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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도현-헤드윅, 그 남자의 그 여자 이야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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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도현
헤드윅, 그 남자의 그 여자 이야기

기자가 <헤드윅(Hedwig)>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이제는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존 카메론 미첼의 원작 영화를 통해서였다. 기발한 발상,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꽉꽉 채워진 이 영화가 특히 돋보였던 점은 어느 한 곡 버릴 것 없을 만큼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나던 OST. 1시간30분이라는 상영시간 내내 콘서트를 방불케 할 만큼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을 선사하던 이 영화는, 아니나 다를까 2005년부터는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 우리나라 공연계를 서서히 점령하기 시작했다. ‘조드윅’, ‘오드윅’ 등 시즌별 출연진에 따라 다양한 별명과 에피소드를 탄생시키던 <헤드윅>이 이번에는 윤도현을 타이틀롤로 앞세워 또다른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돌아왔다. 바야흐로 ‘윤드윅’의 시즌이 도래한 것.   

  오경연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나명선


#01. Put On Some Makeup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동서독 분단시절에 미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평범한 소년 한셀은 뒤얽힌 운명의 실타래에 휘감겨 성전환수술을 하고 나서야 꿈꾸던 미국 땅을 밟게 된다. 하지만 잘못된 수술로 인해 남자도 여자도 아니게 된 한셀은 반쪽짜리 트렌스젠더 헤드윅으로 거듭나 뒤틀린 인생과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록음악을 통해 풀어내는데….

잘 알려진 대로,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구구절절한 사연과 한이 많은 다중적인 캐릭터다. 신체 건장한 남자로서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만큼 요란한 분장을 하고 무대 위에 서야 한다는 데 있어 거부감이 들진 않았을까. “헤드윅이라는 인물, 알고 보면 저랑 닮은 점도 꽤 많아요. 예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역할입니다.” 윤도현은 첫마디부터 시원스레 헤드윅을 향한 욕망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뮤지컬 <헤드윅>의 타이틀롤로서는 이번이 첫 공연이지만, 이미 예전부터 영화 <헤드윅>을 수없이 보아 왔으며 과거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서도 <헤드윅>의 OST ‘앵그리 인치’를 열창하던 경력이 있던 그다. 그러고 보면 파워풀한 록 공연,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 두 캐릭터가 꽤 닮은 듯싶기도 하다. 이쯤 되면 윤도현이 헤드윅을 만난 시점이 오히려 늦은 감이 들 정도다. 윤도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의 동반자 YB(윤도현 밴드)의 박태희, 김진원, 허준 역시 극중 ‘앵그리 인치 밴드’의 멤버로 합류해 윤도현의 오랜만의 뮤지컬 나들이에 힘을 보탠다. 

뮤지컬 무대 위에서 윤도현을 만난 지가 벌써 10년 전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뮤지컬로 ‘복귀’한 그의 감회가 새로울 법도 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하드락 카페> 등에서 그가 선보인 폭발적인 무대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라이브를 떠올려 보면 왜 한동안 그가 뮤지컬 무대를 등한시했나, 궁금할 법도 하다. 윤도현은 “사실 나는 뮤지컬을 체계적으로 배운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서툰 점이 많다”고 겸손하게 손사래를 친 뒤 “오랜만의 뮤지컬 공연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윤도현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헤드윅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삼 다짐했다. <헤드윅>의 스타 연출가인 이지나씨 역시 옆에서 “윤도현씨의 에너지로 인해 <헤드윅> 출연진이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아마도 조승우씨 이후 최고의 ‘코믹 헤드윅’ 캐릭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02. Lift Up Your Hands

<헤드윅>의 가면을 쓰고 무대 위에 오른 윤도현은 천상 ‘여자’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거대한 금발의 가발, 현란한 색상에 몸의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날 만큼 꽉 조이는 쫄티, 하늘하늘 깃털이 무릎 아래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밤무대용 스카프 그리고 진한 메이크업까지. 

전형적인 ‘드랙 퀸(여장 남자)’으로만 비치는 그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오리진 오브 러브’, ‘앵그리 인치’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헤드윅표’ 록 넘버들과 그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기 때문. 현란한 조명 아래 ‘윤도현다운’ 폭발적인 에너지가 분출하는 무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역시 윤드윅!”이라며 두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올리게 할 만큼 강렬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03. Turn Back To Myself

“2005년 뮤지컬 시작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뮤지컬 제작진의 다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번 시즌의 <헤드윅>은 원작에 보다 가까우면서도 보다 친밀한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편한’ 공연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헤드윅을 연기하는 주연 배우진 역시 역대 최다인 6명으로, 각자의 배우마다 개성 넘치는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의 또다른 헤드윅, 강태을의 무대만 해도 윤도현과는 선명하게 다른 색깔을 띤다. 보다 선 굵고 남성적인 무대를 선보인 윤도현에 비해, 외모만으로 보아서는 더욱 ‘마초적’ 헤드윅을 연기할 것 같은 강태을이 오히려 더 섬세하면서도 여성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것. 이런 ‘의외성’이 배우별로 <헤드윅> 공연을 찾아보게 되는 매력일 터이다. 물론, 소름끼치도록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역을 소화할 여자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역시 <헤드윅>에서 놓쳐서는 안 될 감상 포인트. 2월 말까지 긴 여정을 시작한 이번 <헤드윅>이 여느 때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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