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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후지산을 품에 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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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엄한 후지산의 전경

시즈오카
후지산을 품에 안다

일본의 시즈오카는 다른 현(縣)에 비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쿄와 나고야 사이에 자리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시즈오카는 일본에서도 벚꽃이 가장 먼저 개화하는 곳이며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각종 해산물과 특산품, 인기 온천지 등 다양한 매력이 숨쉬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도쿄와 가깝지만 비슷한 느낌은 거의 찾을 수 없는 시즈오카. 조용했던 시즈오카가 오는 6월4일 시즈오카공항이 개항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글·사진  김명상 기자   취재협조  시즈오카현서울사무소 02-777-1835, 여행박사 070-7017-2269, 2158

톡 쏘는 특별한 맛, 시즈오카

시즈오카(靜岡)는 예전에는 스루가(駿河)국의 주도(主都)로 순푸(駿府)라고 불리웠으나 1869년 시즈오카로 개명했다. 400여 년 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유년 시절 볼모로 잡혀 있었고 또 에도막부를 세운 후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3배 정도 크기인 시즈오카는 중부는 태평양을 접하고 있고 동부는 일본의 대표 명산 후지산을, 서부는 해발 3,000m 정도의 고봉이 줄지어 선 산맥과 맞닿아 있다. 시즈오카는 이즈, 중부, 서부, 후지지구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이즈반도 지역은 온천과 관광지로 특히 유명해 시즈오카 관광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시즈오카는 일본 녹차의 45%를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최고의 녹차 생산량을 자랑하며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더불어 태평양과 산을 접하고 있어 다양한 해산물과 산나물 등도 맛볼 수 있다. 장어가 명물인 시즈오카에는 장어뼈를 갈아 넣은 독특한 과자인 ‘우나기파이’가 있는데 장어맛은 나지 않고 맛있어 관광객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사쿠라에비(벚꽃새우)는 시즈오카현에서만 잡히며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만 어획이 가능한 귀중한 지역특산품이다. 또한 시즈오카현은 고추냉이(와사비)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산간의 차가운 물은 고추냉이 재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 시즈오카는 이 조건이 잘 갖춰진 곳이다. 이 때문인지 와사비를 넣어 만든 과자도 있는데, 톡 쏘는 맛이 색다른 감흥을 전해 준다.


2 료칸에서 한적함을 즐기는 관광객 3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걸작‘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후지산을 가까이에서 만나다

시즈오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후지산(富士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크고 작은 화산이 150여 개에 달하지만 그중에서도 높이 3,776m의 후지산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 외에도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이다. 후지산의 상징성은 지난 1997년 축구 한일전에서도 잘 나타난 바 있다. 당시 경기 종료 4분 전 이민성 선수가 중거리 왼발 슛을 골로 연결시켜 2-1로 역전승을 거뒀을 때 모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집니다!”라는 멘트를 남겨 화제가 됐었다. 실제로 최근의 폭발은 1707년에 일어났으며 당시 100km 떨어진 도쿄까지 화산재가 날아갔다고 한다.
영화나 만화에서 일본의 종말을 상징하는 요소로 걸핏하면 후지산의 폭발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후지산은 온화한 선비와 같은 자태를 보여 준다. 거의 완벽한 원뿔 모양과 정상에 쌓인 눈이 마치 선경(仙境)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후지산은 세계에서도 아름다운 미산(美山)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문학이나 예술의 단골소재로도 자주 이용됐다.  

특히 일본 에도시대에 성행했던 풍속화의 한 양식인 우키요에(浮世畵)에서도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후카쿠 36경(富嶽三十六景)> 중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는 후지산마저 집어삼킬 듯이 거대한 파도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즈오카에서도 웬만큼 맑은 날씨가 아니면 후지산의 모습을 잘 볼 수 없다. 일 년에 봉우리가 보이는 날이 50일도 채 되지 않으니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1 오무로산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와 시내전경. 시야가 탁 트인다 2 오무로산 정상의 신사 3 조카사키 해안 4 조간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30만엔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 아타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후 시즈오카를 가기 위해 처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아타미(熱海)이다. 도쿄에서 불과 100km 떨어진 아타미 지역은 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기존에는 이토나 시모다 등 이즈반도의 온천이 유명했으나 이 지역에 지진 등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한 이후 아타미가 온천 명소로 떠오르게 된 것.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고 봄에는 매화축제, 여름에는 불꽃축제 등이 유명해 이 기간에는 방을 구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도쿄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더해 이즈 관광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전경은 숨 가쁜 여행 일정으로 막혔던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 준다. 그저 드라이브만으로도 기분이 새롭게 전환되는 곳.

이즈반도를 한눈에 오무로산

도쿄를 출발해 아타미를 거쳐 방문할 수 있는 오무로산(大室山)은 이즈반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으로 놀이기구를 타듯 편안하게 올라가면 멀리 후지산이 아련하게 보이고 산을 중심으로 태평양과 이토시 일대의 경치가 360도로 펼쳐진다. 

분화구 부분에는 신사(神社)가 있는데 1703년 지진 발생시 나온 돌이 있던 자리 위에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교통안전의 신에게 배가 많이 다니는 주변 지역에서 사고 없기를 기원한다고. 일본에서는 세상 만물 모든 것이 신이 된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정상의 빌딩에는 전망대와 미술관도 있다. ‘조간미술관’ 내에는 종류가 다른 나무를 조금씩 잘라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판매도 한다. 독특하긴 한데 좀 싼 것이 흠이다. 참고로 우키요에의 한 장면을 담은 작품 중 하나는 30만엔(한화 360만원)이었다.
로프웨이 이용료 성인 200엔, 어린이 100엔

절망보다 희망을 조카사키 해안

오무로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조카사키 해안이 있다. 등대를 중심으로 9km 정도의 산책로가 있는 곳으로 화산 폭발시 석회암이 흘러내려와 이루어진 곳이다. 바다와 거친 돌과 푸른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라 마치 우리나라 제주도 해변을 연상케 한다. 자살자가 많아 이곳을 배경으로 한 슬픈 노래까지 만들어졌다고. 마음을 달래러 왔다가 그 노래를 듣고 오히려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런지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끝없는 푸른 바다 앞에서 바람에도 미소 짓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걱정보다는 삶에 대한 희망이 느껴졌다.


1 전통료칸‘하나후부키’. 마치 숲을 연상케 한다 2 내부 객실의 모습 3 저녁식사는 많은 메뉴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4 미소로 맞이하는 직원들

꽃보라 날리는 료칸 하나후부키

밀림을 탐험하다 고대유적을 발견한 기분이 이러할까. 눈보라가 아닌 꽃보라라는 뜻을 가진 료칸 ‘하나후부키(花吹雪)’를 처음 대한 느낌은 이와 같았다. 하루를 비행기 이동, 차량 이동 등으로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편안한 휴식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조용하고 호젓한 숲 속에 자리잡은 하나후부키는 다름 아닌 숲을 테마로 해 만든 료칸으로, 접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 원래 숲이 있던 곳에 건물만 가져다 놓았다고 착각할 만큼 나무와 각종 식물이 풍성하며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두 심어서 만든 것이라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더 놀라운 것은 약 1만1,600평방미터의 드넓은 부지에 객실은 서양식 2개실, 일본식 화실 15실 등 총 17개에 불과하다는 것. 하루 종일 돌아보아도 직원을 제외하면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따라서 녹색의 전원에서 한적한 느낌을 가지고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을 것이다. 

하나후부키에는 독특한 품격을 자랑하는 시설들이 많다. 숲에 떠 오르는 배를 모티브로 만든 ‘클럽하우스’, 그룹룸이나 가족탕이 있는 ‘풍자동’, 여러 가지 색의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일본의 색동’, 반노천탕 ‘토끼목욕탕’, 스테인드 글라스 천장 속에 치유음악이 흐르는 ‘명상실’, 1km 가량 떨어진 해안산책코스 등이 그렇다.

욕실은 모두 7개로 객실 2.5개당 1개꼴인 셈이다. 전부 24시간 100% 원천이 흘러나오는 탕이며, 온천은 주로 신경통, 냉한 체질,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 종류도 히노키를 사용한 탕, 감귤 향기가 나는 흑문자(黑文字)탕, 구운 도기의 장식을 볼 수 있는 탕 등 다양하다. 원래 50분간 사용이 가능하나 객실 수가 적은 만큼 이용객이 적을 때에는 그야말로 ‘전세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산물, 나물 등을 이용해 풍족한 자연을 요리로 재현해 낸 일본전통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고 나서 온천으로 땀을 씻은 후 방에 돌아오면 폭신한 이불이 안락한 잠을 이끌어 준다.
위치 도쿄역에서 이즈고겐역까지 열차로 약 2시간 소요되며 이즈고겐역에서 하차시 도보로 약 13분 정도 소요 객실가 2인 1실 작은 일본식 방 기준, 1만3,000엔  음식가격 조식 2,100엔, 석식 추천 풀코스가 8,925엔  예약 www.hanafubuki.co.jp 

여행의 또다른 감흥 스루가만 페리

도이항에서 시미즈항까지 이동하는 경우 스루가만 페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육로로는 도로가 막히지 않아도 2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페리를 이용하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실내는 일반실과 특별실로 나뉘어 있어 원하는 대로 이용이 가능하다(일반실 2,200엔, 특별실 2,700엔). 

스루가만 페리가 다른 페리와 다른 점이라면 선상에서 후지산이 보인다는 점이다. 날씨가 흐리면 후지산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겠지만 바다 건너 저 멀리 보이는 후지산은 이용객에게 특별한 감흥을 줄 것이다.

한 가지 에피소드라면 기자가 방문했을 때 마침 WBC 한일전 4강전이 벌어졌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던가. 한일전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무렵 마침 페리 내의 TV에서는 한일전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8회 말에 밀어내기 1득점 순간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TV를 시청하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날 우리나라는 4대 1로 일본에 완승을 거뒀다. 일본 한복판에서 한일전을 시청하며 승리를 만끽하는 즐거움이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스루가만페리 전장 83m에 폭이 14m, 총 약 1,533톤에 달하며 18.5노트의 속도로 운항한다. 특별실 92실, 일반실 250실을 갖추고 있다. www.dream-ferry.co.jp

* 아소시아시즈오카호텔

시즈오카역과 거의 맞닿아 있어 접근하기 편한 아소시아시즈오카호텔은 2007년 리뉴얼해서 더욱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호텔로 거듭났다. 총 250개의 객실이 있으며 여행객뿐만 아니라 SOHO룸으로 만들어진 모더레이트더블룸은 고속인터넷이 가능하고 팩스, 복합기 등을 구비해 비즈니스 출장객에게도 안성맞춤이다. www.associa.com


1 시즈오카 시내의 야경. 조용한 느낌이다 2 번화가 야경 3 시즈오카시내 한 켠에 자리한 신사 4 스루가만페리 특별실 내부 5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왔나? SL열차의 모습 6 열차 내부의 모습. 옛 모습 그대로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7 SL열차에서는 차창이 안내멘트와 노래까지 한다 8 SL열차는 실제 증기기관으로 움직인다!

쇼핑과 휴식이 가능한  시즈오카 시내

스루가만 페리를 타고 시미즈항에 도착해서 차량으로 시즈오카시내로 이동하면 지금까지의 조용하고 한적했던 분위기와는 다른 도시가 나타난다. 시즈오카역 주변에는 마츠자카야, 마루이, 109, 파르코, 이세탄 등 많은 백화점이 있어 쇼핑하기에 좋다. 쇼핑하기 좋다는 것 때문에 명동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백화점 주변과는 달리 한 골목만 뒤로 가도 조용하고 한적함이 느껴져 대조적인 느낌이 든다. 역에서 10분 거리에는 순푸공원이 있다. 이곳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말년을 보낸 성터로 옛 모습은 거의 사라져 지금은 녹음 가득한 공원으로 변했다.

* 이즈드림패스
시즈오카 자유여행객이 스루가만 페리, 이즈반도의 버스, 철도를 모두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즈드림패스’가 유용하다. 이즈드림패스를 구매하면 이즈반도 내 토카이버스와 철도를 3일간 이용할 수 있으며 시미즈-토이 구간 페리를 1회 편도에 한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해안선을 여행하고자 할 때는 코가네지 코스(5,890엔)를, 이즈반도의 가운데까지 탐험하고 싶다면 와사비지 코스(6,500엔)를 구매하면 된다. 이즈드림패스는 시미즈항 페리 선착장, 이토역 토카이 버스 안내소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 SL열차

열차가 달리는 소리를 표현할 때 우리는 ‘칙칙폭폭’이라고 한다. KTX가 달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증기기관차가 내는 소리가 기차 의성어로 완전히 굳어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증기기관차는 8·15 광복 이후 디젤기관차로 대체돼 제작이 되지 않지만 시즈오카에서는 지금도 증기기관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925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SL(Steam Locomotive)열차가 바로 그것. 관광용으로 운행을 시작한 것은 1946년으로 벌써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증기기관차를 타러 SL열차의 시발점인 카나야역으로 떠나는 길에서 궁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과연 작동이 잘 되기는 할까? 연기가 너무 많아 환경오염이 되지는 않을런지? 그러나 직접 경험한 증기기관차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멀리서 검은 연기를 뿜으며 뿌- 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플랫폼에 느릿느릿 들어서자 역무원들은 철길을 봉쇄하고 조심하라고 큰 소리로 외쳐댔다. ‘아마 저 속도로 들어온다면 부딪혀도 별로 다치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역무원들의 표정들이 살벌해 웃지 못했다.

다가오는 증기기관차의 검은 몸체는 날렵하게 잘 빠진 현대적인 기차와 달리 육중하고 듬직한 모습이었다. 꽃미남을 보다가 검게 그을린 농촌 총각을 본 듯한 느낌이랄까. 완전히 열차가 멈춘 후 사람들은 탑승할 생각은 팽겨쳐 둔 채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중장년층의 표정이 환했는데 아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으리라.

촬영을 마치고 들어선 내부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으로 갈 때 경험했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좁다란 의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든 푸른색 커버로 덮여 있고, 좌석 번호판은 꼬장꼬장한 선비와 같이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자리를 안내했다. 그물로 덮인 선반대는 불안해 보였으나 물건을 놓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천장의 선풍기는 아직도 건재함을 뽐내는 듯 떡 하니 몸체를 붙이고 있었다.

출발한 후에는 정복을 입은 차장이 안내방송을 하면서 구성지게 노래를 한 곡조 뽑기도 한다. 다소 생경했으나 금방 정겨운 모습이 연출됐다.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승객들의 웃음 지은 표정에서 그 느낌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것. 출출할 때 제공된 도시락도 일품이다. 일본식 주먹밥과 생선, 계란, 새우 등이 들어있는 도시락과 차를 먹으며 내다본 창밖으로 이동하는 길 내내 미처 다 피지 않은 꽃길이 이어졌다.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역 주변에는 노천온천도 있어 웃통을 벗은 아저씨들이 열차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이를 본 아주머니들의 환호성은 가히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고.

처음에 열차를 기다리며 보여 주던 근엄하던 표정들은 어디로 갔을까. 증기기관차로 움직이는 이 길은 그들에게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코를 훌쩍이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복도를 뛰어다녔던 과거로의 회귀, 그 자체였던 것이다.

SL열차는 Steam Locomoti ve, 즉 증기기관차의 줄임말로 일본에서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다. 시즈오카에서는 카나야역에서 스마타쿄 온천지대인 센즈역 구간을 운행하는데 계절별로 운행하는 횟수와 시간이 다르므로 열차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 편이 좋다.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명물로 인기가 좋아서 성수기에는 3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www.oigawa-railway. co.jp


1 오차노사토에서 배우는 다도 2 오차노사토 내부 3 녹차잎을 따는 이의 복장 4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형 5 거대한 찜질방 순푸유메히로바 6 토롯코 열차에 아 1 2 프터식 열차를 연결할 때 잠시 정차한다

열차 체험에 온천까지 스마타쿄 온천지구

SL열차를 타고 센즈역에 도착한 후에는 버스를 타고 스마타쿄 온천지구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은 온천지대로 유명하고 많은 온천여관이 모여 있어 시골의 정취를 즐기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또한 영화 <김의 전쟁>에서 김희로가 인질극을 벌인 숙소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센즈역에서는 증기기관차에서 토롯코 열차, 아프터식 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센즈역에서 나가시마댐으로 갈 때는 증기기관차가 아닌 작은 크기의‘토롯코 열차’를 이용해서 간다. 댐까지는 50분이 소요되며 특이한 것은 댐으로 가는 중간에 급경사가 있어 힘이 약한 토롯코 열차는 ‘아프터식 열차’로 연결해야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터식 열차는 일반 궤도가 아닌 톱니바퀴식으로 바퀴와 레일이 맞물려 올라가기 때문에 경사로를 올라갈 수 있다고. 이 방식의 열차 개발사인 스위스 아프터사의 이름을 따서 아프터식 열차로 불린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이곳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시즈오카에 간다면 지금은 보기 힘든 열차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모두 즐길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온천 테마파크  순푸유메히로바 온천

순푸유메히로바(すんぷ夢ひろば) 온천은 온천을 테마로 만들어진 이색적인 곳으로 테마파크식으로 조성돼 있다. 이 주변이 모두 온천으로 유명해 숙박을 하면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볍게 일일온천을 즐길 곳을 찾는 이에게는 안성맞춤이다.
4가지 코스로 분류된 이곳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박물관, 미술관 풍화(風花), 식당 및 공연장 등으로 구성된 순푸마을, 온천장 등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순푸마을은 마치 에도시대에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고 ‘천하태평’ 온천장 안에는 온천뿐만 아니라 찜질방, 오락실, 상점, 레스토랑이 있어 다목적으로 즐길 수 있다. 
이용료 천하태평 온천장/ 성인 1,050엔부터, 도쿠가와 박물관/ 300엔, 미술관 풍화/ 500엔  홈페이지 www.sunpu-yume-hiroba.jp

녹차 종합 박물관  오차노사토 박물관

시즈오카는 기후와 지형이 차 재배에 적합해 예부터 차의 명산지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미 가마쿠라시대(1180~1333년)부터 시즈오카에 차가 재배됐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차노사토(お茶の鄕) 박물관은 이러한 배경 아래 설립된 녹차 종합 박물관이다. 내부에는 중국, 터키, 네팔 등의 차 문화를 체험하는 코너가 있고 일본 차의 역사를 돌아보는 코너, 맷돌로 차를 갈아 만드는 말차 갈기 체험, 에도시대 다도의 대가 고보리 엔슈가 있었던 황궁의 동쪽 정원을 복원한 다실과 정원 등이 있다. 다도 체험 코너에서는 다도 선생님이 직접 기모노를 입고 차를 대접하는 다도 체험도 가능하며 시음코너에서 차를 마신 후 차와 관련된 물품을 살 수 있는 상점에서 쇼핑도 할 수 있어 그야말로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맛볼 수 있다. 일상다반사란 말처럼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에 대한 가치를 새삼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입장료 성인 600엔  홈페이지 www.ochanos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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