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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 기념-트래비 기자들이 공개하는 ‘나만의 특별한 여행지’⑤베네치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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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Venezia   김기자의 특별한 ‘그곳’

테마별로 달라지는 나만의 특별한 여행지

시간이 갈수록 ‘어디가 가장 좋으냐’ 또는 ‘가장 좋았느냐’라는 물음에 답하기가 어렵다. 아는 것도 병이라고 해를 거듭하면서 어설프게 보고들은 것이 늘어난 탓이리라. 여행은 민감하다. 가슴 속에 간직되는 여행은 함께한 일행이 좋아서일 때도 있고 장소와 숙소 선택의 절묘함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현지에서의 그날그날 날씨처럼 여행자가 선택할 수 없는 외부 요소도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내게 여행의 여러 즐거움을 가르쳐 줬던 여행지를 기억해 봤다.

글·사진  김기남 기자  사진  트래비 CB곳’

 

최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가 인기다. 이 광고를 볼 때면 항상 대학 시절의 배낭여행이 생각난다. 당시만 해도 배낭여행은 곧 유럽여행이었지만 제대 후 친구 녀석과 선택한 여행지는 미국이었다. 한 달 가까이 미국 철도 ‘앰트랙’을 타고 미국 서부와 남부, 동부를 두루 누볐다. 

돈을 아낀다고 기차 이동 중에는 맥도날드에서 슬쩍한 케첩과 마요네즈를 식빵에 발라먹으며 궁상을 떨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두루 경험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와 미국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뉴올리언즈’에서는 재즈바를 기웃거리고 플로리다에서는 차를 빌려 바다를 가로지르는 장대한 세븐마일브릿지를 넘어 보기도 했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사진 한 장의 추억도 남기고 뉴욕에선 떨이로 파는 표를 구해 뮤지컬 공연을 보는 호사도 누렸다. 대박을 꿈꾸며 밤거리를 헤맸던 라스베이거스는 확실히 밤이 매력적인 곳이다. 여기에 중간중간 방문했던 많은 중소도시들은 하나같이 ‘미국이라고 다 같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을 걸어 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여행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 있을까. 남은 삶을 평생 함께하겠다고 맹세한 ‘당신’과의 여행. 신혼여행은 결혼이라는 까다롭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남녀가 누리는 사치이고 선물이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됐다 해도 허니문이란 타이틀이 붙은 해외여행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경험이기 마련이다. 같은 곳을 다시 갈 수는 있어도 그때의 설렘과 행복까지 흉내낼 수는 없기에 신혼여행은 더욱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2000년 4월의 한때를 보낸 필리핀 세부에서의 시간은 두고두고 잊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식 시설의 숙소를 갖추고 있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면 좋겠다’는 마나님의 주문을 받고 한참을 물색한 끝에 결정한 나의 허니문 목적지는 세부 샹그릴라 리조트였다. 지금의 세부는 한국에서 직항 항공기가 운항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세부는 한국에서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그 넓은 수영장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고 리조트 앞 작은 해변도 한가롭기만 했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한국인은 우리가 유일했을 정도니 지금의 그 리조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5월이면 이 땅의 아들, 딸과 엄마, 아빠는 제각기 마음이 바쁘다.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 얼굴도 떠오르고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는 꼬맹이들도 모른 척 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카네이션 한 송이로 고마운 마음을 다하자니 아쉬움이 크고 어린이날 놀이공원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소홀했던 자식 노릇, 부모 노릇 이 참에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겠다면 여행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점수도 따고 못 다한 얘기도 나누고 덕분에 나까지 한 박자 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종종 가족여행으로 오고 싶다고 느껴지는 지역이 있는데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같고 물 속에 잠겨 있는 듯도 한 이 독특한 도시와의 첫 만남은 머리와 가슴 모두에 놀라움의 신호를 보내 왔다. 길이 없기에 차도 없고 택시도 버스도 배가 대신하는 그곳은 초행자에겐 신선한 경험 그 자체다. 리알토 다리에서 대운하의 전경을 감상하며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에서 다리쉼을 한 후 그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을 가족들과 함께 거닐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미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1 베네치아를 떠나기 전 마지막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를 보고 곤돌라에 탄 노부부가 키스를 했다. 이 낭만적인 도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황혼의 로맨스.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2 맥주 천국 체코에서 한 모금 3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세부 샹그릴라 리조트 4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인 피셔맨스 워프.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클램 차우더 스프 등 맛있는 음식이 많다 5 2008년 봄, 이슬비를 맞으며 올라간 한라산에서의 한 컷

* 로마에서는 로마 음식에 도전하라

크게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먹는 것 때문에 고생을 했던 기억은 많지 않다. 낯선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은 직업특성을 생각하면 복이라면 복이다.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 가면  양고기 요리에 도전해야 한다. 이들에게 양은 손님 접대나 축제 등에 빠질 수 없는 요긴한 음식 재료라 까르푸 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살아 있는 양을 통째로 사고  팔 정도다. 포르투갈의 음식까지 덤으로 맛볼 수 있는 마카오는 전반적으로 가격대비 음식의 만족도가 높아서 식도락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국가별로 유명한 술도 빼놓을 수 없는데 체코에서 마신 맥주의 맛도 감동적이었다. 체코는 독일과 어깨를 겨루는 맥주 강국으로 원조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부드바이저나 필스너 우르켈 등의 쟁쟁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맥주 천국이다. 여행 가방을 꾸리며 특별히 챙기는 비상식량은 없지만 기내식에 딸려 나오는 튜브 고추장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꼭 주머니에 넣는다. 특히,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행에게 주거나 고추장을 처음 접한 외국인에게 선물하면 의외로 반응이 좋다.  

* 책 속에 길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비행기에서 잠자기가 어려워졌다. 이륙도 하기 전에 잠들어 기내식 냄새에 잠시 일어난 후 다시 착륙할 때까지 잠을 자곤 했는데 좋아라 하던 기내식도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여행지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의 첫날도 그렇다. 술을 마셔 봐도 효과가 신통치 않고 도착 후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최근에는 책의 도움을 주로 받는다. 여행 가방을 꾸릴 때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류와 당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섞어서 챙긴다. 그리고 탑승 대기 시간에는 소설을, 비행기 이륙 후에는 숙제처럼 남아 있는 책을 꺼내 든다. 잠자리가 바뀐 첫날도 마찬가지다. 역시 책 속엔 길이 있다.

단. 너무 재미있는 책을 선택하면 오히려 말똥말똥 새벽을 넘기고 시차적응에도 실패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지난해 말레이시아 랑카위 출장에서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 필이 꽂혀 오려던 잠도 쫓아내는 역효과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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