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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터가 좋지 않다는 핑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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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사무실은 무교동에 있습니다. 시청 광장과 청계천 사이라 유동인구도 많고 점심 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넘쳐납니다. 흔히들 말하는 ‘목 좋은 상권’입니다. 트래비가 있는 건물의 1층 상가도 길가에 위치해 있어 많은 이들이 탐을 낼 만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점포가 생기기만 할 뿐 성공이라고 할 만한 케이스는 별로 없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등산용품점을 비롯해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점과 샌드위치 체인점 등이 소리 없이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모르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고도 충분할 만큼 손님을 많이 모으지 못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 자리에 얼마 전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로 파는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저는 솔직히 어떤 곳일까보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까’가 더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 문을 연 한동안은 손님도 얼마 없어 ‘역시 터가 좋지 않구나’ 지레 짐작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님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점심, 저녁 식사시간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곤 합니다.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있는 오후 시간에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마케팅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 이 카페가 인기를 모은 이유는 결국 맛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트래비 기자들의 평가도 그렇고 카페 앞에서 우연히 만난 깐깐한 대학 후배는 맛이 있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서 두 블록 떨어진 사무실에서 일부러 찾아오곤 한다고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맛있고 분위기도 좋으니 당분간은 문전성시를 계속해서 이어갈 듯합니다. 

목 좋은 상권에 있는 데도 계속해서 망해 나가는 상가를 보고 ‘터가 좋지 않다’고 평가했던 제게 이 카페는 다시 기본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돌이켜보면 앞서 문을 닫았던 곳들은 아이템이 동떨어지거나 불친절하고 개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식당은 맛이 있고 깨끗해야 하고 잡지는 재미있고 유익해야 합니다. 이제 월드컵의 계절 6월입니다. 시청광장 옆에 사무실이 위치한 덕에 월드컵 시즌이면 트래비는 붉은 악마의 힘찬 기운을 덤으로 받곤 합니다. 열심히 응원하시고 건강하게 6월을 보내세요. 더욱 알찬 트래비 7월호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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