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호주 시드니 - Honeymoon in Sydney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9.20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센트럴 코스트 지역에 위치한 맨트라 에탈롱 비치의 객실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풍경. 수영장 너머로 순백의 요트들이 점점이 떠 있다.


‘허니문은 곧 휴양’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젊은 예비부부들을 중심으로 안락하지만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리조트 허니문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야말로 역동적인 허니문을 원하는 이들에게 준수한 대안이 될 만하다. 세련된 시티 라이프, 이색적인 현지 투어 프로그램, 풍요로운 자연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관광청 www.sydney.com 


페달을 돌려 만나는 시드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드니에 다녀왔다고 하면 열의 아홉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안부를 물어본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길게 부연할 필요가 없는 시드니, 아니 호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니 즉각적 반응의 맨 앞줄에 이들이 자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시드니는 자신의 매력을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에게만 온전히 기대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이 두 곳을 제외하더라도 시드니 안팎에는 우리의 시선과 발걸음을 요구하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하고 무진하다.      

바이크 투어와 워킹 펍 투어는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 것처럼 익숙한 도시 시드니를 낯설게 보여 준다. 수학 공식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기존의 시티 투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드니의 안쪽을 구석구석 살피며 그동안 미처 몰랐거나 혹은 무심코 스쳐 지나간 도시의 색다른 면모를 살뜰하게 짚어 준다. 바이크 투어는 말 그대로 자전거의 두 페달을 씩씩하게 굴려가며 도심 속을 거침없이 마구 오가거나 이리저리 다니는 여행법이다. 바이크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하면 코스와 소요 시간이 서로 다른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노련한 가이드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인도하기 때문에 길을 잘못 들거나 우왕좌왕할 염려가 조금도 없다. 투어 포인트를 한 땀 한 땀 짚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풍경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행하는 투어 가이드는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꼼꼼하게 들려 준다. 가이드 투어가 마뜩찮은 사람은 자전거를 대여해 자신만의 호흡과 의지대로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면 된다.

해링턴 거리에 위치한 ‘본자 바이크 투어(Bonza Bike Tours)’ 역시 다양한 자전거 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시드니 클래식 투어.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하버, 하버 브리지, 달링 하버, 로열 보태닉 가든, 하이드 파크, 차이나타운, 시드니 타워, 국회의사당, 퀸 빅토리아 빌딩,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등의 명소들을 빠짐없이 둘러보기 때문에 시드니 초행자에게 권할 만하다. 중간에 펍에 들러 짧은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3시간30분에서 4시간에 이르는 소요 시간이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코스가 짧아 2시간~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시드니 하이라이트 투어에 참여하면 된다. 페리에 자전거를 싣고 시드니 최고의 해변인 맨리 비치를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호응이 좋다.   




1, 4 록스 지역의 개성 있는 맥줏집들을 순례하는 나이트 워킹 펍 투어. 보통 맥주 한 잔 가격은 6,000~7,000원 정도 한다 2 자전거를 타고 시드니 도심 곳곳을 살펴보는 바이크 투어. 자전거에 오르기전가이드로부터 코스에 대한 설명과 주의 사항 등을 듣는다 3 다양한 물건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록스 마켓. 어그 부츠도 인기 품목중 하나다 5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인 록스의 좁다란 골목길 6 시드니의 야경과 흥겨운 쇼,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두루 취할 수 있는 시드니 쇼보트 7 서핑 보드 형태의 시계를 판매하는 록스 마켓의 한 상점. 200여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록스 마켓에는 기발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8 시드니의 으뜸가는 명물,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에 참가하면 실내 인테리어와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드니의 발상지에서 마시는 맥주

맥주와 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인 록스(Rocks)에서 진행되는 야간 펍 투어가 제격이다. 그 옛날 호주 원주민인 카디갈 부족이 거주하던 록스는 1788년 아서 필립 선장의 지휘 아래 죄수를 태운 배들이 처음으로 닻을 내린 곳이다. 시드니의 발상지이자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지역이다. 일대에 바위가 많아 록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19세기 들어 시드니가 항구도시로 번성하자 록스에도 선술집과 상점, 은행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업 지역으로 모습을 달리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록스 일대에는 고풍스러운 상점과 아기자기한 노천카페들이 즐비하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건물들 사이에는 규모는 작지만 내용이 알찬 갤러리들도 담상담상 자리하고 있다.

나이트 펍 투어에 참여하면 1915년에 문을 연 호주 최초의 아이리시 펍을 비롯해 제가끔 개성적인 맥줏집 세 곳을 순례하며 호주산 맥주의 풍미를 즐기게 된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드니는 호주에서도 펍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실질적인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저녁, 펍이 아닌 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묘한 눈초리를 받을 정도라고 한다. 인기 있는 펍의 경우 이른 저녁부터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데,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옆자리의 낯선 이방인과도 금방 말문을 트게 된다. 맥줏집을 찾아가는 도중 록스의 골목골목을 훑으며 시드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맥주 맛에 더해지는 별스런 즐거움이다. 

밤이 아닌 주말에, 그것도 낮에 록스를 찾았다면 록스 마켓으로 발걸음을 놓아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이 벼룩시장에는 무려 200여 개의 노점상들이 자리를 틀고 있다. 애보리진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부메랑에서부터 유칼립투스 오일에 이르기까지 수 백, 수천 가지의 물품들이 쇼핑 본능을 자극한다. 물건을 앞에 두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벌이는 흥정은 전세계 시장의 공통언어다. 시장에서는 당연히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달달한 맛의 수제 초콜릿과 쪄낸 옥수수에 버터와 소금, 후추를 발라 파는 콘토피아가 사람들의 손이 가장 자주 가는 메뉴들이다.


Travie info.
바이크 투어는 본자 바이크 투어(www.bonzabiketours .com), 록스의 워킹 펍 투어는 시드니 어번 어드벤처(www.sydneyurbanadventures.co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시드니 쇼보트(www.sydneyshowboats.com.au)는 시드니의 밤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매일 저녁 7시30분 시드니 하버에서 출발하는 ‘배 위의 레스토랑’ 시드니 쇼보트에 승선하면, 흥겨운 쇼와 3가지의 코스 요리가 준비된다. 달링 하버와 서큘러 키 지역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산과 강, 그리고 동굴을 누비다

자전거와 맥주를 매개로 시드니의 안쪽을 탐험했다면, 이제 광활한 자연 속에서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한 시드니 바깥으로 향할 차례다. 케이블카를 타고 푸른빛의 거대한 산을 굽어볼 수 있으며, 지구의 나이테를 간직한 동굴에서는 태곳적 신비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자연과의 합일을 가능케 해주는 승마와 리버 크루즈도 행복한 시간을 약속한다. 하루해는 짧고 즐길 거리는 도처에 널려 있다.


1, 4 통유리로 된 케이블카에 오르면 블루 마운틴의 웅장함을 한눈에 살필 수가 있다 2 제놀란 동굴을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수목들. 3 혹스베리 강의 물낯을 덮고 있는 물안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연상시킨다 5, 6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개방형 동굴인 제놀란의 내부 모습. 화석은 동굴이 품은 장구한 역사에 대한 명확한 증거다

전설이 깃든 푸른빛의 산

시드니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우선 풍성한 자연이 마중 나온다. 대표적인 곳은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s)’. 시드니 서쪽 약 100km 지점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장대한 협곡과 우렁찬 폭포와 기기묘묘한 암석들이 어우러져 있다. 블루 마운틴이란 근사한 이름은 산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유칼립투스와 연관이 있다. 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이 내리꽂는 햇살을 받아 푸르게 반사되는 현상 때문이다. 블루 마운틴의 형형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선로를 오르는 열차에 몸을 실어도 좋고, 통유리로 된 케이블카에서 장쾌한 계곡과 ‘세자매봉’을 내려다보는 것도 흡족하다. 산책로를 따라 발맘발맘 걸으며 대자연과 온전하게 접속하는 경험 역시 만족스럽다.

블루 마운틴이 빚어내는 풍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자매봉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옛적 카툼바족의 마법사는 슬하에 세 명의 아리따운 딸들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세 자매가 네핀족의 삼 형제와 사랑에 빠지면서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다른 부족과의 결혼을 금지한 카툼바족의 계율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네핀족의 삼 형제는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세 자매를 취하고자 했다. 적의 침입에 다급해진 마법사는 딸들을 절벽으로 데려가 돌로 변하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마법을 풀어 주려고 했던 것. 하지만 마법사는 싸움판에서 끝내 유명을 달리했고, 아버지이자 마법을 해제시켜 줄 유일한 사람을 잃은 세 자매는 지금도 주술에 걸린 채 세자매봉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블루 마운틴 부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천 동굴인 제놀란이 있다. 호주 연구팀에 따르면 제놀란 동굴은 무려 3억4,000만 년 전에 생성됐다고 한다. 블루 마운틴이 1억년 전에 생겨났고, 공룡이 6,500만년 전에 멸종된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퇴적층이 제놀란 동굴 안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투어는 동굴의 역사와 생성의 비밀을 살뜰하게 알려준다. 곳곳에 마련된 조명과 음향 시설은 동굴 내부를 한결 더 드라마틱하게 꾸며 준다. 동굴에서는 이따금씩 음악회나 결혼식도 개최된다고 하니, 운이 좋으면 세상에서 가장 이채로운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7 글렌워스 밸리의 승마 목장. 건장한 말들이 자신이 태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8 블루 마운틴 인근의 더 캐링턴 호텔 9 소피텔 시드니 웬트워스의 객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시드니 하버

말 위의 풍경과 물 위의 하룻밤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글렌워스 밸리(Glenworth Valley)’에서는 승마 체험이 가능하다. 이른 시간에 글렌 워스를 찾았다면 우선 계곡을 자욱하게 뒤덮은 안개의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안개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가림의 미학’이다. 전체를 온전히 보여 주지 않아 보는 사람의 건몸을 달게 한다. 지금까지 겪어 본 안개에 근거해 말하자면 칠레 산티아고의 새벽안개와 충남 당진 성구미포구의 실안개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데, 글렌워스의 몽몽한 안개 역시 가슴이 졸아들 만큼 탐스럽다. 안개에 싸인 계곡의 몸매는 누가 보든지 고혹적이다. 

승마는 목장에서 자신이 탈 말을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을 제 등허리에 태운 날렵한 준마는 오솔길을 타박타박 걷기도 하고 가끔 겅중겅중하기도 한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말들은 다리 힘이 좀 약하지만 진자리 마른자리를 나름 가려가며 효율적으로 나아간다. 반면 젊어서 싱싱한 것들은 자주 삼천포로 빠진다. 앞만 바라보며 걷기보다 길가의 푸새를 뜯어먹거나 가끔 길이 아닌 길을 택하는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어쨌든 인마일체의 묘미는 말안장에 올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다. 

글렌워스 밸리 인근의 ‘혹스베리(Hawkesbury) 강’은 물결이 살갑고 주변 풍광이 탐스러워 리버 크루즈에 적합하다. 강에는 여러 종류의 선박들이 점점이 떠 있는데, 침실과 조리 및 샤워 시설 등을 두루 갖춘 하우스 보트가 인기가 있다. 단, 냉난방 시설이 없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간단한 조작법을 배운 다음 직접 배를 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다정스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정박장과 무선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항로를 벗어날 경우 스태프가 즉각적으로 스피드보트를 타고 쫓아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운전에 서툴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이불 삼아 물 위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이튿날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한참을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사뭇 매혹적이다.

Travie Info. 
승마 체험은 글렌워스 밸리(www.glenworth.com.au), 혹스베리 강의 하우스 보트는 홀리데이 어플로트 브룩클린(www.holidaysafloat.com.au)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 시드니에는 유명 호텔들이 즐비하다. 한마디로 골라 묵는 재미가 있다. 시드니 시내에서는 달링 하버와 가까운 그레이스 호텔(www.gracehotel.com.au), 객실의 전망이 빼어난 쉐라톤 온 더 파크(www.starwoodhotels.com), 최고급 시설이 눈에 띄는 소피텔 시드니 웬트워스(www.sofitel.com), 고풍스런 외관이 인상적인 인터콘티넨탈 시드니(www.sydney.intercontinental.com)를 추천할 만하다. 시드니 근교의 경우, 블루 마운틴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더 캐링턴(www.the carrington.com.au)과 센트럴 코스트의 맨트라 에탈롱 비치(www.mantraettalong beach.com.au)가 괜찮은 편이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