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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 기념-트래비 기자들이 공개하는 ‘나만의 특별한 여행지’⑦송광사, 내소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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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7

松廣寺 송광사 來蘇寺 내소사
김기자의 특별한 ‘그곳’

‘나만의 특별한 여행지’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참 많은 여행지를 떠올렸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을 무척 많이 다닌 탓에 내겐 인상 깊은 여행지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헤아릴 수 없는 고민 끝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절집 두 곳을 떠올렸다. 마치 내 집 같은 포근함과 내가 힘들거나 괴로울 때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주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 바로 ‘송광사’와 ‘내소사’다. 사실 이 두 곳은 아주 가끔씩 나가는 ‘여행 강연’중 청중들에게 참다운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소재로 쓰이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글·사진  Travie writer 김봉수


1 설선당의 다기 2 내소사 전나무 숲길 3 사찰의 꽃무늬 창살 4 내소사 대웅보전 5 설선당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6 우화각 7 송광사 대웅전 8 송광사징검다리

전남 순천에 있는 승보사찰 송광사는 법보사찰 해인사, 불보사찰 통도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의 하나로 말 그대로 보배로운 사찰 중 하나이다. 송광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아름다운 연못과 개울, 징검다리, 편백나무 숲, 비사리구시, 능견난사 등등 볼거리들이 참 많은 곳이다. 그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바로 우화각이다. 바로 이곳이 나로 하여금 송광사를 가장 찾고 싶게 만드는 나만의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매표소를 지나 신록이 가득한 숲을 따라 흐르는 맑은 개울 옆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거닐어 송광사로 오르면 제일 마지막으로 만나는 무지개다리 삼청교 위로 우화각이 놓여져 있다. 우화각은 송광사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푸른 신록 아래로는 청명한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위로는 예쁜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특히나 그 징검다리에서 바라보는 우화각의 풍경이 일품인데,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 위로 거울처럼 비치는 우화각의 반영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비단 그 경치 때문에 우화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화각에 들어서면 기둥 사이사이를 연결해 만들어 놓은 나무의자를 볼 수가 있는데, 그 나무의자는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송광사의 유일한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송광사를 걸어 오르며 지친 이들에게 경치 좋은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가라는 의미의 작은 배려가 느껴지는 따뜻한 정이 배어 있는 곳이다. 그 작은 배려 덕분에 우화각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힘들거나 지칠 때 문득 떠올려지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우화각을 찾을 때면 시집 한 권을 꼭 챙겨 간다. 그늘 아래 그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기둥에 등을 기대어 조용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청명하게 흐르는 개울소리를 들으며 시를 읽는 시간은 그 어떤 순간보다 내게 행복함을 전해 준다.

전북 부안에 있는 내소사는 아름다운 전설들이 가득한 절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전나무 숲길이 무척 아름다운 절집 정도로만 알고 있겠지만 많은 이야기들과 숨은 볼거리들이 참 많은 절이다. 나 역시도 처음 내소사를 만났을 때에는 한 시간 만에 모두 둘러보고 나와 버렸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에게 족히 세시간은 꼭 머물러 보아야 하는 보석 같은 절이라 말하고 다닐 정도다. 대웅보전 불사에 얽힌 전설이야기와 함께 포와 단청 둘러보기 그리고 꽃무늬 창살과 후불벽화 감상하기 등등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 곳이지만, 내소사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설선당이라는 공간이다.   

내소사를 네 번째 찾은 2008년 여름 어느 날 설선당을 처음 만났다. 아니 그전에도 설선당을 만나긴 했지만 나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나게 된 것이 그때였다는 것이다. 이전엔 항상 닫혀 있었던 설선당이 그날은 활짝 열려 있었고 창호에는 예쁜 글씨로 ‘설선당에서 차 한잔 드셔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개방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 예쁜 글귀에 이끌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선 설선당에 올랐다.

 ‘요즘은 절집마다 찻집이 생기는 것이 유행이더니 여기에도? 그럼 차 한잔 하고 갈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곳은 찻값을 치르고 차를 마시는 그런 보통의 절집 안에 있는 찻집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소사를 찾은 이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잠시 쉬며 여유롭게 차 한잔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차를 내어 오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없고, 찻값을 치르지도 않는 그런 자유로운 휴식 공간인 것이었다. 혹시나 차를 우려 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처사님이 가끔씩 들르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 스님들은 차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절에 가서 차를 얻어 마시기는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처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가 직접 순서대로 차를 우려 본다. 그렇게 내가 낸 차를 마시며, 설선당과 내소사의 절 풍경과 하나가 되어 본다. 그전에도 내소사를 여러 번 찾았지만 그런 기분은 처음 느껴 보았다. 내가 객이 아니라 절집과 하나가 되어 보는 그런 느낌. 그 잔잔한 감동을 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설선당이 이렇게 예쁜 찻집으로 변한 것일까? 그 아름다운 배려에 또 한번의 감동을 느꼈다.
 
절집엘 찾아가서 부담 없이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잠시 차 한 잔을 마시며 사색을 하고, 그렇게 절과 내가 하나가 되어 가는 공간. 그것이 설선당이 주는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 설선당을 너무도 사랑한다.

* 여행시 챙기는 나만의 필수품

여행자라면 누구나 챙기는 카메라와 여행수첩, 거기에 사전 조사한 여행자료. 해외여행에는 가장 평범한 딱 이 세 가지만 챙긴다. 하지만 국내여행에는 여기에 다른 것들이 추가되는데, 늘 나와 함께 다니는 애마인 나의 자동차에는 소형텐트, 침낭, 캠핑용 의자, 버너, 코펠, 손전등, 모기장, 돗자리, 등산화, 카메라 삼각대, 사진 촬영용 사다리, 가정용 인버터 등등 여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소품들이 1년 365일 항상 실려 있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숙박 및 취사가 가능할 정도의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세우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직접 끓여 마시며 그 경치에 취해 보는 것이 좋고, 한적한 곳에 가면 텐트를 쳐 놓고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 정말 좋다. 누가 들으면 우습겠지만 물 한 방울 없이 세제 한 방울 없이 자연 친화적인 설거지를 하는 노하우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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