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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Leslie Cheung’s Memorial Film Festival-그대 떠나가도… 추억은 남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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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 Cheung’s Memorial Film Festival
그대 떠나가도… 추억은 남았다

2003년 4월1일, 영화팬들은 거짓말 같은 비보를 접한다. 홍콩을 넘어 아시아권 최고 스타로 오랫동안 군림해 오던 영화배우 장국영(장궈룽)의 투신자살 소식. 혹자는 ‘최악의 만우절 거짓말’로 치부했으나, 그의 죽음은 종국에 사실이었다. 장국영이 ‘영화처럼’ 우리 곁을 떠나간 지 어느덧 6년이 흘렀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를 기억한다.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그들이 모여 올해는 좀더 ‘특별한’ 추모제를 마련했다. 장국영 사망 6주기와 홍콩영화 100주년이 맞물려 서울에서 개최된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이 그 무대이다. 

글  오경연 기자   자료 및 사진 제공  모인그룹 02-790-6930



장국영에 관한, 소소한 단상

#1  그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정말이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 사실 하나. “장국영이 1956년생이었어?!” 그의 신체시계는 마흔여섯 살에서 멈췄지만(사실 46이라는 숫자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 무려 쉰세 살일 터이다. 유독 동안인 그의 얼굴은 물론이려니와, 적어도 기자의 기억 속에서 인상 깊은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청춘’, ‘반항’이라는 단어로 점철되어 있다 보니 ‘나이 먹은 장국영’은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2  장국영을 처음 만난 때를 기억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신나기만 했던, 새내기 중학생이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백발마녀전>이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그때 보았던 영화의 스토리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임청하보다 예뻤던’ 미소년의 잔상은 꽤 오래도록 남아 사춘기 소녀의 심장을 콩닥거리게 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이어졌던, ‘홍콩영화 황금기’ 시절의 중심에 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난 후의 일이다. 영화 외적인 요소로 그를 추억하게 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음악이다. 그가 직접 부른 <A Thousand Dreams of You>의 달콤한 목소리로, 장국영이 속옷바람으로 춤추는 신이 절로 떠오르는 영화 <아비정전>의 ‘맘보’ OST로, 장국영은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여 다양한 형태로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3  그리고, 그가 훌쩍 세상을 등졌다. 솔직히 학창시절의 열정을 뒤로하고 한동안 장국영을 잊고 지냈던 터였던지라, 그의 부재는 당시로서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이미 보았던 작품에 더해,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까지 몇 년에 걸쳐 천천히 되새김질하듯 감상하노라니 그에 대한 그리움은 높은 해일처럼 거세어져 간다. 때마침 개최된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은, 해가 갈수록 커져 가는 그에 대한 기억을 달래 줄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진혼제’인 셈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축제’

과거 팬클럽 단위로 고만고만하게 열렸던 소규모 추모제와 달리, 이번 행사는 정식 영화제의 타이틀을 걸고 개최되어 장국영의 오랜 팬이라면 반색할 만하다. 화려한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장르별, 시기별로 엄선했다는 6편의 영화들을 스크린으로 다시금 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반갑다. 특히 영화제 개최 기념으로 1997년 개봉 당시 심의에 걸려 일부 장면이 삭제되었던 <해피투게더>의 경우 무삭제 버전이 상영 중이므로 ‘삭제 버전’만을 접했던 이라면 다시 한번 영화관에서 ‘풀 버전’을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경기가 어려운 요즈음,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 영화제 기간 내내 전 작품을 ‘90년대 가격’인 5,000원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맥스무비 홈페이지(ww.maxmovie.com)에서 예매하면 그 가격에서 더 다운된 3,000원에 영화 1편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꽤 규모 있게 열리는 이 행사는 홍콩에서도 주목하여 <해피투게더>에서 함께 작업했던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이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친필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며, 현지 일간지에도 소개되는 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그의 기일인 4월1일,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린 ‘장국영 추모제’ 이후 관람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일 90%를 웃도는 좌석점유율로 관계자들마저 깜짝 놀라는 실정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그리움이 진해서일 터이다.

다시, 장국영을 반추하며

비록 장국영은 ‘새처럼 훨훨’ 날아갔지만, 그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은 팬들의 곁에 남았다. 그리하여 그는 영화처럼 살다 간 그의 인생처럼, 영화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것이다.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 

☆ 일시
   4월23일까지
☆ 상영작 <가유희사>, <백발마녀전>, <아비정전>, <야반가성>,   <영웅본색 1>, <영웅본색 2>, <해피투게더>
☆ 장소   허리우드극장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284-6 4층 02-3672-4231
              드림시네마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163번지 02-362- 3149

☆ 추천작  야반가성

<The Phantom Lover>라는 영어판 제목이나 영화 중간중간 선보이는 으스스한 시퀀스가 장르를 의심케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엄연히 ‘사랑’이다. 장국영, 오천련(우첸롄) 두 연인의 짧은 사랑과 오랜 비극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주요 무대가 오페라 극장이라는 점, 화재로 얼굴이 망가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몰래 훔쳐본다는 설정 등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 한다. 장국영이 극중에서 로미오로 분해 직접 부른 동명의 OST <야반가성(夜半歌聲)>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심금을 울릴 만큼 감미롭다. 199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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