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해발 1,915m 고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그날 천왕봉의 해돋이는, 그래서 더 근사했고 가슴 벅찼는지도 모른다. 새벽 어스름은 시나브로 걷혀 가고 하늘과 땅의 흐릿한 경계선이 발그스름하게 물들어 갈수록, 뒤쳐진 등반객의 조바심은 커져만 간다. 내가 아직 닿지 않은 곳에 이미 시선을 던지고 있는 저 검은 실루엣, 도대체 그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산불예방을 위해 막아놨던 종주 코스가 5월부터 다시 열리니, 직접 확인해 볼 일이다.
지리산 천왕봉 ┃글·사진 김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