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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차여행-스토리텔링 독일 기차 여행②Leipzig, Wurzburg, Rothenburg,Oberammergau"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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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월드레일 www.worldrail.co.kr  1644-5453



Leipzig
풍요로운 음악과 자유의 도시

라이프치히를 빛낸 바흐, 멘델스존, 슈만

고백하자면, 라이프치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대 프랑스전을 치렀던 도시’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 무지한 기자에게 라이프치히가 보여 준 면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채로운 문화·예술 유산과 품격있고 자유분방한 도시 분위기를 보유한 유럽의 라이프치히는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보물같은 도시였다.

라이프치히는 예부터 독일의 정치, 음악, 예술의 중심지이자 무역 박람회의 도시로 유명했다. 라이프치히에서 1212년 토마스 교회 합창단이 탄생하고 1743년 세계 최고(最古)의 관현악단 게반트하우스(Gewandhaus) 오케스트라가 설립된 것은 문화적 풍요로움을 누렸던 라이프치히 사람들의 여유를 대변한다. 라이프치히는 18~19세기 당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음악 도시였다. 비엔나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음악가들로 명성을 얻었다면, 라이프치히는 바흐, 멘델스존, 슈만, 바그너 등 쟁쟁한 음악가들의 멜로디로 가득하다.
라이프치히는 지난 1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꼭 가봐야 할 도시 31곳’ 중 10위에 랭크됐다. 바흐 탄생 325주년,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올해, 이들과 인연이 깊은 라이프치히에서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1723년부터 1750년 사망할 때까지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Thomaskirche)에서 음악 감독으로 일했다. 그는 이 시기 칸타타, 오라토리오, 파시온 등을 활발하게 작곡하며 교회 음악 발전에 이바지했다. 바흐는 그가 음악적 열정과 신앙을 바쳤던 토마스 교회에 잠들어 있다. 교회 안쪽에 소박하게 자리한 그의 묘지에는 ‘음악의 아버지’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20일에는 바흐 탄생 325주년을 맞아 바흐 박물관이 재개장됐다. 박물관에는 바흐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하던 악기, 바흐가 작곡한 악보 등이 전시돼 있다. www.bach-leipzig.de

사실 바흐는 생전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바흐를 빛 보게 한 사람이 펠릭스 멘델스존이다. 멘델스존은 1828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으며 라이프치히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바흐 사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토마스 교회에서     <마태수난곡>을 연주해 바흐를 세상에 알리고 주목받게 했으며, 슈만과 함께 라이프치히 음악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멘델스존 기념관은 그가 만년을 보낸 집에 들어서 있다. 2층에는 멘델스존과 슈만, 클라라, 리스트 등 당대 음악인들이 교류하던 음악홀과 서재를 비롯해, 1847년 멘델스존이 사망할 당시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콘서트를 연다. www.mendelssohn-haus.de

멘델스존과 ‘절친’이었던 작곡가 로버트 슈만에게도 라이프치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의 아내 클라라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던 슈만은 어머니의 반대로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전공하게 된다. 음악의 꿈을 놓을 수 없던 슈만은 라이프치히의 유명 피아노 교사 F.비크의 제자가 됐고, 그의 딸이자 천재 피아니스트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비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1840년 결혼에 골인한 슈만과 클라라는 이후 1844년까지 라이프치히에 머물렀다. 현재 슈만 박물관, 클라라 슈만 초등학교로 활용되고 있는 슈만 하우스는 그들이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냈던 곳이다. 슈만이 살던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 놓고 있으며 콘서트홀에서는 매주 일요일 5시 음악회가 열린다.



1 토마스 교회 안에 자리한 바흐의 묘지 2 슈만 하우스에서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재현한 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3 멘델스존 기념관 4 12세기부터 21세기까지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는 라이프치히 5 라이프치히에서는 펍을 즐겨보자 6 니콜라이 교회 7 카페 바움 8 메피스토 바 9 라이프치히의 상징인 사자


Music festivals in Leipzig

라이프치히는 연중 음악이 멈추지 않는 도시다. 1813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바그너를 기념하는 제5회 바그너 페스티벌이 5월16일부터 23일까지, 바흐 탄생 325주년을 기념하는 바흐 페스티벌이 6월11일부터 20일까지,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슈만 페스티벌이 9월9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매년 7~8월에는 토마스 교회 앞에서 매일 저녁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www.leipzig.de


동독 민주주의가 싹튼 역사적 도시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의 씨앗이 싹튼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1989년 10월9일, 성 니콜라이 교회(St. Nikolaikirche)에서 1982년부터 계속되어 오던 월요 평화 기도회를 마친 시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7만여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해 경찰과 군대의 위협 속에서 ‘자유’와 ‘변화’를 외쳤다.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시위를 마치면서 ‘89년 평화 혁명’은 시작됐고 1989년 11월9일 마침내 베를린 장벽은 허물어졌다. 1165년 설립된 니콜라이 교회는 18세기 양식으로 지어진 루터파 교회로, 로마네스크, 후기 고딕,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외관을 지니고 있다. 겉모양만 보자면 유럽의 수많은 교회들과 특별히 다를 건 없지만, 구 동독 전 지역의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켰던 성 니콜라이 교회의 역사를 알고 보면 그 안에서 기도와 함께 울려 퍼졌던 자유와 민주 외침이 들리는 것도 같다.

파우스트를 있게 한 라이프치히의 선술집

독일의 20개 도시가 ‘괴테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라이프치히에도 독일이 자랑하는 작가이자 철학가인 괴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괴테가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할 당시, 그는 매들러 파사주(Madler Passage) 지하에 위치한 선술집 아우어바흐스 켈러(Auerbachs Keller)를 즐겨찾았다. 바로 이곳에서 괴테는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구상했다. 파우스트의 배경이 된 아우허바흐스 켈러는 거대한 레스토랑 겸 펍으로 파우스트의 주요 장면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도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동상의 발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1층에는 파우스트를 테마로 한 ‘메피스토바’가 들어서 있다. 카페의 특정 자리에 앉으면 ‘우르릉 쾅’ 천둥소리와 함께 악마 웃음소리가 갑자기 터져 나와 손님을 놀래키고, 거울 속에서 악마가 출현하는 등 파우스트를 유쾌하게 담아 낸 공간이다. www.auerbachs-keller-leipzig.de

라이프치히의 밤은 낮보다 활기차다

1694년 오픈한 카페바움(Kaffeebaum)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카페다. 괴테, 리스트, 바그너, 슈만 등 유명 인사들이 교류하던 유서 깊은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이들이 커피를 마시던 자리가 복원돼 있다. 꼭대기 층에는 커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커피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이 근방은 라이프치히의 펍 지구다. 라이프치히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 도시답게 약 1,500개의 펍이 들어서 있으며 펍과 바 문화가 발달해 있다. 펍 지구는 여름이면 노천카페로 돌변해 밤낮으로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이는 라이프치히에 하룻밤 머물러야 할 결정적인 이유다. 낮과는 또 다른 라이프치히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로 라이프치히 가는 방법
베를린에서 ICE로 1시간 소요/ 뮌헨에서 ICE로 4시간30분 소요
프랑크푸르트에서 ICE 로 3시간30분/ 드레스덴에서 ICE 열차로 1시간30분 소요



Wurzburg
낭만이 숨쉬는 ‘리틀 프라하’

뷔르츠부르크는 ‘리틀 프라하’다. 도시 중심부의 풍경이 프라하와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프라하 블타바강처럼 마인강이 뷔르츠부르크를 관통하고, 프라하성과 마찬가지로 뷔르츠부르크를 대표하는 마리엔베르크 요새(Fortress Marienberg)가 강 너머의 언덕 위에 우아하게 자리해 있다. 1543년 지어진 알테마인교(Alte Mainbrucke)에는 다리 양쪽에 성도들의 석상 12개가 늘어서 있는데, 프라하 까를교와 거의 흡사한 분위기다. 차이점이 있다면 세계대전 당시 프라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곱게 보전된 반면, 뷔르츠부르크는 영국군의 공습으로 도시의 80%가 파괴됐었다는 것. 

뷔르츠부르크는 독일 로만틱가도가 시작되는 도시로, 중세풍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마리엔부르크 요새는 704년부터 자리를 지켜 온 뷔르츠부르크의 상징으로, 대공-주교(Prince-Bishop)들이 거주하기도 했던 곳이다.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는 현재 박물관과 공원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요새 자체보다도 오르내리는 길에 뷔르츠부르크의 사랑스러운 풍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뷔르츠부르크 여행은 레지덴츠(Wurzburg Residenz)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신성로마제국의 대공-주교의 궁전으로 쓰였던 레지덴츠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길이 167m에 달하는 독일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다. 1744년 완공된 레지덴츠는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을 설계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 프랑스 왕가의 건물 설계를 진두지휘했던 로버트 드 콩테 등 바로크 건축을 선도하던 당대 유수의 건축가들에 의해 디자인됐다. 

레지덴츠 박물관의 내부 장식과 콜렉션은 지극히 화려하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계단의 방은 찬찬히 살펴볼수록 입이 떡 벌어진다. 베네치아의 화가 지오바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의 작품인 천정 프레스코화는 가로 18m, 세로 30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입체감 있는 회화와 조각이 어우러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표현하고 있다. 황제의 방, 거울의 방 등을 지날수록 화려한 장식과 그림에 압도당하게 돼, 이곳에 ‘유럽에서 가장 좋은 목사관’이라는 별명을 붙인 나폴레옹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www.residenz-wuerzburg.de
뷔르츠부르크는 유명한 프랑켄 와인의 산지다. 질 좋은 화이트 와인인 뷔르츠부르크 와인은 복스보이텔(Bocksbeutel)이라 불리는 둥글고 납작한 주머니 모양 병에 담기는 것이 특징인데, 레지덴츠 옆에 위치한 Staatlicher Hofkeller Wurzburg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www.hofkeller.de



1 프라하의 까를교와 흡사한 뷔르츠부르크 알테마인교 2 레지덴츠 박물관의 화려한 내부 3 뷔르츠부르크 시가지


기차로 뷔르츠부르크 가는 방법
프랑크푸르트에서 ICE.IC.EC로 1시간10분 소요/ 뮌헨에서 ICE로 약 2시간30분 소요
로텐부르크에서 슈타이나흐(Steinach)를 경유해 RB로 약 1시간10분 소요



Rothenburg
독일 로맨티시즘의 하이라이트

로만틱가도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로텐부르크를 찾아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이만큼 예쁜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면 불편함쯤이야 응당 감수해야 한다’는 듯, 기차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야만 한다. 이 마을의 본래 이름은 ‘타우버(Tauber)강 위쪽에 있는 로텐부르크’라는 뜻의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이다. 로텐부르크는 ‘붉은 성’을 의미하는데, 성은 지진으로 파괴되고 현재는 마을 서쪽에 성의 입구와 정원만이 남아 그 흔적을 살피게 한다. 동화책에서 보던 성냥갑 모양의 집들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는 모양새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로텐부르크 구시가는 중앙에 위치한 시청부터 동서남북 끝까지 각각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정도로 아담하다. 그러므로 예쁜 골목을 느긋하게 서성이는 것이 이 아기자기한 마을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청사는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결합된 고풍스러운 건물로, 62m 높이의 탑에서 로텐부르크의 어여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시청사의 시계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 정각에 인형극이 펼쳐지는데, 30년 전쟁 당시 적군과의 내기로 3리터가 넘는 와인을 원샷하며 로텐부르크를 구한 시장 이야기를 재연하고 있다. 시청 바로 옆에 위치한 성 야곱 교회(St. Jakobskirche)는 독일 최고의 조각가 틸만 리멘슈나이더의 ‘최후의 만찬’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천사가 받치고 있는 이 조각품의 십자가에 예수의 핏방울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텐부르크 남쪽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작은 광장 플뢴라인(Plonlein)은 반드시 들러야 할 스폿이다. 이곳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 되는, 로텐부르크에서도 사진발이 가장 잘 받는 장소다.  작은 탑과 오르막과 내리막길 사이에 걸쳐 있는 노란 집이 어우러진 풍경은 중세 독일의 로맨티시즘을 대표하는 풍경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로텐부르크에는 현대식 건물, 포장도로, 네온사인이 없다. 로텐부르크 집들은 뾰족하고 붉은 삼각형 지붕과 직선과 사선으로 포인트를 준 건물 외벽 등을 특징으로 한다. 꼭대기에 문이 달린 집들도 여럿인데, 전쟁시 습한 지하에는 와인을, 건조한 꼭대기층에는 음식을 저장해 두고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로텐부르크는 특유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사수하기 위해 1898년 신축 건물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구시가 대부분의 건물들은 상점과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들의 간판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난다. 얼핏 봐서는 화려한 장식품인지 간판인지 헷갈릴 정도다. 금색을 입힌 간판에 햇빛이 반사될 때면 반짝반짝 빛나는 간판과 파스텔톤의 집들이 어우러져 판타스틱한 장면을 선보인다.

로텐부르크를 거닐다 보면 제과점에 동그란 과자가 잔뜩 진열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슈네발렌(Schneeballen)은 로텐부르크를 대표하는 간식으로 동그란 과자에 하얀 설탕 가루를 뿌려 마치 눈덩이처럼 보여 ‘스노볼(Snow Ball)’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다.
 
구시가는 중세 시대에 지어진 4.2km의 목조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중 2.5km 구간은 전망대 겸 산책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반드시 성벽을 걸어 보길 추천한다. 한갓진 마을 외곽을 거니는 동안 동화마을로의 시간여행이 완성될 것이다.



1 독일 로맨틱가도의 하이라이트 로텐부르크 2 이곳은 독일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인기다 3 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네발렌

기차로 로텐부르크 가는 방법
프랑크푸르트에서 RE, RB열차로 약 3시간 소요
뮌헨에서 RE,RB 열차로 약 3시간 소요




Oberammergau
10년에 한 번, 경건한 잔치를 벌이는 마을

독일 바이에른 주 남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의 남자들은 10년에 한 번씩 머리와 수염을 기른다. 이 마을에서 10년마다 공연되는 예수 수난극(Oberammergau the Passion Play )에 배우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30년 전쟁’을 겪던 독일에 흑사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1633년 오버아머가우 주민들은 “주께서 저희를 흑사병에서 지켜주신다면 10년마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뜻으로 연극을 만들어 바치겠다”라고 기도했다. 이 간절한 기도가 닿았는지, 이후에는 이 마을에서 흑사병 사망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버아머가우의 예수 수난극은 이 약속에 따라 1634년부터 공연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전쟁 등으로 인해 불가피했던 두 차례를 빼고는 매 10년마다 꼬박꼬박 공연을 치르며 380년 동안 신실하게 약속을 지켜 왔다. 2010년은 41번째 예수 수난극이 공연되는 해로, 5월15일부터 10월3일까지 주 5회, 총 102회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예수 수난극이 열릴 때면 전세계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작은 산골 마을로 모여든다고 하니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오버아머가우의 예수 수난극이 특별한 이유는 이 공연에 참가하는 약 2,400명의 출연자가 모두 이 마을 주민이기 때문이다. 예수, 마리아, 유다 등 주요 배역부터, 연출자, 합창단, 오케스트라 멤버, 안내원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로만 구성되는데, 오버아머가우에서 태어났거나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고. 2010년 수난제를 위한 오디션은 작년 4월에 치러졌고, 공연 출연이 결정된 남자들은 지난 1년간 머리카락과 수염 기르기에 돌입했다. 그 결과 2010년 3월 기자가 오버아머가우를 찾았을 때는 마을의 성인 남자들 대부분이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하고 있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5월부터 시작될 공연을 두어 달 앞둔 시점, 공연장은 한창 분주했다. 1998년 세워진 4,700석의 공연장은 예수 수난극의 웅장한 규모를 짐작케 했다. 예수 수난극은 한 무대에 1,200여 명의 출연자가 오르고,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된다. 무대 뒤편에서는 북슬북슬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세트를 만들고 의상과 소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들도 공연에 참가할 터였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박물관 외벽에는 1800년대 이후부터 예수 수난극의 주요 배역들을 맡은 사람들의 사진과 이름이 연표로 정리돼 있다. 이 마을과 예수 수난극의 전통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예수 역할의 경우 한 가문에서 3대째 배역을 따내고 있다는 점도 재밌다. 2010년 입장권은 거의 매진됐고 숙박과 입장권을 엮은 패키지가 소량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10년을 기다린 오버아머가우 사람들의 성대한 잔치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공연은 독일어로만 진행되지만 영어 텍스트를 제공한다.
www.oberammergau-passion.com 

예수 수난극이 아니더라도 오버아머가우는 추천할 만한 여행지다. 예술과 문화, 전통, 자연이 어우러진 예쁜 마을이기 때문이다. 바바리안 알프스 지역 산기슭에 오롯이 들어선 이 마을의 집들 외벽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이들 그림의 대부분은 종교적인 테마 또는 동화의 한 장면들이다. 나무로 만든 발코니와 꽃을 가꾼 정원을 지닌 전형적인 바바리안 주택들을 구경하면서 마을을 휘 돌아보기만 해도 미술관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이다. 마을에서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십자가가 박혀 있는 게 보이는데, 예수 수난극, 종교화가 그려진 집들과 더불어 이 마을에 종교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오머아머가우는 예부터 목각 공예로 이름난 마을이다. 500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목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오버아머가우 박물관(Oberammergau Museum)에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목각들을 비롯해 다양한 장난감, 현대적인 목공예품 등이 가득 들어차 있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거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기차로 오버아머가우 가는 방법
뮌헨에서 Murnau를 경유해서 RB 열차로 약 1시간50분 소요




1 오버아머가우는 알프스 산맥 자락에 오롯이 둥지를 튼 작은 마을이다 2, 3 10년에 한 번 공연되는 예수 수난극은 한 무대에 1,200명의 마을 사람들이 출연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4, 5 오버아머가우는 목공예로 유명하며, 박물관에서 다양한 목공예품을 볼 수 있다 6 올해의 예수 수난극에 출연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수염을 기른 마을 주민


독일 여행의 지름길-교통패스



독일 16개 모든 주에서는 주 내 모든 도시에서 로컬열차, 트램, 전철, 버스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1일 교통패스가 있다. 개성 있는 소도시 여행이 인기 있는 독일에서는 주별 1일 티켓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주별 티켓들은 2명 이상 이용할 경우 무조건 저렴해지는 신통방통한 카드다. 

대표적인 인기 지역으로는 뮌헨-퓌센-잘츠부르크까지 볼 수 있는 바이에른주, 드레스덴-마이센을 걸친 3개 주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작센주, 쾰른-뒤셀도르프-본-에센을 여행하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등이 있다. 주별로 티켓 요금은 다르지만, 주중에는 오전 9시 이후 기차부터 새벽 3시까지 사용 가능하고 주말에는 티켓 개시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은 동일하다.

바이에른 티켓│뮌헨, 퓌센, 로텐부르크, 뷔르츠부르크,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 바이에른 지역 내의 대중교통을 하루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1인 요금은 22유로, 2~5인까지는 30유로.
작센 티켓│작센주는 이웃 주까지 포함한 3개의 주에서 하루 동안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마이센 등을 여행할 수 있으며 티켓 요금은 1인 22유로, 2~5인까지 30유로.


월드레일은 유럽 얼리버드 스페셜 구간권과 독일 16개 주별 교통패스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철도예약전문업체로, 독일 대표 도시를 중심으로 열차와 숙소를 엮어 판매하는 ‘크리에이티브 독일 테마 여행’ 레일텔 상품을 판매 중이다. www.worldrail.co.kr

낭만의 독일 여행 ‘로맨틱가도와 알프스 가도의 만남’
 프랑크푸르트-뷔르츠부르크-로텐부르크-베르헤테스가덴-뮌헨
독일 고성여행의 하이라이트 ‘캐슬투어’
  뮌헨-킴제-퓌센-린더호프-뮌헨
혼자 가도 같이 즐거운 비어로드 맥주여행 ‘옥토버페스트 축제여행’
  뮌헨-플젠-프라하
음악과 아트의 만남 ‘독일 문화 예술 기행’
  프랑크푸르크-쾰른-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드레스덴-베를린  
독일 매직시티에서 즐기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프랑크푸르트-뒤셀도르프-쾰른-슈투트가르트-뮌헨-뉘른베르크- 라이프치히-드레스덴-베를린 
※ 독일 전통 숙박시설인 펜션에서 숙박을 하며, 뮌헨에서 생맥주 500cc 1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tip 

베를린과 뮌헨에서 편리하게 철도예약서비스
받으세요!
유레이드(Euraide)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철도 전문 업체로, 베를린과 뮌헨의 중앙역에 사무소를 두고, 전세계와 한국 여행자들의 편리한 철도여행을 돕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레일패스 ‘예약 전문 대행’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644-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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