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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오카야마 아스카골프리조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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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오카야마 아스카골프리조트

일본 오카야마
아스카에 핀 야쿠자의 꿈

이 세상에 못 이룰 것 없었던 오야붕 K 타케시는 우격다짐으로 축적한 돈으로 자연주의 설계가 가토 순스케를 불러 오카야마에 초호화 골프리조트 아스카CC를 만들었다.
그런 그도 일본의 버블 붕괴로 인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으나 코스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조주청(여행작가) 

 

“이의 없으시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바로 그때, 조용한 파열음이 가냘프게 한 구석에서 흘러나온다. “이의 있습니다.” 일순, 정적은 긴장감으로 팽팽해져 침 삼키는 소리만 들린다. “대손처리 전에 주주들의 한숨 소리를 귀기울여 본 적 있습니까?” 다른 구석에서 또 터진다. “동하주물이 부도나기 전에 우리 경영진은 낌새도 차리지 못했어?”

목소리 옥타브가 껑충 뛰어오른다. 여기저기서 경영진을 질책하는 삿대질로 주주총회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이어서 재떨이, 물병, 구두짝이 단상으로 날아가며 난장판이 된다.

주주총회는 이튿날 속개하기로 하고 사장과 이사들은 뒷문으로 도망친다. 그날 밤. 요코하마의 으리으리한 소카야파 야쿠자 본부로 낮에 주총에서 곤욕을 치른 사장과 전무가 찾아온다. 붉은 카펫이 깔린 오야붕 방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간 사장과 전무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머리를 조아린다. 이튿날, 주주총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주주총회 깽판 전문 소카야파 야쿠자 오야붕, K 타케시의 금고엔 수표가 또 한층 더 쌓였다.





타케시가 만들고자 한 꿈의 정원 

만화 같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가토 순스케(加藤俊輔)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가토 선생, 나 K 타케시요.” 가토는 얼어붙는다. “이번에 가토 선생이 나 좀 도와줘야 쓰것소.”
야쿠자 오야붕이 찾은 가토는 누구인가? 그를 빼고 일본 골프를 말할 수는 없다. ‘자연에서 얻은 것은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라는 자연주의 기치를 내걸고 가토 순스케가 설계한 코스는 일본 국내외에 70개가 넘는다. 그의 열정과 혼과 땀과 고통을 쏟아 부은 골프 코스는 모두가 독특해 지금도 골프 마니아들은 가토 순스케 디자인 골프 코스 순례 투어를 하고 있다. 

가토 순스케가 야쿠자 오야붕의 의뢰로 골프 코스를 설계한 곳은 오카야마(岡山)의 울울창창한 아름드리 숲으로 덮여 있는 첩첩산중이다. 가토 순스케가 나중에 설계비를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는 이곳에 또 하나의 걸작을 남긴다. 일본 투어 통산 62승의 관서지방 골프 대부, 스기하라 데루오는 감수를 맡았다. 야쿠자 오야붕 K 타케시는 가토 순스케와 스기하라 데루오에게 골프 코스를 맡기고 이번에는 초호화 숙박시설에 눈을 돌렸다. 200만 평방미터가 넘는 부지에서 골프 코스가 차지하는 땅은 115만 평방미터. 남은 땅 숲 속에 40동의 로지를 점점이 박았다. 캐나다에서 수입한 원목으로 지은 통나무집 로지는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들의 집처럼 아름답다. 냉난방을 완벽하게 갖춘 실내는 나무 향으로 가득 찬다. 찬장, 소파 등 가구 2억엔어치가 들어와 제자리에 앉았다. 다른 파벌 야쿠자 오야붕들과 중간 보스들이 너도 나도 협찬을 했다. 

그들은 통이 커서 누구는 그늘집 하나를 지어 주고 누구는 다리를 놓아 주었다. 1991년 마침내 아스카(明日香)리조트골프클럽이 팡파레를 울렸다. 오야붕 K 타케시에게 회원권을 분양하는 건 별로 고심할 일이 아니었다. 알아서 법인회원권을 사는 회사가 있고 타케시가 할당해 주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산 회사도 있고, 그리고 야쿠자들이 샀으며, 가토 순스케가 설계한 빼어난 코스에 호화 로지를 보고 자발적으로 산 골퍼도 많았다. 91년은 과열 경기에 부동산 투기 붐으로 일본 열도가 부글부글 끓어 오를 때다. 회원권도 좋은 재테크 수단이었다. 3,000만엔짜리 회원권을 660명에게 팔아 K 타케시는 간단하게 200억엔을 손에 쥐었다. 코스 공사비, 로지 건축비, 심지어 로지에 들어간 가구 값도 지불하지 않고 그 돈을 들고 K 타케시는 홋카이도로 날아가 또 다른 골프 코스 부지를 물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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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

아스카골프리조트와 국내 독점 계약을 맺은 ES투어는 요나고 패턴(아시아나항공)의 주말 골프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금요일 출발하는 3일 상품은 4라운드 플레이에 79만9,000원이다. 이외에도 5일, 8일 상품과 주니어 전지 훈련 등 장기 체류형 상품도 내놓고 있다. 

일본에서의 주말 72홀 라운드에 79만9,000원이라는 점도 장점이지만 별도의 추가 비용이 거의 필요없다는 점은 더욱 큰 매력이다. 판매가에는 항공료와 공항과 골프장 간의 차량을 비롯해 그린피, 카트피, 통나무 로지 숙박과 중식을 제외한 조식과 석식 식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한편 ES투어는 9월11일(금요일)부터 13일(일요일)까지 2박3일간 아스카골프리조트에서 골프다이제스트컵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개최한다. 대회는 8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79만9,000원에 중식까지 포함된다. ES투어┃02-775-8383


야쿠자 잔재는 없어졌으나 잡초는 남았다

19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흥청망청 부풀어 오른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일본 경제 쓰나미 앞에서 천하의 K 타케시도 한 닢 낙엽처럼 휩쓸렸다. 아스카리조트골프클럽도 고개를 숙이고 매물로 나왔다. 빼어난 골프 코스에 호화판 로지 40동을 보고 달려든 원매자들은 협상 중간에 두 손을 들었다. 골프 코스를 조성할 당시 야쿠자들이 기부 협찬했던 그늘집, 다리 같은 것에 대해 그들은 새삼스럽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10년 넘게 표류하던 아스카 왕국이 마침내 한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복잡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아스카의 오너가 된 사람은 놀랍게도 재일교포 박해석씨다. 돗토리현에 호텔 2개를 소유한 재력가인 그는 야쿠자의 잔재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아스카 재정립에 들어갔다. 수려한 산세, 울창한 숲, 해발 550m의 상큼한 산소, 원목향이 가득한 로지, 기기묘묘한 코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오호통재라, 코스 관리가 엉망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뽑아야 할 잡초가 너무 많다. 

박해석 회장도 이곳에 오는 날은 재킷을 벗어 던지고 꽃삽을 들고 잡초를 뽑는다. “라운드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일본엔 이런 골프 코스가 수없이 많습니다.” 마츠오 사장의 주장이다. 잡초 하나 손바닥만한 흙이 노출된 곳도 없는 깨끗한 우리나라 골프 코스에 익숙해진 우리 눈엔 아스카CC의 잡초가 심히 눈에 거슬리지만 몇 홀이 지나면 잡초도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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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카골프리조트 찾아가기

아스카골프리조트는 일본 오카야마현과 돗토리현 중간의 해발 700m급 산악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리조트까지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공항을 이용하는 것과 돗토리현 요나고공항을 이용하는 패턴이다.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공항과 요나고공항까지는 똑같이 1시간여 거리다. 현지 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각각 1시간과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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