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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의 재발견_군마현-온천밭을 일구는따뜻한 마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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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사쓰의 명물 중 하나인 유모미 공연. 뜨거운 온천수를 식히기 위해 커다란 나무 막대기로 물을 휘젓는다. 공연 끝부분에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2 온천욕을 끝낸 사람들이 군것질로 많이 찾는 온천 만두. 이름은 만두지만 찐빵에 가깝다 3 미나카미의 전통 여관 중 하나인 타츠미칸의 신발 진열장. 게다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4 타츠미칸의 기모노 5 장인 마을인 타쿠미노 사토의 가면의 집


일본여행의 재발견_군마현
온천밭을 일구는따뜻한 마을

북단의 홋카이도에서 남단의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2,000여 개의 온천 지대가 산재한 일본은 온천욕과 온천 관광이 일상화된 나라다. 그런데 규모와 수질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온천의 제국’ 일본에서도 누구나 손꼽는 명천을 보유한 곳이 바로 군마현의 구사쓰다.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 기후현의 게로 온천과 더불어 일본 3대 온천의 반열에 올라 있는 최고의 온천 마을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화인존 02-725-8232

연기가 올라오는 밭

구사쓰는 온천에 관한 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에도시대 당시 실시된 전국 온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본 내 다른 지역과의 온천 경쟁에서 뒷줄에 서는 법이 없다. 에도막부의 초대 장군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이는 이곳 온천수로 목욕을 하기 위해 뜨거운 물을 나무통에 담아 에도 성까지 운반시켰을 정도다.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바엘츠 박사 역시 이곳 온천에 흠뻑 취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구사쓰 해외 홍보에 진력을 다하기도 했다. 지금도 한 해 평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명불허전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기 위해 구사쓰로 끊임없이 몰려든다.     

이름난 온천지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온천수가 풍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구사쓰는 하늘이 내린 땅이다. 109곳에서 하루 평균 5,300만 리터의 온천수를 쏟아낸다. 자연 용출량으로는 일본 최고를 자랑한다. 펄펄 끓는 온천수가 펑펑 솟아나다 보니 다시 데우거나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일본의 일부 온천장과 전통 여관에서는 온천수 재활용이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구사쓰에서만큼은 그런 염려가 기우에 그칠 뿐이다. 마을 차원에서도 ‘천질주의(泉質主義)’란 슬로건을 내걸고 수질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천질주의는 천연 그대로의 온천, 최고 품질의 온천수를 고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사쓰의 온천물은 산성을 띤다. 그냥 어중간한 산성이 아니라 1엔짜리 동전을 일주일 동안 담가 두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만큼 강한 산성이다. 이곳의 온천수가 살균력이 탁월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워낙 산성이 강하다 보니 온천물을 마을로 흘려 보낼 때 석회로 중화를 시킬 정도다. ‘사랑의 병 이외에는 무엇이든지 고친다’는 구사쓰 민요의 내용처럼 구사쓰의 온천수는 다양한 질병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동맥경화, 만성 부인병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사쓰의 상징은 유바다케. ‘온천밭’으로 불리는 구사쓰 최대의 원천으로, 마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분당 5,000리터의 물이 끓어오르는데, 뜨거운 온천수는 대형 목판을 통해 걸러지고 한데 모여 마치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다른 온천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유황 냄새는 코를 찌르고, 온천밭에서는 더운 김이 간단없이 피어오른다. 이곳에서 채취된 유노하나(유황)는 입욕제로 인기가 좋다.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유바다케 한쪽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갖춰져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한다. 유바다케의 야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서리서리 올라가는 연기는 흡사 밤안개 같다. 조명의 힘을 빌려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 유바다케에서 온천물에 손을 담가 보는 관광객 2, 3 일본 최고의 온천 마을로 인정받는 구사쓰의 상징‘유바다케’4 구사쓰의 자연을 대표하는 시라네산이 가을에 흠뻑 취했다. 온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만산홍엽이 빚어낸 장관

유바다케 바로 옆에 위치한 네츠노유에서는 ‘유모미’라고 하는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일본 고유 의상인 기모노를 차려입은 여인들이 민요를 불러가며 기다란 나무 판으로 물을 이리저리 헤집는 것이 공연의 골자다. 고온의 온천수를 식히기 위해 물을 휘젓던 구사쓰의 오랜 전통을 시연하는 것이다. 중간에 간단한 무용이 곁들여지며, 일반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여름에 열리는 온천 축제에서도 유모미는 빠지지 않는다. 온천 공원인 ‘사이노카와’라도 둘러볼 만하다. 온천수는 공원 내 여기저기서 흐르거나 끓어오르거나 고여 있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벼운 복장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공원에는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노천탕도 자리하고 있다.

사이노카와라에서 유바다케로 이어지는 ‘온천 거리’ 역시 즐거움을 선사한다. 길 양편으로 다채로운 상점들이 포진해 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머무는 곳은 온천 만두를 판매하는 가게 앞이다. 온천수를 끓일 때 발생하는 증기로 쪄낸 일종의 찐빵인데 맛이 달달하다. 녹차와 함께 먹으면 좋다. 무료 시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한번 맛을 보고 난 후 구입하면 된다. 일본 온천 하면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온천물로 삶아낸 달걀도 물론 인기가 있다. 온천수 성분을 함유한 핸드크림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온천에서 눈을 돌리면 시라네산이 기다린다. 구사쓰를 대표하는 웅혼한 자연이다. 난이도가 다른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어 자신의 호흡과 체력에 맞춰가며 시라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라네산은 사철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특히 가을 단풍이 압권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오르는 동안 만산홍엽이 우수수 쏟아지는 절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산발치와 산허리와 멧부리에는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이 야단스럽게 뒤섞여 있다. 산세를 따라 촘촘하게 포진한 수목들은 강렬한 색의 합창을 이룬다. 시라네산에는 우리말로는 마가목, 일본어로는 나나카마도라는 나무들이 유독 많다. 일곱 번 불태워도 타다 남을 정도로 단단한 나무라는 뜻을 지녔다. 가을이 되면 이 나나카마도가 시라네산에 붉은 융단을 깐다. 덕분에 시라네의 홍조는 저녁놀처럼 화려하다. 시라네산 정상에는 직경 300m, 깊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화구호인 유가마가 있다. 세계 제일의 산성 호수로 한눈에도 웅장한 멋이 느껴진다.  

구사쓰는 겨울에 더더욱 좋다.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소담스런 눈을 맞는 쾌감은 해본 사람만이 그 참맛을 안다. 열기와 한기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스키 마니아들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구사쓰 국제 스키장을 찾으면 된다. 구사쓰는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4월까지 천연 설질에서 스키를 즐길 수가 있다. 스키장은 최장 8km에 달하는 13개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1 미나카미의 법사온천. 목조 건물이 예스런 정취를 자아낸다 2 법사온천에는 온천욕을 즐긴 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3 타츠미칸이 선보인 토란 구이 요리 4 타쿠미노 사토에 자리한 다양한 공방들 가운데 하나인 도예의 집. 생활 자기를 빚어 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5 구사쓰의 유바다케는 밤이 되면 더욱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다채로운 야외 활동의 무대 ‘미나카미’ 

구사쓰가 온천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미나카미는 다양한 체험 거리를 보유한 점이 매력적이다. 2만3,000여 명에 불과한 마을에 연간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타쿠미노 사토, 즉 장인 마을이다. 마을에는 가면, 도예, 목공, 죽세공 등 한 가지 테마를 오로지하는 공방들이 20여 곳 자리하고 있다.

가면의 집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가면들이 관람객을 맞아준다. 전통 가면에서부터 만화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가면까지 형상과 표정이 제가끔 상이하다. 직접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혀 가며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대나무 장인의 가르침을 받아 가며 바구니, 바람개비, 꽃병 등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곳은 죽세공의 집이다. 도예의 집에서는 너털웃음이 인상적인 도예가가 점토를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빚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이름과 만든 날짜가 아로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은 건조 과정을 거쳐 2달 후 자신의 집에서 받게 된다. 메밀국수 만들기 체험도 이채롭다. 타쿠미노 사토는 예로부터 메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한 곳인데, 참가자들은 반죽에서 국수 썰기까지 모든 과정을 소화하게 된다.

미나카미는 일본 내 다른 지역들에 견줘 아웃도어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유난히 풍성한 곳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와스 협곡 대교에서의 번지점프를 비롯해 급류를 헤쳐 나가는 래프팅, 그리고 계곡의 물살을 맨몸으로 가로지르는 쾌감 만점의 캐니어닝까지 대자연과의 역동적인 접속과 교감이 가능하다. 이른 아침 나라마타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은 미나카미의 수려한 풍광이 내 몸속으로 고요하게 깃드는 경이로운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호수를 뒤덮은 물안개와 호면을 잘박잘박 적시는 해오름은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이후에도 오랜 잔상으로 남을 만큼 빼어나게 아름답다.        



1 다채로운 테마를 갖춘 공방들이 몰려 있는 타쿠미노 사토는 아이들 현장 학습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2 나라마타 호수의 아침 카약. 사위는 고요하고 풍광은 수려하다 3 법사온천의 다다미방. 법사온천은 예로부터 문인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4 타쿠미노 사토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메밀국수를 먹고 있는 여자이이 5 15대째 대를 이어가며 운영 중인 일본 전통 여관‘보운’6 풍성한 자연과 함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미나카미의 타가라가와 온천

 Travie info.

↘가는 방법
최근 하네다 공항이 국제선 신청사를 오픈하면서 일본으로 가는 길이 한결 편리해졌다. 하네다에서 도쿄 중심부로 이동하면, 신주쿠에서 구사쓰행 버스가 매일 4~5회 운행한다.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우에노역에서 나가노하라 구사쓰구치역까지 가는 특급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역에서 내린 다음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25분 정도 가면 구사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구사쓰에서 미나카미까지는 차로 2시간가량 걸린다.  

↘숙박 및 온천
구사쓰에는 현대식 리조트와 일본 전통 여관이 곳곳에 산재한다. 보운(www.hotelboun.com)은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머물던 일본식 전통 여관이다. 개보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여관으로 거듭났다. 인테리어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호텔 빌리지(81-(0)279-88-3232)는 종합 휴양 온천 리조트다. 일본 천황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현대식 온천 텔메텔메를 비롯해 게임 룸, 테니스장, 가라오케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객실 수는 총 200개. 미나카미에서 가장 좋은 수질의 온천장을 보유한 곳은 미나카미고원호텔(www.minakami kogen.co.jp)이다. 말 그대로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객실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이 활달하다. 세심한 서비스와 음식 맛이 빼어난 타츠미칸(www.tatsumi kan.com)은 미나카미의 대표적인 온천 여관 중 하나다. 자연 속 온천의 묘미를 누릴 수 있는 타가라가와 온천과 일본 전통 온천의 풍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법사온천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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