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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저렴한 가격 최선입니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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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당장 7월에도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어 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자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 해도 이제 서울 시내에서는 5,000원을 잡아야 합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가계 통신비도 부쩍 늘어나고 가을에는 또 한번 전세값 폭등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면서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는데 유독 야채 값은 저렴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집 근처 할인마트에 가서 야채 코너를 두리번거려 보니 어른 허벅지만한 무가 고작 850원이고 오이는 1개에 250원입니다. 호박도 1,000원을 안합니다. 예전 같으면 야채라도 저렴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했을 텐데 요즘은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합니다.

최종 소비자인 제가 250원에 구입할 정도면 산지의 농부들은 대체 얼마를 받고 애써 키운 오이를 중간상인에게 넘길지 감조차 오질 않습니다. 저는 요사이 주말이면 5평짜리 텃밭이 있는 주말 농장에 갑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감자 심는 법’을 검색하는 왕초보지만 재미만은 쏠쏠합니다. 봄에 심었던 얼갈이 배추와 열무는 일찌감치 수확을 했고 감자와 오이, 호박, 가지, 들깨도 심었습니다. 유기농 상추는 기본이지요.  

‘역지사지’라고 했나요? 주말 농장에서 농작물을 키우다 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것도 농사라고 내가 키운 열무가 한 단에 990원에 팔리고 오이는 250원밖에 안하는 것을 보면 애쓴 보람도 없구나 쓴 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이내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 데 힘없고 빽없는 농부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전업으로 오이 농사를 짓는다면 핸드폰 요금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오이를 팔아야 할까 생각하면 답답할 정도입니다.

저렴한 가격표의 뒷모습을 봐야 하는 것은 여행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 광고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행상품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일정도 변한 것이 없고 가격은 오히려 더욱 저렴해진 듯합니다. 성수기 전 출발이라면 베트남은 19만9,000원, 필리핀은 29만9,000원짜리 여행상품 광고가 즐비합니다. 여행사는 손님들이 저렴한 것만을 찾는다고 믿고 있고 일부 손님들은 쇼핑만 안하면 싸구려 상품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산물과 여행상품은 차이가 큽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 볼 수 있는 농산물과 달리 무형의 여행상품은 단지 저렴해 보일 뿐인 경우가 많고 일반인이 이를 쉽게 구별하기도 어렵습니다. 전문가인 여행사를 손님이 이기기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싸게 여행을 했는지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여행 자체의 즐거움은 뒷전으로 밀리기가 쉽습니다. 7월입니다.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실 때 눈에 보이는 가격의 유혹을 잘 떨쳐 내시기 바랍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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