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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BOTSWANA- Botswana Okavango Delta-하늘 길과 물길이 만나는 오카방고 델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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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swana  Okavango  Delta
하늘 길과 물길이 만나는 오카방고 델타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비경들.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모험에 대한 욕구’가 슬며시 되살아난다. 아프리카를 꿈꾸던 한 청년이 보츠와나에서 경험한 여행의 단편들은 먼 아프리카를 쭉 당겨와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윤준성

하늘에서 본 푸른 늪지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는 수상한 도시가 하나 있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곳, 바로 ‘마운Maun’이라는 도시다. 이 도시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츠와나 북부에 있는 습지대인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 방문을 목적으로 한다.  

오카방고 델타는 전통 배를 일컫는 ‘모코로 투어’도 유명하지만 경비행기 투어(가격 60~70달러)가 더 매력적이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면 마운 공항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를 품에 안을 수 있다. 마치 국제공항을 나서는 기분으로 공항에서 여권에 스탬프도 찍는다. 마운 공항에서 이륙한 경비행기는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 정도 비행하며 오카방고 델타 습지와 그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한눈에 확인한다. 문득 이런 상상이 들었다.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나무는 브로콜리를 닮았구나. 저물어 가는 해를 따라 그려진 나무의 기다란 그림자는 마치 나무를 집어 삼킬 듯하구나. 이런 연상은 또 하나의 재미이자 나만의 오카방고 델타를 추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석양이 질 무렵. 오카방고 습지의 녹색 빛과 저물어 가는 태양의 붉은빛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 모습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신없이 보다 보면 어느덧 허락된 시간은 끝이 나고 비행기는 회항한다. 아쉬움에 사진을 연거푸 찍어보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 표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옆자리에 앉아 동영상을 찍고 있는 친구가 부러울 따름이다. 아쉬운 마음을 알아차린 파일럿은 “보너스!”를 외치며 오카방고 델타 주변을 한 바퀴 더 돌아준다. 비록 몇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속에 담긴 내 기억들은 아직도 나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다시금 돌아온 비행장에선 선뜻 내리기 싫은 마음에 버텨 본다. 그렇게 경비행기에서 내려와 내 발은 육지를 걷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하늘을 걷는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오카방고 델타의 모습은 마치 녹색의 지평선을 가진 행성 같

델타 속으로 미끌어져 흐르다 

비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주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가이드 겸 뱃사공 역할을 하는 오타방고 델타의 청년들이라고 했다. ‘모코로Mokoro’는 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든 보츠와나의 전통 배로, 지금은 관광 상품이 되어 이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우리나라 우포늪에서 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지만 길이가 훨씬 길다. 산만한 유럽인 친구 두 명을 태운 모코로가 다소 힘겹게 오카방고의 물길을 나아간다. 수심이 낮기 때문에 뱃사공은 긴 막대기를 물속에 꽂은 후 밀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얕지만 맑은 물길을 스르륵 헤쳐 가며 유유자적 오카방고 델타의 늪지를 즐길 수 있다.

손에 닿을 듯 수많은 연꽃 사이를 지나면 빽빽한 수풀 사이를 가로질러 마을을(문명을) 뒤로하고 오카방고 델타의 더욱 깊숙한 지역으로 들어간다. 모코로에 반쯤 누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에 솜사탕이 두둥실 떠 있고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면 강물과 연꽃이 코에 닿을 듯 가까이 있고 수면에 투영되는 하늘은 모코로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를 감고 지나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한적한 공기 따라 들리는 뱃사공의 노랫소리는 하나가 되어 지친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초원 위로 야생의 약육강식의 세계만 있을 줄 알았던 뜨겁고 강렬한 아프리카에서 생각지도 못한 포근함을 안겨준 오카방고 델타. 기나긴 여행에서 돌아와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한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또 다른 아프리카였다.  


관광객을 태운 모코로가 하늘과 수면을 가른다. 갈 길을 고민하는 뱃사공과 촬영에 열중하는 관광객 사이에 평온함이 흐른다


1 뱃사공의 속력에 따라 늪지대에 사는 벌레들이 스타카토 리듬으로 살갗에 부딪쳐온다 2 동물들에겐 사람이 볼거리다. 숨어서 경계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는 물소 3 즉석에서 흙을 파고 만든 친환경 화장실은 문명 이전의 삶을 경험하게 한다

야생 체험에서 걷는 사파리까지 

두세 시간에 걸친 모코로 항해를 마치는 순간. 정박한 이곳이 바로 캠프사이트다. 이틀 동안의 아프리카 야생 체험이 이뤄질 장소다. 1박 2일 팀도 울고 갈 오카방고 델타의 야생 버라이어티. 한 명의 가이드가 텐트를 치는 동안 다른 가이드는 친환경 화장실을 만들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순식간에 친환경 화장실은 포토존으로 바뀌었다. 친환경 화장실이란 무릎 깊이의 구덩이를 파 놓은 화장실로 나뭇잎과 흙을 이용하여 뒷일(?)을 해결하는 열린 대자연의 화장실이라 할 수 있다. 자유 시간 동안 텐트에서 낮잠을 청하는 사람, 나무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사람, 수영실력을 뽐내는 사람 등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오카방고라는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시간을 보낸다. 

걸어서 동물을 찾아가는 ‘워킹 사파리’는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시작되었다. 오카방고 델타에는 초식동물뿐 아니라 맹수도 서식하기 때문에 개인행동을 금하며 전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인다. 무릎까지 오는 들판의 풀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때로는 숨어서 동물과 같이 호흡해 본다. 야생의 맹수가 어디선가 나를 노려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고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릴 주시하면서도 열심히 풀을 뜯어 먹는 초식동물들, 내가 듣지 못하는 내 발걸음 소리에 더 놀라 무리지어 도망가는 동물들까지,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운이 없다면 동물보다는 동물의 배설물을 더 많이 만날 수도 있다. 사파리에서 운은 전적으로 가이드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워킹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온 텐트 안, 차가운 물에 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오카방고 텔타는 천연보호지역으로 세면도구도 반입이 어렵다. 유럽친구들은 오카방고 델타 물가로 다시 뛰어든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2~3일 씻지 않고 야생을 즐기는 경험도 색다른 묘미이자 추억이 될까?

캠핑에서 빼놓을 없는 또 한 가지는 석양 무렵의 모코로 투어다. 다시 모코로를 타고 늪지대로 나가면 오카방고 델타로 떨어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깜깜해진 하늘에 나타나는 별천지는 놀라운 황홀경이다. 별자리는 몰라도 손가락으로 흩어진 별을 잇다 보면 어떤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의 인기척에 놀란 와일드비스트(누)가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다. 숲 풀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맹수가 된 듯한 기분이다

곧 다시 아프리카로 떠날 윤준성 사진가는 

여행이 좋아 대한민국 방방곡곡, 18만여 킬로미터를 부지런히 돌아다녔으며 틈틈이 다녀온 해외여행지도 15개국이나 된다. 젊은 날 오지를 정복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그는 상상만으로도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언론사에서 사진을 찍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DSLR과 함께 떠나는 우리나라 속 사진찍기 좋은 곳>을 집필했고 현재 또 다른 가이드북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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