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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낯선 도시에서의 호텔찾기

  • Editor. tktt
  • 입력 2005.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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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총각때였는데 해외업무가 약간 손에 익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이 때는 마드리드를 거쳐서 스페인 북부지역의 대서양에 접해있는 라꼬루냐 라는 중소도시에서

의류체인점 사라 라는 회사와 상담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저녁무렵 공항에 도착하니,

우리회사의 의류를 스페인에서 판매희망하는 교포가 마중나와 주셨더군요.

이 분은 태권도사범 출신으로 스페인왕실의 경호원도 하셨던 성격 화끈하고

남자다운 양반이었죠.

 

호텔은 시내 중심가에서는 좀 떨어져 있었지만 대서양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경치좋은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었죠..겨울이라서 관광객은 없었지만요.

짐을 풀자마자 이 교포와 식사를 하러 시내중심가로 나왔어요.

식사를 마치고 이 양반의 제의로 포도주막걸리집에 갔습니다.

이게 뭐냐면요, 숙성전의 포도주를 막걸리잔 비슷한 커다란 잔에 부어서 한 잔 씩 주문해서

서서 먹는 곳이예요. 한 열 댓집을 돌아다니면서 마시고

마무리로 닭날개구이집에서 병포도주로 입가심하고 호텔로 밤12시쯤 돌아왔어요.

다음날 아침10시에는 스페인회사와 상담일정이 잡혀 있었구요.

 

그런데, 발동이 걸려서인지 이국적인 풍물에 들떠서인지 술을 한 잔 더해야겠다 싶어

호텔빠로 내려갔더니 영업이 끝나있어서 간단하게 조금만 더 마시고 오자는 생각에 

샘플로 가져 온 검정색 가죽코트를 걸치고 택시잡아서 시내로 가서,

첫 번째로 눈에 보인 빠에서 데낄라를 잔 술로 마시고 있었죠....

건전하게....내일 상담작전 짜면서....그런데 빠라는게 옆에서 말 걸면 좀 얘기하게 되잖아요..

옆에 앉은 호세라는 이름의 스페인사람과 떠듬떠듬 스페인어로 얘기하게 되었죠.

어느나라 사람이냐? 뭐하러 왔냐? 스페인 좋냐? 좋다. 스페인여자 이쁘지? 그래 이쁘다...등등.

그 무렵 막걸리포도주의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대충 지구의 평화는 누가 지키냐? 슬프냐? 나도 슬퍼.. 군대갔다왔냐? 등등을

우리말, 영어, 스페인어등으로 서로 지껄이면서 빠가 끝날 때까지 마시다가 아디오스하고는,

 

이제는 진짜 취해서 마지막 입가심을 할까하고 네온사인을 보다가 한 곳으로 들어가

단정하게 양복을 입고있는 남녀 한쌍에게 다가가 김미어드링크 하니까, 눈만 크게 뜨고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길래..아마 영업 끝났나보다 생각하고 잘자라하고 나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이곳은 HERTZ 라는 렌트카회사 사무실이였어요.

 

이 무렵 쯤에는 본능에 좀 더 가까와졌지요.

시계를 보니 새벽2시 쯤....늦었네...집에 갈까?  그냥 여관에서 자고 낼아침 회사 출근할까?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내 본능은 이곳을 서울의 소공동 쯤으로 착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롯데백화점본점(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건물) 앞에서 담배를 물고서

집가? 여관가?를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던 걸인이

다가와서 웅얼웅얼 뭐라뭐라 그래요..  음..담배? 불도 주까? 여기...하고 있으려니

차가운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그 비를 맞으며 히죽히죽 웃으며

그 시원함 감촉을 즐기다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내가 출장!!!중이라는 사실이요..

앗! 내일 상담!!  머릿속의 컴퓨터에 갑작스런 부하가 걸리고, 택시를 번개같이 잡았죠.

 

기사아저씨가 묻더군요..아돈데(어디로요)?   어디? 어디라니? 호텔이지.

께오뗄(무슨호텔요)?   무슨호텔? 무슨호텔이지??

남이 예약해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나와서 키하나 달랑들고서 싸돌아다니고,

술도 그만큼 퍼마신탓인지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아까는 교포아저씨가 데려다주었으니 문제가 없었고...

그 때 급한 마음에 오직 하나 기억나는 것은 바닷가...그래서....

바모스알마르(바다로갑시다)!...

 

잠시 후 그 기사아저씨와 나는 그야말로 텅빈 바닷가에서 시커먼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었죠..

서로 한숨을 쉬면서 택시 본네트에 앉아서 바다를 멀거니 보고있다가...

내가 가진 호텔키가 생각났어요. 

오크통모양의 장식이 달린 그 키에도 호텔명은 없었지만...

차가운 바닷바람 덕분인지

나는 호텔명 중 일부인 뽀루뚜(영어로는 PORT)란 단어를 기억해 낼 수 있었죠.

키를 서로의 눈동자 사이에 흔들며 뽀루뚜..뽀루뚜를 되뇌이기

5분여....그 기사아저씨의 두눈이 심각하게 모아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뽀루뚜 데 꼬보!!!를 외치는거예요!

맞다. 뽀루뚜 데 꼬보, 나의 호텔, 뽀루뚜 데 꼬보, 지금까지 기억하는 호텔이름.  

그래서 나는 무사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고,

다음날 상담하러 가던 도중에 속을 비우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려야했지만

상담도 무시히 마칠 수 있었답니다...  

지금도 감사합니다.  짜증 한 번 안내고 술취한 이방인과 함께 고민해 준

그 이름모를 기사아저씨에게....행복있으라!!

 

그리고 해외에서 이런식으로 술마시면 한 방에 골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일부 몰지각한 주당들에게 공지합니다.   

 

-명랑 무역상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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