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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라 돌아본 헬싱키 여행기-<카모메 식당>을 찾아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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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헬싱키 카모메 투어

영화 따라 돌아본 헬싱키 여행기
카모메 식당을 찾아서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한 화법 끝에 전해지는 소박한 메시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촬영지인 핀란드 헬싱키 역시 고유의 아우라로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하나의 훌륭한 소재였다. 그리하여 헬싱키 여행이 결정되고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곳들’이었다.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병구   취재협조  핀란드관광청 www.visitfinland.co.kr,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핀에어 www.finnair.com  스틸사진제공 스폰지 02-543-3267





그 여름 헬싱키는 맛있고 따뜻했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허기가 진다.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 코피루왁이고자 하는 드립 커피, 갓 구운 향긋한 시나몬롤, 노릇노릇한 연어 구이 등 각종 음식들이 쉴 틈 없이 화면을 채워 군침을 삼키게 된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어느 길모퉁이에 자리한 일식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소하고 여유로운 일상.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면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기운이 몽글몽글 배어 있다. 

따사로운 여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야무진 일본 여성 사치에는 헬싱키의 한갓진 골목에 작은 일식당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을 개업한다.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 뚱뚱한 동물을 좋아하는 사치에가 핀란드의 뚱뚱한 갈매기들이 좋다는 이유로 붙인 식당 이름이다. 손님이 영 들지 않는 날이 계속되지만 그녀는 접시를 반짝반짝하게 닦고 신선한 재료를 구비하며 성실하고 느긋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 식당 앞을 지나는 핀란드 아주머니 삼총사는 통유리 너머의 그녀를 신기하게만 여길 뿐 선뜻 식당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다. 그러던 중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핀란드 청년 토미를 첫 손님으로 맞은 사치에. “갓차맨 주제가를 아느냐”는 그의 물음 덕분에 홀로 여행 온 일본 여성 미도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어디든 떠나야 했고 세계지도에서 눈을 감고 콕 찍은 곳이 핀란드였기에 이곳에 왔다는 미도리는 사치에의 집에 머물며 카모메 식당을 함께 꾸려 나가기 시작한다. 

여름 헬싱키의 자태를 슬쩍슬쩍 내비쳤던 영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헬싱키 곳곳을 누비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트램을 타며 시내를 누비고,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고, 선착장에서 발트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숲에서 버섯을 따고, 시장에 가 순록고기를 사는 그녀들을 통해 헬싱키 소시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공항에서 가방을 분실한 마사코가 <카모메 식당>을 찾으면서 어느새 손님이 조금씩 늘어 식당은 세 여자의 훈훈한 활기로 가득 찬다.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지내는 동안 그들의 아픔들은 어느덧 치유되고, 이를 통해 우리 사는 세상이 함께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은 일본에서 2006년 개봉돼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듬해 우리나라에서도 잔잔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인들이 핀란드를 ‘무밍의 나라’뿐 아니라 ‘카모메 식당의 나라’로 인식하게끔 했고,특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핀란드 여행 붐이 일어 ‘카모메 식당 촬영지 투어’가 생겨났을 정도라고 한다. 헬싱키를 여행하고 <카모메 식당>을 다시 본다면 이 영화의 ‘헬싱키스러움’에 깜짝 놀랄 것이다. 헬싱키와 핀란드를 영화 속에 은근히 잘도 녹여 놓았다. 때문에 이 영화의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헬싱키 여행의 절반은 즐길 수 있을 정도이며,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헬싱키를 느낄 수 있다.



Kahvila Suomi 사치에의 흔적이 보일 듯 말듯 

영화의 주요 촬영지이자 이야기의 중심인 ‘카모메 식당’은 헬싱키 남부 주택가 한가운데 ‘카페 핀란드’라는 뜻의 ‘Kahvila Suomi’라는 이름으로 실존하고 있다. 사치에와 미도리가 정성껏 만들어 내던 오니기리는 아니더라도 향긋한 시나몬롤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찾아간 Kahvila Suomi는 안타깝게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공휴일과 주말은 쉰다는 중요한 사실을 몰랐던 것. 하지만 헛걸음은 아니었다. 영화에서도 가끔 비춰 주던 카모메 식당 앞의 한가로운 골목에 서 있다는 그 자체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으니. 

사실 이곳에 영화의 흔적이 순도 깊게 남겨져 있지는 않다. 식당 이름 Kahvila Suomi 아래에 かもめ食堂이라고 일본어로 표기되어 있고, 구석엔 영화 포스터가 짐짓 뽐내듯 붙어 있지만 이러저러한 장식들은 오히려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의 모습과 점점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 투박한 외관 앞에서, 깔끔한 통유리창 너머로 훤히 들여다보이던 사치에의 접시 닦는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창 너머로 들여다본 식당의 내부는 테이블 배치를 비롯해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바뀌었지만, 블루톤으로 꾸며진 벽과 공간 자체는 제법 영화 속 모습과 흡사해 세 여자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전통 핀란드 음식을 취급하는 Kahvila Suomi는 동네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식당으로 인근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점심식사 7~10유로 정도로 저렴하게 가정식 핀란드 음식을 맛볼 수 있기에 헬싱키 내에서도 추천할 만한 식당이라고. 커피는 2~3유로 정도.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Eira 방면 트램 3T 또는 3B를 타고 5거리에 있는 Viiskulma 정거장에서 내려 트램이 지나온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길 건너 오른편에 Pursimiehenkatu 거리가 있다. 참고로 이 거리에는 헬싱키디자인디스트릭트에서 지정한 디자인 숍도 제법 눈에 띄니 산책을 겸해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다.

주소 Pursimiehenkatu 12  가는 방법 트램 3T 또는 3B Viiskulma 정거장 하차, 도보 3분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홈페이지 www.kahvilasuomi.fi




사치에와 미도리가 처음 만난 곳 Cafe Aalto

“혹시 갓차맨의 노래 가사를 아시나요?” 머나먼 핀란드 땅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대뜸 묻는 질문 치고는 생뚱맞다. 다행히 갓차맨(독수리 오형제) 주제곡의 가사를 술술 외우는 미도리 덕에 사치에는 풀리지 않던 궁금증을 해결했고 그녀들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된다. 그녀들이 처음 만난 장소인 이 카페는 핀란드 최대 규모 서점인 아카데미아 서점(Akateeminen kirjakauppa)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 알토(Cafe Aalto)’. 아카데미아 서점은 핀란드인들이 사랑하는 핀란드의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의 작품으로, 실내를 더욱 환하게 만드는 천장이 특히 인상적이다. 

카페 알토의 가격대는 아쉽게도 조금 비싼 편이다. 때문에 영화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라면 가볍게 커피 한잔 즐길 것을 추천한다. 파이, 샐러드, 케이크, 식사 등도 판매한다. 미도리가 그랬던 것처럼 카페에 앉아 핀란드의 유명 동화 무밍시리즈 중 <무밍 골짜기의 여름>을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헬싱키 시내 여행의 중심점이라고 볼 수 있는 스토크만백화점 별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하기 편리하며, 제법 늦게까지 문을 여니 하루 일정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것도 좋다. 커피 3유로 정도. 

주소 Pohjois Esplanadi 39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 5~8월 정오~오후 6시/ 11~12월 정오~오후 9시  홈페이지 www.cafeaalto.fi/en

싱싱한 식재료가 탐스럽던 시장  Hakaniemi Market Hall and Market Square 

맛있는 카모메 식당의 메뉴를 위해 그녀들이 싱싱한 재료를 공수하던 시장. 관광객은 주로 헬싱키 항구 앞에 차려진 마켓광장(Kauppatori)만 접하게 되지만, 현지인들이 보다 많이 이용하는 생생한 쇼핑을 경험코자 한다면 단연코 하카니에미 광장시장을 방문해야 한다. 이곳은 광장시장(Market Square)과 1914년 건축된 마켓홀(Hakaniemi Market Hall)로 이루어져 있는데, <카모메 식당>에 등장한 곳은  여름철이면 매일 개장하는 광장시장. 헬싱키 도심에 위치한 하카니에미 마켓홀은 가난한 노동자들에 의해 생성된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세련된 건축물과 거대 기업, 숍, 바, 레스토랑이 즐비한 번화가로 변모했다.

여름이면 개장하는 광장시장의 노천카페는 지역 주민들의 회합 장소인 양 이야기꽃이 그득하다. 활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이곳에서는 싱싱한 생선과 유기농 야채, 고기, 우유, 버터, 과일, 베리, 꽃, 패션용품, 수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현지인들도 많다. 매월 첫째 일요일에는 옷, 기념품, 가방, 음반, 주방용품 등  보다 다양한 아이템들을 파는 큰 규모의 장이 선다.   

가는 방법 트램, 버스, 지하철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원로원 광장에서 트램 이용시 7번 트램 탑승 후 하카니에미 광장에서 하차  운영시간 여름 광장시장은 새벽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 운영 




네 여자의 작은 행복을 상징하는 공간 Cafe Ursula

영화의 마지막,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와 그녀들의 도움으로 절망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핀란드 여성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란히 앉아 일광욕을 한다. 푸르른 발트해를 바라보며 각자의 여유를 즐기는 이 장면은 여름 헬싱키에서 찾은 그녀들의 평온과 작은 행복을 보여 준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카페 우르슐라’는 헬싱키 남쪽 카이보푸이스토(Kaivopuisto) 공원 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카페 우르슐라는 헬싱키에서도 유명한 카페로 손꼽혀 늘 북적인다. 영화 속 그녀들처럼 기분을 낼 겸 발트해가 훤히 보이는 외부 테라스에 앉고 싶었지만, 작은 새들이 우리의 빵을 자꾸만 넘보는 탓에 실내로 들어가야 했다. 가만히 앉아 신문을 보는 노인, 홀로 시크하게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카페는 조용히 북적인다. 카페 우르슐라를 찾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해질녘이라지만 여름철에는 좀처럼 해가 지지 않는 하얀 밤 ‘백야’ 때문에 해질녘이 모호하므로 언제든 방문해도 상관없을 듯. 백야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영화 <카모메 식당>에도 등장하니 참고하자. 

카페 우르슐라가 위치한 카이보푸이스토 공원 인근은 고급 주택단지로 한가하고 평온한 분위기다. 낮은 언덕과 푸르른 바다와 요트들이 그림같은 이곳에서 헬싱키 사람들처럼 큰 개와 함께 산책을 하기는 어렵지만, 짬을 내 조깅을 시도하거나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주소 Ehrenstr  mintie 3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자정(여름) 오전 9시~오후 8시  가격대 커피 3~4유로, 케이크 5~8유로 수준  홈페이지 www.ursula.fi


* 카모메, 홍대에도 있다!

홍대를 거닐다가 ‘카모메(kamome)’라는 가게를 발견하자마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더니, 역시나 오니기리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다. 20여 종의 오니기리를 1,000~2,000원에 판매하는데, 주문하면 손수 만들어 주는 오니기리들이 도톰하고 알차 든든한 간식으로 좋다. 우동, 모밀 등도 판매하니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 끝.
주소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6-129  문의 02-322-231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영화 구석구석 숨어 있는 헬싱키



헬싱키는 도보로 여행하는 게 가장 좋지만 보다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서 트램을 적극 이용하기를 권장한다. 미도리 역시 헬싱키 관광을 위해 지도를 들고 트램을 탔다. 짧은 시간 내에 헬싱키 주요 볼거리를 탐색하고자 한다면 3T 트램을 이용하자. 헬싱키 항구의 카우파토리(Kauppatori) 시장, 헬싱키 대성당과 원로원광장, 메인 쇼핑 거리인 Aleksanterinkatu, 암석 교회(Temppeliaukio Church), 시벨리우스 기념 공원(Sibelius Monument), 하카니에미(Hakaniemi) 광장, 헬싱키 기차역, 전망이 훌륭한 카이보푸이스토(Kaivopuisto) 공원 등에 정차한다. 

공항에서 트렁크를 분실한 마사코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마리메코(Marimekko)에서 옷을 구입했다. 마리메코는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헬싱키의 중심거리인 에스프라나디(Esplanadi) 거리에만 2개가 있다.

트렁크를 잃어버린 마사코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헬싱키 항구. 핀란드와 스웨덴, 에스토니아 등을 연결하는 거대 유람선 실야라인(Silja Line)이 보이고 수많은 갈매기들이 휑뎅그렁한 그녀의 주위를 배회한다. 이 역시 헬싱키의 상징들이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사우나 이용 후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는 장면을 통해 핀란드 사람들 삶의 일부인 사우나도 영화에 살짝 언급됐다. 핀란드 역사와 문화에서 사우나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 2차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헬싱키에는 122개의 공중사우나가 있었지만, 현재는 단 3개만이 남아 있으며 대신 집집마다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그중 Arla 공중사우나는 우리나라의 작은 공중목욕탕과 흡사하며 남자와 여자가 다른 층을 이용한다. 1929년부터 영업해 온 곳인지라 외양은 조금 오래돼 보이지만, 사우나 안의 열기는 후끈하다. 사우나의 난로에는 돌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데, 여기에 물을 부으면 증기가 발생해 온도가 확 올라간다. 사우나를 하며 자작나무의 어린 가지로 만든 ‘비히타’로 몸을 두드리면 땀이 쉽게 나고 피부가 좋아진다고. 핀란드 공중사우나가 우리나라의 공중목욕탕과 다른 점은 야외 마당이 있다는 것. 남녀노소가 수건 하나 걸치고 바깥에 나와 시원한 공기를 쐬며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처음엔 부끄럽지만 상쾌하고 짜릿한 체험이니 한번쯤 도전해 볼 것.

Arla Sauna 주소 Kaarlenkatu 15  입장료 9유로  영업시간 수~일요일 오후 2~8시  홈페이지 www.arlansaun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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