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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텐트 속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유혹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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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일절 연휴에 무주 덕유산으로 1박2일간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 자의반 타의반 다녀 온 이날 캠핑은 한편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최근의 캠핑 열기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야영장으로 가면서 저는 내심 한산한 캠핑장 풍경을 상상했습니다. 캠핑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여전히 추위가 매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예상은 일찌감치 빗나갔습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캠퍼들이 모이기 시작해 토요일 정오가 되기 전에 야영장 대부분의 자리가 모두 메워졌습니다.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과 캠핑장으로 달려와 이미 1박을 하신 분들도 계셨고 다른 분들도 대부분 새벽 일찍 집을 나서신 겁니다. 캠핑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야영장 자리 잡기도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콘도에서 펜션을 거쳐 이제 여행 숙소가 텐트로 이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캠퍼들이 도착하고 자신들의 텐트를 세우기 시작하자 야영장은 금세 작은 마을로 바뀌었습니다. 마을 표정도 각양각색입니다. 멋들어진 그러나 비싸고 유지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전용 캠핑카와 캠핑용으로 개조된 승합차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텐트도 캠핑용품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천양지차입니다. 텐트 안에 장작을 사용하는 운치 있는 난로를 설치하고 연통까지 길게 뽑아 올린 부잣집도 있고 바로 옆에는 소박한 단칸방도 있습니다. 

텐트도 없는 캠핑 초보가 끼어 있었던 터라 이날 모닥불 대화에는 캠핑 장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습니다. 캠핑이 기본적으로 자기 집 살림살이를 어느 정도 노출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캠핑을 다닐수록 자기도 모르게 장비 욕심이 생긴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일본의 유명 캠핑 브랜드는 그 인기가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기본적인 장비만 갖추려 해도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이 브랜드는 올해 들어 가격이 20% 가량 인상되면서 아예 일본으로 캠핑 용품 쇼핑 원정을 계획하는 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잘만 하면 쇼핑 차액으로 일본 여행경비는 뽑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주말이면 만사를 제쳐 두고 캠핑을 떠나는 마니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야영장에는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이 딸려 있고 원두커피를 갈아 마실 정도로 야영 장비도 발달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캠핑은 캠핑입니다. 분위기는 있을지 몰라도 집이나 호텔처럼 편리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이런 불편을 불편함으로 느끼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그 불편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쓰고 또 새로운 장비를 알아보면서 만족과 즐거움을 얻는 것 같습니다. 

캠핑도 여행의 일종이다 보니 확실히 중독의 기운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어색할지 모르지만 한두 번 짐을 싸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다음 여행과 캠핑을 생각하게 됩니다. 트래비에서 지난해 오토캠핑에 관한 특집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조만간 캠핑에 대한 보다 재미난 기사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헤어지면서 저를 캠핑장으로 이끌었던 지인이 ‘어떠셨나요. 캠핑 또 나오실 거예요?’하고 물었을 때 전 솔직하게 ‘글쎄요, 제가 아직 게을러서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제가 그 지인에게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우리 언제 캠핑갈까요?’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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