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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서은영-여행가 서은영을 발견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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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은 ‘여행을 사랑한다’ 고백했다. 그리고는 마치 연인을 이야기하는 소녀처럼, 반짝이는 눈과 상기된 어투로 여행담을 풀어 놓았다. 그녀가 ‘여행을 즐기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타고난 여행자’라는 사실은, 그녀와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누구라도 쉬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미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강수경, 서은영



1, 3, 4, 6 2008년 이집트 여행 당시. 이집트는 인도 이후 어떤 나라도 아름답지 않았던 그녀에게 새로운 감동을 준 곳이다 2, 7 스페인 론다에서 만난 엽서와 간판 5 후쿠호카의 아기자기한 숍 외관


그녀는 걸어다니는 내비게이션?!

서은영을 한마디로 소개하기란 어렵다. 스타일링 컨설팅 에이전시 (주)아장드베티 대표이사, 각종 영화·광고·화보 및 고소영, 김민희 등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국내 톱 스타일리스트, 스타일 에세이 <스타일북 1, 2>, 카운슬링북 <베티에게 물어봐>, <서은영이 사랑하는 101가지> 등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는 칼럼니스트, 케이블 채널 <올리브 쇼>의 방송진행자…. 그녀는 보통의 사람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타이틀을 숱하게 지녔다. 

허나 오늘, <트래비>와 만난 서은영의 타이틀은 ‘여행가’다. 여행에 급수가 따로 있겠냐만, 그녀는 여행 고수라 칭해도 과하지 않다. 그녀는 배우 고소영이 ‘걸어 다니는 내비게이션’이라 했을 만큼 길을 잘 찾고, 맛있는 집과 재밌는 집을 쏙쏙 발견하는 ‘촉’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여행 자체를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열여덟 살 때 일본행 비행기로 첫 이륙을 한 후 여행은 늘 그녀와 함께였다. 패션 학도로서, 잡지 에디터로서, 스타일리스트로서 무던히도 바다를 건넜다. 패션 에디터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로 독립한 이유 중 하나도 여행 때문이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기에 여행만큼 좋은 건 없으므로. 급기야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생년이 똑같은 사람 중 마일리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으로 꼽혀 대한항공 기내지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정말 목숨 내놓고 많이 돌아다녔구나 싶었어요. 여행은 제게 애정과 같은 존재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하듯, 여행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을 희생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행은 일시적으로는 돈을 쓰고 소모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저에게 엄청난 투자예요.” 여행에서 마주치는 풍경, 사람, 소품, 작은 성냥갑 하나까지도 그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자 글을 쓰고 작업을 하기 위한 자산이다.

예측 불가능한 여행이 삶을 단단하게 한다

서은영은 여행을 인생이라 정의했다. 여행길에서 어떤 즐거운 일과 힘든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결국 나에게 최상의 순간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인생이 언제나 맑지만은 않은 것처럼, 그녀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도빌에서는 호텔에 도둑이 들어서 돈과 귀중품을 다 잃어버리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해서 경찰의 취조를 받기도 하고, 모로코에서는 현지인에게 여권을 뺏겨 출국을 못할 뻔도 했다.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라며 짐짓 아무렇지 않게 ‘별일’들을 털어 놓는 그녀. “그때는 울고불고했지만 덕분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여행지에서는 어떠한 것도 기대할 수 없어요. 그저 자신에게 최선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결국엔 내게 좋은 추억만 남겨 주면 되는 거니까. 어떤 상황이어도 그게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떠나게 됐어요.” 예측 불가능했던 숱한 여행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결국 그녀의 삶을 단단하게 하는 자양분이었다.



1 여행의 흔적이 담긴 다이어리, 필름을 아직 현상하지 않은 일회용 사진기, 현지인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 여행의 모든 흔적은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소스들이다 2 벌써 세 권째인 여권과 사용하고 남은 각국의 화폐를 모아 놓은 통이 그녀의 여행이력을 증명한다 3 여행지에서 서은영은 스스로에게 엽서를 띄운다‘. 여행지의 나’로부터 날아온 엽서는 ‘일상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서은영이 추천하는 여행지

 ↘일본 유후인은 2박3일 짧은 여행지로 추천할 만해요. ‘땡땡기차’라 불리는 진초록색의 클래식한 기차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가는 길부터가 낭만적이죠. 엄마와 함께 여행했는데 기차 타고 가는 길에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함께 온천을 즐겼어요. 갤러리와 예쁜 숍을 구경하고, 맛좋은 음식을 먹고, 첼시 아울렛 가서 쇼핑을 하며 편하게 여행하기 좋아요. 

↘태국 피피섬에 9일 동안 다녀온 적이 있어요. 푸껫에서 보트를 타고 2시간 반이 소요되는 피피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더 비치> 촬영지로도 유명하지요. 섬에 산이 있어 트레킹과 해양레포츠를 동시에 즐기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물이 좋아요. 섬은 작지만 작은 모텔급 숙소도 잘 돼 있고, 저녁이면 마을의 도너츠집에 모여 앉아 다 함께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도시보다 오지가 좋은 여자

외모와 커리어를 통해 비춰지는 서은영은 ‘시크한 도시 여자’의 전형처럼 보인다.  하여 그녀는 분명 도시여행자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그녀는 무모한 여행자였다. 그녀의 여행스타일은 ‘꼼꼼’과는 거리가 멀다.일정을 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는 바람에 힘들기도 하지만 추억도 해프닝도 많다고. 서은영은 오지야말로 많은 걸 얻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 강조했다. 순수한 자연과 밤하늘의 별 아래에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같은 인간의 문명은 쓰잘데기 없는 산물에 불과하다는 거다. 별이 쏟아지던 사막의 밤은 그녀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그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여행지는 인도였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과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인도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 감사하게 된다면서. 그리고 이집트 사막에서의 아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 또 지프차를 타고 2시간을 가면 바하리아 사막이 나와요. 3,000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이라 조개 화석이 있는 아름다운 사막이죠. 바하리아에서는 유목민들이 천막을 치고 밥을 지어 주고 길을 안내해 줘요. 그 유목민 중 한 명이 저한테 반해서 지프차를 타고 10시간이 걸려 카이로의 한국식당까지 쫓아온 적이 있어요. 순수한 스무살 청년이었는데 마음이 짠했죠.” 

오지를 여행할 때도 스타일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 나라에 맞는 느낌으로 스타일링 한다’는 원칙 하에 여행 가방을 꾸린다. 프랑스 니스에서는 생제임스 스트라이프와 칠부바지에 플랫슈즈를 갖춰 입고, 동남아에서는 화이트 계열 또는 자수가 들어간 여성스런 원피스, 밀짚모자, 바나나잎으로 만든 호보백을 매치하며, 인도에서는 튜닉 스타일의 화이트 셔츠와 페이즐리 두건, 지저스 샌들을 코디하고, 일본에서는 스트라이프 상의, 치노팬츠, 스니커즈를 스타일링 하는 식이다. 어떤 상황에라도 어울릴 수 있도록 슈즈를 종류별로 챙기고 수영복만 5벌, 선글라스도 2~3개 가져가는 등 다양한 의상과 소품을 가져간다. 때문에 그녀의 여행가방은 항상 무겁고, 짐을 꾸리는 것으로만 하룻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고. 역시 ‘스타일리스트의 여행’ 답다.

사랑하는 것처럼 여행하라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그녀는 6년간 공들인 명품책 <서은영의 아름답고 재미있는 명품 이야기>를 12월 출간할 예정이다. 파리, 런던, 밀라노 등에 위치한 명품 브랜드의 공방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자비를 들여서 취재한 책이다. ‘향후 20년 안에 이런 책은 다신 안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는 만큼 기대가 된다. 요즘엔 바빠서 여행할 시간도 없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여행은 짬을 내서 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짬이 나서 만나는 게 아니잖아요. 여행을 가기 위해 시간을 내는 거지 짬이 나서 여행을 간다면 아마 평생 못 갈 거예요”라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지구 저쪽편의 이집트와 이스라엘, 터키를 유랑하고 있다 한다. 2030 여성들의 스타일 멘토이자 워너비 서은영의 이야기 리스트에 또 하나의 챕터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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