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 간사이 4日4色에 물들다
일본 간사이- 간사이 4日4色에 물들다
  • 트래비
  • 승인 200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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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간사이
간사이 4日4色에 물들다 

도쿄보다 버라이어티한 일본을 원한다면 간사이 순방은 어떨까? 간사이를 대표하는 고베, 교토, 나라, 오사카는 인접해 있으면서도 고유색이 뚜렷해 가능한 최소의 발품으로 최대의 여흥(旅興)을 누리고자 하는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오사카는 먹다가 망하고,  나라는 건물을 짓다 망하고, 교토는 옷을 입다 망하고, 고베는 신발을 신다가 망한다는 속담에서 ‘망한다’는 말은 오히려 간사이가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자 차별화에 다름아니다. 일본의 고유한 전통과 최신의 트렌드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간사이 네 개 도시, 네 가지 인상을 만났다. 

글·사진  도선미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간사이광역기구(KU)



1st Day 고베
이진칸의 백년 세월 그리고 하버랜드의 푸른 저녁

일찍이 개항된 조차지였던 고베는 여전히 이방인과 토착민이 융화돼 살아가는 혼혈의 도시다. 우연히 택시에서 합승하게 된 고베 아가씨에게 ‘가장 고베다운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망설임없이 이진칸을 들었다.

고베에서라면 출퇴근도 여행하듯 설렐 것 같다. 길게 누운 로쿠산과 푸른 바다 사이에 부채꼴 모양으로 자리잡은 고베시.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고베 신칸센은 봄과 가을엔 고운 산색(山色)으로, 여름과 겨울엔 시원한 파도로 눈길을 사로잡아 ‘일본의 골든패스라인’이라는 별명까지 지녔다. 이 정도면 신칸센 출퇴근길도 심히 고되지만은 않겠다. 

현지인들은 가장 고베다운 풍경과 이야기를 지닌 곳으로 흔히 이진칸을 꼽는다. 똑같이 이국적인 풍취를 자아내는 ‘옛거류지’ 구역이 처음 생긴 외국인 무역상, 영사들의 거주지였다면 이진칸은 이들이 부를 축적하고 보다 쾌적하게 살기 위해 명당자리를 찾아 지은 호화 저택이다. 이들 저택이 모두 로쿠산 일대 언덕 위에 자리하며 울울창창한 숲을 등지고 고베항을 굽어보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기타노의 이진칸 거리로 난 오르막 길에서는 다양한 건축 양식도 만날 수 있다. 한 세기 전에 지어진 집들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80여 채인데 당시 일본에 대한 유럽 각국의 관심을 입증하듯 독일식 고딕 건물, 이슬람식 모슬렘과 터키돔, 스위스 샬레 등 가지각색이다. 이중 20여 개가 현재 박물관이나 카페, 식당, 상점 등을 겸해 개방되고 있다. 입장료는 대체로 300~500엔 가량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가자미도리는 지하철 신고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입관료는 300엔이며 매달 넷째 주 화요일에 휴관.         





고베의 랜드마크 가자미도리관

고베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수탉 모양의 로고가 자주 눈에 밟힌다. 상점 간판에서부터 어느집 담벼락까지 마치 무슨 암호처럼 얽혀 있다. 이 수탉들의 족보는 바로 기타노초광장 앞에 세워진 독일식 건물에서 시작됐다. 첨탑 끝에 달린 수탉 풍향계의 이름을 따서 ‘가자미도리(風見鷄)’라고 불리는 집이다. 풍성한 볏을 가진 수탉은 기독교에서 아침을 알리고 밤새 설치던 귀신들을 몰아내는 영물로 통하는데, 대지진이라는 아픔을 겪은 후 고베 시민들은 이 수탉에 마음을 의탁해 왔다.  

가자미도리관은 1909년에 지어져 올해로 100살을 맞는다. 이진칸에서 유일한 벽돌 건물로, 독일인이 설계했지만 건축 자체는 신사를 주로 짓던 일본인이 맡아 독일, 일본 양식이 혼합된 점이 특징이다. 외관만 보면 첨탑을 치켜든 독일식인데 입구에는 신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도리이가 서 있는가 하면 그 기둥에는 떡 하니 라인강(Rhine River)이라고 써 있다. 내부 천장도 인상적인데, 응접실은 일본식 격자 무늬인 반면 맞붙은 식당은 독일식 일자 무늬로 확연히 대조된다.     

그 옛날 이 집에는 독일의 무역상인 G.토마스 부부와 그의 어린 딸 엘리제가 살았다. 그들이 떠난 후로는 중국인 기숙사로 사용됐고 1931년도에 방영된 NHK의 한 인기 연속극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한 빵집 소녀의 꿋꿋한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내용을 듣고 보면 10여 년쯤 전에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국희>와 비슷한 면이 많다. 현재는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여섯 살에 가자미도리를 떠났던 엘리제는 88세가 되어서야 그리운 옛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이 집에 살았던 어린 시절의 모습과 할머니가 되어 찾아왔을 때 사진들은 모두 3층 복도에 전시돼 있다. 실제 엘리제의 생활상은 2층 엘리제의 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수십 개의 서양 인형이 방 한가득 늘어선 것만 봐도 부유한 상인의 딸이 누렸던 소공녀 생활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기타노관광안내소는 가자미도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하고 있다. 1층은 정보센터와 화
장실, 2층은 카페로 구성됐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월부터 3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천만개의 불빛, 천만불의 야경 ‘하버랜드

고베가 세계 16대 미항으로 꼽히는 데는 환상적인 야경도 한몫 거든다. 해질녘 자연광이 이울면 하버랜드는 일제히 불을 밝히고 화려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모자이크가든의 대관람차와 잘빠진 매머드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메리켄 타워포트는 각각 고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야경 관망 포인트. 모자이크가든 쪽에서 보면 붉은 타워포트와 에머랄드 빛 고베해양박물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똑 닮은 호텔 ‘오쿠라카’의 눈부신 순백색이 완벽한 그림을 이루는 걸 볼 수 있다. 반대편 타워포트 쪽에서는 대관람차와 모자이크가든, 그리고 정박해 있는 콘체르토의 자체 발광을 음미할 수 있다. 여기에 어둠이 덜 내려앉은 깨끔한 수면을 스크린 삼아 도시로부터 천만개의 불빛이 영사되면, 그야말로 천만불짜리 야경이 완성된다.

연인과 함께 왔다면 모자이크가든에서 출발하는 콘체르토에 승선하기를 적극 권한다. 펄 브릿지라고도 하는 아카시해협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1시간 반 남짓 동안 홀마다 연주되는 라이브 음악과 홍콩 출신 주방장의 광둥요리, 4층 데크에서 맞는 바닷 바람을 즐기다 보면 자연레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 



모자이크가든 대관람차  700엔,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
콘체르토 승선  2100엔, 오전 12시(런치타임), 오후 3시(티타임), 오후 5시10분(티타임), 저녁 7시20분(디너타임)으로 1일 총 4항차 운항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30분~45분이다. 런치는 뷔페 3,800엔, 코스요리 4,200엔부터이며 디너는 뷔페 5,300엔, 코스 6200엔부터다. 오후 시간에 먹을 수 있는 케익세트는 1,200엔, 딤섬은 2,000엔. www.kobeconcerto.com에서 예약 가능하다.



일본 온천의 ‘오야붕’ 아리마온천
 

원천만 해도 총 2만7,000여 개가 넘는다는 명실공한 온천의 제국 일본. 그 수많은 온천 중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잇는 적통을 따지자면 단연 아리마 온천이다. 도우고온천, 시라하마온천과 함께 3대 고천(古泉)으로 <일본서기>에도 등장했던 아리마 온천은 특히 붉은 빛의 금천(金泉)이 유명하다. 또 온천 단지 내에는 우와나리, 고쿠라쿠, 고쇼, 아라아케 등 총 6군데의 원천(源泉)이 있다. 일반 온천이 땅속에 침투한 빗물이 화산의 열기로 데워진 후 다시 솟아오르는 것인 데 반해 원천은 빗물이 아닌, 마그마에서 유래된 ‘초생수(初生水)’가 용천하는 것. 지하 200m에서 뿜어져 온도가 95도나 되고 테라피 효능도 뛰어나다.
아리마온천은 일종의 온천과 휴양, 관광이 복합된 단지로 구성돼 있어 소소한 재미가 그득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부인 네네의 흔적이 동상과 신사, 온천장마다 곳곳에 남아 있고, 낡은 일본식 가옥이 다닥다닥 붙은 언덕길엔 탄산수로 만든 센베과자와 닌교구데(인형 붓) 등 아리마의 특산품이 즐비하다. 특히 아타고야마 공원으로 가는 언덕빼기에 자리한 아리마공방에는 젠쥬안이라는 유명 수타 소바집과 다양한 체험 거리가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의 휴게실 겸 놀이터 역할을 한다. 다키천을 따라 난 폭포길과 길 중간중간 자리한 신사와 연못, 봄이면 목련꽃이 흐드러지는 목련길 등 산책하기에도 적합하다.




고베에서 아리마 가는 방법 

1. 로꾸산 정상에서 아리마 로프웨이역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편도 980엔, 왕복 1,170엔
2. 로프웨이역에서 다시 아리마 경내 순환열차인 아리마루프를 타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1시간에 2대 운행하며 직행, 완행에 따라 한 번 순환하는 데 30~50분이 소요된다. 운임은 100엔. 
3. 아리마온천 전용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산노미야 한큐 3번가, 신오사카 모모야마다이역 앞에서 정차하며 아리마온천 고쇼보 앞이 종점. 배차시간은 20~30분이며 산노미야 승차시 1,330엔, 신오사카 승차시 1,200엔.
4. 고베 전철을 타면 아리마온천역 다이코교 앞까지 15분이면 도착한다.



천황도 납시었던 고쇼보(御所房) 온천장

원천수를 이용하는 온천장 중 하나인 고쇼보온천은 대대손손 500여 년 동안 가업을 이어온 토박이 집이다. 아리마는 전란과 지진으로 번성과 쇠퇴를 거듭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직접 관할한 이후에 현재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고쇼보 온천장은 천황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려 황제의 공원을 뜻하는 ‘고쇼(御所)’라 이름했다.  

이곳 주인인 가나이 히로노부 사장은 “일본에서 병원의 역사는 고작 100년밖에 안됐는데 그 이전에는 모두 이곳 아리마 온천에서 치유를 했지요. 아리마 온천을 처음 발견한 행지 스님은 상처가 깊은 세 마리 까마귀가 웅덩이에서 목욕을 하더니 며칠 뒤 씻은 듯이 낫는 것을 보셨다고 해요. 그 뒤로 온천 이름이 알려졌죠.” 가나이 사장은 원천의 약효에 대해 극찬했다. 약산성과 염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살균 작용이 뛰어나 상처와 피부염에 잘 듣는다고. 또 우리 몸의 밸런스를 조절해 주는 리튬의 함유량이 일반 온천보다 20배나 높아서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2nd Day 교토
마에코의
붉은 입술, 기온 마쯔리의 뜨거운 숨결

천년의 고도(古都) 교토에는 과거의 시간이 살아있다. 교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를 꼽자면 첫째가 연중 다양하게 열리는 마쯔리요, 둘째는 노(能)·교겐(狂言) 등 전통 공연과 마에코 체험, 셋째는 리얼 교토의 맛, 가이세키 시식이다.



기온 붉은 밤, 그 진한 열기

운이 좋게도 여름, 그것도 기온마쯔리(축제)의 열기로 뜨거운 7월에 교토를 다녀왔다. 오사카의 텐진마쯔리, 도쿄의 간다마쯔리와 함께 일본의 3대 축제이자 천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기온마쯔리! 대한민국 2030 처자라면 학창시절 교과서 밑에 몰래 펼쳐 놓고 봤던 순정 만화 속 마쯔리 풍경을 잘 알고 있을 터. 마쯔리에서 만난 이후 남주(남자주인공)와 여주의 관계는 급물살을 탄다는 게 일본 순정만화의 불문율이다. 사소한 오해로 자꾸만 엇갈리던 그들은 꼭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서 마주친다. 평소에 알지 못했던 청순한 여주의 모습에 한눈에 반한 남주. 얼음빙수를 떠먹거나 금붕어를 뜨고 불꽃놀이를 함께 보며 그들의 사랑은 무르익어 간다. 

기온마쯔리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세기 교토에도 여전히 과거에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유카타를 입은 연인들이 쌍쌍이 몰려나왔다. 젊은 커플뿐 아니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 노부부들이 무더위에도 개의치 않고 쿨하게 축제를 즐긴다. 좁은 골목골목마다 죽 늘어선 포장마차들은 오코노미야끼와 타코야끼에서부터 찐옥수수, 삼겹살 꼬치, 팥빙수, 닭튀김 등 수십가지 먹거리로 유혹하고, 들끓는 인파의 열기는 진한 흥분을 자아낸다.

기온마쯔리의 주 이벤트는 전야제 동안 32개 마을이 고유의 가마를 골목에 전시하고 마지막날 다함께 가마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달 동안 준비를 하는데 전야제가 열리는 14일부터 17일 동안이 가장 재미있다. 

기온마쯔리의 가마는 ‘호코’와 ‘야마’라는 두 종류로 나뉜다. 호쿠(鋒)는 가마 위 대나무 깃대 끝에 언월도 모양의 미늘창이 달린 것이고, 야마(山)는 깃대 중간에 소나무를 이고 있는 것. 전염병과 전란이 빈번하던 헤이안시대 세이와 황제가 교토 야사카 신사에 특사를 보내 66개의 지방을 의미하는 미늘창을 만들도록 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후 970년부터 축제가 매년 치러지고 있지만 숱한 전쟁 속에서 원형을 많이 잃어버려 현재는 15세기 전통을 따르고 있다.  

보통 호코 가마는 무게가 12톤, 높이는 25m, 바퀴 직경 2m나 된다고 하는데, 이 거대한 가마를 움직이는데 장정 40여 명이 필요하단다. 또 조립할 때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앉고 밧줄로만 엮기 때문에장정 서른 명이 달려들어도 족히 5일은 걸린다고. 야마는 호코보다 작아서 1.2톤 정도가 보통이다. 호코보다 덩치는 작지만 정교하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고 주로 대로에 배치되는 호쿠와 달리 소로에 자리한다. 옆지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요염한 마에코로 변신!

게이샤의 화장법은 일본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컬쳐 쇼크 중 하나. 일본의 미를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지만 한국 사람 눈에는 아름답다기보다 신기할 따름이다. 교토의 게이샤는 조선시대 평양의 기생이라는 말과 동격이다. 하지만 ‘게이샤’라는 명칭이 교토에서는 실례가 된다는 사실. 엄격한 훈련 과정과 긴 시간을 통해 양성된 교토의 게이샤를 간사이 지방에서는 특별히 ‘게이코’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근대 이후로 게이샤가 술집 여자를 뜻하는 말로 변질돼서 ‘순수 예인’이라는 본래 의미를 잃어버린 탓도 있다. 

마에코는 게이코가 되기 전단계의 견습생이다. 이전까지는 게이코 육성소인 오키야에서 생활하며 다도와 샤미센 연주, 춤 등을 배우다가 마에코가 되면 게이샤를 따라다니며 무대에도 서는 등 공식 석상에 데뷔한다. 마에코와 게이코의 차이는 복식에서 드러나는데 마에코는 가발을 착용하지 않고, 화장이 더 짙으며 기모노의 허리띠가 더 길다고 한다. 또 마에코는 빨간 속치마를, 게이코는 하얀 속치마를 입는다.

아무리 마에코상, 게이코상이 유명한 교토라도 우연히 그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를 익히 들은 본 기자는 직접 마에코로 변신해 보기로 했다. 물론 메이크업과 드레스업, 사진촬영 정도였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백설기 메이크업과 기모노 착의는 흥분과 긴장 100%. 우선 사이즈에 맞는 버선을 고르고 얇은 원피스를 입은 채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메이크업 베이스와 분홍색, 흰색의 파운데이션을 얼굴과 목에 고루 펴 바르고, 눈코입이 없어질 정도가 되면 흰 도화지에 색칠 공부하듯 붓을 이용해 눈썹, 아이라인, 입술 순서로 화장을 해나간다. 특히 입술은 주름 사이사이를 붉은색으로 촘촘히 메꿔 줘야 한다. 2단계는 기모노 선택. 화장한 얼굴과 잘 어울리는 색상을 고르는 게 포인트다. 

처음 입어 본 기모노는 화려함과 동격의 ‘무게’로 다가왔다. 기모노만 무려 3kg, 화관은 1kg이다. 속옷과 겉옷을 입고, 갑옷 같은 오비(허리띠)를 매는데 고정시키기 위해 가슴과 허리 위아래로 얼키설키 연결한다. 여기에 복숭아 모양의 가발과 나막신을 신으면 완성! 이제 개인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진만 찍으면 된다. 유메코보 포토그래퍼가 알려준 요령은 입술을 살짝 떼고 어깨를 낮추면서 고개를 15도 정도 아래로 숙이는 것이라고. 

교토의 유메코보(夢工房)는 대표적인 마에코 변신체험 스튜디오. 메이크업, 드레스업 서비스가 포함
된 기본 가격이 9,975엔인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포토그래퍼가 찍은 20컷의 개인 사진도 CD롬에 넣어 준다. 외부에서 인력거 타기 등 옵션에 따라 가격은 1만8,000엔까지 다양하다. 교토역점, 기요미즈데라점, 기온점의 3개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www.yumekoubou.info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예술의 맛, 가이세키
연회를 위한 요리를 뜻하는 가이세키(懷石, 會石)는 교토의 명물. 일종의 코스요리랄 수 있는데 전채요리와 회, 초밥, 덮밥, 구운 요리, 삶은 요리 등 재료와 방식이 다양해 요리사마다 예술작품처럼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교토에서 가볼 만한 가이세키 전문점으로는 가모가와강을 바라보며 정찬을 들 수 있는 ‘간코다카세가와니조엔’이라는 식당이있다. 총 140여 종의 메뉴가 있으며 가이세키 요리는 5,000엔부터이고 이외 1,000엔 내외의 저렴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또 한 달에 한 번 마에코 초청 공연과 각종 전시도 열리는데 인터넷을 통해 문의·예약할 수 있다. www.ganko food.co.jp




 3rd Day 나라
사슴 공원의 샛노란 햇살과 도다이지의 금박 치미

나라에는 호류지, 도쇼다이지 등 많은 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을 찾으라면 단연 도다이지(東大寺). 건립된 지 무려 1,500년 가까이 된 이 고찰은 교토의 니시혼간지와 함께 일본 최대로 손꼽혀 규모마저 ‘헤비급’이다.

 한국에서는 사찰을 수수한 행색과 편안한 의미를 담아 절집이라는 애칭으로도 부르는지만 도다이지는 절보다는 궁궐처럼 웅장한 느낌이 강하다. 원래 금종산사, 금광명사 등으로 불렸다가 동쪽의 큰 절이라는 뜻의 현재 이름을 지니게 된 것도 이같은 덩치 때문이란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도 건립 당시에 비하면 절반이나마 줄어든 것. 8세기 초반 쇼무천황이  단명한 황태자의 명복을 빌고,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지었는데 수차례 지진과 화마를 입으면서 결국 재정 부족으로 이전보다 40%나 축소됐다. 오죽하면 사찰 안의 대불이 100여 년간이나 처량하게 비바람을 맞았을까. 이런 내막을 알고 보면  팔작지붕 끝에서 빛나는 금박 치미가 도다이지의 세월과 아름다움을 압축하는 듯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재를 막는 역할을 하는 치미는 목조건물인 도다이지의 수호천사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현재 남아있는 도다이지 창건 당시 유물은 전정(前庭)의 팔각 등롱 하나뿐이다. 전정 바닥에 깔린 석판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도다이지를 향해 색깔이 다른 4개의 레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정 가운데 검은 레일을 기준으로 양옆이 각각 붉은색, 흰색, 사선 무늬의 레일로 돼 있다. 이는 불교가 전파된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검은 레일은 인도를, 분홍색 레일은 중국을, 흰색 레일은 한국을,  마지막 레일은 일본을 가리킨단다. 과연 발길이 머무는 곳 하나에도 불교의 비의가 담겨진 절이다.




 사슴들의 천국 나라공원 

동대사로 가는 길은 사슴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나라공원과 이어진다. 햇빛 쏟아지는 화창한 날 나라공원에 가면 서양화 속에서만 보던 목신의 오후를 몸소 만끽할 수 있다. 동서로 4km, 남북으로 12km에 달하는 넓은 공원은 1880년 불모지를 탈바꿈시킨 것으로 현재 1,000여 마리가 넘는 사슴이 살고 있다. 나라에는 신이 사슴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 도읍을 점지했다는 전설이 있어 사슴을 신성시 하는데, 실제로 만난 사슴은 워낙 사람의 손을 많이 타서인지 영물이라기보다는 굼뜬 애완동물에 가깝다. 게다가 어찌나 식탐이 강한지 손에 종이쪼가리만 들고 있어도 몰려들어 보채기 일쑤. 사슴용 센베 과자를 사서 뒤돌아서는 순간 인기 폭발을 경험케 될 것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5분에는 프렌치 호른을 불어 사슴을 불러 모은 후 먹이를 주는 시키요세 행사를 진행한다고. 또 매년 10월 사슴 뿔을 자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4th Day 오사카
쇼핑 블랙홀 신사이바시, 도톤보리의 검푸른 물결

“모까리마쓰까?(돈 잘 벌고 있습니까?)”
오사카에서 예사로 쓰이는 이 인사말 한마디는 오사카가 얼마나 상업화된 도시인지를 알려준다. 우리나라 부산과 맞먹는 일본 제2의 도시로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의 본고장이자 ‘먹다가 망한다’는 식도락의 본좌. 그리고 쇼핑 마니아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어놓는 쇼핑 블랙홀이 바로 오사카다.

오사카의 번화가로는 흔히 미나미타운을 드는데, 도톤보리강 위아래로 서민적인 남미나미와 이국적인 북미나미를 가른다. 이 두 지역을 관통하는 쇼핑아케이드가 바로 블랙홀의 핵심 신사이바시와 에비스바시이고 그 주변을 아메리카무라, 유럽무라 등 여러 ‘무라’가 둘러싸고 있다. 

쇼핑하기 좋은 곳은 아메리카무라 부근의 오렌지스트리트와 아메리카무라, 신사이바시인데 오렌지스트리트에는 한국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세련된 스타일의 옷과 소품이 많고, 아메리카무라에는 약간 무서운 소년소녀들이 출몰(?)하는 것처럼 구제나 개성있는 옷들이 많다.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사이바시는 브랜드숍부터 액세서리, 속옷,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저렴한 물건을 판매한다. 이 길을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만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사카에서 쇼핑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대게집으로 향하자. 오사카의 특산물 중 하나인 토실토실한 ‘대게’는 주린 배를 위한 처방전. 특히 오사카에서 3대째 내려오는 격조 높은 대게전문점 ‘카니도라쿠’는 움직이는 대게 간판과 익살맞은 대게 예찬송으로 이름높다. 1인당 3,500엔이면 ‘게살 몽땅’의 사치를 누릴 수 있다. 게 코스 요리를 시키면 게 스시, 게 푸딩, 게구이와 찜, 게초밥까지 살짝 질릴 정도로 다양한 게맛을 느낄 수 있다. 4월부터 여름까지의 게가 가장 실하다고 하니 내년에 오사카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체크리스트에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카니도라쿠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11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도톤보리강을 따라 세 군데 체인점이 있으며 이중 본점은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는 신에비스교 앞에 있다.
www.douraku.co.jp/kansai



밤 깊은 도톤보리, 크루즈를 타라

도톤보리강이 시내를 빙 둘러 흐르는 오사카는 동양의 베니스를 자처한다. 이미지는 베니스라기보다 서울 청계천과 비슷한데 하천이 넓어 여러 대의 크루즈가 운항하는 점이 다르다. ‘도톤보리 리버크루즈’는 도톤보리강의 일부인 니뽄교-에비스교-도톤보리교-신에비스교-후카리교-우키리와교를 선장님의 알쏭달쏭한 일본어+영어 설명과 함께 둘러본다. 미나토마치리버 플레이스와 네온사인을 밝힌 재미있는 간판들, 강변에 나온 사람 풍경은 도톤보리의 밤을 더 다채롭게 한다. 에비스타워 앞에서 승선하며 매일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20분이며 티켓은 700엔. ipponmatsu.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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