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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 그 밉지 않은 쌈마이의 추억"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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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 그 밉지 않은 쌈마이의 추억

월미도는 인천에 있다. 서울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바다 중 한 곳이 월미도다. 대중교통으로 가면 지하철 1호선의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3,000원이면 갈 수 있다. 월미도는 참 많은 것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여행지다. 우선, 바다가 있고 그 바다를 배경으로 화려한 놀이공원과 횟집이 빼곡하다. 차이나타운이나 자유공원 등 인근 볼거리도 넉넉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있기는 다 있는데 이상하게 뭔가 조금씩 부족하거나 어설프다. 여행지를 두고도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속된 말로 월미도에는 ‘쌈마이’ 느낌이 난다. 테마파크를 흉내낸 놀이공원은 다소 엉성하고 앞에 보이는 바다는 바다이되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신다는 인천 앞바다다. 월미도 선착장에서 시작하는 문화의 거리에 늘어선 횟집과 조개구이 집들은 최근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건물도 새로 단장했지만 내용물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밉지는 않다. 귀엽기도 하고 간혹 생각이 난다. 부담이 없다는 점이 월미도의 미덕이다. 큰 준비하지 않고 갑자기 발걸음을 옮겨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김기남  기자   사진  트래비

#1 사람들이 월미도에서 마주하는 첫 번째 풍경은 흔히 ‘디스코 팡팡’이라고 하는 요란한 놀이기구다. 디스코 팡팡은 DJ의 넉살 좋은 입담과 구르고 넘어지며 한없이 망가지는 손님들을 보는 재미가 반이다. 놀림이 되는 줄 알면서도 누군가는 머뭇머뭇 놀이기구에 타고 그 순간 부처님 손바닥에 올라온 손오공이 된다. 흰 추리닝을 입고 온 여학생을 발견한 DJ는 “달마시안을 만들겠다”며 끈질기게 공격해서 결국 바닥에 쓰러뜨린다. 중심을 못 잡고 옆에 있는 연인의 옷깃을 잡은 커플에게는 “손이 지식인이냐, 왜 이렇게 검색을 하느냐”고 면박을 준다.

디스코 팡팡과 쌍벽을 이루는 놀이기구는 역시 ‘바이킹’이다. 월미도의 놀이기구를 정복하면 더 이상의 놀이기구는 없다고도 한다. 기계 장치가 어마어마해서라기보다는 조종자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바이킹 조종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던 아르바이트는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 ‘밥 먹는데 방해했어! 다 죽었어!’를 외친다. 아르바이트가 손님을 태워놓고 밥 먹으러 가서 10분 동안 바이킹을 탔다는 지인의 경험담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2 월미도는 인천의 특색있는 음식거리를 찾아가는 전초 기지로도 손색이 없다. 차이나타운에서 원조 자장면을 먹어도 좋고 신포동의 매운 닭강정이나 동인천의 삼치도 좋다. “왕년에 1만원짜리 한 장으로 막걸리와 계란말이를 코 삐뿔어지고 배 터지게 먹었다”는 택시 기사 아저씨의 자랑처럼 인천의 맛집 순례는 어느 곳을 선택하든 저렴하고 푸짐하면서 맛까지 있다.

신포동 시장 입구의 닭강정은 <1박2일> 방송에 등장하면서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손님이 늘었다. 포장해 가는 줄과 먹고 가는 줄이 따로 있다. 이름은 강정이지만 순살 튀김이 아니고 청양고추를 넣고 버무린 매운 양념치킨을 생각하면 된다. 인근의 삼치 골목은 ‘인하의집’과 ‘인천집’이 유명하다. 화평동에는 일명 세숫대야 냉면이라고 불리는 원조할머니냉면으로 대표되는 냉면거리가 있다. 이 밖에 송현동 순대골목과 밴댕이 전문집만 30여 곳이 몰려 있는 연안부두 해양센터 건물도 이름이 높다. 언급한 모든 맛집은 모두 월미도에서 반경 3km 안에 포진해 있다.


1 차인타운 뒷골목의 벽화에는 인천의 역사가 흐른다 2, 3, 4 월미도의 명물 디스코 팡팡, 스릴 넘치는 바이킹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덧 네온사인 화려한 밤이 된다 5, 7 신포동 삼치골목에 들어서면 소주잔 기울일 수 있는 저렴한 술집이 발을 붙잡는다 6, 8 인천 닭강정의 대명사가 되어버린‘신포 닭강정’은 양도 푸짐해서 마음이 넉넉해진다 9, 10 신포동 재래시장에서도 추억의 군것질 거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인심도 옛날 그대로다



★ Travie info.
차이나타운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하차. 길 건너 도보 1분
월미도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하차. 2, 15, 23, 45번 버스로 환승
음식 거리는 동인천역 주변에 몰려 있다. 삼치거리, 냉면거리, 순대골목, 닭강정 모두 동인천역에서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밴댕이 회무침 거리는 동인천역에서 12번이나 24번 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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