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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칼럼-한약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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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가진 한약에 대한 큰 오해 중에 하나가 한약을 먹으면 간이나 콩팥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B형간염 보균자들이나 간 수치가 높은 환자들은‘아예 탕약을 안 먹고 치료할 수 없는가?’라고 질문을 해 온다. 이는 누가 비만치료를 위해 탕약을 먹고 간이 나빠졌다는 식의 소문들이 침소봉대되면서, 그리고 양방 위주로 짜여져 있는 이 땅의 의료 질서가 더욱 이러한 견해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한방의 우수함들이 이러한 낭설에 가려 그 빛이 퇴색되는 듯하여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음식물과 약물은 대부분 위장을 통해 흡수된 후 간으로 보내져 분해·합성되며 노폐물은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므로 복용한 한약은 피의 흐름을 타고 간장과 신장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나 한약이 간이나 신장을 지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간이나 신장에 해롭지는 않다. 물론 한약도 약인지라 잘못 쓰인 약은 간이나 신장에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으며, 이것은 양약도 마찬가지로 한약에 비해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 타이레놀만 해도 간이나 신장기능에 장애가 있는 환자는 엄격히 조심해야 하며, 발톱 무좀약인 로푸록스만 해도 간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 되고 있다. 따라서 한약이든 양약이든 남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가의 진찰을 받은후에 복용하여야 한다.

오히려 한약은 각종 간염이나 간경화, 황달과 같은 간질환을 치료하거나 신장염과 신부전 같은 신장질환을 호전시키는 데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진쑥이나 유자피 등은 소음인들의 간염이나 간경화 치료에, 그리고 갈근(칡) 같은 약재들은 태음인들의 알콜성 간질환에, 그리고노회(알로에), 구기자 같은 약재들은 소양인들의 간질환 치료와 간기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니 막연하게 한약이 간이나 콩팥을 나빠지게 한다고 믿기보다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겠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나 콩팥이 나빠진다는 양방의 견해는 엄격히 말해서 과장된 것이 있고, 한방이나 양방 모두 환자의체질이나 병증에 맞는 정확한 처방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고된 일과로 혹사당한 우리들의간을 위해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한방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정기영 선생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비만학회, 부인과 학회, 대한알러지학회 및 대한약침학회 회원이며 현재 경희 봄한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www.bom_di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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