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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사춘기에 대해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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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일반적으로 힘들고 어렵게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사춘기라고 할 수 있는 2차 성징이 급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는 목이 굵어지면서 변성기가 오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몽정을 한 증거가 발견되며 성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여자 아이는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고 둔부가 커지면서 생리 등 변화가 나타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에 맞추어 인지 기능 발달 또한 함께 나타나게 된다. 보다 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에 어떤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어떤 일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교복 치마를 짧게 고쳐서 입고 싶은 소녀가 다른 아이들도 다 하니까 나도 교복 치마를 짧게 해달라고 어머니에게 무조건 조르는 대신 자신도 이제 어른만큼 컸고 누구보다도 자신의 다리가 더 예쁜 것을 자랑하고 싶으니 교복을 보다 더 짧게 하고 싶다고, 그러나 너무 짧게 하지 않고 촌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짧게 하고 싶다고, 보다 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어머니를 설득하게 된다. 

사춘기는 신체적으로 이미 어른 수준으로 성숙했지만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순된 시기이다. 산업혁명이 있기 전까지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교육이 필요하지 않아 사춘기가 되었을 때에는 이미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성인과 같은 삶이 가능했다. 따라서 이때에는 사춘기 시기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성인 진입 전보다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사춘기 문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문명 발달의 결과로 성인 레저와 문화 활동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춘기 청소년들이 방황하게 되는 것은 ‘하고 싶다’는 충동의 조절 없이 어설픈 도시 어른 문화를 즐기면서 시작된다. 이런 문화는 자극적인 면이 있어 처음에는 재미가 있지만 반복될수록 자극 강도는 감소하게 되며 이에 따라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 이에 따라 사회와 충돌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청소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주변의 배려가 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www.wellmi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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