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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광활한 초원을 바람처럼 떠나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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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르에서 맞이하는 초원의 밤

몽골-광활한 초원을 바람처럼 떠나가다

끝없이 넓어 아득한 초원. 무엇 하나 거칠 것이 없다. 여기저기 풀을 뜯는 소와 양 그리고 곁에 선 목동의 모습이 평화롭고 또 한가롭다.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바람은 부드럽고 또 선뜻하다. 다문다문 심어져 있는 야생화들은 제 스스로 강인한 생명력을 말해 준다. 몽골 대초원에 굳건히 네 발을 디딘 매끈한 말 위에 올라앉는 순간, 순정한 자연과 유목민의 건강한 삶, 그리고 무한 자유와 천년의 고독이 성큼 다가선다.
말과 말 타기에 관한 한 몽골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몽골 사람들에게 말과 말 타기는 그들의 역사이자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말을 초원의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걸음마를 떼면 곧바로 말을 탄다고 할 정도로 승마에 익숙하다. 칭기즈칸과 그의 군대는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고 창을 던져 유럽을 정복했다. 사회적 의미도 적지 않아, 몽골에 산포한 수많은 말을 누가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가 상징적 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몽골항공 02-756-9761 



 2 민속촌에서 옛사람들의 담배 피우는 방법을 재현하고 있는 현지인 3 몽골의 밀크티, 수태차 4 사냥에 쓰이는 몽골 독수리


질주 본능을 되살리다    
 
승마의 무대로서 몽골은 조금도 손색이 없다. 고립무원의 사막과 일망무제의 초원과 울울창창한 산림과 맑디맑은 호수가 갈마드는 자연을 무대로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장소까지 돌아보는 승마 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말을 타고 몽골의 대초원을 이리저리 누비는 상상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확 트인 초원 위에서 몸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질주 본능을 발현하면 극대치의 해방감과 원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승마 도중 몽골 전통 음식을 맛보거나 양몰이 체험을 곁들인다면 더욱 풍성한 승마 여행이 된다.   

승마 여행이라고 해서 ‘바람의 아들’이 되는 즐거움만 맛보는 것은 아니다. 타박타박 발걸음을 놓는 말 위에 앉아 지나간 삶을 반추하고 정리해 보는 것도 각별하다. 기껏해야 지상에서 말의 등 높이만큼 오를 뿐이지만 ‘마상(馬上)의 세상’은 분명 다르다. ‘다르게 본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가슴을 친다. 주마간산이 아닌 긴 호흡으로 만나는 승마 여행은 자연의 미세한 부분까지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어 더욱 탐탐하다. 특히 낮은 구름이 만들어 놓은 구릉 위의 그림자, 그 기기묘묘한 풍경화는 몽골 승마 여행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곳을 통과하면 어김없이 비가 듣는데, 그러고 나면 황홀한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는다. 또 하나의 가경은 광활한 초원에서 맞닥뜨리는 해오름과 해거름의 모습. 강렬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호흡이 가빠진다.

몽골에서의 승마 여행은 보통 특정 지역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의 게르 캠프에서 자신과 함께할 말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게르(Ger)는 몽골족의 이동식 집을 의미하는데,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게르 캠프촌이 호텔의 역할을 한다. 게르는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거친 양털로 주위를 둘러 만드는데, 설치와 철거가 쉽고 기능적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승마 및 지프 투어 등을 즐기게 된다. 

몽골의 초원은 여름에도 밤이 되면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게르 내부에는 두툼한 이불과 장작 난로가 있어 훈기가 감돈다. 캠프 하우스에 샤워 시설과 수세식 화장실도 갖추고 있어 하룻밤 묵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연기를 빼기 위해 천장 가운데에 구멍을 뚫은 착탈식 지붕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창 역할도 한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는 마치 흥겨운 말발굽 소리 같다. 한여름이면 자정이 가까워서야 사위가 캄캄해지는데, 무더기로 걸려 있는 밤하늘의 별들만이 총총하게 빛난다. 



1 몽골 사람들이 좋아하는 칭기즈칸 보드카 2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몽골리안 바비큐 3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돌무덤 유적지 4 한국산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는 울란바토르 시내 5 말 타기 시범을 보이는 몽골 가이드 6 칭기즈칸 대형 동상 부근에 자리한 게르 캠프촌


Travie info. 울란바토르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도심은 그다지 넓지 않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 도심 북서쪽에 자리한 간단 사원을 시작으로 울란바토르 여행의 첫발을 뗀다. 간단 사원은 몽골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공산정권하에서도 유일하게 종교 활동을 보장받았던 곳이다. 사원 내부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이 서 있고, 사원의 벽 전체는 수백 개의 좌불들로 빼곡하다. 도시의 심장은 1921년 중국의 지배로부터 몽골의 독립선언을 했던 수쿠바타르 광장이다. 광장의 이름은 혁명의 영웅인 수쿠바타르에서 따왔다. 광장에는 말을 탄 그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그 밑에는 “만일 우리 민족이 다 함께 힘과 의지를 모은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우리의 의지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수쿠바타르의 말이 새겨져 있다.


칭기즈칸의 흔적, 야생마의 이상향

3박4일의 짧은 몽골 여행. 수도인 울란바토르(Ulanbator)의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전진볼독(Tsonjin Boldog)으로 차를 몰았다. 울란바토르에서 약 70km 떨어져 있는 전진볼독에는 칭기즈칸의 초대형 동상이 우뚝했다.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의 동상은 높이가 40m에 달했다. 몽골족을 통일하고 중앙아시아를 평정했으며, 서양 정벌을 통해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왕을 굳이 이곳에 모신 것은 칭기즈칸이 사용하던 채찍이 부근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말 위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자신의 고향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동쪽은,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동이 터오는 방향이기도 하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영토를 확장해 간 칭기즈칸에 어울리는 방위는 동쪽이어야 마땅하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번갈아 이용하며 동상의 말갈기 부분에 서니 주변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막힌 데가 없이 탁 트인 초원이 무궁한 공간을 펼쳐 보였다. 

칭기즈칸 동상에서 20여 킬로미터를 더 나아가면 옛 몽골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민속촌에 가닿을 수 있다. 몽골관광청에 따르면 민속촌 건립 역시 칭기즈칸과 연관이 있다. 그가 생전 이 지역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쿠바 아바나의 관광 수입을 책임지는 것이 다양한 기념품 위에 그려진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이듯이 오늘날 몽골의 관광 상품을 앞장서서 이끄는 인물이 바로 제국의 창시자 칭기즈칸인 것이다. 

민속촌은 모두 합쳐 6개의 포인트로 구성돼 있는데, 제가끔 외따로 떨어져 있어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다 돌아보기가 어렵다. 각각 무속 신앙, 교육, 말과 낙타, 대장간 등 서로 다른 테마로 꾸며져 있어 몽골이 간직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일별할 수가 있다. 민속촌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성기기만 했다. 관광객들에게 보여 줄 요량으로 지어 놓은 몇 채의 건물들은 세월의 적막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광활한 땅에서 홀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무속인은 먼 길 죄어 달려온 객의 방문에 살짝 달뜬 것처럼 보였다. 질주의 유전자가 아로새겨져 있는 말의 잔근육들이 바람결에 소스라쳤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km 지점에 자리한 후스타이(Hustai)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이상향이었다. 5만 헥타르에 이르는 호호막막한 공원이 200여 마리의 야생마를 비롯해 사슴과 산양 등에 넉넉한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었다. 몽골 최대의 야생마 서식지에서 맞닥뜨린 야생마들은 생각보다 온순했다. 마음속으로 그렸던 것보다 몸집이 작았고 얼굴도 유순해 보였다. 사람이 다가서도 경계심을 발동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별로 없었다. 정작 야생마보다 더 큰 놀라움을 선사한 것은 야생마 투어를 인도한 몽골 가이드의 시력이었다. 

그녀는 족히 수백 미터는 됨 직한 거리에서 야생마의 존재는 물론이고 말 꼬리의 움직임까지 분별해냈다. 드넓은 초원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몽골 사람들에게 특출한 시력을 가져다주었다는 말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었다. 야생마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어느 유목민의 집에 잠시 들렀다. 일찍 세상을 등진 딸을 대신해 손녀들을 키우고 있는 할머니가 몽골식 밀크티인 수태차와 치즈를 내왔다. 우리 눈에는 궁핍한 살림살이였지만 손님에게 관대한 몽골인 특유의 정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어 보였다. 큰아이는 말 타는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고삐를 바짝 죄고 능숙하게 말을 모는 아이의 모습에서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노매드의 기질이 물씬 풍겨 왔다.  


1 울란바토르에서 후스타이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중 길 위에서 맞닥뜨린 해거름의 장관 2 목동과 양떼가 어울린 목가적인 풍경 3, 4 민속촌에서 엿볼 수 있는 몽골인들의 전통 복장 5 압도적인 규모의 칭기즈칸 동상 6 몽골 유목민들과 말은 그야말로 불가분의 관계다

Travie info.

가는 길 몽골항공이 인천공항에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까지는 직항 편을 운항하다.
비행시간 약 3시간. 전진볼독과 후스타이 국립공원까지는 차로 각각 2시간과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시차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다.         
비자 몽골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주한 몽골대사관(02-794-1350)에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단수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수수료는 4만3000원. 몽골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지 않고 최근 2년 동안 4번 이상, 1998년도부터 총 10번 이상 몽골에 입국한 적이 있는 한국 국적 소유자는 비자 없이 30일간 몽골에 머물 수 있다.
음식 허르헉이라 불리는 양고기 구이가 몽골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양을 부위별로 자른 다음, 뜨겁게 달군 돌과 함께 큰 찜통에 넣어 익힌 요리다. 고기가 쫄깃쫄깃하고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심하지 않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몽골식 군만두인 호손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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