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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칼국수-사시사철 언제나 정겨운 맛 칼국수 열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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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는 새하얀 밀가루로 반죽을 치대고 방망이로 밀어 칼국수를 만들었었다. 얇게 밀은 반죽을 켜켜이 접어 칼로 채치듯 썬 후 면이 달라붙지 않게 밀가루를 뿌리는 그 작업과정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밌는지 거추장스럽다는 지청구에도 불구하고 내내 옆에 붙어 있곤 했다. 세월이 흘러 칼국수를 만들어 주셨던 어머니는 이제 일 년에 두어 번 안부차 볼 뿐이고, 수고로운 정성을 필요로 하는 칼국수는 전문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게 되었다. 

전 국민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칼국수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이처럼 유년시절 어머니에게 가졌던 아련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집 밥보다는 외식에 익숙해지면서 집에서 먹었던 칼국수는 ‘단지 우리 엄마표 칼국수’였고, 칼국수의 종류도 수없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칼국수가 맛있는 집은 또 어찌 그리 많은지…. 이달에는 칼국수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입소문을 떨치고 있는 칼국수 맛집 탐방을 떠나 보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제공  월간식당 www.foodbank.co.kr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칼국수

칼국수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얇게 밀어서 칼로 가늘게 썰어 만든 국수 또는 그것을 익힌 음식이며, 손칼국수는 면을 기계로 뽑지 아니하고,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밀어 칼로 썰어 만든 국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칼국수가 지금은 가장 서민적이고 흔히 쉽게 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이지만 고려·조선시대에는 밀가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잔칫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었다. 돌상에는 아이의 오복을 비는 뜻으로, 혼례상에는 여러 국숫발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듯 부부금슬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라고, 또 회갑상에는 국숫발처럼 길게 장수하라는 뜻을 담아 먹었다고 한다. 

또한 그 시대에는 밀가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메밀로 만든 면을 먹었다고 하는데 특별히 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났을 때인 유월 유두(음력 6월15일)에는 갓 나온 햇밀로 칼국수와 지짐을 부쳐 이웃과 나눠먹던 풍습이 있었던 것. 닭을 잡아 그 국물에 국수를 말고 고기 살을 발라 갖은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애호박과 함께 얹어내기도 하고, 또 해안지방에서는 조갯살로 국물을 내 칼국수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국물과 고명에 따라 다채로운 칼국수

칼국수는 특히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어떤 재료의 국물과 고명을 얹어 조리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맛, 새로운 종류의 칼국수가 계속해서 탄생하면서 현재 수많은 종류의 칼국수가 있다.
옛 선조들은 메밀가루를 반죽해 방망이로 밀어서 칼로 굵직굵직하고 조각지게 썰어 익힌 칼국수와 비슷한 칼싹두기를 즐겼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 때 손님에게 접대해서 화제가 되었던 칼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해 고소하고 면발이 가늘고 부드러운 안동식 칼국수다. 또한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칼국수처럼 만들어 장국에 삶아 다시 장국국물을 부은 건진국수,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칼로 썬 국수를 국수장국에 넣어 그대로 삶은 제물칼국수 등의 전통 칼국수를 비롯해 농촌지역에서는 닭 육수에 애호박과 감자 등을 넣어 끓이고, 산간지방에서는 멸치장국, 해안지방에서는 바지락장국으로 칼국수를 끓였다. 내륙식 칼국수는 사골육수에 채 썰어 볶아낸 호박나물과 쇠고기 고명을 얹어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고, 남도식 칼국수는 멸치에 마늘, 파, 풋고추 등을 썰어 넣어 끓인 깔끔한 국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호남지방에서 즐겨먹었던 팥칼국수, 바지락조개 삶은 국물에다 새우, 홍합, 오징어 등을 넣고 끓인 해물칼국수, 멸치국물에 들깨를 갈아 넣어 끓인 들깨 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버섯샤브칼국수 등 수없이 다양한 칼국수 종류가 있다.

"칼국수는 특히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어떤 재료의 국물과 고명을 얹어 조리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맛, 새로운 종류의 칼국수가 계속해서 탄생한다."




소문난 칼국수 집


소문난 칼국수 집에는 몇 가지 공통된 법칙이 있다. 씹는 맛이 일품인 쫄깃쫄깃한 면발, 칼국수와 찰떡궁합인 맛깔스런 김치,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국물. 이 세 박자가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비로소 칼국수 명가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소문난 칼국수 집들을 알아보았다.

개봉칼국수 시원한 국물, 푸짐한 채소의 모둠국수 

쇠꼬리 육수를 베이스로 미더덕을 듬뿍 넣고 여기에 감자, 쑥갓, 파, 미나리, 냉이 등 채소와 팽이, 느타리 등 버섯류를 전골냄비에 끓여 먹는 얼큰한 칼국수.
휴대용 버너에 올려 한소끔 끓으면 미리 한번 삶아낸 칼국수를 넣어 팔팔 끓인 후 먹는다. 미더덕과 냉이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고, 쫄깃하고 탱탱한 칼국수와 쇠꼬리 육수, 버섯의 깊고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자꾸만 젓가락이 간다. 마늘과 붉은 고추를 갈아 넣어 매일 담가 내는 김치 겉절이와 맵지 않고 시원하게 담근 무김치가 일품이다. 사리 인심도 푸짐하다.
메뉴 모듬국수 6,000원, 칼국수 4,500원, 우거지국밥 5,000원
문의 02-2684-7500  주소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258-14 

문배동 육칼 육개장 칼국수의 오묘한 매력 

‘칼국수 전문’이라는 상호로 25여 년을 운영해 오다가 최근 ‘문배동 육칼집’으로 간판을 새로 해 달았다. 외관과 실내는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점심시간마다 찾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주요메뉴는 육개장과 칼국수, 그리고 육칼이다. 육개장과 칼국수를 따로 팔다가 ‘육칼’이 탄생하면서 아예 육칼집으로 알려질 만큼 공식메뉴가 됐다. 양지고기와 대파가 주재료인 육개장은 ‘육칼 마니아’를 탄생시킨 기본 베이스다.
육칼은 인근 직장인들의 속풀이 해장 메뉴 1순위일 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육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메뉴 칼국수 5,000원, 육개장 7,000원, 육칼 7,000원 
문의 02-713-6204   주소 서울시 용산구 문배동 34-1

한순자 할머니 손칼국수 남대문 시장 맛집 

재래시장에는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집들이 꼭 있다. 남대문 시장의 맛집은 바로 ‘한순자 손칼국수’. 50여 년째 칼국수를 선보이고 있는 곳으로 외관은 여느 시장 속 음식점처럼 허름하지만 맛만큼은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무심하게 툭툭 자른 듯한 칼국수 면은 기계에서 뽑은 면보다 굵고 울퉁불퉁하지만 손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여러가지 식재료로 멋을 낸 것이 아닌 멸치육수에 양념, 김, 파, 유부 정도만 넣는데 재료간의 궁합이 훌륭하다.
메뉴 칼국수 4,000원, 수제비4,000원, 보리밥 4,500원, 냉면4,000원 문의 02-777-9188  주소 서울시 중구 남창동 49

원풍식당 박속밀국 낙지탕  

‘박속밀국 낙지탕’은 태안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냄비에 물과 무 대신 박을 썰어 넣고, 대파와 양파, 청양고추를 넣어 국물이 칼칼하다. 끓는 육수에 여름과 가을에 많이 잡히는 세발낙지를 넣어 데쳐 먹으면 속 가득히 시원한 바다내음이 퍼진다. 세발낙지가 붉은 색으로 변하면 바로 꺼내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박은 너무 오래 끓이면 물러지므로 적당히 익었을 때 먹으면 달달하면서도 아삭거리는 맛이 있다. 먹고 남은 육수에는 생칼국수와 수제비를 넣어 끓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메뉴 박속밀국낙지탕 1만2,000원, 낙지볶음 1만원  문의 041-672-5057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 202

최고집 칼국수 제대로인 팥칼국수 

방배동 주택가에 위치한 ‘최고집 칼국수’는 전형적인 동네 칼국수집이다. 칼국수의 대명사인 바지락칼국수도 실한 바지락이 한 움큼 들어가 시원한 국물맛과 호박의 달큰함이 어우려져 기본 이상의 맛을 선사한다. 이곳의 특별메뉴는 팥칼국수와 팥새알옹심이.
팥칼국수를 전문으로 선보이는 곳이 드문 가운데 팥칼국수는 달지 않게 슴슴하게 끓여 내 고객이 취향에 따라 소금 또는 설탕을 가감해 먹으면 된다. 함께 내는 겉절이도 짜지 않고 아삭아삭한 맛이 칼국수의 맛을 더해 준다. 분위기와 서비스는 뒤떨어지지만 오랫동안 동네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메뉴 닭칼국수 7,000원, 냉콩국수 7,000원  문의 02-583-8478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 3동 1021-1


국수리 국수집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칼국수 

팔당대교 건너 양평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있는 ‘국수리 국수집’은 된장칼국수와 부추칼국수로 유명하다. 칼국수는 직접 반죽을 해 면을 미는 기계로 밀은 후 칼로 썰어 최대한 손칼국수의 맛을 낸다. 집된장과 바지락, 새우, 감자, 우거지 그리고 면을 넣어 끊인 된장칼국수는 어느 곳에서도 접하지 못한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열무와 배추김치도 훌륭해 한 테이블에 두세 접시는 기본이며 추가찬은 직접 덜어다 먹도록 했다. 공기밥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인심도 넉넉해 우연히 들렀다가는 그 맛에 반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부추칼국수와 녹두빈대떡, 부추만두도 별미다.
메뉴 된장칼국수 5,000원, 녹두빈대떡 5,000원, 부추만두 5,000원 
문의 031-772-2433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복포리 354-1

소호정 안동국시의 기품있는 맛 

안동지방 양반가의 전통 요리법을 재현해 칼국수를 선보이는 「소호정」. 1985년 압구정동에 ‘안동국시’로 출발해 1995년 양재동으로 확장이전 후 ‘소호정’으로 업소명을 바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취임 후 청와대에 칼국수 비법을 전수하면서 청와대 칼국수로도 유명하다. 한우의 살코기만으로 육수를 내며 면발은 다른 칼국수에 비해 얇고 가늘지만 부드러움이나 쫄깃함은 오히려 뛰어나다. 고명은 풋고추와 파, 가늘게 뜯은 양지고기를 올린다. 부추김치, 깻잎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메뉴 국시 9,000원, 국밥 9,000원, 소호정식 1만8,000원  문의 02-579-7282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392-11

명동교자 칼국수의 대명사

약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준 ‘명동교자’의 대표메뉴는 칼국수다. 육수는 닭을 통째로 6시간 동안 삶아 구수하고 진하며, 육수에 직접 면을 넣고 끓인 제물국수로 면발에 육수 성분이 배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칼국수 고명은 푸짐한 닭고기와 제철 채소를 양념에 볶아 올려 칼국수의 감칠맛을 더해 준다. 얇은 피에 갖은 재료를 다져 넣은 ‘완당’이 들어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최근에는 일본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더욱 인기가 높아지면서 줄을 서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메뉴 칼국수 7,000원, 비빔국수 7,000원, 만두 7,000원  문의 02-776-5348, 3424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25-5번지

Travie Choice

일산칼국수와 두루치기 칼국수에도 ‘청출어람’이 있다
닭칼국수로 유명한 ‘일산칼국수’를 서울 상도동에서도 맛볼 수 있다. 일산칼국수에서 맛의 비결을 사사받은 뒤 상도동 성대시장에 ‘일산칼국수와 두루치기’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식당, 맛이 범상치 않다. 일산칼국수의 빼어난 맛을 고스란히 재현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메뉴 개발로 철저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일산칼국수의 대표 음식은 누가 뭐래도 닭칼국수. 삼계탕에 비견될 만한 걸쭉한 국물의 맛은 담백하면서 칼칼하다. 여기에 쫄깃한 수준을 넘어 탱탱한 면발, 푸짐한 닭고기 고명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이윤미 사장<사진>은 “닭과 함께 바지락, 홍합 등 각종 해산물과 야채 국물을 사골을 끓이듯 푹 고와낸 국물이 맛의 비결”이라고 귀뜸했다. 면발은 하루 전 반죽해 숙성시켜 쫄깃함을 더했다. 일산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개운한 바지락 칼국수도 ‘상도동’ 일산 칼국수집에서 만날 수 있다. 
칼국수만으로도 훌륭한 맛을 자랑하지만 주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메뉴들도 맛있다. 특히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두루치기는 얼큰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공기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제맛이다. 여기에 직접 빚은 왕만두, 납작만두도 별미다. 
메뉴 닭·바지락 칼국수 6,000원, 두루치기 6,000원, 수육 1만2,000원 
문의 02-814-0880  주소 서울시 동작구 상도 4동 346-1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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