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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필헌*윤혜영 부부 - 메가쑈킹 부부의 걷기 예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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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필헌*윤혜영 부부 - 메가쑈킹 부부의 걷기 예찬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했던가. 2007년 신혼여행으로 두 달간의 자전거 전국일주를 감행한 후, 크고 작은 여행을 통해 끊임없이 인생의 축소판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한 달 동안의 스위스 여행을 마친 메가쑈킹만화가 고필헌씨와 그의 아내 윤혜영씨는 보기 보기 좋게 그을린 커피색 피부를 사이좋게 뽐내고 있었다.  
글·사진  김영미 기자


혼신의 신혼여행이 궁금했다!

‘염통이 쫄깃해지다’, ‘텍사스 소떼처럼 몰려오는 메가톤급 외로움’, ‘방대한 스케일의 카드 값’ 등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언어유희를 구사하며 인기를 얻은 메가쑈킹만화가 고필헌씨. <애욕전선 이상없다>, <탐구생활> 등의 작품에서 빵빵 터진 그의 범상치 않은 어록은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7년 필헌씨는 아내이자 그의 작품 속 주인공 ‘금보’ 윤혜영씨와 전통혼례를 치른 후 신혼여행으로 무려 두 달간의 자전거 전국일주를 감행하고 그 후기를 <탐구생활 2-혼신의 신혼여행>에 연재했다. 자전거로 국내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겪은 희로애락을 담은 그의 혼신의 신혼여행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부터 ‘금보’ 혜영씨가 궁금했다. 어떻게 자전거 전국일주 신혼여행이라는 용단을 선뜻 내릴 수 있었을까. “일단 가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갔죠. 이 위험한 것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마치고나니 뿌듯하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아요. 기간이 문제라 아니라 우리나라 차들이 위협적이어서 너무 위험하거든요. 서울이 차 매너가 제일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두 사람은 다시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게 된다면 접이식 자전거로 대중교통을 중간중간 이용하며 여행할 것이라 밝혔다.

여행길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사람의 본성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인다. 이 때문에 신혼여행 갔다가 성격 차이로 갈라서고 돌아온 이들도 있다는 얘기 들어 봤을 게다. ‘습관성 울컥증’이지만 금방 화가 풀리는 혜영씨와 한번 삐치면 꽁 하고 오래가는 필헌씨가 금슬 좋게 두 달의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 한 비결은 무얼까. “트러블이 생겼을 땐 무조건 남자가 참아야 해요”라는 필헌씨의 대답에 혜영씨는 “여자는 예뻐지는 것을 포기해야 해요. 남편의 매너 없음도 잘 참아야죠(웃음)”라고 응수한다. 두 사람은 여행에서 안 싸울 수는 없고 싸우더라도 빨리 화해하는 게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그후 2년, 하이킹의 천국 스위스를 탐구하다

<혼신의 신혼여행> 후 2년. 부부는 또다시 제법 긴 시간을 길 위에서 함께했다. 스위스관광청의 지원으로 한 달간 스위스를 여행하고 7월 말 귀국한 것. 자연, 사람, 예술과 문화 등 다양한 스위스의 매력을 그림, 소설, 드라마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스위스관광청의 작가 초청 프로그램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게 됐다. 취리히를 시작으로 체르마트까지 한 지역에 일주일 정도씩 머물면서 진득하게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했다. “저희가 영어를 잘 못해서 관광청 분들은 아마 강가에 내놓은 1남 1녀의 심정으로 걱정하셨을 거예요”라며 웃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여행담을 들어 보니 스위스를 알차게도 즐기고 왔다. 산에 오른 필헌씨가 미숙한 오카리나 솜씨로 에델바이스를 연주해 가이드를 난감함에  빠뜨리기까지 하면서.

부부의 이번 스위스 여행 테마는 하이킹이었다. “스위스라는 작은 나라 안에 있는 하이킹 코스가 지구 반 바퀴 정도래요. 산, 호수, 평지 어디든 아이부터 장애인까지 누구나 하이킹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로 코스가 조성돼 있더라구요. 곤돌라나 케이블카를 이용하면서도 걷고 싶은 구간은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아서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았어요.” 난이도 중하 수준의 코스를 걷고자 했던 부부는 어쩌다 보니 마테호른 암벽 아래 험준한 코스까지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 또한 추억이다.

필헌씨는 ‘남자라면 암벽’이라며 마테호른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았다. “마테호른 암벽 바로 아래 해발 3,600m까지 갔거든요. 미션이 마테호른 한번 만지고 오기였는데 저는 키스까지 하고 왔어요.” 반면 혜영씨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라보 지역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레만 호수가 너무 예뻐요. 포도밭도 좋았구요. 지중해성 기후라 따뜻하고 상쾌한 느낌이었어요. 1300년대부터 운영됐다는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묵었는데, 불어-영어 사전과 눈빛을 이용해 주인아저씨와 대화를 나눴던 게 기억에 남아요.” 

요리사 경력이 있는 필헌씨와 ‘식탐 크루즈’로 알려진 혜영씨에게 스위스 음식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산맥을 넘는 것보다 음식을 넘는 게 더 힘들었어요. 한번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통 청국장 같은 스위스만의 별미 요리를 맛봤는데 산간지방 음식이라 염분이 많아서 몹시 짰거든요. ‘라면과 고추장은 가져가지 말고 최대한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기자’는 야무진 목표를 세웠었는데, 여행 일주일이 지나니까 우윳빛깔 빙하 녹은 물이 곰탕 국물로 보이고 뿌연 물은 홍합탕 국물처럼 보이던데요”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으레 메가쑈킹의 만화 속 코믹한 한 장면이 그려졌다. 



여행, 느리게 더 느리게

본디 반대되는 성격을 지녔을 부부는 점점 닮아 가고 있었다. 자전거에 푹 빠진 남편을 위해 아내는 뾰족구두 대신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자전거에 올라탔고, 카페와 맛집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아내처럼 남편도 카페의 분위기를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이 좋아졌다. 그리고 둘은 요즘 걷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필헌씨가 말하는 걷기의 매력은 느리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점. “솔직히 자전거도 좀 빨라요. 여행을 할 땐 최대한 느리게 걸어야 더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산을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그것도 좋지만 많이 걸으면서 산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최근 만들어진 지리산 둘레길이 의미 있는 게, 산 둘레를 걸으면서 지리산을 엄마처럼 바라볼 수 있거든요. 또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고 싶을 때는 쉬는 것도 중요하고요.” 

메가쑈킹만화가는 ‘도보 여행 3부작’ 연재 계획을 꾸려 놓았다. 제주 올레와 스위스 하이킹은 이미 다녀왔고, 8월 중순부터 2달간 1,200km를 걷는 일본 시코쿠 지방 88개 절 순례를 떠난다. ‘도보 여행 3부작’ 후에는 우리나라의 동네 뒷산 걷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음먹고 등반해야 하는 외국 산들과 달리 도시와 가까워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우리나라 뒷산들의 매력을 소개하고 싶다고. “최근에는 서대문 인근에 있는 안산에 다녀왔어요. 경기도 안산 말구요. 산이 높지 않고 길도 예쁘고 약수터도 많아서 종로쪽으로 출근 겸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애용되고 있는 곳이죠. 그런 데를 많이 찾아다니려고요.” 메가쑈킹만화가가 쫄깃한 어휘와 개성 있는 그림으로 보여 줄 도보 여행기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만나 볼 수 있다. 벌써부터 그의 맛깔나는 여행 스토리가 궁금해 군침이 돈다. 


여행이란?

고필헌 _ 삶의 연장선. 여행을 통해 쉬기도 하지만 삶을 더 많이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다. 배낭은 인생이랑 닮았다. 여행할 때 꼭 필요한 물건만 담아야 배낭이 가볍듯이 인생에서도 삶에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윤혜영 _ 누군가 ‘쇼핑을 할 때 망설여진다면 안 사는 게 맞고 여행을 하고자 할  때 망설여 진다면 떠나는 게 낫다’고 했다.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전에는 명품이나 허영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점점 사라졌다. 지금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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