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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이야기 3

  • Editor. tktt
  •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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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늘은 동천다려 식구들(?)과 진강이와 진강이 외삼촌과 도치미 끝에 가기로 한 날이다. 자다가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이 고요하다. 아니, 사람들이 늦게 일어났다고 나만 빼고 전부 가버렸나? 황급히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각각 방문 앞에 신발이 한 켤레씩 얌전히 놓여있다.
내가 너무 일찍 일어났구나. (양심적인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안심하고 다시 눈을 붙이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앞 방에 묵고 있는 원준이네 식구들이 떠날 차비를 한다. 대구에서 온 원준이는 세 살 꼬마남자아인데, 어찌나 개구쟁이인지, 하도 소리치며 놀아서 목이 다 쉬었다 한다. 고 조그만 아이가 터프한 목소리로 사투리를 써가며 이야기를 하면, 입안에 있던 사탕이라도 씻어주고 싶을만치 귀엽다.
원준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원준이 엄마가 소리친다.

아이고, 바지에 끙아를 했으니 챙피해서 우야꼬.

원준이는 정말로 창피한 지 더 크게 운다. 문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이 향기... 코 끝을 스치운다. (사실은 그래서 잘 수가 없었다. 흑흑흑..)

원준이네 식구들이 떠나고, 나는 일어났다. 아직도 사람들은 깨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이제 잠도 다 달아나고 도저히 배가 고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안채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고 나와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귀신처럼 머리를 풀어 말리고 있는데, 이제야 병진언니랑 인희언니가 일어난다.

우리 셋은 배가 고팠다. 선생님이 일어나셔야 밥을 먹을 수 있을텐데...... 일부러 안채 앞으로 가서 아닌 척하면서 떠들었다. 그제야 선생님이 방에서 나오신다.
작전 성공이다.
다들 일찍 일어났네? 설거지 다 해놓을 때까지 안일어나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젯밤 저녁 만찬의 잔해가 안채 부엌과 다실 부엌에 처참히 널려있을 터였다. 설거지를 빨리 해야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일념 하에 공양주 보살 인희언니는 안채 부엌으로, 병진언니는 다실 부엌으로 긴급투입되었다.

그럼 나는??
옆에서 궁시렁 궁시렁 변명을 했다.
사실은요...제가요...아까 물 마시러 왔을 때 설거지하려고 그랬는데요...선생님 주무시는데 시끄러워서 일어나실까봐...그래서...

설거지는 다 끝났는데 그새 선생님은 어디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조용히 식탁 위의 어제 삶아놓은 다 식은 고구마를 집어들었다. 자, 이거 먹구 힘내서 밥 해주실 때까지 기다리자!!! 결연한 의지... 병진언니는 고구마를 두 개나 먹었다. (언니...죄송^^;)

아! 선생님이 오신다. 손에 뭔가를 들고. 저것이 우리가 아침에 일용할 양식인가보다. 역시 나의 예리한 추리가 맞았다.
어제 진강이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셨다는 배추다. 선생님이 요리를 시작하신다. 우리는 쪼그리고 앉아서, 벌레를 물어다주는 어미새를 기다리는 새새끼처럼, 열심히 음식을 만드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그 뒤에 먹은 아침밥은 너무도 황홀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이건 선생님의 고도의 전략과 전술일까. 우리는 연신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곧 진강이가 오면 출발한다고 한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이게 어제 그 캄캄하고 고약했던 하늘 맞나? 섬 날씨는 이렇게 급변해서 매일매일이 다르다고 한다. 하늘은 이렇게 맑은데도 바람이 심해서 오늘 배가 뜨지 못한다고 한다. 휴가가 오늘까지라 이따가 섬을 나가려고 했던 병진언니는 결국 섬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회사는 어떡하냐고 걱정했더니,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일인데 할 수 없지 않냐며 천하태평이다. 처마 끝 풍경소리 귀를 적신다.

방에 좀 앉아있으니. 진강이가 왔단다. 오늘 산행의 일행은 나, 선생님, 인희언니, 병진언니, 진강이, 그리고 new face 진강이 외삼촌. 이렇게 여섯이다.

진강이 외삼촌은 외국에서 굉장히 오래 사셔서 우리말 어휘력이 약간(아주아주 약간) 떨어지지만, 상대방의 말을 아주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조용조용 부드러운 톤으로 말씀하시며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계시는 분이다. 생물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으신 수재인데다, 지금 현재는 인쇄업을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의 꿈은 내셔널 지오그라피의 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하신다.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범상치 않은 분이다. 신비스러움은 진강이네의 집안 내력인가보다. (얘기를 들어보니 진강이 아버지 또한 평범하신 분 같지 않았다.)

어쨌거나 우리는 출발했다.

어미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들처럼 일렬로 쪼르륵 서서, 강제윤 선생님의 선두지휘 하에 열심히 걸었다. 천천히 천천히 내 옆으로 나무들이, 길가에 핀 꽃들이, 돌맹이들이 스쳐지나간다.

길 가다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니(선생님은 손님들에게는 표준어를 쓰시는데, 동네 주민들을 만나면 사투리를 쓰신다. 이중언어체계? 접대용 말투?) 지나가던 아무 차나 세우더니 태워서 모셔다 달라고 부탁하신다. 덕분에 할머니는 힘들지 않게 댁까지 가실 수 있었다. 자기가 탈 것도 아니면서 동네 할머니를 위해 아무 차나 택시 잡듯이 잡는 사람이나, 얼떨결에 차 세우고 할머니와 짐까지 덜컥 떠맡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나...참...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풍경이다.

도치미 끝으로 가려면 청별항 쪽으로 나와 통리 해수욕장, 중리 해수욕장까지 걸어가서 산을 타야 한다.
정작 산을 타는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중리 해수욕장까지가 멀다. 물론 거리가 먼 만큼 예쁜 풍경도 오래 볼 수 있다.

열매가 다닥다닥 하도 많이 열려 나무 전체가 주황빛을 띠고 있는 감나무... 이 동네 까치들은 겨울 내내 포식(飽食)하겠다.

풀려 있어서 자유로운 신분인 염소와 싸우는 묶여있는 개...
염소들이 많이 부러운가보다.

큰 바위 곁에 작은 바위들이 모여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에덴 동산...(바위는 예쁜데 인공적인 문이 맘에 안든다.)

그냥 파랑, 짙은 파랑, 그냥 초록, 짙은 초록, 파랑 같은 초록 등 부분부분 갖가지 색을 지닌 바다...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수건 쓴 아주머니들...

보길도의 정경은 참 입체적이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습이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내가 이런 것들에 감탄하고 있을 때, 진강이는 구더기가 드글드글한 죽은 고양이, 녹슬고 고장나서 버려진 포크레인. 뭐 이런 것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참... 일반인으로서는 예술가의 독특한 심미안(審美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진강이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이곳에는 개들이 많다.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개를 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개들은 주인들은 닮아서 그런지 참 순하다. 통리 해수욕장에 접어들었을 때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우릴 향해 달려온다. 그 개도 일행이 되어주려나... 장난끼가 발동한 선생님이 개와 달리기 시합을 하신다. 이 놈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던지라(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우리의 점심) 계속 따라온다. 집에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 걱정이다. 끈질긴 놈. 하지만 점심을 내줄수는 없지. 얼마쯤 갔을까. 개가 포기하고 돌아간다. 역시 인간이 훨씬 집요하다.

중리 해수욕장을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어쩌다보니 나와 병진언니가 선두(先頭) 그룹이 되었다. 별 생각없이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나와 병진언니를 빼놓고 모두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쒸∼ 내가 성질이 얼마나 드러운데... 내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데... 날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m만 지나면 발병이 나는데... 그걸 모르나보다. 그 사람들이 우릴 버리고 아직 10m도 못가서 발견된걸 다행으로 여겨야한다.

이제 산길이다. 보길도의 산들은 그다지 높지 않아 험하지 않다. 산 어귀에서 선생님이 여기에 노루가 살고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하신다. (후에 이 말이 빌미가 되어 그게 노루냐, 고라니냐로 언쟁이 붙었다.^^ ) 선생님은 어찌 그리 눈도 밝으신지 무슨무슨 나무를 볼 때마다 이거 먹는거야, 이것도 먹는거야 하시며 정금이니 맹감이니 하는 이름도 처음 듣는 작고 빨갛고 까만 열매를 따서 나누어 주신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덧붙이시는 말씀. 이거 많이 따서 술담그면 맛있어...
병진언니는 꽃에 대해 아는 게 많다. 물론 나도 장미, 백합, 튤립 뭐 이런건 안다. 하지만 병진언니는 길 옆에 핀 들꽃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꽃을 볼 때마다 이건 무슨 꽃인줄 아니? 하며 꽃 이름이 붙은 유래까지 설명을 해준다. 꼭 나만 무슨 바보가 된 것 같다.

도치미 끝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타고 가는 거라 양옆으로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한다. 바람은 가끔 세게 불어온다. 그래서 더웠다 추웠다 한다. 외투를 입었다 벗었다 모자를 앞으로 썼다 뒤로 썼다 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몸이 작은 진강이랑 인희언니는 바람이 한번씩 불 때마다 정말로 날아가버릴까 다들 조마조마하다. 선생님은 아예 진강이 옷을 잡고 계신다. 나랑 병진언니는 절대 날아갈 일이 없다나? 병진언니는 키라도 크지. 으이구∼ 내가 기필코 살을 빼고 말테다.

도치미 끝에 도착했다. 청별 선착장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완도군 보길도 안내도」를 보면 도치미 끝은 자주색 글씨로 ´도치미 전망대´, 밑에 검은 글씨로 괄호 치고 ´평마바위´라고 쓰여있다. 관광안내도에 전망대라고 나와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곳은 아무런 인공 구조물도 없고 그렇다고 오는 길에 안내 표지판 하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절벽이다.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찾기 힘들 것 같다. 다른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곳에 오게 돼서 기쁘다.

밑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난간도 없고 바람까지 심해서 너무 위험하다고 다들 말렸다. 하지만 내가 어지간한 고집인가. 벼랑 끝에 앉아 고개를 내밀었지만 바위가 튀어나와있어 아래쪽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커다란 바위 하나로 이루어진 절벽이라고 한다. 그 바위 위쪽이 사람 예닐곱명 정도가 둘러앉을 만큼 평평한데, 그래서 평마바위라고 하나보다.

숨을 돌리고, 진강이 외삼촌께서 직접 만드신 손바닥만한 팬케이크(아까 개 한 마리가 그토록 탐냈던)으로 요기(療飢)를 했다. 외삼촌은 요리솜씨도 좋으시다. 교보문고 스낵코너에서 파는 팬케이크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동천다려 팀들은 아무 준비도 안해왔다. 음료수도 점심도.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진강이 팀이 아니었으면 쫄쫄 굶을 뻔했다.

바람은 불지만 햇볕은 따사롭다. 배부르고 등따시니까 슬슬 잠이 온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한숨자고 일어났다. 이제 내려갈 때가 되었다. 역시 선생님이 앞장 서셨는데, 산을 막 날아다니신다. 마치 홍길동처럼 파바바박 산을 내려가신다. 신기하다. 우리도 그 힘의 영향을 받았을까. 올라올때는 꽤 오래 걸었던 것 같은데, 내려가는건 너무도 잠깐이었다.

다시 마을로 들어섰다. 이 마을이 보길도에서 가장 많은 집이 몰려있다고 했던가, 부자들이 모여있다고 했던가. 하여간 삼층집도 있단다.

지나가던 길에 밭에서 무를 뽑아 돌려가며 한입씩 베어 문다. 소설 「소나기」가 생각난다. 맛은 없지만 그 소년처럼 건장한 청년(?)과의 로맨스라도 있었으면 맛나게 먹으련만... 그냥 뱉어버렸다.

중리·통리 해수욕장을 걷는다. 이곳 해수욕장은 동해(東海)의 해수욕장처럼 광활하지 않다. 산으로 둘러싸인 완만한 곡선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기자기하다. 모래는 또 얼마나 하얗고 고운지. 이것이 진정 모래란 말인가, 자꾸자꾸 손으로 쓸어보았다.
파도가 밀려온 모양대로 조개껍데기들이 박혀있다. 바탕 모래가 너무 고와서, 물결모양으로 박혀있는 조개껍질들이 공예품같다. 조개들은 뒤집어진 것 없이 한결같이 무늬부분을 위로 한 채 죽어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어있는 조개들... 사람도 이처럼 죽어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 조개껍질 세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은 그토록 잠깐이더니, 산에서 내려와서 집까지 가는 길이 가도가도 까마득하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주저앉고 싶다. 계속 한가지 자세로만 걸어서 그런가 싶어, 뒤로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투스텝으로 걷기도 하면서 마냥 걸었다. 바닥만 보며 걷다가 앞에서 멈춰서길래 다왔나 하고 고개를 번쩍 들었더니, 이제 청별항이다. 병어를 팔고 있는 트럭을 보고 선생님께서 저녁거리 마련을 하신다. 그리고 또 걷는다. 이젠 울고 싶다.

다행히 눈물이 나기 전, 동천다려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원준이의 터프한 목소리도 들린다. 아침에 동천다려를 나섰던 원준 일가(一家)는 배가 뜨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있게 되었다고. 게다가 원준이 아버지의 차가 고장이 났다고. 그 차가 예전부터 말썽이었는지, 원준이에게 엄마가 "아빠차는?"하고 물으면 원준이는 "꼬물"하고 대답한다.

방으로 뛰어들어와 옷 갈아입고 씻고 누웠다. 낮에 찬바람을 많이 쐬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자고 일어나며 괜찮겠지. 눈을 붙였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신난다. 오늘 저녁은 병어회이고, 반주(飯酒)는 사유자술이다. 사유자는 유자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유자인 척 하는 가짜 유자라서 似(詐?)유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중에 따로 선생님한테 물어본거다.) 역시 모조품은 진품을 따라갈 수가 없는지, 맛도 유자보다 못한 것 같다. 올해 봄에 보길도에서 날 그토록 취하게 했던 술이 바로 유자술이었는데, 사유자술은 너무 쓰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 역시 난 술을 잘 못한다. 그래서 맥주를 사오겠다고 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한다. 선생님에게는 맥주가 안주로, 인희언니에게는 맥주가 입가심용을 쓰인다. 술을 사러 밖으로 나왔다. 보길도에는 가로등이 띄엄띄엄 있어서, 밥이 정말 새까맣다. 길도 제대로 안보인다. 잠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서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별이...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난 별만 보면 미친다. 너무 예뻐서... 얼마 전 장흥에서 보았던 하늘에도 별이 많았는데, 이곳은 장흥의 별보다 10배는 더 많아 보인다. 별이 아름다운건 반짝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홀로 빛나는 서울 하늘의 별보다 이렇게 모여있는 시골 하늘의 별이 훨씬 예쁜걸 보면.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알고보면 인공위성이라는, 인간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개수는 삼천개 정도라는 과학적, 구체적 사실들은 모두 저 은하수 속으로 풍덩 빠뜨려 버리고 싶다. 별은 언제까지나 사람들 마음 속에 꿈같은 환상의 동화로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별에 취해 술 사러 가는 걸 잊을 뻔했다. 네 병을 사면서 좀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가 숟가락으로 맥주병 따는 기술을 선보이자 다들 놀라워하면서 순식간에 맥주를 동내버렸다. 다섯병 사올걸...--;

옆에서 차를 마시던 원준 일가 옆테이블에 또 손님이 들었다. (오∼ 놀랍다.) 동네 멸치잡이 총각들이란다. 사투리를 징하게 쓰시는 활달한 분들이시다. 진강이와 외삼촌이 가시고 그 멸치잡이 총각들과 합석(合席)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아까부터 아프던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온다. 실례를 무릅쓰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아... 이제 내일이면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무슨 시한부 인생같다..^^;) 더 오래 사람들과 같이 있지 못해 안타까웠다.

아까운 시간이 자꾸만 가고, 아쉬운 밤이 깊어만 간다.

 

<글/사진 = 가을바람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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