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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춘-반짝반짝 빛나는 겨울을 보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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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겨울을 보았다

유난히 추웠던  1월,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간 한파에 마음까지 움츠러들었다. 여름에는 호주·뉴질랜드로 겨울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동남아 여행이 간절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 속눈썹에 얼음이 대롱대롱 맺혀도,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그런 추위 속 아름다움이 있다. 중국 지린(길림)성의 송화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무빙의 세계를 다녀왔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중국 지린(길림)성 창춘(장춘)시, 중국남방항공 www.cs-air.co.kr

감탄, 겨울 세계의 무빙

눈이 펑펑 내린 날 아침, 그야말로 새하얀 설경을 바라보며 이보다 아름다운 세계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설령 시베리아나 핀란드, 혹은 북극에 데려다 놓는다고 해도 설경은 비슷비슷한 그저 하얀 세상일 뿐이라고 여겼다. 무빙을 경험(그것은 봤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했을 때, 신세계를 만난 기쁨이 있었다. 언젠가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으나 그것을 설경과 구분치 못했었기에, 반드시 그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 일부가 돼야 깨닫게 된다. 심지어 위험천만하게도 영하 30도의 혹한마저 잊게 한다. 

무빙(霧氷)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안개가 얼음이 됐다는 것. 중국인들은 이를 무송(霧淞)이라고 부르는데, 송화강변의 안개가 무빙이 되기에 그와 같이 부른다. 무빙은 안개가 그보다 더 찬 물체를 만나면 얼음으로 흡착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때로는 안개가 공기 중에서 동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은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라고 한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이른 아침, 해가 뜨는 찰나에 감상해야 좋다. 햇살이 비쳤을 때 눈보다 훨씬 반짝거리지만, 또한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절정의 아름다움이 사라져 버린다. 

송화강변에 무빙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송화강의 빠른 유속 덕분이다. 가까이에서 봐도 래프팅을 할 때의 계곡 물이 흐르듯이 유속이 매우 빠르다. 그렇다 보니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도 강물이 얼지 않는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있다. 바로 풍만수력발전소 덕분이다. 여기에서 방출하는 따뜻한 물은 찬 공기와 만나 안개를 더욱 잘 일어나게 한다. 수력발전소 덕분에 도심에서도 새벽이면 무송을 감상할 수 있다. 송화강이 가로지르는 지린(길림) 시내에는 시정부에서 동관호텔까지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이곳에서 새벽 6시 무렵이면 무송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춘천 소양호가 무빙으로 유명한데, 소양감 댐이 아침 8시 무렵 대량으로 방류하는 물 때문이다. 사진 포인트로 꼽히는 소양5교와 3교에는 이미 아침 6시면 카메라를 든 사람이 몰려든다. 일반적으로 6시30분을 전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8시가 못 되어 절정을 이룬다. 춘천의 무빙은 때마침 개통된 지하철 덕분에 더욱 주목을 받게 됐지만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도 영하 20도 이하여야 하고, 전날 눈이 내린 날씨였다면 더 가능성이 높다.
지린에서도 무빙으로 특히 유명한 관광지는 도심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송도(霧淞島, 우송다오)였다. 무송도는 다른 곳에 비해 무빙을 상시로 관찰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창춘 시내의 숙소에서는 새벽 6시도 안 돼 어둑어둑한 밤길을 나섰다. 창춘은 지린성의 성도로 한국과의 직항편이 연결되고 있고 또 호텔 및 식당 등 편의시설 때문에 이곳에 숙소를 정한다.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채로 자리에 앉자마자 금세 노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눈을 뜬 것은 무릎이 시려워서였다. 여전히 밖은 뿌옇고, 무릎에 담요를 챙겨 덮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후 비로소 정신이 든 것은 사방이 눈부시게 하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평선이 끊임없이 펼쳐진 평야를 질리도록 달릴 때가 있다. 전에도 한겨울에 내몽고까지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지만, 눈이 햇빛에 반짝거려 지평선이 없어지는 것을 본 것은 역시 처음이었다. 

차에서 내려 나룻터에 도착하자 지척에 무송도가 보인다. 듣던 대로 송화강의 물살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섬과 이쪽을 연결해 주는 것은 작은 뗏목이다. 너무 추운 날씨에 동력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쪽 강편과 저 쪽 강편을 노와 놋줄에 의지해 오간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사람들은 이미 무빙으로 하얗게 변한 나무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러나 잠깐 강을 건너 무송도에 내리면 금세 깨닫게 된다. 강 저쪽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섬 전체가 자체발광 하고 있었다. 홋카이도 동부에서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봤을 때처럼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반짝거린다. 나룻터 앞에는 작은 관리사무소도 있고, 또 신기하게 학교도 보이고, 부처를 모셔놓은 작은 사당도 보인다. 재래식 화장실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흔적이 없다. 아마도 겨울을 맞이해 피한을 갔으리라 여겨졌다. 혹은 강제로 이주해 살던 이들이 더 나은 곳을 찾아 이곳을 떠나 버렸을 수도 있다. 뭔가 안내판도 있고 가이드도 있었지만, 그 순간 뭔가가 궁금하진 않다. 반짝이는 풍경 속의 일부가 돼 있을 뿐이다. 


1 무빙. 극한의 추위에서 공기중 수증기가 찬 물체를 만나 얼음으로 흡착되는 현상. 반짝거림이 눈이 쌓인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2 관광객을 위해 운영되는 썰매 말의 털에도, 사람에도 고드름이 맺혔다 3 쓸쓸해 보이지만 무송도는 학교,사당 등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다

겨울여행을 떠나자 ‘창춘 빙설제 & ETC’

창춘(長春)의 도시명은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혹은 ‘봄이 길기를 바라다’는 뜻으로 흔히 해석된다. 창춘의 겨울은 10월부터 3월까지 반년 가까이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겨울 스포츠로도 유명하다. 하얼빈의 빙등제(氷燈際), 삿포로의 유키마츠리(눈축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면 창춘은 빙설제가 유명하다. 창춘시 외곽에 위치한 징웨탄(淨月潭) 관광지구에서 열리며, 수백만톤의 눈을 압설해 거대한 조각상을 만든다. 올해의 눈 축제에는 스키어들을 형상화한 거대 벽과 12가지 띠를 형상화한 조각상, 중국 고대 설화 및 메두사를 형상화 한 눈 조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창춘 빙설제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크로스컨트리 대회다. 5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수천명의 사람이 창춘을 찾았다. 창춘은 지난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 등을 계기로 관련 인프라가 더욱 발달했고, 동계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더욱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해외 원정 스키 붐이 불고 있다. 중국 역시 근거리 지역으로 상품 개발 시도가 있었으나, 현지 인프라 등과 언어적 불편함 등을 이유로 아직은 꽃을 피우고 있지 못하다. 국내에도 소개됐던 스키장 가운데, 창춘의 연화산(蓮花山) 스키장이 가장 친숙하다. 창춘국제공항에서는 20km, 창춘 시내에서는 3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스키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의 경우 시내 숙소와 공항 등을 연결하는 버스를 포함해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간 경우라도 시내에서 셔틀버스가 운영되어 불편함이 없다. 스키장은 6개의 초·중·고급 슬로프를 갖췄으며, 무빙워크와 2개의 리프트가 운영된다. 



1 무빙 현상으로 인해 조각 같은 나무 2 연화산 스키장 3 만주국 황궁의 아름다운 샹들리에. 일본, 유럽, 중국풍의 갖가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4 창춘에서 열리는 빙설제 5 일본이 동북 지방을 점령하고 세웠던 만주국 황궁 6 일본의 침략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 7 마지막 황제 부의의 일생을 기록하고 있는 박물관

마지막 황제의 만주국 황궁

창춘은 일본이 중국 동북 지역을 침공해, ‘마지막 황제’ 부의를 황제로 앉힌 만주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부의가 머무르던 황궁은 지금 위만황국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 황제> 영화 속에서 자금성과 달리 모던한 분위기로 가득했던 만주국 황궁은 영화 속에서처럼 매우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클래식한 침실과 가구, 그리고 나무와 대리석이 어우러진 복도 등은 여전히 특유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박물관 해설사는 덤덤하게 말했다. 부의는 황제로 있는 동안 어떤 부인과도 함께 침실을 쓴 적이 없고, 황후의 침실보다 소박한 방을 사용했다고. 예순이 넘은 부의는 당시 갓 열여섯살 된 마지막 아내와 결혼을 했는데,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기가 그때였다고.
박물관 안에는 공산당 정권 하에서 정원사를 하는 동안 그가 사용했던 밥그릇과 물병도 전시돼 있다. 시기별로 다양한 사진이 전시돼 있는데, 부의라고 새겨진 초라한 인민복을 입은 모습은 훨씬 평온해 보였다.

만주국 황궁의 샹들리에 

만주국 황궁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운 샹들리에 절로 눈길이 간다. 그리고 곳곳의 샹들리에가 모두 다른 모양임을 알게 된다. 고풍스럽고 멋있는 샹들리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갖가지 화려한 드레스를 감상할 때처럼 기분 좋은 것이었다.

■ Travie tip.

무빙관광을 가려면 

무빙을 보러 가는 여행을 패키지상품으로 출시한 곳은 없다. 그러나 인원수가 일정 이상 되거나 백두산이나 옌지(연길) 등을 여행한다면, 여행사에 이 지역 관광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면 된다. 중국어가 가능하다면 택시를 대절하는 방법이 있다. 중국어가 안 된다면 머무르는 숙소에 택시 대절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은 상황에 따라 1인당 150~ 200위안(약 2만5,000~3만 4,000원)이다. 새벽 일찌감치 출발해야 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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