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향기롭고 배부른 영양 나들이
영양-향기롭고 배부른 영양 나들이
  • 트래비
  • 승인 200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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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롭고 배부른 영양 나들이

경북 영양엔 빼어난 맛이 있다. 오랜 시간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전통한식이 첫 번째요, 첩첩산중 두메산골의 때묻지 않은 자연의 맛이 그 두 번째다. 이와 함께 초연한 기품이 서린 전통마을까지 돌아본다면 금상첨화. 아직까지 이 보석 같은 여행지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진정한 휴식과 웰빙을 체험할 수 있는 영양을 좀더 깊이 들여다본다.

글·사진  이민희 기자   취재협조  영양군청 www.yyg.go.kr

최고의 한글 요리백과 ‘음식디미방’

서울에도 한정식을 내는 음식점은 많지만 옛날 그대로의 조리법으로 만들어 낸 전통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영양으로 갈 일이다. 영양에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340년 전 쓰여진 우리나라 최초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고어에서는 ‘지’발음을 ‘디’로 읽음)>을 기초로 전통 한정식을 내오고 있다. 음식디미방이란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方文)’이란 뜻으로 1670여 년경, 영양 지방에 살았던 여성군자 정부인 장씨(1598~1680)가 일흔이 넘어 지은 요리책이다. 1600년대 중엽과 말엽,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 조리법과 저장·발효 식품 등 146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국수, 만두, 떡 등을 비롯해 어육류, 주류, 초류 등 메뉴 또한 다양하다. 물론 이보다 더 오래된 요리책도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한글로 쓰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고.

두들마을에 위치한 전통음식체험관에선 실제로 <음식디미방>에 쓰인 음식 중 가제육, 대구껍질 누르미, 꿩김치, 붕어찜, 어만두 등 40여 가지의 음식을 복원, 단체예약 손님에 한해 대접한다. 대체로 채소와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여 찌거나 구워 담백한 맛이 특징.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되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조리하기 때문에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있다. 

상차림은 1인당 3만원과 5만원, 두 가지로 나뉘며 계절에 따라 상차림에 변화가 있긴 하지만 대개 5만원 상차림엔 8~9가지 요리가 나온다. 호박죽, 잡채, 대구껍질 누르미 등 익숙한 음식부터 생소한 맛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데 흔히 잡채 하면 당면을 넣어 볶은 음식을 생각하지만 한정식에서의 잡채는 당면 없이 여러가지 채소로 어우러진 맛을 살려낸다고. 이 밖에도 연근에 구운 돼지고기를 얹은 가제 연근채, 닭고기와 토란 등을 쪄낸 수증계, 대구껍질의 부드러운 식감과 버섯의 고소한 맛을 살린 대구껍질 누르미 등을 맛볼 수 있다.
위치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 내  문의 054-680-6043


1, 2, 3, 4, 영양 두들마을의 전통음식체험관에서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여러 종류의 전통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5, 6, 7 두들마을은 재령 이씨의 집성촌으로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이다 8, 9, 10, 11, 12 주실마을에는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고택들과 조지훈 선생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지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문열 그리고 두들마을

음식디미방과 전통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두들마을은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의 후손 재령 이씨들의 집성촌이다.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 채와 궁중요리서를 쓴 정부인 장씨의 유적비 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지만 정작 유명세를 탄 것은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임이 알려지면서부터. 그의 작품 <그해 겨울>,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무대가 바로 이곳, 두들마을이다.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의 작가 후기에 보면 “내게 있어 고향의 개념은 바로 문중(門中)이다. 그 고향은 일찍이 내 보잘것없는 재주에 과분한 갈채와 기대를 보여 주었다.(중략) 행여 이 글이 그런 내게 느낀 고향의 배신감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수 있다면…”이라는 문구를 통해 고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선조 대대로 내려오던 가옥을 수리해 광산문학연구소를 만들고 현대문학에 대한 연구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연구소는 그의 집필실이면서 세미나 등 문학 관련 행사가 열리는 두들마을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이다.

지조와 절개의 주실마을

이문열과 조지훈 선생은 알아도 이들이 영양 출신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들마을이 이문열과 이시명 선생을 낳고 키웠다면 주실마을은 조지훈 선생을 품에 안았다. 청록파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조지훈 선생의 고향인 주실마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흡사 배 모양 같고 산골등짝이가 서로 맞닿아 이루어진 마을로 주곡(注谷)이라 불리기도 했다. 실학자들과의 교류로 일찍부터 개화한 이 마을은, 일제 강점기에도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단다. 마을을 들어서면 입구에 있는 사시사철 녹음이 우거진 ‘시인의 숲’이 맑은 기운을 뿜어낸다.  이 숲은 주실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아 준다고 전해지며 2008년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오래된 기와부터 말끔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책삼아 천천히 걸으며 조지훈 선생의 생가이자 경상북도 기념물 78호인 호은종택과 ‘ㅁ’자형 뜰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옥천종택, 조지훈 선생이 한문을 수학한 ‘월록서당’ 등을 돌아보니 어느덧 걸음걸이는 점잖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마을 끝자락에선 2007년 문을 연 지훈문학관이 대미를 장식한다. 단층의 한옥건물이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전하는 지훈문학관은 시청각실과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관에 들어서니 그의 대표시 <승무>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어 소년시절의 자료와 <청록집> 관련 자료들, 가족 이야기, 조지훈 선생의 삶과 그의 작품들이 걷는 걸음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흑백사진과 누런 종이에 빼곡히 쓰인 글씨, 손때 묻은 책들이 그의 행적을 돌아보게 함은 물론이다.
지훈문학관 위치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 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하절기,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  관람요금 무료  문의 054-682-7763 jihun.yyg.go.k

한국의 3대 정원 ‘서석지’

조선 광해군 5년에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 선생이 조성한 서석지는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한국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정원 유적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담장 위로 높이 올라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석지는 연못을 중심으로 서재인 주일재와 학문을 논하던 장소인 경정으로 나뉘며 주일재 앞의 사우단(四友壇)에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국화 등을 심어 선비의 지조를 나타낸 것이 눈에 띈다. 

서석지는 한국 3대 정원답게 사시사철 뛰어난 조형미과 화사함을 자랑한다. 특히 여름이면 정원 가운데 자리한 연못에 연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정경을 연출하고 연꽃이 피지 않은 계절엔 맑은 수면에 비친 기와의 유려한 곡선이 단아한 맛을 자아낸다. 연못을 유심히 내려다보면 유난히 돌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90여 개의 돌이 물 속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정원의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한다고. 돌 하나하나의 생김새에 따라 의미를 부여해 기평석(碁枰石, 바둑판 바위), 통진교(通眞橋, 선계로 통하는 다리) 등의 이름을 붙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위치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1, 2 서석지는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한국의 3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3, 4, 5, 6 선바위관광지는 각종 박물관과 공원이 자리해 영양 군민들에게는 쉼터의 역할을 해주고 관광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영양 시민들의 쉼터 ‘선바위관광지’

국도 옆에 위치한 선바위관광지엔 각종 박물관, 공원 등이 모여 있어 영양 군민들에겐 쉼터로, 여행객들에게는 영양의 문화와 삶의 자취를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준다. 분재 130여 점을 비롯해 영양에서만 생산되는 폭포석 50여 점, 영양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5,000본 등이 전시된 분재수석야생화전시관과 일교차가 심한 고랭지에서 재배하여 달고 향기로운 영양 고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홍보관, 경부 북부의 산촌 문화와 생활을 보여 주는 산촌생활박물관 등이 이곳 선바위관광지에 있다.
석문교에 설치된 음악분수대는 선바위관광지의 하이라이트. 형형색색의 조명등 댄스, 팝 등의 다양한 음악에 맞춰 최고 40m까지 물줄기를 뿜어내는 음악분수대는 밤이면 영양을 로맨틱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about 영양

경북 동북부에 위치한 영양군은 동쪽으로 영덕군과 울진군, 서쪽으로는 안동시, 남쪽으로는 청송군, 북쪽으로 봉화군과 울진군이 인접해 있다. 경상북도 내에서 울릉도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곳으로 전체 면적의 86%가 산림인 터라 주위의 산맥들에 의해 외부와 단절되어 왔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영양이 낳은 사람들 

<음식디미방>의 저자, 정부인 장씨로 알려진 장계항은 석계 이시명 선생의 아내이자 대학자였던 갈암 이현일 선생의 어머니, 소설가 이문열의 선대 할머니로 이문열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말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 선생이 이조판서를 지냄으로써 법전에 따라 정부인 품계를 받고 ‘정부인 장씨’로 불리게 된다. 

지조있는 선비이자 시인, 조지훈은 1920년 경북 영양에서 출생했다. 1939년 <문장(文章)>에 <고풍의상>이 추천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월과 영랑, 서정주와 유치환을 거쳐 청록파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이어받아 <청록집>, <풀잎단장>, <승무>, <낙화> 등과 같은 명작을 남겼다. 전통적인 운율과 선(禪)의 미학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결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문열은 1977년 단편소설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다양한 소재와 문체, 지식을 자랑하며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젊은 날의 초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 지금까지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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