 이탈리아 기차 여행기를 준비했다. 마음속에 꼭꼭 감추어 두었다가, 팍팍한 현실에 지친 어느 때쯤 몰래 펼쳐 보고픈 보석 같은 도시들.

글·사진  오경연 기자  
취재협조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www.raileurope-korea.com,  
Grand Hotel Mediterraneo  www.hotelmediterraneo.com


Cities in ToscanaⅠ
 Firenze

그녀의 ‘숨겨진 조각들’

얼마나 아름답기에 도시 이름이 ‘피렌체(Firenze)’일까. 이탈리아어로 꽃을 의미하는 ‘피오레(Fiore)’에서 유래한 도시명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도시도 드물다. 토스카나주의 주도이자 이탈리아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던 당시의 모습을 오롯이 보전하고 있는 이 도시는, 굳이 묘사하라면 단아하게 치장한 귀족 여인상을 떠올리게 한다. 별다른 수식이 필요없을 만큼 잘 알려진 명소도 많거니와, 이번에는 예전에 간과했던 숨은 여행지들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중세 시대로의 타임머신을 타다 미켈란젤로 광장

이번 여행은 오늘 종일 둘러볼 피렌체의 전경을 보는 것으로 출발한다. 피렌체에서 가장 전망이 좋기로 알려진,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일단 도시의 큰 그림을 머릿속에 담은 뒤 거미줄처럼 흩어진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높지 않은 언덕을 구불구불 10여 분 올랐을까, 탁 트인 광장에 우뚝 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의 뒷모습이 아련히 보이기 시작했다. 진품은 시내의 아카데미아 갤러리에 있지만, 피렌체 시내 주요 관광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복제상이다. 현재는 보수작업 중이지만, 베키오 궁전 앞에서도 <다비드> 복제상을 만날 수 있다.
<다비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피렌체의 전경이 한눈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두오모, 베키오 궁전, 베키오 다리, 조토의 종루 등 규모 있는 주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피렌체 시내 모습은, 중세에서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 아련한 과거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편리하게 떠나는 시내여행 투어버스

2층짜리 투어버스는 내로라하는 관광지에서는 한번쯤 마주칠 법한 ‘흔한’ 교통수단이자 한번쯤은 타보고 싶었던 ‘로망’이었다. 이번 피렌체여행에서는 눈으로만 보던 투어버스에 과감히 몸을 실어 보았다. A, B 두 가지 노선으로 운행하며 피렌체 중앙역, 두오모, 베키오 궁전 등 피렌체 주요 관광지를 고루 훑는 코스이다. 버스를 타고 죽 이동하면서 차내 방송으로 각 지역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들을 수 있고(영어 가능), 들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자유롭게 내렸다 다른 버스로 갈아탈 수 있어 편리하다. 탁 트인 2층 지붕 위로 올라가서 위에서 주변 전경을 둘러보며 여행하는 묘미는 쏠쏠하지만,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나 후덥지근한 여름날에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City Sightseeing Firenze 

가격 성인 20유로(15세 이하 성인 동반시 무료. 3월27일까지)
간략한 코스   라인A Stazione SMN→Duomo→S. Croce→S. Marco→P.le Michelangelo  라인B S. Fredino→S. Spirito→S. Domenico→Fiesole→Ponte Vecchio→Pitti
문의 www.firenze.city-sightseeing.it


1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시내 전경. 가운데 보이는 다리가 폰테 베키오(Old Bridge)이다 2 미켈란젤로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다비드> 3 피티 궁전 내부에는 중세시대에 제작한, 고대 신화의 조각상을 모방한 모사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4 피티 궁전 내 보볼리 공원 5 피티 궁전 내 화랑 6 피렌체 최대 규모의 궁인 피티 궁전


박물관의 재발견 피티 궁전

피렌체의 대표적인 미술관이 우피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번에는 우피치의 명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팔라티나 미술관을 타깃으로 삼았다. 일단 박물관이 자리잡은 피티 궁전의 역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메디치와 더불어 피렌체의 르네상스기를 주름잡았던 ‘양대 가문’이었던 피티가 15세기에 증축한 것으로서, 피렌체 최대 규모의 궁전이다. ‘시작’은 피티가였지만, 이후 피티가의 가세가 기울어 궁전 건축의 ‘마무리’는 메디치가의 손에 넘어갔다. 팔라티나 미술관 외에도 은세공품 박물관, 근대 미술관, 도자기 박물관, 의상 박물관, 메디치 박물관  그리고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손꼽히는 보볼리 공원까지 다 들어서 있으니, 피티 궁전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팔라티나 미술관의 소장품 리스트만 훑어보아도 우피치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음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 <의자의 성모> 등 1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에 이어 루벤스, 티치아노, 카라바조, 보티첼리 등 쟁쟁한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전시실 자체가 당시 귀족들의 거주지로 사용되던 공간이므로,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침실 및 작은 세례당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신선하다. 또한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납골당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는 메디치가 프란체스코 군주 부인의 묘이다. 당시 프란체스코 군주는 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가 사망한 후 궁전 내에 유일하게 납골당을 만들어 시신을 안장했으며, 보볼리 공원 역시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라티나 미술관 입장료 8.5유로(메디치가 왕실 아파트 입장 포함)


질리지 않는 매력 두오모 

산 조반니의 세례당, 조토의 종탑 그리고 두오모. 피렌체를 가장 피렌체답게 완성하는 그림의 중심에는 두오모가 있다. 밀라노의 그것에 비해 규모는 다소 덜할지언정, 여성스러운 섬세한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피렌체의 두오모가 단연 우위에 서 있다. 피렌체 주변 지방에서 나는, 녹색, 핑크빛을 띠는 대리석이 고루 사용되어서인지 빼어난 색채감각을 자랑하는 것 역시 특이할 만하다. 돔의 안쪽을 빼곡히 메운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은 16세기에 조르조 바사리와 페데리코 주카리가 공동으로 완성한 걸작으로 ‘꽃처럼 피어나는’이라는 수식어가 무색치 않은, 두오모를 완성시켜 주는 또 다른  축이다.


미켈란젤로, 단테’s Real Hidden Pieces

미켈란젤로 베키오 궁전 정문을 기준으로 왼쪽의 성벽에서 발견한 이 낙서 같은 스케치. 작은 벽돌조각 위에 스치듯 그려져 있어 눈을 부릅뜨고 찾지 않는 한 그냥 지나쳐 가기 일쑤이다. 이 스케치를 그린 장본인은 알고봤더니‘그 유명한’ 미켈란젤로란다. 어린 시절의 미켈란젤로가 남자 연인을 기다리면서, 그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그림이 미켈란젤로가 궁전 벽에 등을 대고, 뒤에서 거꾸로 몰래 그렸다는 것. 당시 세력층이었던 메디치가에서는 베키오 궁전에 장난으로 흠집을 내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 당시에 미켈란젤로는 말하자면 ‘범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단테 <신곡>의 단테 그리고 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베아트리체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추억이 절절이 배여 있는 동네 역시 피렌체다. 베키오 궁전에서 멀지 않은 단테의 생가, ‘단테의 집’ 인근에는 어릴 적 옆집에 살던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손을 맞잡고 다녔던 교회가 있다. 신도들이 앉는 자리가 총 8개에 지나지 않는 작고 소박한 교회. 교회 안에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의 무덤이 있는데,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의 무덤’이라고 새겨진 비석 앞에는 언제 갖다놓았는지 아직까지 싱싱한 장미꽃 두어 송이 그리고 연인들이 단테, 그리고 베아트리체와 같은 낭만적 사랑을 꿈꾸며 써 내려간 쪽지들로 가득한 바구니가 놓여 있다.   


1 두오모 돔 안쪽을 수놓은 프레스코화 2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두오모 전경 3 베키오 궁전 성벽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4 단테 교회 내부. 신도들이 단테, 그리고 <신곡>과 관련한 그림을 그려 비치해 둔 것이 이채롭다 5 단테 교회 내부의 베아트리체 무덤


6 피에솔레 언덕으로 오르는 로마시대의 피에솔레 길 7 피에솔레 언덕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전경 8 피에솔레 원형 경기장 9 성 프란체스코 성당 

로마 원형경기장과의 조우 그리고 언덕  피에솔레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 하면 로마의 콜로세움만을 떠올리는 그대라면, 단연코 피렌체에 숨듯이 자리한 이 공간을 주목할 일이다. 피렌체에서 약 9km 떨어진 피에솔레는 고대 에트루리아-로마 시대의 옛 모습을 거의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해발 300m 언덕에 자리잡은 작은 동네이다. 콜로세움보다 훨씬 소박하지만 나름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로마 원형경기장을 비롯해 프레토리오 궁전, 13세기에 지어진 반디니 박물관 등 ‘소소한’ 볼거리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피에솔레를 잘 즐기려면, ‘명소’를 찾아 여기저기를 방문하기보다 동네 자체의 분위기에 취해 볼 것을 권한다. 길거리의 거칠게 쌓아올린 돌담벽 하나조차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여느 민가의 대문짝조차 수백년의 세월이 묻어나는 이 동네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언덕을 쉬엄쉬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미켈란젤로 광장에서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피렌체의 모습 역시 볼 만하다. 언덕의 정점에는 15세기 당시의 토스카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다.
피에솔레 관광안내소 www.comune.fiesole.fi.it


피렌체의 중심에 그곳이 있다  그랜드 호텔 메디테라네오  ★★★★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지중해 호텔’. 이름에서부터 이탈리아 지중해의 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그랜드 호텔 메디테라네오는 아르노 강변과 인접한 피렌체 시내 근교에 자리잡고 있는 4성급 호텔이다. 대규모 체인 호텔은 아니지만 피렌체의 또 다른 호텔을 비롯해 피에솔레 등 피렌체에만 3개, 이 밖에도 로마의 호텔 등 총 4개 계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탄탄한 현지 호텔그룹사이다.

크게 대규모로 운영되거나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내·외관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텔 경영자가 디테일을 하나하나 직접 정했다는 객실 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 매력적. 피렌체의 특식 중 하나인 ‘T본 스테이크’로 유명한 레스토랑, 합리적인 가격에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다수 접할 수 있는 부티크 등 호텔 내 부대시설도 충실하므로 호텔 안에서만도 피렌체 현지의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로컬 호텔은 이런 점이 좋다.
위치 Lungarno del Tempio, 44 50121 Firenze, Italy
전화번호 +39 055 660241
홈페이지 www.hotelmediterraneo.com 


 10 그랜드 호텔 메디테라네오 지하의 레스토랑. 중세의 고풍스런 인테리어를 재현 했다 11 부티크 숍 12 객실 내부


그 도시에 서서

시에나*피사*아시시


유럽 전역을 통틀어 이탈리아만큼 ‘일주’하기 힘든 나라가 있을까.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 워낙 잘 알려진 지역들은 차치하더라도 나폴리, 카프리, 시칠리아, 볼로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여행지들은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행자들을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둘러본 세 개의 소도시들 역시, 하나같이 각자의 매력을 고고하게 발산하는 아름다운 지역들이다. 피렌체를 거점으로 하여 기차를 타고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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