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재스퍼+밴쿠버-서부 캐나다를 만끽하는 세가지 여행법
캐나다 재스퍼+밴쿠버-서부 캐나다를 만끽하는 세가지 여행법
  • 트래비
  • 승인 201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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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스퍼를 출발해 로키의 고봉을 지나온 열차는 수십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차창으로 보여주며 태평양을 향해 질주했다 


서부 캐나다를 만끽하는 세가지 여행법

캐나다는 목적지의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법도 다르다. 로키에서 불쑥불쑥 출몰하는 야생동물을 마주하고,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셀프드라이빙이 적합하다. 거대한 대륙의 풍광을 감상하고 싶다면 비행으로 순간이동할 것이 아니라 866km에 이르는 철로를 차근차근 밟아 가는 기차에 몸을 맡기는 게 좋고, 대도시 밴쿠버에서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유랑하는 게 좋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알바타관광청 www.travelalberta.com  비아레일  www.viarailcanada.co.kr



2 재스퍼는 때묻지 않은 로키의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은 일상처럼 흔하다 3 레이크루이스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4 비아레일의 서쪽 종착역 밴쿠버. 개스타운의 증기시계 주변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렌터카

Jasper 소박한 마을과 장엄한 풍광의 조화 

이번 이야기는 정확히 말해서 지난 7월호에 게재되었던 캐나다 여행기의 2부라고 봐야 한다. 캘거리, 밴프, 레이크루이스로 이어지는 로키의 하이라이트 여행을 마치고, 순전히 기차를 타기 위해 재스퍼로 이동해 온 까닭이었다. 허나 재스퍼는 기대 이상이었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이라 할 만하다. 앞서 들른 지역들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업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재스퍼는 소박한 마을 풍경과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촉촉이 물들인다. 


1 재스퍼의 메디슨레이크 옆을 지나던 중 큰뿔 야생양을 만났다. 녀석들의 호기심 어린 표정이 흥미롭다 2 재스퍼는 캐나다 로키의 보석이라 불린다. 방문객이 훨씬 많은 밴프에 비해 소박한 마을 중심가는 왠지 정감이 간다 3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보베 호수는 찬란한 에메랄드빛을 자랑한다 4 이번 여행에서는 겨울잠을 끝내고 나온 흑곰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길을 지나 발견한 보석

밴프 다운타운, 렌터카 사무실에서 차를 받은 시간은 오전 9시였다. 캐나다의 전국적 체인 마트 세이프웨이(Safeway)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를 사들고 길을 나섰다. 밴프를 빠져나와 93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재스퍼까지 이르는 287km 길을 지도 한 장에만 의지한 채 아날로그식으로 여행을 즐겼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10대 드라이브 코스’로 꼽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는 가장 ‘쉬운’ 드라이브 코스로도 꼽힌다. 중간중간 예쁜 호수와 계곡을 보기 위해 잠시 샛길로 나갔다가 들어와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다.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도리어 거추장스럽다. 밴프에서 재스퍼까지라면 중간에 주유소에 들를 일도 없으니 더욱 맘이 편하다. 

밴프를 떠나온 지 얼마나 지났을까? 보우호수(Bow Lake) 옆길에 몇 대의 자동차들이 멈춰서 있고 사람들은 조심스레 차에서 나와 무언가를 열심히 사진에 담고 있다. 가까이 다가 가봤더니 사람의 두 배는 족히 되고도 남는 흑곰이 산딸기를 따먹고 있었다. 곰을 발견한 노인들의 눈빛은 동물원에 온 어린이처럼 초롱초롱 빛이 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처럼 야생동물을 발견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함께 동물원에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는 풍경은 수차례 마주할 수 있었다. 

287km의 길을 앞만 보고 달렸다면 서너 시간이면 도착했을 테지만, 호수, 빙하, 폭포부터 예고 없이 등장하는 야생동물들에게 마음을 뺏기다 보니 5시간이 더 걸려 재스퍼에 도착했다. 재스퍼의 다운타운에 접어들고도 지도를 연신 쳐다보며 이곳이 다운타운이 맞나 재차 확인했다. 다운타운 치고는 너무 초라했던 까닭이었다. 메인스트리트 오른쪽에는 산봉우리를 등지고 철길이 쭉 뻗어 있고 반대쪽으로는 3층 높이의 호텔, 레스토랑, 숍이 옹기종기 줄지어 있다. 굳이 밴프와 비교하자면 여행자를 아늑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랄까. 이곳에서는 그저 햇볕이 드는 숙소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멀리 보이는 부드러운 산 위로 넘어가는 해를 보며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5, 6 재스퍼트램웨이를 타고 휘슬러산 정상에 오르면 또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구름 위 거닐면 저 멀리 호수가 보이네

재스퍼를 여행하는 방식은 밴프국립공원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메랄드빛 호수길을 찬찬히 걷기, 케이블카로 산봉우리에 오르기를 기본으로 승마, 낚시, 카야킹 등을 이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호수와 봉우리의 풍모가 다르니 전해지는 감동도 전혀 다른 차원이다. 

재스퍼에 도착한 날 오후, 차를 몰고 다운타운의 남동쪽에 위치한 멀린레이크(Maligne Lake) 방향으로 향했다. 가장 유명하다는 호수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레이크루이스를 본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운타운에서 30km 달려와 만난 메디슨 레이크(Medicine Lake)에 당도했을 때 기대 이상의 풍광이 펼쳐졌다. 좌우로 호수를 둘러싼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를 형성하는 과정이 아주 적나라하게 보인 까닭이다. 이날은 약한 비가 흩날린 데다가 가을이면 말라버리는 호수는 황토빛을 드러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는데 그 나름대로 그윽한 운치을 뿜어냈다. 

20km를 남쪽으로 더 가서 멀린레이크에 도착했다. 설산을 좌우로 두른 채 길게 뻗어 있는 호수는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연상시키는 모양새다. 이곳에서는 보트 투어가 인기다. 보트를 타면 재스퍼의 상징인 스피릿 아일랜드를 볼 수 있다. 멀린레이크는 송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산란 중인 송어떼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생태의 보고인 멀린레이크에는 송어뿐 아니라 흰줄박이오리 등 희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주의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재스퍼에서 빼놓지 말고 체험해 봐야 할 것은 휘슬러산(2,480m) 정상까지 8분 만에 이동시켜 주는 케이블카 ‘재스퍼 트램웨이(Jasper Tramway)’다. 밴프 지역의 설퍼산 곤돌라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산 아래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은 그 어느 산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돌산의 정상까지 걸었다.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서늘한 날씨에 높은 고도로 인해 숨이 차오르지만 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호수를 보노라면 이내 머릿속까지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로 전율이 온다.

Travie tip. 렌터카 예약 
가장 먼저 국제면허증을 준비해야 한다. 렌터카 예약은 한국에서 여행사나 인터넷을 통해 미리 하는 게 좋다. 에이비스(Avis), 허츠(Hertz), 알라모(Alamo) 등은 한국어 사이트도 갖추고 있으며 보험과 부가 서비스를 함께 신청하기에 좋다. 가격은 차종과 계절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기자가 방문한 6월을 기준으로 소형차로 세금을 포함한 임대료는 29시간에 135.64캐나다달러(약 15만3,000원)였다. 차량 반납시, 반드시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한다. 같은 고속도로라도 표지판에 따라 제한속도가 다르며 과속은 ‘절대’ 금물이다.


기차 Viarail

Jasper-Vancouver 대륙을 가로지르는 지상의 크루즈 

기차에 대해 개인적으로 편견 비슷한 것이 있다. 기차에는 어떤 치유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는 설렘보다 그저 시간의 선 위에서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많은 잡념이 잊혀지는 고요한 황홀경에 접하는 느낌이랄까. 특히 창밖 풍경이 이국적이고, 생경할 때의 감격은 더욱 크다. 캐나다를 동서로 관통하는 비아레일 더 캐내디언이 기차여행의 로망을 가장 충실히 실현시켜 주는 열차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1 토론토와 밴쿠버를 연결하는 비아레일 더 캐내디언 노선은 대륙 횡단여행의 로망을 간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간이역에 정차할때면 사람들은 기지개를 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로키에서 태평양까지…꿈 같은 19시간 

비아레일에는 ‘지상의 크루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독립된 객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의 정찬 등 이동하는 시간까지 여행의 일부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적절한 수식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크루즈는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동안 선사가 마련해 놓은 인공적인 재미거리를 즐겨야 한다면, 비아레일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창밖으로 펼쳐지는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동행자와 안락한 휴식을 누리면 그만이다. 특히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비아레일의 더 캐내디언(The Canadian) 노선은 크루즈 이상의 휴식을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더 캐내디언은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출발해 서부의 밴쿠버까지 4,467km의 거리를 이동하는 횡단철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곱하기 10을 하면 대략 이 거리가 나온다. 한국인 중에도 간혹 72시간에 달하는 횡단 기차여행에 ‘무모한 도전’을 하는 젊은 여행객도 있으나 일부 구간만을 선택해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밴쿠버-재스퍼 구간이 가장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밴쿠버에서 열차에 탑승해도 좋지만 한밤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가기 때문에 재스퍼에서 탑승해 밴쿠버로 가는 게 현명하다.  

재스퍼에서 1박2일의 여행을 마치고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재스퍼역으로 향했다. 1925년 3만달러를 들여 만들어진 유서 깊은 재스퍼역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특히 플랫폼 안쪽에 있는 조그만 카페에 앉아 북서쪽에 보이는 피라미드산을 보며 커피 한잔 즐기는 기분은 비할 데가 없다. 꼭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기차역에는 최소한 출발 한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탑승절차가 비행기와 비슷한 까닭이다. 예약한 탑승권을 확인해 자리를 지정받고, 큰 수화물은 별도로 부친다. 

이틀에 한번 꼴로 비아레일이 오는 터라 대합실은 북적였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열차에 타려는 순간, 비아레일 직원이 다가와 19시간동안 함께할‘조나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니 저녁을 일찍 먹을지 늦게 먹을지 물어봤다. 크루즈에서도 선원들이 자신의 이름까지 소개하며 친근하게 서비스하는 경우는 못 봤는데 밴쿠버까지 가는 동안 비아레일 직원들의 친절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2 비행기의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에 해당하는 침대칸은 세면대, 화장실까지 갖춰진 독립된 공간이다 3 창밖으로 근사한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정찬은 맛 또한 일품! 4 비아레일 승무원들은 친절하고 정겹다. 특히 침대칸(슬리퍼 투어링)에 탑승하면 친밀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5 천장까지 유리로 되어있는 객차에 탑승하면 로키의 설산을 파노라마뷰로 감상할 수 있다


열차 천장으로 설산이 흘러가고

비아레일의 좌석 등급은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편안한 좌석이 제공되지만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침대칸’으로 불리는 슬리퍼 투어링(Sleeper touring) 클래스는 고급스러운 식사와 함께 간식과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간단한 게임, 영화감상,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다. 슬리퍼 투어링 클래스 중에서도 저렴한 칸은 2층침대 형태로 커튼이 쳐 있으며, 가장 비싼 ‘캐빈’은 화장실과 세면대까지 구비된 독립된 객실로, 승무원의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침대칸을 이용하면 샤워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120번 객차 4번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침대칸에 해당하는 객차에는 최대 24명까지 투숙이 가능한데 이들만을 위해 한 명의 승무원이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천장이 돔처럼 생긴 2층 전망대에 앉아 가볍게 라운지 서비스를 즐기며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만끽했다. 재스퍼를 출발한 열차는 어느새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해발 2,285m의 휘슬러산을 휘감고 시속 50km 속도로 19개의 아름다운 로키 봉우리를 품고 있는 빅토리아 크로스 레인지(Victoria Cross Range)를 창문 뒤켠에 남겨둔 채 어느덧 대륙 분수령인 옐로헤드 패스(Yellowhead Pass)로 접어들었다. 

알버타주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 넘어가는 순간, 열차에 함께 승객들은 손목시계를 한 시간 뒤로 감았다. 가장 아름다운 장관은 롭슨산(Mt. Robson)을 지나갈 때 펼쳐졌다. 무스 호수와 프레이저강을 끼고 있는 산의 장관을 파노라마뷰로 보자면 창문의 크기만한 수채화를 본 듯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돔카에 앉아 풍경을 즐기다가 책을 보다가 잠에 들었다가 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다. 양고기와 생선요리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음식은 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디저트까지 즐기며 지금껏 장거리 기차여행을 해보면서 느끼지 못한 감격에 다른 열차와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친절한 비아레일 승무원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한국으로의 ‘꽂혔다는’ 마틴(Martin)이라는 친구는 내년에 세 번째로 한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고, 라오스 출신의 마누(Manu)는 한국인 남자친구가 가르쳐준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120번 객차의 승객 서비스를 맡은 조나단의 임무는 집사처럼 침대칸의 승객을 챙기는 것이지만 친구처럼 편안하고 다정하게 승객들과 대화하며 긴긴 시간을 함께했다.

Travie tip. 비아레일
기차 티켓은 비아레일 홈페이지(www.viarail.ca)를 이용하거나 한글 홈페이지(www.viarailcanada.co.kr)에 링크된 여행사를 이용해 구매하면 된다. 더 캐내디안 노선 중 재스퍼-밴쿠버 구간은 재스퍼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가격은 시즌에 따라 다르며, 성수기에 해당하는 9월 기준으로 재스퍼에서 밴쿠버까지 가는 일반석은 184.80캐나다달러, 침대칸은 479.36캐나다달러부터다.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가는 요금은 일반석 609.28캐나다달러, 침대칸이 1,069.60캐나다달러다. 

“대륙 횡단은 우리에게도 평생의 꿈”

혼자서도 19시간의 기차여행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승무원뿐 아니라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주제로 수다를 떨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녁시간, 같은 테이블에는 토론토에서 온 노부부와 캘리포니아에서 온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함께했다. 노부부는 꽤나 재력가처럼 보였는데 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다는 부부는 비아레일로 캐나다를 횡단하는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얼마 전 아내를 떠나 보냈다는 캘리포니아 할아버지는 뉴욕에서 딸을 만나고 토론토로 와서 역시나 대륙 횡단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72시간에 달하는 기차여행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나?” 물었더니 그는 “책도 보고, 식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무엇이 지루하냐”며 “캐나다 횡단열차를 타는 것은 평생의 꿈이었다”고 감회에 찬 듯 말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젊은 커플은 긴 휴가를 내고 세계일주 중이라고 했다. 질투심을 유발하도록 다정한 이탈리아 부인과 영국 남편은 이번 여행을 마치고 미국, 타히티, 인도차이나 지역을 여행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처럼 좁은 국토에 사는 사람들이나 광활한 대륙을 달리는 횡단열차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72시간을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횡단하는 여행객들은 많지 않다. 중간중간 재스퍼나 에드먼튼, 위니펙 등 중간 정거장에 내려 하루 이틀 여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느새 밤은 깊었고 덜컹이는 기차의 리듬을 느끼며 잠을 청하고, 차장의 안내방송에 따라 아침식사를 하러 식사 칸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왔다는 젊은 영국 여인은 “밴쿠버에서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부터 하고 싶었다”며 씩씩하게 소시지와 스크램블에그를 먹으며 말했다. 마주앉은 젊은 커플은 퀘벡에서 왔는데 50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가격이 열 배에 달하는 비아레일 이벤트에 당첨되어 여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비아레일은 횡단열차라는 동일한 로망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우주적인 공간이다. 꿈을 싣고 19시간을 달린 기차는 어느새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메트로폴리스에 도착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올 때, 관광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릴 때와는 전혀 기분이 달랐다. 누군가를 남겨놓고 떠나는 듯, 지나온 19시간과 스쳐온 풍경들의 여운은 시간이 흘러도 채 가시지 않는다. 열차라는 공간은 이렇듯 특별하다.



1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차창 너머로 감상하는 것은 기차여행의 진수다 2 침대칸에 탑승하면 특급호텔 못지않은 정찬을 즐길 수 있다. 수준 높은 캐나다 와인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3 소박한 도시 재스퍼는 철도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도시다 4 비아레일에 승하차하는 법은 비행기와 같다. 큰 짐은 별도로 부치면 된다


시티버스

Vancouver  시티투어버스로 즐기는 메트로폴리스 

재스퍼에서 시작한 여행의 테마는 철저히 자연이었다. 그동안 때묻지 않은 야생의 풍경을 즐겼다면 밴쿠버에서는 대도시에 적합한 편리한 여행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특히 밴쿠버는 교통이 편리하고 도시 곳곳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자유여행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편리해진 전철 스카이 트레인(Sky Train)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주요 관광지만을 골라 알차게 연결해 주며 운행하는 빅버스를 탑승하면 더욱 밴쿠버의 진가를 느껴 볼 수 있다. 2층 버스로, 2층에는 천장이 없는 빅버스는 티켓을 구매하면 무한대로 승하차가 가능한 홉온홉오프(Hop on, Hop off) 방식이다. 밴쿠버의 상징인 증기시계가 있는 개스타운(Gas town)부터, 돛 모양의 크루즈 터미널 캐나다 플레이스, 쇼핑의 메카 롭슨 스트리트, 그랜빌 아일랜드, 잉글리시 베이, 스탠리파크, 차이나타운까지 한마디로 안 가는 곳이 없다. 시내의 주요 호텔들도 연결해 주기에 더욱 편리하다. 가격은 성인 1일권 38캐나다달러, 2일권이 45캐나다달러이며, 웹사이트(www.bigbus.ca)나 주요 정류장 주변 판매처에서 구매하면 된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가기까지 딱 하루만 허락된 시간. 로키 지역에서 즐기지 못한 현대적인 예술품을 관람하고자 다운타운에 있는 밴쿠버 아트 갤러리에 들러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그랜빌아일랜드로 가서 창의적인 예술품들과 갤러리를 둘러봤다. 그리곤 호텔이 있는 롭슨스트리트로 돌아와 커피숍 블렌츠(Blenz)에 앉아 물끄러미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을 갈무리했다. 바삐 걸어가는 도시인들을 보며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채비를 했다.




1 19시간을 달린 기차는 메트로폴리스 밴쿠버에 도착했다. 밴쿠버 전망대(Vancouver Lookout)에서 내려다본 모습 2 밴쿠버는 대중교통도 편리하지만 주요관광지를 연결해 주는 2층 관광버스 빅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 밴쿠버 다운타운 골목의 그래피티 4 도시인들의 휴식처 잉글리쉬 베이 5 독특한 공방과 갤러리가 많은 그랜빌 아일랜드

Travie info.

▶항공: 우리나라에서 재스퍼까지는 캘거리공항이나 에드먼튼공항으로 이동해 렌터카로 로키여행을 즐기면서 가는 방법을 권한다. 에어캐나다를 이용하면 밴쿠버를 경유해 캘거리, 에드먼튼으로 갈 수 있으며, 대한항공은 비정기적으로 여름철에 캘거리에 직항을 운항한다.
▶시차: 재스퍼가 속한 알버타 주는 한국보다 16시간 느리고, 밴쿠버는 17시간 느리다. 하계에는 서머타임이 적용되어 1시간 빨라진다.
▶환율:  9월7일 기준, 1캐나다달러=1,135원
▶전압:  110볼트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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