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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갈리시아-Santiago de Compostela 치유의 길, 그 낯설고도 낯익은 풍경"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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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 광장 앞 청사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대성당의 모습

Santiago de Compostela
치유의 길, 그 낯설고도 낯익은 풍경

잊을 만하면 생각났다는 듯이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워낙에 이 동네의 겨울 날씨는 춥고 바람이 잦은데다 변덕스럽기 그지없다고 들어오던 터였다. 이 겨울, 갈리시안 지방의 기후는 익히 들어 각오했던 것만큼이나 춥고 쓸쓸했으며 때때로 여행자의 떠낢에 대한 욕구를 충동질했다. 을씨년스러운 관광지의 풍경마저도 낯익고도 외롭다. 여름이면 순례자들로 꽉 차 있을 텅 빈 광장, 그리고 잔뜩 찌푸려 구름만이 가득한 잿빛 하늘…. 
순례자의 길 위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방랑벽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요히 추스르기 위해 자청해서 나선 길이었건만, 오히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래, 다시 한번 길을 떠나 보는 거야.’

글·사진  오경연 기자   취재협조  스페인 갈리시안 지역관광청, 내일여행(한국 코디네이터)

순례자의 길
기나긴 순례길의 끝, 그리고 시작

드디어 순례자의 길이다. 호흡하는 공기마저 습윤하게 느껴질 만큼 모든 것이 촉촉이 젖은 겨울의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적어도 마음으로는 완전한 침묵을 유지한 채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 완벽하게 조용하고, 그리고 평화로운 길. 다리를 감싼 청바지가 흠뻑 젖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빗속을 걸으면서도, 어쩌면 나는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Route  순례자의 길▶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대성당▶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구시가지


조개껍질 문양을 따라가다

마음먹고 제대로 순례를 한다면 족히 한 달은 걸릴 만큼 기나긴 여정의 순례자의 길. ‘프렌치 웨이’, ‘저먼 웨이’ 등 출발하는 나라에 따라 여러 가지 길이 존재하며 그 길이도 천여 킬로미터를 가뿐히 넘나드는 대장정이지만,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의 신분으로는 ‘맛보기’로 순례자의 길 위에 잠시 서 보기로 한다. 순례자의 길 전체 여정의 몇십, 몇백분의 1일 3km가 채 안 되는 구간을 걷기로 했다.

조개 모양의 표지를 좇아가기만 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순례자의 길. 루트 자체가 전형적인 산속이나 마을을 지나는 오솔길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여행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강 위에 세워진 다리는 로마시대에 지어졌다 하여 ‘로만 브릿지’라고 불리웁니다.” 가이드는 다시 한번 “순례자의 길을 걷는 자체가 여행”이라며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음을 재차 강조했다.

제멋대로 ‘순례자의 길’ 백배 즐기기

오솔길을 지나 도로를 건너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자그마한 시골집 담장 너머로 순박한 눈을 지닌 농부가 “올라(Hola)!”라고 인사말을 건네면서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든다. ‘손님’이 뜸한 이즈음에 길을 나선 이들이 반가운 모양이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메인 시즌은 날씨가 좋은 봄에서 가을까지이다. 가장 ‘비수기’로 손꼽히는 것은 우기로 접어들어 날씨가 궂은 데다 칼바람까지 휘몰아치는 겨울이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붐비기는 하지만,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며, 쫄딱 젖은 생쥐처럼 젖은 행색으로 새삼 고개를 주억거렸다.

따뜻한 차 한잔의 힘

악천후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계속 그 ‘위용’을 발휘했다. 더 이상 일정을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가이드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가게에서 따뜻한 차 한잔 하시죠.” 길 위에서 추위와 비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난롯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카페로 모여들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의 소중함이 절절이 사무친다.


1, 3 순례자의 길에는‘순례자의 길’표지이자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개껍질 모양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2 길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여행객 4 매주 일요일에는 한 주간 순례자의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종합 미사가 열린다 5 날이 궂어도 순례자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길을나서자마자기다렸다는듯비가쏟아지기시작했다‘. 맛보기’로 떠난 순례자의 길 위에서 여행자는 잠시나마 실제 순례자가 된 듯한 감격스러운 착각에 젖는다







순례자의 길이 끝나는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대성당(산티아고 대성당) 광장 앞은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빈다. 순수한 종교적인 목적으로 길을 떠난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지를 방문한 여행객도 이 광장 위에서는 항상 즐겁다.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흙 묻은 발로 지나갔을 광장 한복판에는, 내집 안방인 양 편하게 엉덩이를 깔고 앉은 여행자들이 몇십분째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대성당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타임머신

산티아고 대성당의 위용은 사뭇 대단하다. 수세기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로마네스크 양식에서부터 바로크, 고딕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건축양식이 마치 모자이크 처럼 섞여 있다.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시에서는 대성당을 다른 건물이 가리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대성당 높이 이상이 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Route  순례자의 길▶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대성당▶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구시가지

2010년에 산티아고를 찾아야 하는 이유

올해는 ‘야곱의 해’이다. ‘성인의 해’, ‘갈리시아의 해’로도 불리우는 ‘야곱의 해’는 예수 12사도 중 하나인 성 야곱의 무덤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 날을 기리는 기념일인 7월25일이 일요일인 날로 선포되는데, 약 4~6년을 주기로 한 번씩 돌아오는 흔치 않은 이벤트이다.
이같은 빅 이벤트를 맞이해, 산티아고를 비롯해 갈리시아 지방 전역은 대대적인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야곱의 해에는 평소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산티아고 대성당 내에 있는 야곱의 제단과 성자의 문이 공개되므로 특히 종교적인 목적으로 순례자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절호의 방문시기일 듯.

이 무덤은 정말로 야곱의 무덤일까?

산티아고 대성당을 ‘세계 3대 성지’로 손꼽히게 만든 주인공인 야곱의 유해. 하지만 그의 유해가 진짜인지에 대한 여부는 어디까지나 ‘강한 추측’일 뿐, 100%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진위여부를 떠나 야곱이 대성당의 주인공이자 상징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야곱의 무덤은 항상 정숙함을 유지해야 하는 그야말로 ‘성지’이다. 성당 안에 세워져 있는 야곱의 조각상을 안으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종교적 이유에서건 관광 목적이건간에 앞다투어 그를 안는 바람에 석상에는 언제나 까만 손때가 앉아 있다고 한다.


1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 2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 바닥에는‘순례자의 길’ 0km를 알리는 표지가 있다 3 그 무엇이 그를 걷게 했을까. 얼핏 보기에도 오랜 거리를 걸어왔을 초라한 행색의 한 순례자가 대성당 앞 광장에 섰다. 그는 족히 30분 이상을 제자리에 뿌리박힌 듯 멈추어 서서 대성당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4 산티아고 대성당을‘세계 3대 성지’의 위치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바로 이 야곱의 유해이다. 야곱의 유해로‘추정’되는 시신으로 꾸며진 이 무덤 앞에는 크리스천들의 신심 깊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Hotel Paradores  
유서깊은 산티아고의 ‘상징’

유서깊은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에서 조금이나마 정신적인 ‘사치’를 누리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호텔에 묵기를 권하고 싶다. 사치스럽게도 산티아고 대성당의 바로 오른편에 자리잡은 빠라도르 호텔. 호텔 ‘앞마당’이 바로 그 유명한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이라니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하랴. 다만 그 환상적인 위치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1박당 최소 30만원은 가볍게 넘어서는 높은 비용은 감내해야 한다.

옛날 병동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이 호텔은 1928년부터 호텔로 재단장하여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건물의 옛 모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조했기 때문에 문짝, 벽돌, 삐걱이는 마룻바닥에서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빠라도르 호텔의 가장 큰 미덕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잘 차려져 나오는 아침 뷔페. 저녁 만찬이 부럽지 않을 만큼 다양한 가짓수의 음식들이 오감을 즐겁게 한다.
www.prardor.es  +981 58 22 00


산티아고 시내
이토록 예스러운 구시가지의 풍경

대서양과 맞닿은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 내에서도 비교적 지방색이 뚜렷한 동네이다. 자치지방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며 그들이 쓰는 갈리시안 언어는 스페인어라기보다는 오히려 국경이 인접한 포르투갈어에 가깝다. 오랜 세월 그들의 개성을 잘 지켜 온 갈리시아 사람들의 자부심은 ‘낡은’ 구시가지 거리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Route  순례자의 길▶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대성당▶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구시가지




1 대성당은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의 상징이다. 구시가지 공원 내에는 거대한 대성당이 한눈에 잡히는 전망대가 있어 여행자들의 포토 포인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2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의 구시가지 골목은 몇백년 전 오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과거’ 그 자체에 다름 아니다.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가게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3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구시가지 공원 한가운데에는 ‘공원의 마리아’라는 재미있는 애칭을 가진 ‘시스터’ 두 명이 서 있다. “웬 마리아?”라는 여행자의 소박한 질문에 그러고 보니 왜 마리아라 부르는지 모르겠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을 만큼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그녀들.
재미있는 점은 유명세 탓에 손때(?)를 많이 타, 몇 달에 한 번씩은 페인트칠을 더해 옷을 갈아입힌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그녀들의 옷 색깔은 파란색이었다는 사실~!

4 “산티아고 전통 특산물 드세요!” 가게 바로 문 앞에 시식 쟁반을 들고 나와 호객행위를 펼치는 풍경은 구시가지의 곳곳에서 흔히 발견된다. 카스텔라빵과 비슷한 질감의, 다소 퍽퍽한 ‘순례자의 빵’은 종교의 도시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에 가장 잘 들어맞는 아이템이 아닐는지.

5 산티아고 대성당의 ‘그림자’는 구시가지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대성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대성당 뒤편의 이 광장은 과거 크리스천들이 이교도와 전쟁을 치르던 당시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하여 ‘죽은 자의 광장’이라 불리우며, 계단 위의 작은 공간은 ‘산 자의 광장’으로 각각 불리운다. 담벽에는 커다란 십자가와 함께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문구가 씌여져 있다.

6 스페인 갈리시안 지방에는 마녀가 산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녀’와 연관된 기념품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지방의 특징적인 세러모니 중 하나인 ‘까메이다(Queimada)’는 커다란 볼에 갈리시안 지방의 특산물인 독주(毒酒)를 붓고 오렌지, 커피, 설탕 등을 섞은 음료 ‘아구아디안떼(Aquardiente)’를 부글부글 끓이면서 마녀가 특유의 주문(Spell)을 읊는 의식이다. 이때 볼 주위의 불을 빙 둘러싸고 선 관객들이 합심하여 마녀와 함께 주문을 따라하며, 마지막으로 술에 직접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게 한 뒤 그 술을 함께 나누어 마신다. 

7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를 찾는 이들, 특히 여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전통 기념품 중 하나는 바로 ‘보석’이다. 이곳에서 나는 준보석급의 검은 돌(Stone)을 아싸바체(Acabache)라고 부르는데, 이를 가공하여 주로 은 세공품과 함께 팔찌, 목걸이, 반지 등의 액세서리로 가공해 판매한다. 

8 산티아고데꼼뽀스뗄라 구시가지 내에 자리잡은 책방은 지리적 이점을 십분 발휘하는 듯 예술적이면서도 오래된 감성을 뿜어낸다. 천장을 뚫고 솟아오를 듯 드높은 책장의 위용이 감탄을 자아낸다.

9 ‘스페인스러운’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뽐내는 캔디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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