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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쿠바에서 만나는 몇 가지 풍경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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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만나는 몇 가지 풍경

쿠바에서 외국인은 차를 렌트하지 않는 이상 국영 버스회사인 비아술을 이용하거나 승인받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아스트로라는 버스회사도 있지만 현지인만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의 교통수단은 외국인을 태웠다가는 처벌을 받기 쉬워 외국인을 태우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도시는 쿠바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탕수수로 유명한 도시 ‘만딴사스’이다. 아바나와 만딴사스 사이에는 쿠바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하던 미국의 초콜릿 회사인 허쉬가 만들어 놓은 전기열차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쿠바의 유일한 전기열차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정상구

* 트래비는 3회에 걸쳐 13기 Traviest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정상구님의 쿠바 스토리를 격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쿠바에서 유일한 전기 열차를 타고 
만딴사스


쿠바를 찾는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클래식한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타 봐야 할 교통수단이 바로 이 전기열차이다. 이 열차는 하루에 몇 번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올드 아바나 동쪽의 페리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페리는 열차가 떠나는 카사블랑카라는 지역까지 운행하는데 페리의 비용은 단돈 40CUP(약 20원) 정도이다. 아바나 사람들의 발과도 같은 교통수단인 이 페리는 과거에 피랍되어 미국으로 향했던 전력이 있기도 한데, 덕분에 이제는 그에 대한 대비도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만딴사스(Mantanzas)로 떠나는 전기열차는 수십년 세월 동안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한 듯,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칠이 거의 떨어져 나간 외관, 딱딱한 나무 팔걸이에, 플라스틱 의자가 박물관에서나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기차이지만 여전히 쿠바 현지인의 교통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이 기차를 직접 타러 갔을 때도 이 기차에 탄 외국인은 나를 포함해서 총 3명뿐이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아바나 카사블랑카의 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풍경이 나타난다. 열차의 창문은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요령껏 잘 움직이는 것을 찾아서 열고 앉아 있으면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렇게 바깥를 보고 있노라니 옆자리에 앉았던 쿠바 사람이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쳐다보면 기분이 더 좋다고 제안한다. 빨리 달리지 않는 열차이기에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어 밖을 바라보니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가 정말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 제대로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만딴사스는 2개의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도시로, 현재 쿠바에서 가장 큰 사탕수수 재배 지역이기도 하다. 전기열차를 타고 도착한 이 도시는 쿠바 최고의 휴양지인 ‘바라데로’로 떠나는 길목이기도 한데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더 이동하면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해변이 있는 바라데로에 도착한다.


1 현지인들로 붐비는 오전의 카사블랑카역 2 기차 시간표 3 전기열차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달리면 시원한 바람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 4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기열차 내부

아름다운 물 빛을 만끽하다 
바라데로


쿠바 최대의 휴양지라고 불리우는 ‘바라데로(Varadero)’는 쿠바 사람들보다는 외국인에게 더 유명한 휴양지이다. 미국에서 직접 쿠바로 입국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캐나다나 유럽 사람들은 특별히 규제가 없어 많이들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날씨가 추운 캐나다 동부의 사람들이 특히 많아, 멕시코의 칸쿤이 미국인의 휴양지라고 불린다면 바라데로는 캐나다의 휴양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바라데로는 1년 내내 항상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해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찾았던 이틀간은 바람이 불어 파도가 꽤나 높았지만 그 아름다운 물 색은 하나도 바래지 않았다. 캐리비안 해변 하면 쉽게 상상되는 야자나무와 아름다운 물 색을 원한다면, 바라데로는 상상하던 바로 그 캐리비안의 파라다이스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해변을 찾다 보면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아름다운 해변은 호텔의 프라이빗 해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칸쿤의 호텔존에 가면 개인이 수영할 수 있는 바다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바라데로는 모든 바다가 공개되어 있다. 물론 해외의 유명한 리조트 체인들이 쿠바에 들어오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굳이 프라이빗 해변을 만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바다가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바라데로의 해변은 다른 곳들보다 조금 더 활기차다.

이렇게 아름답고 여유로운 곳이다 보니 캐나다나 유럽 사람들은 바라데로에서 1주일 정도 머물며 아바나를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곳만을 목적지로 해서 찾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5, 6, 7 외국인들에게 더욱 유명한‘바라데로’해변은 특히 캐나다 사람들에게 인기이다. 바라데로는 우리가 늘 상상하던 바로 그 캐리비안의 파라다이스다


계곡과 정겨운 풍경의 마을 
비냘레스


바라데로가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면 ‘비냘레스(Vinales)’는 서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전체에 포장 도로가 2개밖에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보니 아바나에서 이곳으로 향하는 비아술 버스는 항상 만석이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했었지만 당일 버스가 다 찼다는 이유로 표를 구하지 못했던 나는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여행자들을 모아서 택시를 합승하기로 했다. 그렇게 택시 비용을 4명이서 나누니 비용면에서도 버스 비용과 큰 차이가 없었을 뿐더러, 시간은 오히려 2시간으로 단축돼서 이런저런 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비냘레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격이 비싼 패키지 투어보다는 지정된 시간마다 각 관광지를 도는 투어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5CUC를 내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이 투어버스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비냘레스의 각 관광지들에 정차하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숙지해 뒀다가 원하는 장소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비냘레스의 관광지는 모두 근교에 있기 때문에 하루면 모든 곳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비냘레스의 투어 버스를 타고 첫 번째로 인디오 동굴을 찾았다. 꽤나 오래된 듯한 동굴은 쉽게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조명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동굴의 내부로 들어가다 보면 물이 있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데,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깥으로 이동한다. 보트를 타고 가면서 동굴 안의 갖가지 형상들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보트의 탑승료는 동굴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
투어 버스 시간이 애매해서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서 이동하면서, 쿠바의 시골 풍경들을 만났다.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소와 함께 밭을 매는 농부,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 마차에 올라탄 사람들 등 한국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정겨운 풍경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또한 시가의 고향답게 곳곳에서 담배잎을 수확하고 있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도착한 ‘빨렝께’는 동굴을 개조해서 레스토랑으로 만든 곳인데 늦은 밤에는 디스코텍으로도 변하는 곳이지만 한낮 레스토랑 앞에는 닭 가족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다. 이 레스토랑의 안쪽으로는 또다른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의 끝에 인디오들의 흔적을 재현해 놓았다.

다시 투어 버스에 올라타 이동한 곳은 ‘로스 하스미네스 호텔(Los Jazmines Hotel)’. 이곳에서는 비냘레스 계곡을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는데, 비냘레스 계곡은 우리가 흔히 보는 산들과는 달리 둥글둥글한 형상을 하고 있어 색다르다. 이러한 산의 풍경과 야자나무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쿠바 사람들에게도 유난히 인기가 있는데, 아침나절 운해가 생겼을 때의 풍경이 아름답다. 비냘레스 투어 버스의 마지막 종착지는 거대한 벽화 앞이다. 1959년에 그려졌다는 이 벽화는 그 폭이 무려 120m나 되는 초대형 벽화로, 가까이에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비냘레스는 도로가 두 개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저녁에 슬리퍼를 신고 산책을 나와도 여행자들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곳 또한 쿠바. 라이브 연주가 열리고 있는 카페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모히토 한잔을 마시면서 나이 지긋한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비냘레스의 밤은 이렇게 소박하게 흘러간다.


1 비냘레스의 인디오 동굴 안에서는 보트를 타고 이동한다 2 비냘레스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이 소도 투어용이다 3 나이 지긋한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비냘레스의 바 4 로스 하스미네스 호텔에서 내려다본 비냘레스 풍경 5 한가로운 비냘레스 마을 풍경

아름다운 해변의 여유로움 까요
후띠아스


쿠바는 길죽하게 생긴 섬나라로 북쪽이나 남쪽 어느 곳을 가건 1시간 정도만 달려도 쉽게 해변에 닿는다. 거기다가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섬나라이다 보니, 쉽게 만나기 힘든 그런 해변들이 나라 곳곳에 널려 있다. 더군다나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이고 교통수단이 많이 발전해 있지 않아 그런지 사람들의 때가 덜 묻은 바닷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라데로가 휴양객들이 가득가득한 해변이라면 비냘레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까요 후띠아스(Cayo Jutias)’는 말 그대로 남에게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조용한 해변이다. 섬에 있는 해변이지만 쿠바 본토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데, 비냘레스에서 투어를 신청하거나 스쿠터를 빌려서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나는 숙소에 함께 묵었던 2명의 스위스 자매와 함께 투어를 이용해서 아름다운 해변으로 갈 준비물들을 꾸렸다. 시시각각 바뀌는 쿠바의 풍경들을 뒤로하고 달리다 보니, 금세 섬 입구에 있는 작은 사무소에 도착했다. 섬을 드나드는 사람을 하나하나 체크한 이후에야 섬으로 들여 보내는데 그곳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를 받는다. 그 입장료가 현지인들에게는 싸지 않다 보니 이 해변에서 수영을 하는 현지인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또다른 일면이랄까.

그렇게 섬과 연결된 도로를 건너가 만난 후띠아스의 해변은 ‘예쁘다’라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해변이다.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을 포함해서 20~30명 남짓. 정말 조용하게 비치 파라솔 아래에서 음악을 듣고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한가한 풍경을 그대로 즐겨 볼 수 있다.

쿠바에 오기 전에는 쿠바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다는 것을 몰랐었다. 쿠바는 단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해변들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빛나는 해변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6 비냘레스 투어의 종착지인 120m 크기의 비냘레스 벽화 7 해변에서 배를 단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8, 9 후띠아스 해변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clip

★ 허쉬 전기열차로 만딴사스와 바라데로를 여행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8시35분에 떠나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열차의 요금은 승차 후 걷으므로 카사블랑카 도착시 바로 열차에 탑승하면 된다.
★ 아바나에서 비냘레스로 향하는 비아술 버스가 없을 때에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택시 합승도 가능한데 쿠바의 비냘레스 이외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런 택시 합승은 빈번하다. 다만 공식 택시인지 불법 택시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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