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행 관련 직업의 세계 ④ 호텔 요리사-맛으로 마음을 빼앗는 쉐프의 마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3.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 관련 직업의 세계 ④ 호텔 요리사

기본을 건너뛴 창의는 오만이다. 손님들이 아는 맛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맛있는 맛을 선보여야 하는 것은 요리사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너의 기본은 쉐프인 내가 책임진다. OK?" -드라마 <파스타> 中

맛으로 마음을 빼앗는 쉐프의 마술

언제부터인가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에서 요리를 소재로 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보다 보면 요리의 세계란 참으로 넓고도 깊다는 것을 알게 되며, 기상천외한 요리법이라도 등장할 때면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맛집을 찾고 그 맛을 느끼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호텔 레스토랑은 격식 있는 장소를 찾는 이들의 요구를 맞춰 줄 뿐만 아니라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갖가지 향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다. 떠오르는 직업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요리사, 그중에서도 호텔 요리사 3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다.

글·사진  김명상 기자   취재 및 자료협조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국내파호텔 요리사 3인 Story

개인적으로 호텔 요리사를 생각하면 왠지 모를 생경한 이미지가 있었다. 뛰어난 요리솜씨와 화려한 경력은 기본이고 실수 하나 용납하지 않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늘 떠올렸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취재 후 이러한 선입견은 많이 깨졌다. TV나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모습과는 달리 더 발전하기 위해 매일 정진하는 태도가 마치 구도자들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이번 취재에서는 국내파이면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3명의 요리사를 만나 보고 그 시작과 우여곡절을 들어 봤다.



“패션을 꿈꾸던 청년, 호텔 요리사가 되다”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한석원 조리장


요리로 인생길을 변경하다

원래 전공은 의류학과입니다. 평소 패션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공부하러 건너간 일본에서 어느 날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죠. 그날 백화점에 갔다가 잘 차려입은 사람들에 비해 내가 너무 초라하다고 느껴진 탓도 있겠습니다. 대신 아르바이트로 식당일을 하면서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던 요리의 길로 전향했죠. 요리는 손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매력이었고 지켜보던 사장님도 적극 권했기에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들어간 일본의 한 요리전문학교에서 뺨을 맞아가며 힘들게 요리를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가 졸업 후 일본에서 한국 호텔에 지원했고 31살에 지금 호텔로 들어오게 됐죠.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하면 호텔 요리사로 입사하기가 쉬운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군기 빠진 한국호텔?

저는 일본에서 요리전문학교에 다닐 때 위계질서가 너무 셌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 적응하기 쉬운 편이었습니다. 학교에선 뺨도 맞고 욕설도 듣고 했으니까요. 그러다 한국에 오니 군기가 너무 없는 듯이 느껴지기도 했었죠. 지금도 저는 어린 조리사들과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는 스타일이지 너무 딱딱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칭찬은 요리사를 전율케 한다

제일 기쁠 때는 물론 손님이 맛있다고 할 때죠. 손님이 쉐프 불러 달라며 진심으로 맛있다고 말하면 몸에 전율이 옵니다. 주방으로 돌아갈 때 다리가 찌릿찌릿하죠. 요리 경력이 20년이 넘지만 아직도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힘이 납니다.

요리사는 직장인이 아니다

요리사 지망생에게 요리사 이전에 직장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호텔의 좋은 환경에 적응하다 초심을 잃고 직장인처럼 변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일반 햄버거 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과 다름 없죠.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하루 용돈은 3,000원!

요리사를 꿈꾸신다면 돈에 얽매이지 마세요. 직장인이 됩니다. 그러면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못하게 되죠. 저도 처음에는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루 용돈이 3,000원입니다. 대신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연봉의 10% 정도는 자기에게 쓰란 말도 있으니까요.



1 음식을 만드는 데는 실력과 센스도 겸비해야 한다 2 요리를 하는 요리사의 손길에서는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용접을 배우던 학생에서 세계 요리대회 우승까지”
                       
 그랜드인터콘티넨탈서울 테이블34 임호택 조리사

취사병으로 요리를 접하다

고등학교 때 용접을 배웠었죠. 요리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입대 후 취사병이 됐는데 요리 자격증도 없었지만 선임 취사병 제대와 맞물려 제가 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제대 후 요리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뷔페레스토랑, 호프집 등에서 설거지, 주방보조, 도시락 담기, 힘쓰는 일 등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식조리자격증과 일식자격증을 취득했죠. 일은 곧 그만두게 됐습니다. 오징어 굽고 과일 써는 것이 제 꿈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얻는다

지인 소개로 해운대 쪽의 일반 호텔로 입사했고 들어가서 조리팀장님 조언으로 산업체위탁교육으로 대학을 다녔습니다. 이곳에는 요리 종사자가 많이 다녔는데 선배들의 조언을 받는 등 큰 도움을 얻었죠. 학교에 계속 다니던 중 호텔을 그만두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실직자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했습니다. 제빵자격증을 따고 난 후 같이 공부하는 이의 조언에 따라 영어공부도 했습니다. 하루 8시간 동안 영어만 했는데 4개월 정도 됐을 때 사업하시던 지인이 특급호텔에 지원할 것을 권했고 용기를 얻어 이력서를 내게 됐습니다. 그분은 서울의 특급호텔 주소를 다 알려주셨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준비도 도와주셨죠. 그렇게 지원 후 합격해 지금 호텔로 오게 됐습니다.

자격증 우습게 보지 마라

호텔에 온 게 27살 때였는데 동네에서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고도 제대로 없는 사람이 서울의 특급호텔로 갔으니 말이죠. 요즘 매스컴에서 부각이 많이 돼서 그런지 조리학과도 많고 졸업인원도 상당수입니다. 갑작스런 붐이 일어난 것이죠.
팁이라면 제가 호텔로 올 수 있었던 중요 이유 중 하나는 자격증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지원할 때는 그걸 다 보니까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인맥도 중요했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선배나 지인들의 도움이 많았었죠. 영어 공부도 필요합니다. 저희 호텔은 입사 시험을 치는데 영어 시험을 봤었습니다. 실직자 프로그램으로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다

지난해 9월17일과 18일 양일간 열린 제9회 호주축산공사 주최 블랙박스 요리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대회는 젊은 조리사 3명과 팀장 1명이 팀을 구성해 이뤄지는 대회로 참가자는 당일 공개되는 블랙박스(Black Box)에 든 재료를 활용해 24시간 안에 4코스의 요리를 만들어 다음날 제출해야 하는 것이죠. 식재료들이 경선 직전에야 공개되므로 요리하는 입장에서 참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속한 우리 호텔 참가자들은 한국대회에서 우승하고 10개국이 경합하는 세계대회 출전 자격을 얻어 진출한 대회에서 다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대회 당일 나온 고기를 보니 질긴 부위인 양고기 목살과 쇠고기의 엉덩이 부위 살이 나왔습니다. 요리사의 순발력과 독창성을 보겠다는 의미죠. 출발할 때 미리 준비해간 압력밥솥으로 고기를 쪄 고기를 손으로 쥐어 뜯고 틀에 채워 모양을 만든 후 두바이의 높은 건물을 형상화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던 것 같아요.

접시에 쓰여진 ‘땡큐’

기분 좋을 때는 역시 음식 잘 먹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죠. 한 번은 서빙하는 직원이 그릇을 가져왔는데 그릇에 ‘Thank you’라고 써 있더군요. 요리사의 보람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 입뿐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시키는 요리가 아름답다 2 테이블34의 내부 전경. 와인이 가득해 입이 떡 벌어진다



“동양인 최초, 양식요리 금메달리스트”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박성훈 조리사




1, 2 접시가 꽉 차야만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니다 3 아이리스에서 이병헌과 김태희가 최후의 만찬을 한 장소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모파상 룸 전경


6학년 초등학생, 요리를 접하다

부모님이 모두 요리 분야에 종사하고 계세요. 아버지는 한국조리아카데미 원장이시고 어머니는 백석문화대학 조리학과 교수시죠.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고 배우다 보니 어느새 재미가 들렸습니다. 중학교 때는 기초를 배우며 6개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올림픽을 향한 꿈

국제기능올림픽을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텐데 2년에 1번 열리는 국제대회고 평생 1번만 출전이 가능합니다. 출전을 위해서는 한국대표로 뽑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참 어렵죠. 전국 16개 시도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대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1~3위 한 이들 48명을 선발합니다. 이 48명은 다시 전국대회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는데 여기서 1, 2, 3위는 1차 국가대표후보가 됩니다. 무서운 것은 2, 3위는 다음 대회에 아예 출전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단 한 번뿐인 기회인 것이죠. 다음해에도 같은 과정을 거쳐 2차로 3명을 뽑아 모은 6명 중 우승자 1명이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입니다. 저는 고2때 전국대회 금메달을 수상했고 고3 겨울에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죠.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요리부문 금메달 수상!

이렇게 어렵게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을 나가게 된 만큼 심리적 압박감이 정말 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으니까요. 결국 아시아인 최초로 요리부문 금메달을 땄는데 당시에는 실감도 잘 나지 않았습니다. 비유하자면 김치 경연대회에서 서양사람이 1등을 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 출전자들은 제가 인사를 건네도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한 번은 화가 나서 무시하고 지나가는 이의 손목을 움켜잡고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저희 호텔 관계자도 10여 명 나와있었구요. 호텔에는 금메달 수상을 알리는 큰 플래카드가 걸렸고 직원 사이트 메인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TV나 신문 등 미디어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생각 외로 크게 부각돼 얼떨떨하기도 했습니다. 피에르가니에르 인턴에서 정직원이 됐고요.

금메달 따고 난 후 허탈했다

저는 기능올림픽만 7년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은 여가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루 13~14시간을 요리했었죠. 그래서 학교에서의 추억이 없습니다. PC방을 가도 다른 이들은 이 시간에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이 들었구요.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금메달 따고 나니 왠지 허탈했습니다. 목표가 사라진 것이었으니까요. 일종의 자만이었는데 그래서 아버지께 꾸중을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금메달은 잊고 더 정진하고자 목표를 세우고 노력 중입니다. 제 분야가 프랑스 요리인데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모르면 허사라 생각합니다. 유학도 기회가 닿으면 하고 싶고요. 지금은 개인 여가시간도 잘 활용하려고 합니다.

요리의 세계는 정답이 없다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올림픽에 나가서 남들이 하는 방법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정말 요리의 세계는 정답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경력 많은 훌륭한 선배와 국내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합니다.



1, 2 제9회 호주축산공사 주최 블랙박스 요리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팀의 수상 모습과 메인요리 3 동양인 최초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요리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박성훈 조리사 4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의 카운터 전경


호텔요리사  Q&A

Q. 호텔 요리사가 되려면 해외 유학이 필수적인가?
A. 대답은 반반이다. 호텔 성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취재한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의 경우 유학파 비중은 비교적 작다. 그러나 2년차 미만의 신입만 따져 보면 10명 중 4명이 해외파 출신으로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의 경우 대부분이 유학파 출신으로 경력도 화려하다고 한다.

Q. 순수 국내 출신으로 호텔 요리사가 되려면?
A. 실력이 있고 꿈이 있다면 국내파라고 지레 좌절할 필요는 없겠다. 국내파로서 호텔 요리사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개설된 요리전문학과를 거친 후 호텔에서 운영하는 실습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호텔은 보통 공석을 채우는 수시 채용 개념이라 경력자를 선호하며, 신입 공채가 있다 해도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재학 중 실습생으로 들어가 두각을 보이면 나중에 인턴 사원 자리가 났을 때 추천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공채보다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이 부여돼 유리하다.

Q. 위계질서가 정말 엄한가?
A.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파스타>의 한 장면을 보면 쉐프가 육수에 대한 태도 불량을 이유로 요리사들을 밖으로 불러내 웃통 벗고 쪼그려 뜀뛰기를 시킨다. 과연 현실도 비슷할까? 이 대답도 반반이다. 요리사는 칼, 기름, 뜨거운 오븐, 슬라이스 머신 등을 다루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본인과 타인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요리는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이 돼 나가야 하므로 서로의 협업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방심이 모든 작업을 그르칠 수 있으므로 일관된 체계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군기’도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지듯 냄비가 날아다니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지적을 하더라도 ‘무식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화됐으니 지망자라면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Q. 직장에서 요리사는 뭘 먹나?
A. 호텔 요리사가 직접 해먹지 않느냐고? 아니다. 위탁업체인 외식 사업 업체가 제공하는 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호텔의 다른 직원과 똑같은 셈이다. 집에서는 요리를 잘 안하고 대신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것을 먹는다는 대답도 있었다. 라면도 잘 먹는다고 하니 요리사라고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다 하겠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