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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의 재발견_시가현+후쿠이현③시가, 후쿠이 옛길 산책-그 길에서 만나는 특별한 시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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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중 하나인 히코네성. 성 안에 멋진 길들이 많다 2 히코네성의 마스코트인 히코냥. 각종 캐릭터 상품뿐 아니라 팬클럽도 있는 유명인사다 3 4월 중순 열리는 나가하마 마쯔리에서는 어린 소년들의 가부키 공연을 볼 수 있다 4 시가와 후쿠이를 연결하는 고등어길. 그 초입에 쿠마가와가 있다


시가현+후쿠이현 ③
시가, 후쿠이 옛길 산책-그 길에서 만나는 특별한 시간

시가와 후쿠이에서는 교토와는 또 다른 옛날 일본을 만날 수 있다. 겸손한 이들 도시에서의 여행은 산책이라는 표현과 정말 잘 어울린다. 기대고 싶고, 발길을 머물고 싶게 만드는 숲길, 옛길 그리고 고성.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겨울에는 시가와 후쿠이에서 걸어 보자. 

  도선미 기자   사진  한윤경 기자·도선미 기자  
취재협조   시가현 info.biwako-visitors.jp/biwakonotabi/korean
후쿠이현 www.fuku-e.com/lang/korean
간사이광역기구 www.kansai.gr.jp/k/index.html

★ 트래비에서는 3회에 걸쳐 일본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여행지 ‘시가현과 후쿠이현’을 소개합니다.
1. 시가현┃ 시가, 여신은 비파를 품었다
2. 후쿠이현┃명인을 찾아서 
3.시가, 후쿠이의 옛길 산책


후쿠이현

절인 고등어를 등에 지고 백리길을 걷다
쿠마가와 고등어길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저녁마다 사슴이 내려와 놀곤 했다. 가을로 넘어가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 늦여름 부슬비가 오는 날, 쿠마가와(熊川)에 갔다. ‘도시락은 잊어도 우산은 잊지 말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워낙에 비가 잦은 지역이다. 비오는 풍경, 삼나무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아지랑이는 이 마을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더욱 짙게 한다.  

쿠마가와는 ‘고등어길(사바카도)’의 초입에 있다. 고등어길은 후쿠이현 남쪽의 해안도시 오바마에서 교토까지 이르는 장대한 산길이다. 무려 72km나 된다. 옛 사람들은 이 길을 70kg이나 되는 고등어를 등에 지고 오갔다. 바다가 없는 교토에서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큰 인기였고, 교토 사람들은 서울 사람이 영광 굴비를 좋아하듯 오바마의 고등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고생스런 고등어 수송은 1900년대까지도 이어졌다.  

고등어길에는 중간중간 숙박촌이 있어 짐꾼들이 쉬어 갔는데 그중 가장 번화했던 곳이 바로 오바마에서 가까운 이곳 쿠마가와다. 현재는 마을 전체가 국가 중요 전통건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돼 있는데, 보존과 복원이 매우 잘 돼 있어 옛 정취를 그대로 전한다. 마을 건물 120채 중 40여 채가 400여 년 전의 건물이다.
오바마 쪽에서 들어서면 마을 초입에 1640년에 세워진 번소가 보이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줄지어 있다. 안쪽으로 갈수록 오래된 집들이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면 에도시대 각지에서 이주해 온 상인들의 집이 있고, 다시 건널목을 지나면 토착 주민들이 살던 가장 오래된 가옥도 있다. 

원래 한촌이었던 쿠마가와는 고등어길로 이용되면서 요충지가 됐다. 에도시대인 1589년, 영주가 상업 육성을 위해 쿠마가와를 면세지역으로 정하면서 이주민들이 많아졌고, 상점도 속속 생겨나 한때 200호가 넘을 만큼 번창했다고 한다. 이때 세워진 중간 마을의 집들은 그래서, 에도시대의 건축 양식을 뚜렷이 보여준다. 어른이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2층이 낮은 건물들이 바로 당시 유행했던 ‘마치야 쓰시니카이’ 양식. 당시 수시로 시찰을 다녔던 영주가 자신을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2층을 이렇게 짓게 했단다. 당연히 2층은 거주 공간이 아닌 창고로  쓰였다.  

걷다 보면 다양한 전통 다과를 맛볼 수 있는 소박한 찻집이 많다. 특히 칡으로 만든 화과자인 쿠즈만쥬가 독특하다. 쿠즈만쥬는 아쉽게도 5월에서 10월까지만 판매하니, 겨울에 간다면 팥죽이나 화과자를 맛보도록 하자. 찻집 자체가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 차를 마시며 여유도 즐기고, 일본 전통가옥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쿠마가와 고등어길 찾아가기 
교토역에서 호서선으로 환승 후 오미이마즈역에 하차. 여기서 다시 JR버스 와카사선 쿠마가와주쿠행을 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1 한때 역참마을로 번성했던 고등어길의 시작점 쿠마가와. 지금은 쓸쓸할 정도로 한적하다 2 지난 세기 초까지도 후쿠이의 옛사람들은 70kg에 이르는 고등어 봇짐을 지고 교토까지 걸었다 3 쿠마가와의 명물인 쿠즈만쥬. 달콤하고 부드러워‘꿀떡’넘어간다 4 쿠마가와 길 중간에는 오래된 신사도 있다 5 200여 년 된 에도시대 건물. 2층 지붕이 낮은 점이 특징이다



볼거리 풍성한 신개념 산책길 
쿠로카베 스퀘어 

쿠마가와 고등어길에서 멀지 않은 시가현 나가하마시에는 분위기 있게 조성된 ‘쿠로카베(黑壁) 스퀘어’가 자리한다. 쿠로카베 스퀘어는 온통 검은 색으로 벽을 칠한 가게들이 이어진 문화거리로 유리공예, 수공예품점과 독특한 박물관 30여 개가 몇 블록 내에 모여 있어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나가하마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교육 도시지만 관광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곳 쿠로카베 스퀘어도 100여 년 된 은행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은행 건물 색에 맞춰 검은 색으로 칠하면서 독특한 명소로 거듭났다.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쿠로카베 글래스관 은행 건물은 현재 쿠로카베 스퀘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글래스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리공예기념품숍이자 갤러리인 이곳에서는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유리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건물 옆에 공방과 갤러리도 달려 있어 컵이나, 접시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쿠로카베 스퀘어 찾아가기 나가하마의 중심지인 기타쿠니 가도와 오테몬도리 도로가 교차하는 지역이 쿠로카베 스퀘어. JR나가하마역에서 도보 5분 거리다. 근처에는 1983년에 복원한 나가하마성도 있다. 콘트리트 건물이라 운치는 없지만 일반 성들이 5층인 것과 달리 독특한 8층 구조를 갖고 있다. 내부는 나가하마 역사박물관이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히키야마 박물관 비록 거리가 조성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쿠로카베 스퀘어는 나가하마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봄 4월13일부터 16일까지 거리를 가로지르는 화려한 나가하마 마쯔리다. 일본의 마쯔리는 지역마다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가하마 마쯔리의 특징은 연극 공연이다. 마쯔리가 절정에 이르는 4월15일, 5~12세의 사내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가마 위에서 가부키 연극을 펼친다. 쿠로카베 글래스관이 있는 서문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동문 못 미쳐 히키야마(曳山) 박물관이 있다. 나가하마의 전통 마쯔리 박물관인 이곳에서는 실제로 공연 때 쓰이는 것과 똑같은 화려한 가마를 비롯해 나가하마 마쯔리 관련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카이요도 피겨 박물관 피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쿠로카베 스퀘어가 더 현대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일본의 유명 피겨 회사인 카이요도의 피겨 박물관이 이곳에 있다. 거리 중간에 있는데 1층은 쇼핑몰, 2층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카이요도의 역사는 일본 피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립 당시 카이요도는 과자를 사면 덤으로 주는 증정품으로 피겨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조그만 장난감이 인기를 끌면서 주객이 전도돼 나중에는 오히려 카이요도가 만든 피겨를 사기 위해 과자를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카이요도가 오랜 시간 세계 피겨 업계에서 강자의 자리를 지켜 오며, 하나의 독립적인 상품으로 피겨를 유행시켰던 데는 캐릭터의 특징과 제스처를 담아내는 섬세한 표현력과 기술이 있었다. 스필버그 감독도 이 점을 알았던지 영화 <쥬라기공원>의 티라노 사우루스 모형을 만들기 위해 카이요도의 피겨를 참고했다고 한다.  

요카로(翼果樓)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고등어의 참맛을 쿠로카베 스퀘어에서 맛볼 수 있다. 나가하마 사람들은 소금에 절여 운반된 고등어를 초벌로 구운 후, 이를 토막내 간장과 생강을 넣고 졸여 먹었다. 이 구운 고등어(야키사바)를 소면과 함께 비벼 먹기도 하고(야키사바 소멘), 초밥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야키사바는 굽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라가, 쫀쫀해진 상태에서 졸여서인지 생선이라기보다 쇠고기 장조림 같은 맛과 저작감을 준다. 소면의 경우 간장에 달짝지근하게 비벼내 여성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양도 푸짐해 여성 2인이면 야키사바 소멘 하나에 8개 들이 고등어 초밥이 적당할 듯. 이 식당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여는데 점심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야키사바 소멘 840엔, 고등어초밥 8개 1,260엔, 야키사바소멘과 고등어초밥, 붉은 곤약 등 후식이 포함된 정식은 1인 1,950엔이다.  www.momiji-ya.jp



1 겐큐엔에서 본 히코네성 천수각. 과연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4대 성으로 꼽힐 만하다 2 천수각 내부에도 들어갈 수 있다. 히코네시의 탁 트인 전망을 보기 좋다 3, 4 전국시대에 지어진 히코네성은 매우 방어적인 성이다. 거석과 독특한 계단 형태가 이를 보여 준다 5 천수각의 아름다운 위용. 동서남북에서 보는 모양이 각기 다르다

시가현

닌자의 숨을 가쁘게 한 언덕길
히코네성 

나가하마와 함께 시가현 비와코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히코네(彦根)시를 꼽는다. 이 도시에 가는 이유는 ‘히코네성’ 때문이다. 이 묘한 매력의 성(城)은 엇갈리는 동선을 무릅쓰고라도 찾아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히코네성은 히메지성, 이누야마성, 마츠모토성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성으로 꼽힌다. 1622년 완성됐는데 아직까지도 정상의 천수각(일본 성의 웅장한 주탑)을 비롯해 거의 모든 건물이 보수 없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넓은 경내, 고전적인 정원 등 조경적인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달빛에 비친 히코네성은 시가현의 팔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를 에도시대로 이끄는 것은 이런 눈에 띄는 화려함만은 아니다. 가시가 돋힌 장미처럼 히코네성에는 매서움이 함께 있다. 히코네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7세기 초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공로를 세운 이이 나오마사에게 하사한 땅이다. 그는 20년 동안 성과 요새를 지었는데 전란 와중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매우 방어적인 성이 됐다. 지금은 2겹만 남은 해자가 축성 당시에는 4겹이었고, 거석으로 쌓은 성벽도 매우 높았다. 성내로 올라온다고 해도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만 천수각에 닿을 수 있었고, 돌계단 역시 층층이 폭과 높이가 달라 쉽게 오르기 힘들었다. 하나같이 적들의 침공, 닌자의 잠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천수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이 도도한 성 앞에 마치 닌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발고도가 높지 않은데도 숨이 차오르는 묘한 상태. 그 옛날 닌자의 호흡도 이렇게 빨라졌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축성 후 이런 구조를 활용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듯하다. 270년 동안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에도시대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정상의 천수각에도 72개의 총포가 있고, 곳곳에 비밀 통로와 밀실이 있지만 사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천수각 꼭대기인 6층에서는 히코네시의 전경과 비와코를 전부 내다볼 수 있다. “이 성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짓지 말라”고 했다는 이이 나오마사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지 천수각은 지금도 근방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건물이다. 

천수각 측면으로 돌아가면 울창한 숲길이 나오고,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정원인 겐큐엔(玄宮園)으로 이어진다. 겐큐엔은 중국 당나라 현종 황제의 별궁을 본따 만들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지만 조경 방식은 전통 일본식이다. 물 위에 비친 천수각을 감상하며 연못 근처를 도는 소회는 정상에서와는 또 다르다. 연못 위 그림 같은 집 ‘임지각’에서는 숙박과 식사도 가능하다.

히코네성 찾아가기 JR도카이도 혼선 히코네역에서 도보 15분 거리 개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
입장료 히코네성+겐큐엔 1,000엔 


6 현종의 궁을 본따 만들었다는 겐큐엔 입구 7 히코네성의 해자에서는 뱃놀이도 즐길 수 있다 8 히코네성 바깥의 캐슬로드로 에도시대 분위기가 이어진다 9 종안사는 조선통신사가 묵었던 절이다. 에도시대 건물로 가득한 캐슬로드에서 유일한 한국식 건물


★ 히코네 성앞 걷기 좋은 길 캐슬로드

히코네성의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받으며 새롭게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길이 성 부근에 자리한 ‘캐슬로드(Castle Road)’다. 에도시대 성곽도시를 재현하기 위해 12년 전 정비했다. 350m 남짓한 거리에 토산물점과 일본 과자점, 찻집, 부티크 등이 늘어서 있으며 하얀벽과 회색 기와가 에도시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길은 과거 조선통신사가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길 중간에 자리한 종안사 대문을 보면 한국식 기와가 떡 하니 걸려 있다. 바로 이곳에서 통신사 사절단이 묵었다. 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접이 얼마나 극진했는지 사절단은 붉은 대문으로, 일본인들은 허리를 숙여야 하는 쪽문으로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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