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히가시카와초- 설산雪山과 청수淸水가 오라 하네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초- 설산雪山과 청수淸水가 오라 하네
  • 트래비
  • 승인 201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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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히가시카와초 
설산雪山과 청수淸水가 오라 하네

산과 물이 내게 말하길. 여기는 물 맑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네. 와서 이 청수를 맘껏 마시고, 이 평화를 담아 가게나.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대와의 만남에 나는 숨길 것이 없었네. 짧은 여름, 그 흔들리고 반짝이는 시간에 아사히카와산에서는 순식간에 얼음이 녹아내리고, 곡식이 급히 여물고, 우리는 축제를 벌였다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초  www.welcome-higashikawa.jp




깨끗한 그녀, 유윤정  이번 여행에는 아름다운 동행이 있었다. 살짝 낯이 익다고 느낀다면 여러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녀를, 몇 편의 연극에서 열연했던 그녀를 인상 깊게 본 탓일 것이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녹록치 않는 10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명이지만 그녀의 목표는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 연말 TV무비로 제작됐던 <레스트룸>(추상록 감독)이 3D 영화화되어 올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젼섹션의 초청작으로 상영된다니 그녀를 만나보시라.
다양한 변신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연기자지만 깨끗한 자연을 간직한 히가시카와초에서 그녀는 연기자의 표정, 메이크업을 벗고 가장 순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히가시카와초에서 온 초대장 

북쪽 바다에 있는 섬, 섬이라기에는 너무 큰 땅덩어리, 아무튼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눈의 도시’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을 떠나 계속 북진을 하던 그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파랗게 빛나던 풀과 나무들. 그 이유를 히가시카와초에 도착했을 때 알 수 있었다. 계절이 하나씩 느린 북녘 땅에 아직 봄빛이 남아 있었던 것. 그것은 무성한 녹음이 아니라 싱그러운 새순과 여린 잎들이 발산하는 부끄러운 빛이었다. 묘한 기시감을 주는 풍경이었다. 


1 홋카이도 최고봉, 아사히다케(2.291m)를 품고 있는 히가시카와초의 여름은 짧다. 6월 중순에도 눈이 쌓여 있고, 9월에는 단풍이 절정에 오른다. 그 사이, 고산식물들은 맹렬히 꽃을 피워낸다 2 로프웨이를 타고 1,600m 고지의 수가타미 지역으로 올라가면 가벼운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맹렬히 화산 연기를 내뿜는 아사히다케는 안개와 연기에 숨으며 숨바꼭질을 계속한다

짧아서 황홀한 산마을의 여름

그러나 모든 익숙함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 하늘로 불쑥 솟아오른 백색의 장성들. 그것은 ‘일본’이라는 익숙한 이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 풍경이었다. 비로소 ‘히가시카와초’라는 낯선 공간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홋카이도의 중심부, 이 섬에서 가장 높이 솟아올랐다는 아사히다케旭岳, 2,291m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다케는 봉우리를 뜻하는 말. 아사히다케를 최고봉으로 하는 다이세츠잔大雪山은 일본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40여 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6월 중순에도 정상부에서 3m 이상의 적설량을 보였던 산들의 게으름은 집단적인 것이기에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이세츠잔의 고산대에는 토양과 암석이 지하 깊숙이까지 얼어붙은 영구 동토층도 있다. 산이 높다기보다는 위도가 높기 때문이다. 북쪽의 땅임을 실감했던 결정적인 시간은 새벽녘 문득 잠이 깨었을 때였다. 벌써 해가 뜨나 싶을 만큼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 시간은 2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도 공간도 모호해지는 그런 새벽, 아니 깊은 밤이었다. 

아사히다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내를 통과해 원시림이 빡빡한 산의 중턱까지 굽이진 길을 차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십여 분을 달리면 아사히다케 온천지구(1,100m)의 온천 호텔들이 나타나고 그 가장 윗부분에 로프웨이(케이블카) 탑승장(산록역)이 있다. 10분 만에 당신을 해발 1,500m의 수가타미 지역으로 데려다 줄 편리한 기계가 거기에 있다. 이제 막 입산 시기가 시작되는 즈음이라 케이블카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동서남북으로 멀어지는 호수와 숲, 매일 10cm 이상씩 녹아내린 눈이 골짜기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수가타미역에 도착했을 때 아사히다케의 정상은 안개와 연기에 휩싸여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화산이었구나! 연기 분출구 근처의 눈들은 유황성분으로 노랗게 변한 지 오래였다.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는 두 개의 화구호, 수리바치와 카와미는 중심부터 녹으며 푸른 물빛을 담시 시작했다. 여름이 오는 것이 보였다. 눈과 얼음이 한 일생을 마치는 계절에도 화산은 살아있는 동안 멈출 수 없는 맹렬한 날숨을 토해 놓고 있었다.

1,600m의 고지대는 한라산 중턱처럼 완만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밭인 그곳을 걷기 위해서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빌려 신어야 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트레킹 코스에서는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고산식물들이 계절을 증명하듯 꽃을 피웠다. 성주풀, 구름털제비꽃 등의 식물뿐 아니라 진달래과의 이와히게, 미네즈오우 등도 있고, 이름이 예쁜 바람꽃이라든가 분홍꽃이 고개를 숙인 가솔송이 가득하다. 키 작은 눈잣나무는 꽤 넓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숨어 다니는 솔양진이, 진홍가슴새, 잣까마귀 등을 찾기 위해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하루 종일 전망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불과 두 달, 눈이 오지 않는 짧은 여름을 사람도, 자연도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만약 장비를 갖추고 왔다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상까지의 산행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겨울에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수가타미 지역에서 아사히다케 정상까지는 2km에 불과하지만 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험한 코스다. 마치 안나푸르나의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았던 정상부처럼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이 느껴졌다. 그 위쪽이야 말할 것도 없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날에는 수가타미 지역에서도 종종 조난 사고가 발생한다. 수십년 전에 한 청년이 조난당해 사망한 후 대피소 근처에는 위급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종탑이 세워졌다. 사람이 몰리는 여름이면 종탑은 기념 타종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정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대열이 가느다란 점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들이 먹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  



1 산정에 쌓였던 눈이 녹아 원시림을 통과하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차가운 천연수가 된다. 히가시카와 사람들은 이 물을 그냥 떠 마시며 산다 2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가 우산 대신 썼던 머윗잎을 발견한 윤정씨는 동심으로 돌아갔다

People┃ 새를 쫓는 아마추어 사진가 샤사이씨

대형 망원렌즈를 창작한 카메라를 세워놓고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가며 수풀 사이를 주시하던 그를 하강하는 로프웨이에서 만났을 때 질문 보따리가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는 오직 다이세츠잔에서만 살고 있다는 솔양진이를 촬영하기 위해 나가노에서 왔다는 것. 강태공의 어망으로 자꾸 눈길이 가듯 그가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자랑스럽게 내미는 캐논7D의 액정 속에는 머리와 가슴이 붉은 솔양진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800mm 망원의 위력과 인내심의 산물이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진으로는 보이는 것들. ‘사진의 마을’로 알려진 히가시카와초에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  

People┃ 아사히다케 자연감시원 스즈키 타스쿠씨 

바로 전날에 탐방로 근처에서 폭이 17cm나 되는 불곰 발자국이 발견되어 대피소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무척 바빴다는 스즈키씨는 다이세츠잔 자연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상 등반이야 난이도가 있지만 해발 1,600m의 수가타미 트레킹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산책코스에 가깝다. 다이세츠잔 자연학교를 통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생태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의 일 중 하나다. 1954년 태풍의 영향으로 홋카이도의 산림이 거의 초토화되고 식생 자체가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 있기에 히가시카와초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숲과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한잔의 물  

산을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계곡마다 마치 전날 폭우가 쏟아졌던 것처럼 물줄기가 세찼다. 그만큼 눈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날다람쥐와 너구리, 에조사슴, 북방여우와 나눠 마시는 맑고 시원한 물. 히가시카와초 사람들은 물이 좋고, 쌀이 좋아서, 사케 맛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삼단논법을 펼치곤 했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원수原水가 나오는 지역은 성지에 가깝다.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 우거인 녹음과 수천년 자란 이끼가 켜켜이 살을 불리고 있는 바위들. 다이세츠아사히다케원수大雪旭岳原水까지는 주차장에서 불과 300m 정도의 거리지만 맑은 냇물을 따라 걷는 길은 마치 고압산소통을 입에 문 것처럼 강렬한 삼림욕 코스였다. 물은 손을 대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맑고, 짜릿하게 차가웠다. 눈이 녹아내린 물이 흙과 바위에 스며들어 내려오는 동안 자연적으로 정화된 천연수였다. 그 용출량이 1분당 4,600리터나 된다니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미네랄워터가 콸콸콸 쏟아져 나온다는 그네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누군가 길가의 덤불에 들어가더니 커다란 잎 한 줄기를 뽑아 왔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가 우산처럼 사용했던 바로 그 식물, 커다란 머윗잎이었다. 귀찮게 느껴지던 비가 갑자기 재미가 되어 버린 상황. 장난에 빠진 윤정씨는 어깻죽지가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물이 넘치는 날이었다. 주차장 옆 약수터에도 대형 물통에 그득그득 약수를 담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알고보니 온천장에서 그 물을 생수로 제공하고 있었다. 어느 TV 광고에서처럼 물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주변이 온통 푸른 숲으로 변하는 환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화산이 있는 곳, 물이 좋은 곳. 이 둘의 조합이 잉태하는 것은 당연 물 좋은 온천이다. 히가시카와초에는 두 개의 온천지역이 있다. 현대적이고 규모가 큰 쪽은 아사히다케 온천으로 해발 1,100m 지역에 10여 개의 온천호텔이 모여 있다. 로프웨이 탑승소가 있기에 아사히다케 탐방의 관문이 되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협곡과 주상절리에 둘러싸여 있는 덴닌쿄 온천지구로 4개 정도의 호텔이 있는 한적한 곳이지만 역사가 깊고 자연 속에 깊숙이 안겨있는 느낌이다. 20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하는 ‘하고로모 폭포’는 무려 270m의 낙차로 시선을 압도해 버리고 가을이 되면 화려한 단풍과 어우러진 주상절리의 풍경이 사진가들을 불러 모은다. 갈등을 멈추는 속편한 방법은 두 곳에서 하룻밤씩을 보내는 것인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예술하기 좋은 곳, 히가시카와초 

히가시카와초에는 예술가들의 모여 사는 거리가 있다. 이른바 크래프트 거리. 이름만큼 규모가 거창하지는 않아서 가구, 목공예, 도예를 하는 5개 정도의 공방 혹은 갤러리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다. 이곳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생활과 예술의 공간을 꿈꾸었다는 것. 산 좋고 물 맑고, 사람 북적이지 않으나 외롭지도 않은 곳. 노년의 예술가들에게 히가시카와초는 그런 이상향임이 분명했다. 

내가 그린 나무 그림 오야 토시아키 

손에 익은 섬세함은 그의 표정에서도 드러났다. 웃을 때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칼을 잡고 집중할 때는 예술가의 눈매가, 윤정씨가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여 드릴 땐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수줍음이 보였다. 여러 조각의 나무판을 상감기법inlay으로 이어 붙여서 완성하는 그의 작품들이 갈라짐이나 끊어짐 없이 매끈하듯 그의 다양한 표정에서도 한결같은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보였다. 그러나 25년 동안 연마한 ‘천의무봉’의 기술은 흉내내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목상감 체험을 위해 아이와공방相和工房을 찾는 초보자들에게 주어지는 재료는 나무결 무늬의 시트지다. 실제 나무로 하는 작업은 어렵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윤정씨가 선택한 아주 간단한 스케치를 마무리하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체험에 빠져든 사람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재미있다’는 말만 연발했다. 실제 공예작업에서 토시아키 선생은 오크나무, 호두나무 등 다양한 목재의 천연색과 패턴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이아와相和라는 공방의 이름에는 나무木와 사람의 눈目이 어우러져야和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꼼꼼한 수작업 끝에 탄생한 작품들은 수십만원을 호가하지만 앙증맞고 실용적인 작은 소품들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와 코호보┃주소 Kita 44, 1-go, Higashikawa-cho, Kamikawa-gun, Hokkaido
071-1466  문의 +81 166 68 4125  목상감 체험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1인당 3,000엔, 재료비에 다과비가 포함되어 있으며 완성된 작품은 소중한 추억이 된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도예가 노리히로 타키모토

밀가루 반죽을 다루듯 손쉽게 주무르는 것을 보고 윤정씨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명 ‘국화 주무르기’라고 부르는 점토 반죽. 그러나 보기와는 달랐다. 가지런히 접힌 꽃잎처럼 규칙적이던 주름이 일그러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점토 반죽 하나를 제대로 하는 데 5년이 걸린다고 했다. 36년째 도예가로 살고 있지만 예술가에게 시행착오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스스로 그림에는 재능이 없음을 깨달은 그는 점토 자체에 염료를 섞어서 분홍, 파랑, 회색 등의 색을 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오사카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교토에 가서 도예를 전공한 그는 천성적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싫었다. 그래서 고향인 아시히카와로 돌아왔지만 읍내마저 그에게는 ‘도시’로 느껴져 불과 10분 거리지만 시골풍경이 있는 이 지역으로 15년 전에 자리를 옮겼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아내도 남편을 따라 1987년부터 도예를 시작해 지금은 부부가 작은 공방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조형도자만 고집했었지만 지금은 실용자기와 순수 도예를 병행하고 있다. 스스로 가마를 제작해 사용하는 열정은 ‘돈이 없어서’라는 그의 농담으로 덮어지지 않는 그 무엇이었다. 그의 공방理創夢工房은 크래프트 거리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리조메 코호보┃주소 071-1431 北海道上川郡 東川町 1號 北44蕃地 
문의 +81-166-82-4386  도예체험 예약제로 운영되며 1인당 2,000엔(배송료 별도)


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다. 이곳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생활과 예술의 공간을 꿈꾸었다는 것. 산 좋고 물 맑고, 사람 북적이지 않으나 외롭지도 않은곳. 노년의 예술가들에게 히가시카와초는 그런 이상향임이 분명했다.



북쪽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기타노스마이 셋게이샤 
  

피크닉이라도 나온 것처럼 주방 용품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정원. 사람들이 분주하게 드나드는 안채, 솔솔 풍겨오는 고소한 빵 냄새. 곧 가든파티라도 시작될 것처럼 풍요로운 주말의 오후. 북쪽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곳의 이름 자체가 그렇다. 북쪽 생활의 설계사Kitanosumai Sekkeisha. 그들의 스타일을 쇼룸(숍)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테이블웨어, 키친용품, 식재료, 침구류, 의류, 문구류, 정원 용품, 책과 잡지, 공예품, 생활소품 등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 제품들이 가득했다. 만만치 않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구공방을 중심으로 생활소품 판매점과 카페를 갖춘 ‘키타노스마이 셋게이샤’는 주말 나들이를 겸해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크래프트 거리의 일원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거리(6km)가 있지만 홋카이도 깊은 산속에 있던 폐교를 28여 년 전에 구입하여 가구공방을 먼저 차린 것이 그들이다. 저렴한 합판으로 뚝딱 만들어낸 가구가 아니라 수십, 수백년을 살아온 나무의 ‘일생’을 이어나간다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가구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철학. 삿포로나 오사카, 도쿄 등지에도 숍이 있지만 신선한 베이커리와 유기농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는 본사인 히가시카와초에만 있다.  
주소 071-1431 北海道上川郡 東川町東 7號 北7線  문의 +81-166-82-4556 www.kitanosuma isekkeisha.com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요일 휴무)  카페 식사메뉴 1,100~1,300엔, 디저트 300~500엔

송어와 내가 사는 집 쇼나이 코우지

쇼나이 코우지씨는 예술가가 아니다. 건축가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히가시카와초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휴게소에서 본 히가시카와초 홍보영상물을 통해서였다. 약속도 잡지 않은 채 그의 별장에 들렀을 때 다행히 쇼나이 코우지씨는 개인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긴 후 쉬고 있는 중이었다. 제설차량이나 도로공사 차량을 운전하면서 일평생 열심히 일했던 그는 정년퇴임 후 3년 동안 시내에서 좀 떨어진 땅에 하나둘씩 돌을 쌓고 나무를 세워 별장을 만들었다. 얼핏 봐서는 평범한 집 같지만 거의 모든 것이 그 혼자만의 힘과 기술, 아이디어로 이루어진 것이라 특이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매혹적인 것은 거실 한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던 연못이다. 팔뚝만한 송어들이 반갑다며 파닥거리고, 한쪽 바구니 안에는 어린 치어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물고기를 무척 좋아했던 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송어를 선택해서 여생의 친구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지하실에서 1층까지 기둥처럼 설치한 대형 난로, 많은 손님들이 와도 수용할 수 있는 다다미방도 설치했다. 집 뒤편의 개울에는 1급수의 상징이라는 도룡뇽과 가재가 살고 있고, 개인 약수터까지 있으니 알면 알수록 그의 노년은 환상적이다. 취미로 연식야구를 즐기는 그는 일본햄파이터즈야구단의 후원회장을 맞고 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착도 크다. 일흔이 되어 그만큼 건강하고 열정적이며 풍요롭게 살 수 있을런지, 호기심으로 방문한 그의 집에서 고민을 얻었다.


히가시카와초 Summer Event


1, 2, 3‘ 아사히다케 씨 투 써미트’은 카약, 바이크, 등반의 세 가지 종목을 완주해야 하는 철인삼종경기로 올해 처음 개최됐다 4, 6 등반객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5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히가시카와 산 축제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것은 아이누족의 전통 의식과 공연이다 5 부족장 케니치 카와무라씨는 산 정상을 향해 활을 쏘는 퍼포먼스를 했다

모험가들의 Sea to Summit 

히가시카와초에서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스포츠 이벤트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벨Montbell사의 후원으로 일본의 4개 지역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데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히가시카와초가 새로운 개최 장소로 추가된 것. 대회의 종목은 각 지역의 지형에 맞춰 결정되는데 히가시카와초의 경우 카약, 자전거 레이싱, 등반으로 구성됐다. 츄우베츠호수忠別湖에서의 카약(5km), 아사히다케 산악도로에서의 자전거 레이싱(15km), 아사히다케 정상 등반(2km)을 모두 완주해야 한다. 지진 등의 악재로 인해 50명의 정원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6월19일 대회에 참가한 32명의 선수들 중에는 일본 사람들이 얼굴을 보면 알 만한 연기자도 있었다. 출중한 기량을 보이며 일찌감치 골인한 우승자는 미국인 웨이밀러 토비Weymiller Toby씨. 카약 39분 34초, 자전거 56분 30초, 등반1시간 4분 50초로 총 2시간 40분 만에 3가지 종목을 완주했다. 2위의 기록과 무려 1시간 15분의 차이가 벌어졌으니 절대 최강자였던 셈이다. 그런가 하면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참가한 귀여운 커플도 있었다. 서로의 캐릭터를 새겨 넣은 깃발을 제작하고 커플로 옷을 맞춰 입은 연인들은 보기에도 사랑스러웠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씨 투 서미트 대회는 히가시카와초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욕심을 내 볼 만하다. 참가비는 개인의 경우 1만5,000엔, 단체인 경우 1인당 9,000엔. 앞으로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www.seatosummit.jp 

아이누족의 마음이 깃든 산 축제

아이누족의 말로 누푸리 코르 카무이 노미Nupuri Kor Kamuy Nomi라고 부르는 산 축제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장소는 해발 1,600m 고지의 수가타미 연못으로, 입산이 시작되는 시기에 등산객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한 축제였다. 스키로 봉송한 횃불로 모닥불을 지피고 아이누족들은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했었다. 축제는 밤을 세워 다음날까지 이어지곤 했다. 지금의 축제는 산 아래 아사히다케 온천지구의 캠핑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그러나 아이누족들은 100년 전 사진에서와 똑같은 의상을 입고 전통의식을 치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활쏘기 의식을 행하는 주인공은 족장인 케니치 카와무라 Kenichi Kawamura씨(사진)였다. 홋카이도의 원주민이었지만 소수민족의 차별과 박해를 견뎌 왔던 그의 얼굴에는 단호함이 있었다.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에도 몇 번씩 출연했다는 카와무라씨는 아이누족의 전통계승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표정에는 경건함이 있었다. 지난 6월18일에 개최된 산 축제는 53번째의 역사를 이어간 자리였다. 비가 와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지는 못했지만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어우러지는 축제의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오뎅, 오니기리, 사슴불고기 등을 파는 먹거리 코너가 들어서고 아이누족이 아니어도 누구나 횃불 행렬에 참가할 수 있다.

Travel  to  Higashikawa

▶히가시카와초 찾아가는 길
삿포로 신치토세공항까지 직항편을 이용할 경우 아사히카와역까지 기차(특급열차 2시간 13분 소요)나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후 다시 히가시카와초까지 가는 버스(약 40분)를 타면 된다. 여름 전세기로 운영하기도 하는 인천-아사히카와 직항노선(3시간 소요)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장 편리하다. 아사히카와공항은 히가시카와초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아사히다케온천까지 거리가 불과 38km, 덴닌쿄온천도 33km로 가깝다.

아사히다케 로프웨이  산록역(1,100m)과 수가타미역(1,600m)을 연결하는 로프웨이는 아사히다케를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101명까지 수용하는 대형 곤돌라는 10분 만에 전혀 다른 세상을 안겨준다. 왕복을 기준으로 성수기(6월15일~10월10일) 요금은 어른 2,800엔, 어린이 1,400엔. 비수기(10월11일~6월14일)에는 왕복 1,800엔, 어린이 900엔이다. 


1 주상절리가 발달한 깊은 계곡에 텐닌쿄 온천지구가 자리잡고 있다 2 물 좋고, 쌀좋은 히가시카와에서는 사케의 맛도 좋다 3 진한 국물맛의 북해도 라멘 4 오야도 시키시마소의 푸짐한 저녁만찬 5 라비스타다이세츠잔 호텔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욕탕이 있다


▶아사히다케의 온천 호텔

라비스타 다이세츠잔  
티크목의 브라운 톤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산장 분위기의 호텔로 아사히카와 지역에서 가장 고급스럽다. 벽난로가 있는 아늑한 로비라든가, 맛으로 소문이 난 프렌치 레스토랑은 일본식 서비스와 유럽풍의 우아함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무릎을 끊고 앉아서 설명하는 직원의 공손함, 자신이 원하는 베개를 골라갈 수 있는 베개 코너, 누구나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개별욕탕, 밤 11~12시 사이에 제공하는 무료 라멘, 객실에 비치되어 있는 핸드드립 커피 등은 이곳만의 섬세한 서비스다. 스파 프로그램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객실수 78개  수용인원 215명   주소 071-1472 北海道上川郡東川町旭岳溫泉
문의 +81-166-97-2323 www.hotespa.net/hotels/daisetsuzan

아사히다케만세카쿠 호텔 
베아몬테  아사히다케온천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현대식 호텔로 산장풍의 외관이 돋보인다. 화강암, 대리석으로 마감한 로비를 시원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창이 넓은 로비에 앉아 있으면 다이세츠국립공원의 풍경이 가까이 다가온다.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은 서양식 객실뿐 아니라 일본식 화실, 그리고 복층 구조의 객실도 갖추고 있다. 넓은 레스토랑은 물론 연회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단체 여행객이나 기업체 연수를 위한 호텔을 찾는다면 최적의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객실수 107개  수용인원 310명   주소 071-1472 北海道上川郡東川町旭岳溫泉
문의 +81-166-97-2321 www.bearmonte.jp

오야도 시키시마소  
규모가 크지 않은 료칸은 다정하고 포근하다. 개보수를 끝낸 호텔답게 깨끗하고 단정한 객실 내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한 일본 료칸의 경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테이블 위에 얌전하게 마련된 다과세트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푸짐한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료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거나한 저녁 정식에는 지역에서 자랑하는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욕탕의 규모가 작은 것이 아쉽지만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곳. 어느새 테이블이 치워진 자리에 깔린 푹신한 이부자리에 누우면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객실수 20개  수용인원 81명  주소 071-1473 北海道 上川郡東川町 天人峽溫泉
문의 +81-166-97-2141 www.sikisimasou.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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