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음악과 춤이 흐르는 쿠바의 밤
쿠바-음악과 춤이 흐르는 쿠바의 밤
  • 트래비
  • 승인 2009.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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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Night Fever
Trinidad 트리니닷
 

음악과 춤이 흐르는 쿠바의 밤


트리니닷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로 그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특히 아름답다. 올드 시티로 보존된 지역에는 새로 단장을 한 듯 깔끔하게 색칠된 건물들을 볼 수 있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약간은 바랜 듯한 건물들이 쉽게 눈에 띈다. 트르니닷은 또한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바닥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는 곳보다는 울퉁불퉁 바위로 포장된 길이 더 많다. 덕분에 자전거를 타거나 캐리어를 가지고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정상구

* 이번 호를 끝으로 3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했던 Traviest 정상구님의 쿠바 스토리를 마무리합니다.


음악과 춤으로 밤은 깊어 가고

길거리에서 울려퍼지는 음악과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쿠바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공개된 공간에서 밤이 늦도록 벌어지는 열정적인 분위기에 직접 녹아들고 싶은 사람들은 매일 밤 노천에서 파티가 벌어지는 트리니닷으로 몰려든다. 트리니닷에는 라이브 공연을 하는 카페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트리니닷 마요르 광장 계단에서 매일 밤 열리는 라이브 연주가 가장 인기있다. 이 광장에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마요르 광장 계단의 공연은 저녁 8시경에 시작된다. 라이브 연주를 하는 무대 맞은편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무대 옆에 있는 계단에 편한 대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 무대의 바로 옆에는 칵테일과 맥주 등을 파는 바가 있고 2,000원 정도면 칵테일이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꼭 음료수나 술을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의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기는 하지만 굳이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강요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운 밤, 살사 음악과 함께하는 열기 속에서 얼음이 들어간 모히또 한잔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맥주 한 병,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음악을 즐기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이 겨워지면 바로 앞에 마련된 플로어에 나가서 춤을 춘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은 살사가 주류를 이루는데 보통 쿠바 남자가 리드하고 외국인 여자 관광객들이 춤을 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멋진 쿠바 커플이 춤을 추는 경우도 있고 다른 곳에서 ‘살사 좀 췄음직한’  커플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살사를 1년 넘게 췄던 나도 유럽에서 왔던 다른 여행자들과 즉석에서 몇 곡 춤을 출 수 있었다. 

이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은 살사뿐이 아니다. 때로는 차차나 메렝게와 같은 음악들도 나오고 시간이 늦어지면 또 다른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팀이 나와서 공연을 보여 주기도 한다. 트리니닷에 있는 동안 매일 밤 이 광장을 찾았었는데 살사만 계속 나왔던 밤도 있었지만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면서 독특한 춤을 보여 준 저녁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와 익숙하지 않은 춤사위,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겨운 무대였다.

그렇게 노천광장의 열기에 빠져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때때로 흥에 겨워 무대에서 춤을 추다 보면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어가 있기가 다반사였다. 옆자리에 앉았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친해진 외국인들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한잔을 더 하기도 하면서 트리니닷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렇게 새벽까지 광장 주변의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트리니닷은 매일 밤 잠들 줄을 모른다. 라이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는 알콜 그리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밤을 보내길 원한다면 트리니닷은 완벽한 목적지이다.



1, 2, 3, 4 트리니닷의 밤은 음악과 춤으로 잠들 줄 모른다. 노천의 공간에서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어우러져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춘다. 살사에서부터 아프리카 음악까지 음악의 종류도 다양하게 흥을 돋운다

쿠바의 대표 스포츠 야구

쿠바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는 친근한 쿠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쿠바에서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 그 누구에게 말을 걸어도 쉽게 이야기를 끌어 갈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동양인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쿠바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건네 오기도 한다. 물론 쿠바의 동양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 사람들인 관계로 ‘치노(중국인)’라고 첫 마디를 꺼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말을 건넨 상대에게 ‘소이 꼬레아노(한국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몰라봐서 미안하다는 대답과 함께 주제가 곧잘 야구로 넘어가곤 한다.

쿠바를 여행했던 때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쿠바는 아쉽게도 한국, 일본이라는 야구 강국들이 포진된 조에 들어 버리는 바람에 4강전에 진출하지 못했고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에게 패해 2위를 했었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쿠바 사람들답게 한국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위’라는 말을 꺼낼 정도로 한국은 야구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쿠바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이 이야기만 최소 100번 이상은 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은 현지 사람들과 야구를 매개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쿠바 사람들의 야구 사랑은 단순히 야구경기를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쿠바 어디에서든 야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야구하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나이대를 가리지 않았다. 광장의 한복판에서, 교회의 뒷 공원에서, 혹은 좁은 골목에서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팀 단위로 모여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뭉친 종이와 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장난처럼 야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넓은 광장에서 수준 높은 야구경기를 펼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야구는 쿠바에서 국민적인 생활 스포츠임이 분명해 보였다.

야구와 관련해서 트리니닷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트리니닷 남쪽 공터에서 경기 중이던 야구팀을 만났을 때였다. 두 개의 팀이 대항전을 하고 있었는데, 팀 대항전답게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까지 있을 정도로 나름 조직화된 야구경기였다. 궁금해서 선생님에게 물어 보니 같은 학교에 있는 두 개의 팀이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들이 이닝를 마치고 쉬는 동안 배트를 휘둘러 볼 기회까지 선사받은 덕분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5, 6, 7 쿠바에서 야구는 단연 국민 생활 스포츠이다. 어린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 어디서나 야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8 트리니닷의 거리는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라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안꼰 비치

트리니닷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안꼰 비치와 라 보까라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그중 트리니닷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안꼰 비치는 매주 주말에만 있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또는 택시나 자전거를 이용해서도 쉽게 갈 수 있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나 택시와는 달리, 자전거를 이용하면 안꼰 비치로 향하는 해변도로로 접어들며 점점 아름다운 색으로 변하는 쿠바의 바다를 볼 수 있다. 다만 안꼰 비치에서 트리니닷으로 돌아오는 길이 살짝 오르막 길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가는 사람이라면 돌아올 체력은 남겨 둬야 한다.

안꼰 비치는 여느 캐리비안의 해변처럼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이다. 백옥같이 하얀 해변이 아니고 잔존물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지만 그것이 해변의 아름다움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안꼰 비치 주변에는 많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지만 프라이빗 해변은 없기 때문에 원하는 곳 어디서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파라솔과 의자가 필요하다면 1CUC를 내고 빌리면 되고 야자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쿠바의 다른 해변들이 쿠바 사람들보다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라면 안꼰 비치에서는 쉽게 쿠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현지인들이 더 많아서인지 다른 곳보다 더 활기찬 모습이다. 쿠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구나 축구를 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가족 단위나 학교에서 단체로 놀러온 사람들도 눈에 띈다. 많은 여행자가 오는 곳이라지만 여전히 순수함이 남아 있어 카메라가 그들 쪽을 향하기만 해도 환호를 하며 즐거워한다. 그런 그들이 있는 안꼰 비치야말로 진짜 쿠바의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트리니닷 근처의 바닷가에서는 랍스터가 굉장히 많이 잡히는데 덕분에 트리니닷에서 꼭 먹어 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랍스터 요리이다. 한국 돈으로 1만2,000~1만5,000원 정도면 랍스터 두 마리를 먹을 수 있는데, 묵었던 숙소의 주인이 해줬던 랍스터 요리도 다른 곳의 요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와인 한잔과 맛보는 랍스터는 쿠바에서 이런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내게는 큰 미각적 만족을 주었다.


1, 2, 3 트리니닷 인근의 안꼰 비치는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순박한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트리니닷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지만 자전거로 이동해야 아름다운 바다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증기열차 타고 떠나는 사탕수수 재배지

트리니닷에서 가장 인기있는 투어는 과거에 사탕수수 재배지였던 ‘바예 데 로스 인헤니오스(Valle de Los Ingenios)’로 가는 증기열차 투어이다. 투어프로그램은 시내에서 외곽에 있는 역까지의 이동수단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도 별 상관은 없다. 이 투어가 인기 있는 이유는 목적지인 사탕수수 재배지를 가는 것보다는 아직도 건재하게 움직이는 증기열차를 타는 것에 있다.

증기열차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목적지에서 2시간 정도를 머무르고 돌아온다. 자전거를 타고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사람들이 굳이 증기열차를 타려고 하는 것은 증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들을 수 있는 ‘삐삐~’ 하는 소리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창문도 없는 느림보 증기열차를 타고 가면서 급수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얀색 수증기와 검은색 연기가 섞여서 하늘 위로 사라지고 초록으로 가득한 쿠바의 전원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투어의 가치는 충분했다.

이 증기열차의 목적지인 바예 데 로스 인헤니오스는 과거에 사탕수수 재배지였던 곳이다. 이곳 중앙에는 높은 탑이 있는데, 사탕수수를 재배하던 노예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재는 관광객들이 올라가서 마을을 둘러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식민시대의 유물이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올라가는 기분이 즐겁지만은 않다. 마을을 돌아보다 더위에 지쳐 힘들다면 마을 입구에서 파는 사탕수수 주스 ‘구아라뽀(Guarapo)’를 마셔 보자.

인기있는 투어이기는 하지만 하루에 오는 사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이 마을의 사람들은 여전히 순박하다. 사람들 앞에서 잎으로 메뚜기를 만들어 보이는 청년에서부터, 여행자들에게 흥미를 가지고 말 한마디를 더 건네 보려고 하는 사람들까지. 그런 순박함이 있기에 쿠바 여행은 여전히 순수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4 사탕수수 주스 구아라뽀는 한잔에 1CUC 5 종이로 접은 메뚜기 6 사탕수수 재배지로 가는 길은 과거로 돌아간 듯, 느림보 증기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제 맛이다 7 과거 사탕수수 재배 노예 감시용 탑으로 현재는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travel info

증기열차는 트리니닷 남쪽에 위치한 역에서 매일 출발한다. 투어가 아닌 개별여행을 한다면 기차 비용은 기차가 출발한 이후에 기차에서 지불할 수 있다. 기차 비용은 10CUC. 점심을 따로 먹을 곳이 변변찮으므로 간단한 먹거리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트리니닷의 랍스터 요리는 대부분 숙소에서 먹을 수 있지만 길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하라고 호객하는 일반 집에서 더 싸게 먹을 수 있다. 먹기 전에 가격 흥정을 꼭 할 것. 가격은 6~10CUC
트리니닷에 공식적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은 없지만 숙소에 문의하면 하루 3CUC에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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