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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여행의 기억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4.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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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여러가지 일을 겪게 되며 이런 일들은 사람들에게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주게 된다.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싶지만 싶은 슬픈 기억들은 잊고 싶다. 그렇지만 뇌가 활동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없다. 자동차 운전 중 갑자기 다른 차가 앞으로 끼어들 듯이 원하지 않는 기억이 나기도 하고, 반대로 기억해야 할 것들을 깜빡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기억과 마음은 서로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억과 마음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배우고 익힌 학습과 연관된 기억은 주로 대뇌 피질이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기억들은 망각이란 과정을 통해 소실되는데 ‘에빙하우스’의 실험에 따르면 학습 후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0%가, 하루 뒤에는 70%가,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한다.

그러나 감정에 연관된 기억은 이런 망각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평생토록 지속하게 된다. 이는 감정과 연관된 기억은 대뇌 피질이 아닌 생존과 본능에 주로 관여하는 변연계에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아미그달라’라고 불리는 부위가 감정과 관련된 기억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흔히 기쁘거나 슬픈 일을 겪게 되면 이런 일들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홍명보 선수의 승부차기 골을 잊지 못한다. 또 이 장면을 TV로 볼 때 어디서 언제 누구와 이 장면을 봤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했을 때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당시 교통사고와 연관된 일들이 생길 때 사고를 생각하면 손에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떨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심할 경우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어려운 일이 발생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이처럼 마음과 기억은 밀접한 연관을 지으면서 우리를 지배한다. 따라서 우리가 보다 더 행복하게 세상을 살기 위해서 자신이 부딪치는 어려움이나 시련 등을 보다 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보다 더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005년 5월 트래비 창간 이후 6년간 트래비와 함께 지냈습니다. 정신과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정신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까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원고를 쓰고 이를 통해 나 자신도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6년간 글을 싣던 칼럼을 이제 놓으려 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도 <트래비>가 계속해서 보다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동안 부족한 필자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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