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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솔 카페 권형우 & 김수연 부부-여행 로망을 북돋는 소박한 카페로의 초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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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솔 카페 권형우 & 김수연 부부
여행 로망을 북돋는 소박한 카페로의 초대


<트래비> 편집국에 제보가 들어왔다. ‘경복궁 인근의 카페에 <트래비>의 과월호부터 최신호까지 진열돼 있는데, 그곳 주인이 <트래비> 애독자라더라’는. 의외로 애독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일이 흔치 않았던 기자는 호기심이 동했다. 어느 화창한 월요일 오후 찾아간 좁다란 카페는 전세계의 여행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도 여행을 꿈꾸는 부부가 있었다.

글·사진  김영미 기자   장소제공  본솔 카페 02-720-6221

카페, 여행 카페로 다시 태어나다

태초부터 여행 카페를 목적으로 한 카페도 여럿이지만 여기, 어쩌다 보니 여행 카페가 되어 버린 카페가 있다. 키 낮은 건물들이 나란한 통의동 대로변에 둥지를 튼 본솔 카페는 소담한 주변 환경만큼이나 소박하다. 이 작은 카페가 여행 카페로 변신하는 데에 일조한 것은 다름 아닌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 “처음엔 여러 잡지를 진열했는데, 도시 직장인들이라 그런지 여행의 로망이 있나 봐요. 제일 먼저 빼 드는 잡지가 <트래비>더라구요.” 권형우 사장은 손님들의 여행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잡지 진열대를 <트래비>만으로 채웠다. 

여기에 권사장이 읽고 난 여행책을 카페에 차곡차곡 챙겨 두니 영락없는 여행 카페다. 바르셀로나, 인도, 마다가스카르… 책 제목을 한번 쓰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카페의 손님들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책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어‘소규모 여행 도서관’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카페의 인테리어도 여행을 다녀온 손님들이 하나둘 기증한 소품을 모아 꾸며 나가고 있다. 영국, 스페인 등에서 온 아기자기한 아이템들과 천장에 줄줄이 걸린 전세계 어딘가의 팸플릿들이 손님들과 여행의 추억을 공유한다.

우리의 동티모르는 따뜻했네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해 약 26개국을 여행했다는 권형우 사장.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동티모르다.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인 동티모르는 2002년 독립한 신생국가. 권사장은 동티모르로 세 차례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동티모르와의 기분 좋은 인연이 시작된 건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때였다. 동티모르 선수들이 운동화도 없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한 권사장은 달서사랑시민모임 회원들과 함께 동티모르 선수들을 찾았다. 유니폼과 운동화 등 장비를 선수단에 선물하고 선수들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했다. 추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동티모르 정부는 권사장과 시민모임 회원들을 동티모르로 공식 초청했고, 이후로도 권사장은 봉사활동을 위해 동티모르를 다시 찾기도 했다.

다음 여행지로‘원래 모습이 없어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인도를 계획하고 있는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곳은 미얀마의 인레호수(Inle Lake)다. 여행이 아니라 아예 그곳으로의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은퇴 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해외 봉사활동을 생각했지요.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앞으로 7~8년 후 미얀마로 가기 위한 준비 중 하나입니다. 음식이나 커피 만드는 기술이 있으면 봉사에 도움 될 것 같아서.” 깨끗한 자연, 순박한 사람들 속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권사장의 목표다. 인레호수로의 이민에 아내도 동의했느냐 묻자 “설득 중”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그러나 아내 수연씨는 도시를 떠나 이름도 생소한 그곳에서 사는 것이 아직은 못내 내키지 않는 눈치다.

아이와 배낭여행하는 몇 가지 방법

고등학교 영어교사이자 본솔 카페의 안주인인 김수연씨는 1996년부터 배낭을 싸 온 여행 베테랑. 수연씨는 가장 인상 깊은 여행으로 큰아들의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갔던 싱가포르 배낭여행을 꼽았다. “책자를 보고 첫날 저녁만 예약 한 후  나머지는 아이 스스로 직접 준비하도록 했어요. 매일 현지에서 사용할 용돈을 정해 주고 예산에 맞춰서 ‘니 마음대로 쓰라’고 하고. 그랬더니 택시기사에게 현지 시장이 어딘지 물어 봐 게임 CD를 사더라고요(웃음).” 그랬던 큰아들은 “밴쿠버에 가서 수의사를 하겠다”는 글로벌하고도 명확한 목표를 갖게 됐다. 수연씨는 2005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둘째아들과 함께 호텔팩으로 23일동안 유럽을 여행하기도 했다.

수연씨가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몇 가지 원칙과 노하우가 있다.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여행 경비를 모으는 것까지 아이가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세울 때에도 아이가 책 등을 참고해 스스로 하도록 한다. 이는 자칫 수동적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의 여행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유럽에 대해 역사책 등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도록 하고 지도를 보고 어디에 갈지 생각해 보라고 해요. 현지에 가서는 ‘지하철은 네가 맡으라’는 등 여행의 일정 부분은 철저히 아들에게 맡겨 주체적으로 여행하도록 하지요.” 여행을 다녀온 후 사진을 인화해 ‘미국편’, ‘유럽편’ 등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앨범으로 정리해 놓는 것도 수연씨의 여행 노하우다.

본솔의 소박한 꿈

본솔 카페에서는 매달 둘째 주 월요일, 세계를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族(足)들의 모임’을 갖는다. 매달 다른 이야깃거리로 진행되는 이 모임을 위해 권형우 사장은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여행담을 들려줄 이야기꾼을 섭외한다. 지난 1월에는 아프리카, 2월에는 세계일주, 3월에는 한국의 나무와 풀, 4월에는 히말라야 트레킹과 네팔, 5월에는 인도 배낭여행-중부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6월은 인도 배낭여행-남부편 모임이 예정돼 있다. 매번 10여 명씩 참석하는 소규모 모임이지만, 생생한 여행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사람들인 만큼 분위기도 훈훈하다고.

본솔 카페의 꿈은 소박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여행을 이야기하는 장이 되는 것. 도시의 잿빛 삶에 지친 누군가가 카페에 들러 자신만의 무지갯빛 여행을 꿈꾸고, 로망에 머물 수도 있었던 누군가의 여행이 이 작은 공간에서 보다 또렷해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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