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을 싣고 달리는 증기기관차
증기기관차가 우주를 달리며 여행하는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를 기억하는가. 만화영화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증기기관차들이 일본에서는 아직도 운행되고 있다. 이번 편에선 니가타현에서 후쿠시마현으로 이어지는 절경 속을 달리는 증기기관차, SL 반에츠 모노가타리를 소개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여행박사 서규호 팀장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주말 오전 9시30분. 니가타역에는 검은색 기관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출발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기관사와 기관차를 사진에 담느라 분주하다. 열차는 9시43분 니가타역을 스르르 출발한다. ‘퓌이잉’하는 경적 소리와 함께 약 4시간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SL 반에츠 모노가타리는 1999년 관광열차로서 부활한 후 지금까지 그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객차 내부의 각종 인테리어들은 일본 개항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는 예전 비둘기호와 같은 객차지만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옛날 분위기를 한껏 살려 놓았다. 탑승한 사람들 가운데 지정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손님은 거의 없다. 열차의 앞뒤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열차 내 이벤트에 동참한다.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아이·어른 할 것 없이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면서 달리는 열차는 쌀로 유명한 니가타의 평야를 지나간다. 오래된 차체와 연기만으로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준다. 빠르지 않은 속도가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열차는 어느덧 후쿠시마현으로 접어든다. 후쿠시마현으로 들어가면서 차창 밖으로 계곡이 나타나고 여행은 점점 흥미를 더해 간다.
중간중간 정차하는 역마다 이벤트를 준비해, 여행객들이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열차는 야마토역에 정차한다. 기관차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증기기관차는 화차(火車)이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은 석탄으로 이루어지고, 기관차 본체 뒤에 석탄이나 물을 적재한 탄수차(炭水車)가 붙어 있는 ‘텐더’라는 보조기관차가 있다. 그러는 사이 승객들은 야마토역에 잠시 하차해 야마토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소바를 사 먹는다.
객차 안에 마련된 빨간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SL 반에츠 모노가타리의 오리지널 소인이 찍혀 엽서가 발송되니 꼭 시도해 보자. 살롱카에서 기념 스탬프를 찍고, 전망카에서 커다란 창문으로 천천히 흐르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매점에서는 특제 도시락과 맥주 등 음식뿐 아니라 ‘숲과 물과 로망의 철도’의 이미지를 담은 SL 반에츠 모노가타리 열차의 엠블럼을 이용한 기념품도 판매한다.
열차가 아이즈와카마츠역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차장은 승객들에게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는 인사를 직접 건넨다. 차창의 따뜻한 인사와 함께 4시간여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Travie info. SL 반에츠 모노가타리
열차 구간 니카타역-아이즈와카마츠역(약 4시간 소요)
열차 운영 시각 니가타(09:43)→아이즈와카마츠(13:31), 아이즈와카마츠(15:25)→니가타(19:00) ※ 매주 주말 및 공휴일 기준. 매년 1~3월은 운행하지 않음.
열차 운임 승차권 어른 2,210엔, 어린이 1,100엔/ 지정석 서비스 요금 어른 510엔, 어린이 250엔
홈페이지 www.slc57.jp, www.jrniigata.co.jp/slbanetsu/slbanetsu.html
1 낭만과 향수가 깃든 증기기관차 SL 반에츠 모노가타리 2 하차 시각이 가까워지면 차장이 탑승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건넨다 3 커다란 창문이 마련된 전망카 4 기관차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 야마토역에 정차한다 5 열차 내 마련된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SL 반에츠모노가타리의 오리지널 소인이 찍힌 엽서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