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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손미나-손미나는 작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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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쓰고, 소설을 쓴다. 탱고를 춘다
타인의 삶에 기꺼이 뛰어든다. 눈물을 쏟는다 
다시 넘어지겠다고 말한다
경험 없이 나오는 연금술 같은 글은 없다고 말한다
어쩐지 이 사람이 좋아진다
손미나는 작가다

  도선미 기자   사진  박우철 기자

"탱고를 출 때 여자에게는 다리가 하나뿐인 거나 마찬가지야. 다른 하나는 남자의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 꼿꼿하게 서야 하지만 그에게 다리 하나를 완전히 맡겨야 해. 사랑할 때도 그렇잖아? 정말로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는 완전한 사랑이란 불가능하지. 그리고 절대 발이 땅에서 떨어져서는 안 돼. 항상 한 발을 바닥에 붙인 채로 사랑하는 사람을 쓰다듬듯이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해. 탱고는 춤이 아니야. 탱고는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거지. 사실 그게 다야. 그래서 기본이 더욱 중요해. 누군가와 함꼐 걷기 위해선 우선 혼자 잘 걸을 수 있어야 하지.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중에서"


여행 기자들이 여행 작가에 갖는 감정은 사실 좀 복합적이다. 그들은 동지이면서 때로 묘한 경쟁심을 유발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거나 반대로 신랄한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배우와 연극배우, 예능인과 코미디언의 관계라고 보면 비슷할까. 아마 여행 작가에게 가장 까다로운 독자는 여행 기자일 거다. 

그런 맥락에서 약간의 경계심과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손미나의 최근작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놀라웠다. 여러 번 코끝이 시렸고, 가만히 웃었으며 소설도 아닌 것을 밤을 새워 읽었다. 여행기라기보다 체류기에 가까운 손미나의 책은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워낙에 매혹적인  탓, 예의 그 뛰어난 스페인어 실력이 바탕이 된 탓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특별함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타인의 삶에 대한 친절한 관심 그리고 글에 대한 집념. 그래서 손미나의 책은 손미나만이 쓸 수 있었다. 

최근 그녀는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소설에도 도전한다. 비오는 4월 마지막 월요일, 잠깐 귀국한 손미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트래비 오랜만이예요. 트래비와는 2005년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인터뷰를 한 뒤로는 처음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손미나(이하 미나) 지난해 여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고 있어요.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프랑스에서 쓴 책이죠. 이제야 바깥에도 좀 돌아다니고 불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이번에 귀국한 건 개인적인 일 때문인데, 온 김에 대학에서 특강도 하고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도 만나면서 바쁘게 다녔어요. 

트래비 파리는 어때요? 아무래도 그동안 있었던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 같은데요. 

미나 제가 이렇게 표현했더니 파리에서 살다온 분들이 전부 맞장구를 치셨어요. 파리는 ‘너무 아름다운 여자’다. 볼 때마다 너무 예뻐서 매일 놀라고 반하는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성격이 정말 이상한 여자죠. 불평불만도 많고, 우울하고, 불친절하고…. 파리에 살 때는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지나고 나면 자꾸 돌아가고 싶다고들 해요. 프랑스 영화 속 우수에 젖은 여배우처럼 뒤늦게 자꾸 생각난달까요. 하지만 저의 기질은 아무래도 유쾌한 라틴 쪽인 것 같아요. (웃음)

트래비 파리를 택한 건 아마 다음 여행책 때문이겠죠? 왜 하필 파리였나요?

미나 파리에 대한 책을 두 권 준비하고 있어요. 한 권은 여행기인데 내년에 출간 예정이구요, 다른 한 권은 소설로 올해 내는 게 목표예요. 
파리는 유럽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쯤 살아 볼 만한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파리 자체에 대한 로망도 있었구요. 헤밍웨이도 파리를 ‘움직이는 열정’이라고 표현했잖아요. ‘만약 젊은 시절을 파리에서 보내는 행운을 가졌다면 파리는 당신이 어디에 살든, 언제까지든 당신을 따라다니는 움직이는 열정이 될 것이다’라구요.
파리는 앞으로 제가 쓸 글들의 출발점이기도 해요. 유럽 문화의 기원을 찾아가는 글을 계속 쓰려고 하거든요. 다음에는 터키나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로 가게 되겠죠.

트래비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가 봐요.

미나 네. 이야기가 있는 곳이 좋아요. 안정감이 느껴진달까요. 신대륙에 있는 대도시에 가면 이상하게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아요. 싱거운 것도 같구요.

트래비 프랑스와 관련된 소설은 어떤 내용이예요? 

미나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이삼십대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내 또래 한국 여성들의 고민을 써 보고 싶었어요.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우리 나이의 고민 중에 사랑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빠질 순 없을 것 같아요.

트래비 이미 성공한 여행 작가인데, 왜 소설이라는 모험을 하려고 하죠?

미나 사실 거창하게 소설가가 되겠다는 건 아니예요. 여행기를 계속 쓰다 보니까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사람이 변화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어디를 가든 똑같이 느끼고, 10권의 여행기가 나와도 똑같은 내용이 되풀이되겠죠. 아니면 기행문이 되거나. 그 사람 자체가 성장하고 변화해야 새롭게 느끼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을 쓰는 건 그래서 나에 대한 도전이자 채찍질이예요. 이 채찍질이 성장통이 되어서 작가로서 더 발전하고 싶어요.

트래비 당신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미나 ‘여행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하는 일은 많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게 아닐까 하구요. 여행을 하는 나와 내 동반자,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여행 후 내가 영향을 미치게 될 사람까지 말이죠.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세느강에서 배를 타는 ‘액션’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그게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런 내가 또 내 주변 사람을 어떻게 물들였는가 하는 것. 여행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변화시키는 그 힘이 아닐까요?

트래비 여행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나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할 수 없게 됐다면 그만큼 간절함이 부족했던 거겠죠. 사람들은 제가 쉽게 아나운서에서 여행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예요. 요즘 독자들은 수준이 높아서 유명한 사람 책이라고 함부로 사지 않아요. 오히려 반감을 갖거나 더 잔혹한 잣대를 대는 경우가 많죠. 또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철저히 세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떠난다는 이미지 때문에 저를 충동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정반대예요. 계획을 잘 세우면 원래 목표했던 길을 잘  가거나, 그보다 더 멋진으로 물든수 있어요. 여행은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젊을 때 세상을 품는 멋진 일인 만큼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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