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나라에서 1,300년 전 일본을 만나다"
"일본 나라-나라에서 1,300년 전 일본을 만나다"
  • 트래비
  • 승인 2009.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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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1,300년 전 일본을 만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일본 중부지방에서 가장 즐겨 찾는 여행지는 단연 오사카와 교토였다. 나라는 오사카나 교토에 여행을 왔다가 몇 시간 정도 짬을 내 사슴공원과 도다이지 정도만 잠깐 둘러보고 가는 ‘별책부록’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라는 하루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여행을 시도해 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복원 중인 옛 왕궁터도 돌아보고 사슴과 어울려 공원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옛 골목을 다녀도 된다. 흥미로운 체험거리도 많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최갑수   
취재협조  킨키니혼투어리스트(KNT) www.knt.co.jp 비코티에스 www.bico.co.kr


간사이 공항에서 1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려 ‘나라(奈良)’로 들어선다. 오사카에 우뚝하던 높은 빌딩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잿빛의 기와지붕을 인 2층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언젠가 한번쯤 와 본 듯한 익숙한 모습. 어디서 이런 풍경을 만났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경주와 비슷한 것도 같다. 실제로 나라는 풍경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고도(古都)라는 점에서 한국의 경주와 닮았다. 1,000년이 넘는 일본의 과거와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고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헤치면 귀중한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나라현에 고층 건물이 없는 이유 역시 건축업자들이 공사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내를 맡은 나라현 관계자는 “땅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며 “공사를 시작하면 국보급 유물이 출토돼 공사가 지체될 때가 많아 업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라에는 한국인 여행객의 필수 코스인 도다이지(東大寺)를 비롯해 옛날 이곳을 수도로 삼았던 헤이조쿄(平城京)의 궁궐터, 고색창연한 사찰 고후쿠지(興福寺)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8개나 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백제의 향기

일본 열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라’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시작된 곳. 710년부터 784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한국어로 ‘국가’라는 뜻이기도 한 ‘나라’는 백제와 관련이 깊다. 상고시대에 나라 땅을 점령했던 사람들은 도래인(渡來人)이라 불리던 고대 백제인이었다. 이런 까닭에 나라에는 고대 백제와 일본의 교류사를 엿볼 수 있는 유적이 산재해 있다. 나라는 일본 고대 불교의 중심지이기도 했는데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또한 백제인이다. ‘한류’의 원조인 고대 백제의 일본 진출이 불교 전파로부터 시작됐고 그 역사(役事)가 백제인의 손길을 거쳐 ‘품격’을 완성했다는 점을 나라의 백제계 사찰들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라의 사찰들은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다. 



"아스카데라에서 고대의 화려한 자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백제의 기상과 품위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볼 만한 것은 대웅전의 석가여래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동상으로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4톤의 동상에 금30㎏을 덧씌운 대불이다"

아스카데라  

백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사찰은 아스카 지역의 ‘아스카데라(飛鳥寺)’다. 아스카데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596년에 세워졌다. 백제의 승려와 사공(寺工), 와박사(瓦博士) 등이 건너와 건립했다고 한다. 원래는 남북 320m, 동서 210m로 장대한 규모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규모가 크게 줄었다. 2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만큼 작은 크기다. 아담한 마당에 종루와 소나무, 5층 탑 등이 단출한 멋을 발한다. 

아스카데라에서 고대의 화려한 자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백제의 기상과 품위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볼 만한 것은 대웅전의 석가여래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동상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4톤의 동상에 금 30㎏을 덧씌운 대불이다. 오른쪽에서 보면 엄격함이, 왼쪽에서 보면 인자함이 느껴진다. 불상의 신묘한 표정을 빚어낸 것은 백제 장인의 솜씨다. 야마모토 주지는 사찰 곳곳에 스민 백제인의 숨결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인 관광객을 ‘백제의 후예들’이라며 반긴다. 서투른 한국어로 “예산 수덕사에도 다녀왔습니다”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아스카데라와 수덕사는 20여 년 전부터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호류지  

나라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여를 가면 이카루가 지역이다. 이곳에 ‘일본 국보의 총아’로 불리는 ‘호류지(法隆寺)’가 있다. 호류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인정받는 곳이다. 아스카 시대인 서기 607년 건립되었으니 1,400살이 넘은 건물인 셈이다. 1993년 세계 유산에 등록되었다. 호류지는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백제에서 건축가와 장인들을 대거 초청해 지은 절이다.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를 비롯해 백제관음상 등 국보급 문화재만 190점에 달한다.

호류지는 금당을 중심으로 하는 서원(西院)과, 몽전(夢殿)을 중심으로 하는 동원(東院)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특히 목조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층목탑(높이 31.5m)과 금당은 백제 장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 주는 백미로 꼽힌다. 오층목탑은 부여 정림사의 오층석탑과 꼭 닮았는데 이는 충청남도가 부여 백제역사재현단지에 재현해 놓은 오층목탑과도 같은 모양이다.

금당은 고구려 스님인 ‘담징’의 벽화로 유명하다. 벽화의 정식 명칭은 ‘사불정토도(四佛淨土圖)’. 웅장한 스케일과 부드럽고 살아 숨쉬는 듯한 선이 아름답다. 중국의 윈강석불(雲崗石佛), 경주 석굴암과 함께 동양 3대 미술품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벽화는 1949년 내부 수리 공사 도중 발생한 화재로 까맣게 그을렸다. 타 버린 그림들은 호류지의 지하 창고로 옮겨졌고, 현재 금당 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일본 화가들이 재현한 모사품에 불과하다. 호류지는 특별한 날을 정해 1년에 1회 정도 진품을 전시하고 있다.

호류지에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불상 ‘구다라관음(百濟觀音)’과 구세관음상이 있다. 백제가 7세기 초에 나라 땅 왜(倭) 왕실로 보내 준 녹나무 불상이다. 늘씬한 여성처럼 쭉 뻗은 키 228cm의 입상. 호류지 경내의 ‘구다라관음당’ 안에 모셔 있으며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백제 왕실이 처음 이 불상을 보내 주었을 때의 명칭은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이었다. 그런데 18세기경부터 본래의 명칭은 사라져 버리고 구다라관음, 즉 ‘백제관음’이라 불리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인들이 호류지를 찾아가는 것은 이 구다라관음을 보기 위해서다. 그만큼 일본 사람들의 찬양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명 학자나 명사치고 이 불상에 대하여 글을 쓰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훤칠한 키의 인자한 부처상은 보는 이를 감복시킨다. 8등신의 날씬한 몸매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 자비가 넘치는 표정에 절로 매료된다. 일본인 가이드는 백제, 고구려 관련 역사를 슬쩍 뺀 채 구다라관음을 설명한다. 그들의 좁은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다. 구세관음상 역시 녹나무 불상이다. 쇼토쿠 태자의 모습을 본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백제 성왕의 등신불이란 설도 있다. 1,300년 이상의 세월을 뚫고 빛나는 황금빛이 형형하다. 매년 4월11일∼5월18일, 10월22일∼11월22일 약 두 달만 공개한다.  지금쯤 호류지를 두른 회랑을 따라 단풍이 울긋불긋하겠다. 호류지의 사진을 뒤적이다 문득 마사오카 시키의 하이쿠(일본 전통 단시)를 떠올린다.“감을 먹으면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도다이지  

나라시에 있는 도다이지(東大寺) 역시 백제인의 혼이 어려 있는 사찰이다. 일본 불교 화엄종의 총본산인 도다이지는 쇼무천황(聖武天皇)이 세운 절로 백제인 행기(行基, 668~749) 스님과 양변(良弁, 689~773) 스님이 불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한다. 행기 스님은 백제 왕족의 자손이고 양변 스님은 백제의 학자인 아직기(阿直岐)의 후손이다. 도다이지에는 두 스님을 모신 행기당과 개산당(開山堂)이 있다. 도다이지의 한국어 안내책자에도 행기, 양변 스님이 동대사의 창건에 가장 노력을 많이 한 인물로 소개돼 있다. 도다이지는 1180년과 1567년의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의 절은 1692년에 재건한 것이다. 때문에 현재 도다이지에서는 백제인의 숨결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높이 22m의 비로자나불(毘盧舍那佛)에는 백제인들의 손길이 남아 있다. 3년의 주조 과정을 거쳐 749년에 완성됐다는 비로자나불에는 백제의 조불사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도다이지 경내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중층의 남대문을 통과하게 되고 역시 중층인 중문을 거친다. 그리고 만나는 대불전. 대불전 앞에 서면 우리가 지금까지 이어령을 통해 알고 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미지가 송두리째 뒤집어진다. 엄청난 터의 넓이 위에 세워진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 그리고 그 속에 앉아 있는 비로자나대불의 웅장함이 보는 이를 주눅들게 한다. 일본 불교 문화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는 비로자나대불은  높이 15m, 무게 25톤에 달하는 거대한 불상이다. 가운뎃손가락 길이만 1m다. 대불의 표정은 인자하면서도 위엄이 가득 서려 있다. 7년간에 걸쳐 비로자나대불 제작에 나섰던 백제인의 집념과 끈기가 존경스럽다. 이 대불의 주조에 앞장섰던 이는 다름아닌 백제인 조불사 국중마려(國中麻呂)다. 비록 남의 땅, 남의 나라 문화재이지만 이 커다란 목조건물이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폭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불 뒤 기둥에는 밑동에 어른이 통과할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데 구멍을 한번 통과하면 액운을 막아 줘 1년간 병치레를 안 한다고 한다.

나라에는 호류지와 도다이지 외에도 백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찰들이 많다. 마치 고대 백제의 불교문화를 옛 백제의 고도였던 공주와 부여에서 이곳으로 옮겨 놓은 듯하다. 도다이지를 마주보며 나라시 서쪽에 위치한 사이다이지(西大寺) 역시 백제인 건축가들이 780년에 완공한 절이다. 이곳에는 백제인 대승, 행기 스님을 기리는 행기보살좌상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가득하다. 



"도다이지 경내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중층의 남대문을 통과하게 되고 역시 중층인 중문을 거친다. 그리고 만나는 대불전. 대불전 앞에 서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미지가 송두리째 뒤집어진다. 엄청난 터의 넓이위에 세워진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 그리고 그 속에 앉아있는 비로자나대불의 웅장함이 보는 이를 주눅들게 한다."




2010년 헤이조쿄 천도 1,300주년 행사
 
지금 나라현은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오는 2010년은 ‘헤이조쿄(나라의 옛 이름)’ 천도 1,300년이 되는 해. 나라시는 1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9월23일에는 축제 100일 전 행사도 성대히 치렀다.
일본 역사의 시작은 보통 6세기 중엽 아스카 지역에서 시작된 ‘아스카 시대’로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중앙집권 국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기준점은 ‘나라시대’가 개막된 710년 헤이조쿄 천도를 꼽는다. 아스카 시대가 ‘일본의 잉태’를 의미한다면 헤이조쿄 천도는 ‘일본의 탄생’을 뜻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710년’의 의미는 크다.
나라현은 이번 행사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나라시의 헤이조궁 유적지에서는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내년 4월24일부터 11월7일까지 개최되는 유적지 탐방 투어를 비롯해 고대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퍼레이드가 열린다. 고대의상을 입어 볼 수 있는 체험을 비롯해 붓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 밖에 4월24일부터 5월9일까지 ‘꽃과 신록의 페어’, 8월20일부터 27일까지 ‘빛과 등불의 페어’, 10월9일부터 11월7일까지 ‘헤이조쿄 페어’가 열리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 헤이조쿄 천도 축제를 비롯해 나라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라현 한국어 홈페이지(www.pref.nara.jp/nara_k/)를 참고하면 된다.


한가로운 산책이 어울리는 나라


나라 시내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에서나 눈망울이 커다란 사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다이지에도 사슴이 어슬렁거리고 있고, 도다이지가 있는 나라공원에도 사슴이 여행자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노닌다. 사슴과 함께 다정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사뭇 평화롭기만 하다.





나라와 사슴  

사슴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나라공원이다. 도다이지와 가깝다. 사슴 1,200마리가 강아지처럼 곳곳을 뛰어다닌다. 떼를 지어 다니기도 하고 한두 마리씩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사슴 구경’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때는 오전 9시. 이때가 먹이 시간인데,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면 숲 속에서 사슴떼가 달려 나온다. 먹이 주기를 ‘시까요세(사슴 부르기)’라고 부른다. 나라 공원의 커다란 나무 옆이 사슴들이 모이는 장소다. 한 번에 100여 마리 가까이 모이는데 다 모이면 잘게 자른 고구마를 던져 준다. 공원 입구에 사슴 먹이를 판매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성미 급한 사슴들은 뒤에서 허리를 깨물기도 하고 머리로 관광객의 엉덩이를 찌르며 먹이를 재촉하기도 한다. 

나라에서 사슴은 천연기념물이다. 운전자는 차도에 사슴이 서 있으면 사슴이 지나갈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며, 마치 한 가족을 대하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나라에서 매년 열리는 ‘사슴뿔 자르기’ 행사는 나라의 볼거리 중 하나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라와 자전거 여행  

경주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 좋듯, 나라에서도 한가로운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아스카 지역은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물론 도보나 버스로도 여행할 수 있지만 아스카 지역만큼은 자전거 여행을 권한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300엔(약 4,000원) 정도. 일본의 높은 물가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경치 좋은 전원길을 달리며 나라 현립만요문화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아스카데라, 아스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아마카시노오카’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거석을 쌓아 올린 ‘이시부타이 고분’을 만난다. 석실의 길이가 19m, 높이는 7.7m. 고분 최대의 거석인 천정석의 중량은 77톤이나 된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의 백미는 ‘이마이초 마을’이다. 에도 시대의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옥의 70% 정도가 에도 시대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전통 기와로 덮여 있는 가옥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낮은 담과 주위의 푸른 들판이 어우러져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빚어낸다.

나라마치 산책  

‘나라마치’ 산책도 꼭 해보길 권한다. 나라 시내 긴데쓰 나라역에서 가깝다. 실제로 나라마치라는 행정구역상의 지명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19세기에 세워진 무사의 가옥과 서민의 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격자 덧문과 흙벽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나라의 역사를 느끼게 해준다. 이곳 가옥의 특징은 입구가 좁고 깊다는 것. 이는 건물 입구의 넓이에 따라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목에 나라마치 자료관이 있는데 옛 나라에서 사용하던 생활 용품과 에도시대 상가 간판 등을 전시해 놓았다.

나라마치에는 고풍스런 일본식 건물들이 좁은 골목 양편으로 늘어서 있다. 전통 공예품 공방이 많이 모여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장신구점, 레스토랑 등도 많다. 아스카의 골목이 논과 어우러진 한적한 모습이 특징이라면 나라마치는 홍대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나라역과 연결된 ‘시모미가토’는 아케이드 거리다. 각종 음식점과 상점이 모여 있다. 여기에 ‘중곡당’이라는 찹쌀떡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쫄깃하면서도 달콤한 떡 맛이 일품이다. 하나에 약 130엔.

나라에서 즐기는 체험거리  

나라에는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많다. 헤이조궁 서쪽에 있는 ‘사이다이지절(西大寺)’은  765년에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 당시에는 도다이지에 버금가는 큰 절이었지만 846년 이후 수차례의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사이다이지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오차모리(大茶盛)’때문. 직경 30cm가 넘는 큰 사기 찻잔으로 ‘우스차’라고 하는 차를 돌려 마신다. 찻잔은 어른이 겨우 들 수 있을 만큼 큰데 무게가 4kg에 달한다고 한다.

시기산 중턱에 있는 ‘초고손시지’는 재물을 모으고 가족의 안녕을 빌어 주는 복의 신 ‘비사문천’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입구에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로 만든 호랑이가 있어 유명하다. 이곳에서 ‘반야심경’을 베껴 쓰는 ‘사경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약 30분 정도 걸리는데 반야심경을 한 장 베낀 후 자신의 소원을 적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시기산은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상처를 입은 백로를 한 노인이 치료했는데, 백로를 간호해 준 노인의 집 앞뜰에서 온천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나라 여행은 시기산 전망대에서 나라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곳의 야경은 나라현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시가·이코마 스카이라인 로드의 우거진 숲 사이로 멀찌감치 보이는  오사카와 나라 시내의 야경이 마치 밤바다처럼 신비롭다.


"나라 시내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에서나 눈망울이 커다란 사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다이지에도 사슴이 어슬렁거리고 있고, 도다이지가 있는 나라공원에도 사슴이 여행자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노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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