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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① 여행 중 이동수단에서의 식사-“육해공에서 맛본 여행의 별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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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① 여행 중 이동수단에서의 식사

 맛있어서 더욱 특별한 여행
“육해공에서 맛본 여행의 별미”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몇 가지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잘 먹고 잘 자는’ 여행의 기본기에만 충실해도, 그 여행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것은 웬만한 여행 달인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기초상식 중의 상식! 특히 비행기, 기차 등 여행지로의 이동 중간에 먹게 되는 음식들은 비록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을지라도 여행 중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접한다는 점에 있어 여행의 추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은 여행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손에 꼽은, 인상적인 ‘이동수단에서의 식사’ 리스트를 공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air plane

비빔밥의 위용

한식이 세계화된다는 건 단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 이전에 현실적으로 행복한 일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아니라 외국 항공사에서 기대치 않았던 한식을 만났을 때처럼 반가운 게 또 있을까? 특히 목적지가 한식을 구경하기 영 힘든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스위스 취재 길에서 만난 비빔밥은 그런 점에서 더 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인천을 출발한 KLM네덜란드항공기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이륙을 시작하고 2시간쯤 지나서 나온 기내식은 이제껏 맛본 비빔밥과는 조금 달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비빔밥과 굳이 비교하자면 좌우로 길쭉한 검은 플라스틱 용기에 야채와 고기가 이미 얹혀져서 나왔다는 것. 튜브형 고추장과 참기름이 별도로 나온 것은 같았지만 미역국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치 외에도 간장과 고춧가루에 저민 오이와 야채, 고기무침이 곁들여진 밑반찬은 국적 항공사의 맛을 압도했다. 맛의 비결은 간단했다. KLM항공이 2007년부터 한정식집 용수산과 기내식 제휴를 맺었던 것. 양이 약간 적었다는 게 아쉬웠지만 기실 기내식을 배불리 먹는 것은 수면에 방해만 될 뿐이기에 불만거리는 아니었다.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스위스로 가서 일주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파리를 경유했다. 파리를 출발한 에어프랑스에서도 비빔밥이 나왔다. 의외였다. 한식 기내식을 제공하는 외항사들의 경우, 인천 출발이 아닌 현지 출발편에서는 한식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에어프랑스 비빔밥의 맛은 어딘지 조화롭지가 못했다. 서양식 스테이크의 한 켠에 놓인 야채들처럼 큼직하게 썰어 나온 비빔밥 야채들은 왠지 어색했고, 식초를 가미한 샐러드는 그야말로 어정쩡했다. 그래도 비빔밥의 위대함이라면 고추장, 참기름 넣고 대충 비비면 그 맛이 평균적인 수준은 나온다는 것이다. 단지 KLM이 고급 한정식집과 제휴를 맺었기에 맛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 이륙 전 현지에서 기내식을 만들 수밖에 없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승표 기자



이동수단 KLM네덜란드항공, 에어프랑스  여행 시기 2009년 10~11월  여행지 스위스  메뉴 비빔밥 
나만의 별점+한줄평 KLM네덜란드항공 ★★★★☆ 에어프랑스 ★★★☆☆
고추장 하나면 맛을 평준화해 버리는 고추장의 힘, 비빔밥의 힘.


cruise

<타이타닉>이 부럽지 않은 만찬

지금이야 크루즈 여행이 허니문, 가족여행으로 익숙하게 떠날 만큼 ‘대중화’된 편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루즈란 ‘여행의 마지막 코스’라고 인식될 만큼 럭셔리한 동시에 독특한 테마의 여행군(群)으로 분류되었던 때였다. 선배들조차 크루즈를 타본 경험이 전무했던 ‘그때 그 시절’ 체험했던 크루즈 여행은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손꼽는 취재 경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크루즈 안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던 그때, 단연 내 오감을 사로잡은 것은 크루즈 내에서의 ‘음식 융단폭격’(?)이었다. 대부분의 크루즈는 일단 탑승 후에는 선내에서 다양한 체험, 식사까지 포함되어 있는 ‘올 인클루시브’ 개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추가비용의 부담 없이 삼시세끼를 풍족하게 맛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제대로 챙겨 먹으면 하루에 아홉 끼는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끼니 중간마다 티타임, 간식타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객실 내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룸서비스까지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여행 중에는 무조건 잘 먹는 게 남는 것’임을 신조로 알고 있던 기자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환경일 수밖에.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는 단연 매일 저녁 메인 다이닝 룸에서 열렸던 만찬 시간이다. 드레스 코드가 엄격히 ‘정장’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였던 다이닝 시간은 영화 <타이타닉>에 나온 사교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클래식 음악 선율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각 테이블마다 전용 웨이터가 지정되어 프라이빗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자칫 문화적 충격 내지는 과잉(?)에 시달릴 법했다.
우아한 레스토랑 분위기만큼이나 요리의 맛 역시 빼어났다. 애피타이저-셔벗-메인-디저트의 정석 코스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메뉴 저마다의 맛도 맛이려니와,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기에 멋들어지게 장식된 음식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를 만큼 입에서 살살 녹았다. 다이어트를 일년 내내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아가씨들이 대번에 ‘항복’을 외쳤을 만큼, 매일 다른 메뉴로 사람들을 홀리던 크루즈의 만찬. 그 어떤 이동수단에서는 물론, 뭍에서조차 맛보기 힘든 코스 요리로 뇌리 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오경연 기자

이동수단 셀러브리티 크루즈  여행시기 2005년 10월  
여행지 미국, 멕시코  메뉴 코스 정찬 
나만의 별점+한줄평 ★★★★☆ 정장을 입고 풀코스 만찬을 즐기는, ‘영화 속 한 장면’을 꿈꾸는 그대에게 강추!


air plane

창의적인 기내식은
승객을 기쁘게 한다

먹을 것은 못 남기는 성격인지라, 기내식도 웬만해서는 군소리 없이 먹는 편이다. 처음엔 정말 최대한 열심히 기내식을 비웠는데 최근엔 조금 배부를 정도만 먹는다. 비행기를 여러 번 타니 기내식에 대한 두근거림이 사라진 데다, 미각이 둔한 나에게는 모든 항공사의 기내식이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다. 가끔 비빔밥이나 쌈밥 등 한식 메뉴를 반갑게 맞이할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던 중 지난 여름 ANA항공 하네다-김포 노선에서 창의적인 기내식을 만나 아주 기쁘게 그릇을 비웠던 적이 있다. 이름하야 된장비빔국수. 여름시즌에 맞춘 별미인 듯 차가운 국수에 적정량의 된장소스를 비벼 먹는 그 맛이 제법 좋았다. 기내에서 먹은 된장비빔국수라 더더욱 감칠맛 났던 듯. 덕분에 항공사에 대한 신뢰가 증가했다. 역시 기내 서비스 중 최고는 단연코 기내식! 창의적인 기내식은 승객을 춤추게는 못하더라도 기쁘게 만든다. 

덧붙이자면 그동안 비빔밥 기내식을 세 항공사에서 맛봤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비빔밥이었다. 인천-시드니 노선에서 먹었던 아시아나항공의 비빔밥은 식기도 비비기 편하게 둥글고 깊었으며 맛도 깔끔했다. 시드니-인천 노선에서 나온 쌈밥도 훌륭해 기내식에 약한 나는 아시아나의 서비스 점수를 상향조정하고 말았다. 다만 어느 항공사든지 한식을 서비스 한다면, 외국인들도 쉽게 한식 기내식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음식이 설명된 메뉴판은 꼭 미리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영미 기자

이동수단 ANA전일본항공  여행시기 2009년 8월  여행지 일본  메뉴 된장비빔국수 
나만의 별점+한줄평 ★★★★☆ 여름시즌의 맞춤 별미, 차가운 국수에 된장소스를 비벼 먹는 그 감칠맛이란!

train

일본 기차여행 중 먹은 도시락

일본의 시즈오카에서는 지금도 증기기관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925년 처음 운행을 시작한 SL(Steam Locomotive)열차는 관광용으로 운행을 시작한 지 벌써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열차 겉모습의 검은 몸체는 날렵하게 잘 빠진 현대적인 기차와 달리 육중하고 듬직한 모습이다. 꽃미남을 보다가 검게 그을린 농촌 총각을 본 듯한 느낌이랄까. 내부에서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으로 갈 때 경험했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좁다란 의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든 푸른색 커버로 덮여 있고, 좌석 번호판은 꼬장꼬장한 선비와 같이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자리를 안내한다. 그물로 된 선반은 불안해 보이나 물건을 놓기에 부족함이 없고,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천장의 선풍기는 건재함을 뽐내는 듯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L열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도시락이 제공된다. 일본식 주먹밥과 생선구이, 계란, 새우튀김 등이 들어있는 간단한 도시락이다. 한 손에 도시락을 들고 차창 밖의 지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어린 시절 코를 훌쩍이며 열차 복도를 뛰어다녔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시큰함이 배어 있다. 그래서일까. ‘여행은 뭐니뭐니 해도 철도로’라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김명상 기자

이동수단  SL(Steam Locomotive)열차  여행시기 2009년 3월  여행지 일본 시즈오카  
메뉴 도시락
나만의 별점+한줄평 ★★☆☆☆ 맛보다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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