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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추억과 함께 즐기는 자장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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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함께 즐기는 자장면

학창시절 졸업식 날이나 입학식 날에는 어김없이 온 가족이 중국집으로 향하곤 했다. 이날만큼은 입안에서 녹을 것 같은 자장면 외에도 탕수육을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먹을거리가 다양해져서 선택의 폭도 넓지만, 아직도 졸업식 날 먹었던 자장면 맛은 어찌나 달던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자장면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정도로 친근한 자장면이 이 달의 메뉴 주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제공  월간식당 www.foodbank.co.kr 


자장면의 유래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고, 1884년 인천에 청국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중국 상인과 노동자가 많이 유입되었다. 이들을 위해 값싸고 간단한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자장면이다. 처음에는 산둥지방의 토속면장에 고기를 볶아 손수레에 재료들을 싣고 부둣가로 나가 직접 수타면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후 인천에 청관이 설정되면서 많은 청나라 상인들이 거주하게 되었고, 1920년 항구를 통한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중국 무역상들을 위한 고급 청요릿집이 생기고 중국요리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청요리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일부 상류층에 불과했으며, 일반 서민들에게는 선망의 음식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1945년 해방 직후 우리 정부는 한국에 건너와 있던 중국 상인들의 무역을 금지시켰다. 수입원을 잃은 많은 중국인들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차렸는데, 이 당시 생겨난 중국음식점 수가 기존보다 무려 다섯 배나 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자장면이 대중화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이다. 6·25 전쟁 이후 미국은 전쟁의 피해를 입은 한국에 많은 식품들을 무료로 원조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원된 것이 바로 밀이었다. 때마침 쏟아져 나온 값싼 밀가루와 자장 소스의 만남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자장면’을 탄생시켰다.

<자장면뎐>의 저자 양세욱씨는 “자장면의 토착화가 이루어진 계기는 ‘사자표 춘장’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1948년에 ‘영화장유’라는 식품회사를 차린 산둥 출신 화교 왕송산씨가 한국 최초의 면장 제품인 ‘사자표 춘장’에 캐러멜을 첨가하면서 한국식 자장면이 삼천만의 외식 메뉴로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서 추억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초의 자장면은? 인천 차이나 타운의 ‘공화춘’

자장면이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곳은 1905년 개업한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공화춘은 일제시대 때에도 중국 음식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던 고급 음식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립 시점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원래의 건물은 너무 낡아 개보수해 자장면 박물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현재는 차이나타운 내 중국식당가에 새롭게 문을 열어 고객을 맞고 있다.

자장면은 1960년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당시 한 그릇의 가격이 15원 정도로 상당히 비싼 음식으로 대우받았다. 미국의 밀 원조를 통해 원재료가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장면은 서민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이후 1970년대에는 200원대를 유지하다가 88올림픽을 거치면서 1990년대 초기 1,300원으로 올랐고, 2000년 IMF를 지나면서 3,0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4,000~7,000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자장면은 최근 데이(Day) 마케팅의 주인공으로도 자리잡았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에 이어 3월14일 화이트데이에 연인들이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받은 데에서 착안, 4월14일을 아무것도 받지 못한 외로운 싱글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외로움을 달랜다는 블랙데이로 지정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자장면

‘장’을 볶는다는 의미의 자장면(炸醬麵). 춘장을 볶아 다양한 채소를 넣어 만드는 자장면은 조리방법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처음 자장면을 선보일 때만 하더라도 옛날자장이 주를 이루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간자장, 유니자장, 쟁반자장 등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옛날자장은 양파, 양배추,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서 춘장과 함께 볶다 물과 전분을 넣어 만든 자장면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자장면이 바로 옛날자장이다. 반면 간자장은 춘장에 물과 전분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먼저 기름에 볶아 놓는다. 음식을 주문하면 바로 채소와 함께 볶아내기 때문에 좀더 기름진 맛이 느껴진다. 유니자장은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재료를 곱게 갈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삼선(三鮮)자장은 3가지 이상의 해산물이 들어간 자장면으로 보통 새우나 갑오징어, 건해삼을 넣어 좀더 다양한 맛을 낸다. 쟁반자장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메뉴다. 자장 소스와 면발을 함께 볶은 뒤 커다란 쟁반에 담아내는데 부추, 청양고추 등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볶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Tip. 한국과 중국의 자장면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지만 한국의 자장면과는 매우 다르다. 중국의 자장면은 면 위에 춘장,숙주나물, 오이, 완두콩 등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비벼 먹는다. 색깔도 시커멓지 않고 짠맛과 특유의 향신료 맛도 강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자장면은 춘장을 볶다 물과 전분을 넣어 짠맛을 연하게 풀어 주며, 양파와 양배추 등 야채를 듬뿍 넣어 전체적으로 단맛이 난다




소문난 자장면집

누구나 추억 속 중요한 장면 가운데 자장면과 함께한 기억은 꼭 있을 터. 오랜 세월 자장면으로 이름을 떨쳐 온 중국집과 새롭게 자장면 맛집으로 부상한 업소들을 짚어 봤다.

송죽장 
60년 전통의 영등포 대표 맛집
60년 동안 2대에 걸쳐 한결같은 맛을 이어오며 영등포 지역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송죽장의 대표 메뉴는 고추쟁반자장면과 삼선고추짬뽕이다. 특히 고추쟁반자장면은 자장면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어먹는 점에서 착안, 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다. 자장의 고소함과 청양고추의 매운 향과 맛이 어우러져 먹을 수록 중독된다.
메뉴 자장면 4,000원, 삼선자장 6,000원, 만두 5,000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55-4  문의 02-2631-9184  

공화춘 
원조 자장면집에서 맛본 공화춘 자장면
자장면을 선보인 최초의 중국 요리집으로 유명한 공화춘은 4층 건물의 대형 중국집으로 한국인 대표가 운영한다. 대표메뉴인 공화춘자장면은 춘장에 중하, 전복, 갑오징어 등 해산물과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먹음직스럽다. 면발은 다른 중국집에 비해 가는 편. 소스와 면을 잘 섞어 해산물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풍부하다. 그러나 1만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만족도는 다소 떨어진다.
메뉴 공화춘자장면 1만원, 짜장 5,000원, 유니짜장 7,000원, 쟁반자장 8,000원  주소 인천시 중구 북성동 3가 5-6  문의 032-765-0571 

자금성
매콤함으로 한국인들의 입맛 사로잡은 ‘사천자장’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자금성은 최근 인기 방송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은지원이 먹었던 사천자장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사천자장은 매운맛이 특징이다. 기름을 둘러 센 불에 사천고추를 볶아 매콤한 맛과 불 맛을 내고, 두반장 소스를 볶다가 갖은 채소, 해산물을 듬뿍 넣어 소스를 만든다. 면과 소스가 따로 나오는데 큼직큼직한 채소와 해물이 듬뿍 들은 소스를 면에 부어 비벼먹으면 된다. 사천자장은 춘장을 넣지 않지만 자장면 맛이 난다. 이는 춘장과 두반장 등 베이스가 되는 장이 모두 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메뉴 사천자장 8,000원, 짜장 5,000원, 간짜장 6,000원, 삼선짜장 8,000원  문의 032-761-1688  주소 인천시 중구 북성3가 10-4

금문 대학로 70년 전통  
혜화동 로터리에 자리잡은 ‘금문’은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요리전문점이다.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이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자장면과 짬뽕이다. 자장면은 두꺼운 면발에 비해 씹히는 맛이 부드러우며 양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단 맛이 많이 난다. 짬뽕은 굴과 채소를 많이 넣어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식사메뉴의 경우 3분 내에 빨리 나오는 신속함이 미덕이며, 식사 전 제공하는 자스민이나 아카시아 차 맛이 괜찮다.
메뉴 자장면 4,500원, 짬뽕 5,000원, 기스면 6,000원, 볶음밥 5,500원  주소 서울 종로구 혜화동 122  문의 02-762-0918  

띵띵 
소리부터 맛있는 해물철판자장
홍익대학교 정문을 등지고 바라보는 삼거리 왼편에 위치한 중식당 ‘띵띵’의 해물철판자장. 자장면을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올려 내  ‘치이이’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제공, 고객들은 맛있는 소리에 침부터 꿀꺽 삼킨다. 철판자장은 면발이 쫄깃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끝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 면은 시금치를 갈아 즙을 넣어 매일 아침 뽑아 녹색을 띠는 것도 이채롭다.
메뉴 해물철판자장 2인 1만원, 자장면 3,000원, 버섯탕수육 1만5,000원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27  문의 02-334-5822

아리차이
된장으로 만든 한국형 자장면‘백자장’
신림동 문화의 거리 초입에 위치한 ‘아리차이’에서는 된장으로 만든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자장면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엎은 노르스름한 ‘백자장’이다. 보통, 자장면이 춘장으로 맛을 내 찝찌름한 뒷 맛이 여운으로 남는 것에 반해 백자장은 조선된장과 양파로 맛을 내 담백하다. 조리방법 또한 된장을 볶아 소스를 만들지만 춘장을 볶을 때 사용하는 기름 양에 비해 거의 기름을 넣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적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 백자장은 면과 소스를 따로 제공하는 것이 간자장과 비슷하다. 소스에는 된장을 기본으로 양파, 갈은 돼지고기, 청·홍피망, 새우, 갑오징어 등 해산물이 들어가며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청양고추를 넣는다.
메뉴 백자장 6,000원, 삼선자장 7,000원, 만두류 4,000~5,000원  주소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1430-11  문의 02-877-1272 

차이나플레인 
금가루가 장식된 황제자장면
‘차이나플레인’은 코스요리와 일품요리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중식 레스토랑이다. 일반적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중식레스토랑에서는 콘셉트상 자장면이 코스요리에서조차 누락되는 경우가 많지만 차이나플레인은 아예 ‘황제자장면’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일품요리를 마련해 대중과 좀더 가까이 호흡하고 있다. 황제자장면에는 전복, 해삼, 조개관자, 왕새우, 송이 등을 재료로 볶음자장 형태로 제공되며 마지막은 금가루로 장식해 ‘럭셔리’함을 더했다.
메뉴 황제자장면 3만원(2인분 기준)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타임스퀘어 4층 411호  문의 02-2638-2477

명보성
다진 고기와 양파를 볶아 조리한‘유니자장’
혜화로터리 성균관대학교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 명보성은 20여 년 동안 ‘유니자장면’만을 고집하는 곳이다.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 골목길에 불쑥 들어가 있지만 자장면 맛을 아는 마니아들이 입소문을 통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니자장은 돼지고기와 양파를 잘게 다져 물을 넣지 않고 볶아서 조리한 자장면이다. 모든 재료를 곱게 갈아서 사용하고 물을 넣지 않기 때문에 식재료만으로 맛을 내 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메뉴 유니짜장 4,500원, 만두 5,000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2가 165  문의 02-744-5955 

오모리 푸드시스템 
손반죽의 쫄깃한 맛
석촌동의 묵은지 김치찌개로 유명한 오모리 푸드시스템에는 오모리 찌개 못지않은 인기메뉴 옛날손자장면이 있다. 꼭 끼니때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대기시간은 감수해야 할 만큼 유명한 자장면의 인기비결은 단연 천둥소리가 나도록 치대 뽑는 면발. 굵기가 제각각이어도 쫄깃한 식감이 좋고, 자장에 들어간 고기, 감자 등의 식재료들도 거짓말을 조금 보태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푸짐함을 자랑한다. 보통 단무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자장면이지만, 이곳에서는 셀프서비스로 제공하는 갓 무친 겉절이와 함께 먹어도 별미다.
메뉴 옛날손자장면 보통 5,000원, 곱빼기 5,500원   주소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183-2  문의 02-424-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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